위키페디아
- 정준일
1.5밀리미터 작은 몸
곰을 닮은 얼굴
다리는 여덟이나 달고
느릿느릿
150도씨 고온도 견디고
영하 200도씨도 버티는
기가 막힌 놈
물기를 차단 당하면
제 몸을 말려 미라가 되고
죽은 듯 120년도 건너뛴다는
터무니없는 놈
방사능도 비웃는
여유 만만
우주공간에도 살 수 있단다
제 작은 몸을 무기로
환경에 저를 맞추며
상식을 파괴하는 단순함으로
느릿, 느릿
* 위키페디아는 '물 곰'(water bear)으로 불린다. 정확한 명칭은 '느리게 걷는 동물'을 뜻한다(Tardigrade). 이 무척추동물의 최대 크기는 1.5mm에 불과하며, 8개의 발을 이용해 흡사 곰처럼 느릿느릿 걷는다. 인터넷 백과 사전에 따르면, 물 곰은 수분 공급이 없어도 10년을 살 수 있다. 또 섭씨 151도로 끓여도 몇 분을 살고 -272도에서도 여러 날을 견딘다. 실험한 결과 물 곰은 5700 그레이(gray) 수준의 X선도 견뎌낸다. 5 그레이면 사람에게는 치명적이다. 물 곰은 신진대사를 멈추고 휴면 상태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상상을 초월하는 생존력을 발휘하게 된다. 휴면 상태에서 120년 동안 머물러 있던 물 곰이 발견된 적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우주 공간과 원자로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는 물 곰은 이 세상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한다. 열대 지방의 이끼 속에서 그리고 북극해의 차가운 바다에서도 물 곰은 살아 움직이고 있다 -네이버 지식검색에서
크기 1.5mm의 생명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니, 크기 170m 생명체의 무능력에 대한 비판적 상상력입니다. 그래서 위키페디아를 '기가 막힌 놈'이나 '터무니없는 놈'이라고 부를 때, 그에 대한 부러움보다는 크기 170센티 생명체가 가진 생명력과 그 삶의 가치평가체계의 기준이 무색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위키페디아의 생명경영능력의 놀라움은 생명에 불필요한 모든 것을 절제하는 방식입니다. 그 절제를 통해 '생명의 생명인 삶'을 살아갑니다. 크기 170센티 생명체와 결정적인 특성의 차이는 '단순함'과 '느릿, 느릿'으로 드러납니다. 물론 단순함과 느릿느릿이라는 특성은 170센티 생명체의 '상식을 파괴하는', 따라서 비교가 아닌 파괴로서의 생명과 생명적 삶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입니다. 그래서 위키페디아를 생각하며 8시간 노동도 모자라 투잡을 해야할 정도로 몰락한 크기 170센티 생명체의 삶을 파괴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진정 이렇게 많은 일을 해야하는 170센티 생명체의 사회체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가? 일하고 들어와 아주 짧은 가정생활 그리고 노동을 보존하기 위한 잠으로 짜여진, 비록 인간의 욕망확대가 팽창시킨 사회체제이지만 계속해서 그 삶을 살아야할 것인가? '여유 만만'하게 생명을 삶으로 살아가는 비전은 진정 차단되어 있는 것인가? 수 백년 동안 엄청난 기술발전을 이룩했으면서도 더 많이 일하고 더 쪼들리게 살아가는 우리의 생명 패러다임은 진정 옳은 것인가? 이제 우리도 우리 몸을 무기로 새로운 환경을 위한 시도를 하고, "상식을 파괴하는 단순함으로/ 느릿, 느릿" 갈 수는 없는 것인가?
- 글/ 오철수 시인
첫댓글 170m =>cm로 단위를 고치셔야 될 듯^^
^*^ 막 쓸때까지는 그 기호가 없어 그냥 m으로 써놓고 고쳐야지 했는데, 10분 안에 잊어먹다니! 알콜성치매?
생명에 불필요한 모든 것을 절제하는 방식! 여유만만 , 단순하게 , 느릿느릿....
준일이가 느긋하게 빙긋이 웃으면서 걸어가는 모습이..
느림의 미학인가요?^^
흐흐흣, 난 나야. 누구도 날 어쩌지 못해.....그 어떤 장애도 뚫고 나가는 전천후 인생을 살고 싶군요.
많이 가지면 가짐에 비례하여 빈곤함을 동반하는 것이 현대병의 핵이 아닌가 합니다. 근데 누군가가 '상식을 파괴하는 단순함으로 느릿느릿' 그렇게 산다면 상식적인 사람들은 '저거이 돌았다'고 하지 않을까요. 그런 시선 땜에 상식에 맞춰 사는 게.. 서글프지만.. 암튼 170의 거인들이 모방해야할 위대한 물곰이에요.
키야! 선생님의 연금술이 날로 발전하시는 것이 제 덕분이라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한 잔 ......
느리고, 계산 못하고, 잘 견디고, 잠 잘자고, 고것이 이리라는 동물하고 똑 같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