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메스꺼움이 가라앉지 않아 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더니
이 멋지고 웅장한 스털링 성 앞에 서 있는데 다리에 힘이 없다
먹지 못하면 기운이 없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이 스털링 성은
그야말로 스코틀랜드의 수난의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많은 장면이 촬영된 장소로 멜 깁슨이 연기한 <월레스>라는 용맹한 스코틀랜드 용사가
이곳을 누비며 활약했다
잉글랜드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스코틀랜드 전사들의 처절한 싸움이 이 스털링 전투에서 이루어진다
마지막 멜 깁슨이 공개처형 직전에 외치던
" Freedom~~~~"은 아마 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지만 가장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한다
지금은 스털링 지방의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아름답고 위용 있는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문을 활짝 열어놓았으니 지금은 분명 평화로운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겠지
성 위에서 내려다보면
너무나 평화로운 목초지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떼를 많이 볼 수 있다
풀이 길게 자랐는지 양들은 반쯤 초록 풀 속에 묻혀있다
귀여워 잉~~
성은 밖에서 바라볼 때가 가장 멋지다
이 성을 빼앗고 뺏기고를 무수히 반복했을 상상을 하니
처절한 싸움을 벌이며 죽어간 많은 병사들이 오버랩되면서 오싹한 기분이 든다
이 스털링 성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스코틀랜드 전통복장을 하고 나와 일한다
타탄체크 자켓과 스커트, 따뜻한 양모로 짜여있을 회색 양말 그리고
기품 있는 수염과 모자가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 너무 멋지다
영화 브레이브하트에선 저 타탄체크 스커트 속에 아무것도 안 입었던데
아마 적군을 놀리려고 그랬을 수도 있을 거야 하며 애써 부정한다
성 위에서 내려다보면 온통 초록빛 벌판이다
점심은 에든버러 시내의 맛집에서 스코틀랜드 전통요리 <하기스>를 먹었다
하기스는 <아기들 기저귀 아님> 일종의 순대와 비슷한 음식이라고 들었는데
막상 음식이 나왔는데 전혀 다른 비주얼이라 놀랐다
애피타이저인 줄 알았더니 이게 하기스라고 한다
잉???
양이나 송아지의 내장을 잘게 다져 양념한 다음 오트밀과 섞은 후
이를 다시 송아지의 위에 재료를 채워 넣은 다음 삶은 요리라고 설명 들었기에
순대와 비슷할 거라 상상했는데 다진 상태로 그냥 나와 좀 당황스럽다
이 소스를 부어 먹으라고 하는데 나는 보기만 해도 속이 미슥거린다
여행 내내 입덧하는 느낌으로 지냈다
음식을 먹지도 못하고
우리 테이블 앞에서 맥주 한잔씩 시켜놓고 주말을 즐기는 현지인들의 여유를 바라보았다
담소 나누며 안주 없이 맥주잔을 기울이는 그들의 모습이
에든버러의 거리를 배경으로 무척이나 평화롭다
다음에 찾아간 스카치위스키 익스피리언스는 내겐
이번 여정 중에 굳이 포함시키지 않아도 될 장소였다
자연 속의 멋진 와이너리와 같은 장소를 상상했다가 도심 속의 위스키 전시장이란 걸 알고 적잖이 실망했다
답답한 실내에서 위스키 설명을 듣고 시음해 보는 정도인데
술을 마시지 못하는 내가 독주를 어찌 마시겠는가
영어가 짧으니 멋들어진 영국식 발음도 다 이해하지 못하겠고
입에 갖다 대기만 해도 그 독한 기운이 폐까지 금방 다다르는 찌릿함에 놀랐다
아마도 술을 즐기는 사람은 이 느낌을 좋아하겠지
자기가 마셨던 잔을 박스에 넣어 가져가라 하는데
숙소에서 짐을 챙기다 보니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깨질 것 같아 며칠 들고 다니다가 어느 호텔엔가 그냥 버리고 왔다
그리고 두 병 정도 날씬한 병에 든 위스키를 사려고 했더니
가이드가 이곳은 비싸다며 공항 면세점을 이용하라 해서 포기하고
설명 끝나자마자 얼른 거리로 뛰쳐나오듯 나와버렸다
어유~~
술 취한 듯 답답한 가슴 시원한 공기로 다시 채웠다
난 이 에든버러 거리를 걸어 다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