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
홍 선 녀
무심천은 마음이 없다는 뜻인가? 아마도 그럴 것이다.무심천이 마음이 있었다면그 물이 피멍이 들어서 벌건 물이 흘러내릴 것이다. 무심천을 따라 얼마나 많은 이들이 오랜 세월 동안 마음을 쏟아 놓았을지 그 누구도 모르지만, 무심하게 흐르는 냇물만은 알듯하나 정작 모르는게 당연하다. 그곳에 머문 물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으니 어찌 그 속 사정을 다 듣고 남겨 놓았을까.
나도 지금 조석간으로 무심천을 따라 출퇴근을 하는데, 그 물길을 바라보는 마음은 예전과 너무도 다르다. 전에는 그 둑방 아래 도로 길을 달려가면서 피눈물 나는 슬픔 때문에 가슴을 저리게 하였다. 현실에 닥친 어려움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절망감에 쌓여 이 길을 달렸다.졸졸대며 흐르는 시냇물소리를 듣노라면 어릴적 고향 마을 앞 개울가에 놀던 때가 그리워지기도 하면서,마음은 한없이 슬퍼졌다. 봄에 피는 개나리나 벛꽃길을 갈때도 ,길가에 쏟아져 나온 상춘객들을 무심히 바라만 볼 뿐이었다. 화려한 꽃의 향연도, 졸졸 노래하는 물줄기 소리도 다 허공에 떠 있는 허무한 색깔,소리로만 들렸다.가을에 무성히 피어난 갈대숲은 더욱 마음을 웅크리게 하고, 얼어 붙은 얼음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는 아름다우나 차가움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그렇게 모든 계절의 변화가 하나도 즐겁지 않고 슬픔으로 단장한 채, 내 주위에 머무르고 있을 때의 그 심정이 아직도 확연히 되살아나는데, 지금은 그 고독과 외로운 감정이 느껴지지가 않는다.
아마도 그래서 무심천의 의미가 보통 의미는 아닌듯 싶다.그때의 심경이 없어진 것은 다행이나 어느때는 그리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인생은 아무런 감정없이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이 꼭 행복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금은 가시가 있어야 삶을 알고 살아가는 이치를 아는게 아닐런지. 그래야 내가 누구를 알 수 있다 하고, 이해 할 수 있다 하지 않겠는가. 내가 너무 매끄럽게만 살아가는 것만을 종아한다면 그 또한 부끄러운 모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무심천은 그 오랜 세월 속에서도 피멍을 품지 않고 흘려보내는 지혜를 갖고 ,아직도 많은 이들을 기다리며 보내는 영원한 마음의 소유자가 된게 아닐까.
2012년 5월1일 새벽3시20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