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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화) 늦게까지 운동을 했으니 피곤이 밀려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내는 "내일도 하루 종일 열심히 걸으며 돌아다녀야 할 텐데 뭐하려고 벌써부터 그렇게 진을 빼요?" 이러며 핀잔을 주었지만, 흠뻑 땀을 뺀 그 기분은 아무도 모를 거다. 샤워를 하고 둘이서 가정 예배를 드린 후 잠자리에 들었는데 내가 꿈을 꾸었는지 안 꾸었는지 모를 정도로 숙면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 이것 저것 하다가 시계를 보니 또 즐거운 아침식사 시간이다. nh collection 호텔은 그 규모에 맞게 식당도 엄청 컸다. 나는 뷔페 식당에 들어가면 처음부터 끝까지 메뉴를 둘러보는 습관이 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맛있는 음식에 달려들었다가 나중에 정말 먹고 싶은 음식이 있을 때 손을 댈 수 없었던 비참한(?) 일들을 몇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뷔페 식당에 들어서면 어떤 음식들이 있는지 차근차근 훑어보는데 정말 생각 외로 아주 다양한 음식이 진열되어 있었다. 진열 되어 있는 것 하나씩만 맛을 봐도 배가 부를 정도였다. 그렇게 음식을 구경(?)하는데 식사를 하러 내려온 투숙객들이 너무 많아 메뉴를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다. 그런데 둘러보니, 투숙객들 중 1/3이 단체관광 한국인들이었다. 첫 외국 나들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접시를 들고 있는 사람들마다 연신 “어머, 어머, 이거 봐! 정말 맛있게 생겼다. 여보! 이것도 담아 갈까?”, “와~! 이런 거 난 처음 본다. 여기 왔을 때 먹어둬야지. 우리가 언제 또 독일에 오겠어?” 이러며 접시에 올려놓는데 괜히 내가 걱정스러웠다. 왜냐하면 독일 음식은 전반적으로 짠 데다가 아침에 하는 식사니 그렇게 많이 먹을 수는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들 낯선 독일식 메뉴에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모두들 접시가 모자를 정도로 담아갔다. 나는 대충 메뉴를 훑은 후 몇 가지만 골라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며 이런 저런 생각도 하고 아내와 얘기를 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한국 여행객들이 갑자기 웅성거리더니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는 거였다. 아마 전세버스가 출발할 시간이 된 모양이었다. 어느 식탁의 손님들은 너무 욕심을 부린 탓인지 가져온 음식을 제대로 건드리지도 못한 채, 서둘러 가방을 챙겨 나가기도 하고... 대충 사람들이 빠져나가자 호텔 종업원들이 와서 다음 손님을 위해 식탁을 정리하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남은 음식이 너무 많았던 거다. 괜히 내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아무리 자기 돈 내고 먹는 음식이라도 저렇게 낭비하는 걸 보니 마음이 안 좋았다. 독일은 접시 문화다. 그래서 접시에 소스가 남아 있으면 빵으로 깨끗이 닦아 먹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게 지저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한참 살다보니 지저분하다고 볼 게 아니었다. 왜냐하면 우리도 밥에 물 말아 먹고 나중에 그 물을 들이키기도 하니 말이다. 하여간, 음식을 남기지 말았어야 했는데 독일인들 식탁과 단체 관광객들 식탁에 남은 잔반의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괜히 내가 호텔 종업원에게 미안했다. 잠시 지나가는 말이지만, 예전에 어느 독일 가정에서 본 거였다. 초대받은 집의 정원에서 차를 마시다가 보니 처마 밑에 큰 드럼통이 두 개나 있었다. 드럼통이 왜 여기에 있냐고 물었더니 비가 올 때 드럼통에 빗물을 받아두었다가 나중에 물이 부족하거나 비가 오지 않으면 그때 잔디, 나무, 꽃에 물을 주려고 둔 거란다. 낭비를 모르는 근검절약정신이 몸에 배어있는 듯 했다. 하여간, 단체 관광객들 때문에 찜찜한 식사를 마친 후, 객실에 돌아와 짐을 정리한 다음, 10시에 부르크하우젠(Burghausen)으로 출발했다. 부르크하우젠은 우리나라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이번에 처음 가 봤다. 그곳은 두 가지로 유명한데 하나는 아래의 사진에서 보듯이 높은 언덕에 약 1043m길이의 성벽으로 둘러싸인 성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국제 재즈 페스티벌>이다. 독일은 각 도시마다 특색이 있고 아름답다. 깨끗한 것은 물론이고... 어느 분은 독일이나 스위스를 여행하고 나면 언제나 이런 자책감이 든단다. ‘나도 이렇게 깨끗하게 살 수 있을까?’ 부르크하우젠은 큰 도시는 아니지만, 깔끔하고 중세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며 또한 오스트리아와 아주 가까운 도시라 유럽의 관광객들이 꽤 많이 몰린다. 점심시간이 넘어 배가 고파 성 안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화장실에 갔는데 남자 화장실 소변기가 재미있었다. 식사 후, 전망대와 같은 성의 높은 곳에 올라가 부르크하우젠을 내려다보니 빨간 기와에 파스텔 톤으로 색칠한 예쁜 집들이 줄지어 있는 게 보였다. 이 사진이 아닌, 맨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성을 가운데 두고 한쪽은 약간 흙탕물처럼 보이는 강이 흐르는데 물 색깔이 좀 누렇다. 그 이유는 알프스의 눈이 녹은 물이 산을 타고 내려오면서 물색깔이 그렇게 변한 거란다. 바로 위의 사진에서도 누런 강물이 보이는데 그 강만 건너면 바로 오스트리아다. 유럽은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게 이렇게 쉽다. 국경이라는 게 마치 우리나라의 도를 구분 짓는 경계선처럼 별 의미가 없다. 화폐 단위도 유로화로 통일되었으니 더더욱 그렇다. 다시 맨 위의 사진을 보면 왼쪽에는 파란 호수가 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더위를 식히기 위해 수영을 하는데 우리는 보트를 대여하여 보트를 타고 호수를 가로 세로로 횡단하며 동심으로 돌아갔다. (독일의 앰블런스는 우리와 달리 '이오이오'하며 달린다^^) 유럽 음식이 대체로 짜다는 건 이미 언급했다. 그래서인지 중간 중간 물을 많이 마시게 되는데 그때 들은 생각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게 물이란 거였다. 하지만, 유럽은 공짜가 없다. 어디서든 물을 사먹어야 한다. 그건 식당에서도 마찬가지다. 식당 손님에게까지 물값을 받는 걸 보면 정말 치사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그건 유럽의 관습이다. 한국식당에 들어가도 물값을 받는다. 한국에서 여행온 사람들이 한식을 먹고 싶어 한국식당에 들어갔다가 물값을 받는 걸 보고 놀라는 일이 많다. 일반적으로 식당에는 두 종류의 물이 있는데 하나는 가스가 들어있는 탄산수와 다른 하나는 가스가 없는 맹물이다. 나는 탄산수를 좋아한다. 몇 년 전인가? 독일에 갈 때, 독일 항공사인 루프트한자(Lufthansa)를 이용했었다. 식사 시간이 되었을 때, 나이가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독일 스튜어디스가 영어로 “뭘 마시겠습니까?”라고 물어 독일어로 가스가 들어 있는 탄산수를 달라고 했더니 나더러 독일어를 할 줄 아냐며 깜짝 놀라고는 탄산수를 잔뜩 따라주었다. (참고로 독일 항공사의 경우 나이가 많은 스튜어디스들이 종종 있다. 그 이유는 다음에 쓸 기회가 있을 때 자세히 쓰겠다.) 그런데 독일에 도착하기 전 또 한 번의 식사가 있어 역시 그때도 탄산수를 달라고 했더니, 스튜어디스는 탄산수가 다 떨어졌다며 가스가 없는 맹물도 괜찮냐고 물었다. 괜찮다고 했더니 탄산수를 마시는 승객이 많지 않아 탄산수를 충분하게 준비하지 않아 미안하다며 내게 은근슬쩍 농담을 한다. “비록 이 물은 맹물이지만, 포크로 물을 휘저으면 탄산수처럼 물에 공기방울이 생기니 이 물로 탄산수 기분을 내시려면 휘저으세요. 호호호.” 물 얘기를 하다가 그만 이야기가 옆으로 샜다. 아까도 잠깐 말했듯이, 부르크하우젠은 재즈 페스티발로 유명한 도시다. 재즈 음악가들의 이름이 동판으로 새겨진 거리가 도시 어딘가에 있다고 하여 찾아가 보았다. 나는 재즈에는 거의 관심이 없지만, 유명한 곳이라니 안 가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길 초입에 재미있는 게 있었다. 어느 집주인이 안 쓰는 가죽 가방을 편지함으로 만들어 문에 달아놓은 거였다. 하여간, 그건 그렇고... 그 거리의 길바닥에는 여기를 방문하여 연주한 세계적인 재즈 음악가들의 이름을 새겨진 동판이 즐비하였다. 하지만 난 그 많은 음악가들 가운데서 아는 사람이 단 하나도 없었다. 다행이었다. 고전음악가들도 다 모르는 판에 재즈 음악가라니... 한참 그 길을 걷다가 언뜻 담배 냄새도 아닌 약간 낯 설은 냄새가 났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이상야릇한 냄새냐고 물었더니 그게 마리화나 냄새란다. 거리 양쪽으로 늘어선 어느 집 창문을 통해 나는 냄새일 텐데 길 양쪽의 집들마다 온통 다 창문을 열었으니 도대체 어느 집에서 나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알면 뭐할 건가? 알아도 별 소용도 없는 일이었다. 노천 까페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하고 모텔로 돌아왔다. 처제의 말을 들으니 원래는 부르크하우젠 시내에 호텔을 잡으려고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빈 호텔이 없어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작은 모텔이 있어 그곳을 예약했단다. 모텔은 그야말로 한적한 시골에 위치했다. 창문을 열면, 농촌에서 맡을 수 있는 아주 익숙한 냄새가 들어오고 여기저기서 소와 양, 간혹 말 울음소리도 들렸다. 그리고 넓은 들판에는 옥수수 밭이 널렸는데 그 밭이 얼마나 큰지 눈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였다. 독일에서 옥수수를 많이 재배하는 이유는 사람이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료 때문이다. 유럽은 생선보다는 고기를 많이 먹기 때문에 가축사료가 필요하여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옥수수 밭이 엄청나게 많다. 모텔에 들어선 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그건 모텔 로비에 객실 손님들을 위한 패드형 전자모기향이 여러 개 있는 거였다. 독일에서 패드형 전자모기향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마 다음에도 없을 거다. 이런 패드형 전자모기향은 옛날 고리짝에 우리가 많이 쓰던 거였는데... 모텔 주인장에게 왜 전자모기향이 있는지 물어보니, 그건 아무래도 여기가 농촌이라 가끔 객실에 모기가 있기 때문에 마련해 둔 것이라고 했다. 사실 독일은 어디에 가도 방충망이란 게 없다. 파리 모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밤에도 그냥 창문을 열고 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파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집에서 생선을 구우면 그동안 본 적도 없는 파리가 어떻게 알았는지 여기저기서 몰려든다. 모기는 거의 보기 힘들고... 하지만, 농촌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농촌에는 파리가 많다. 가축을 키우기 때문이다. 물론 모기도 있다. 우리가 머문 방의 벽을 보니 피 먹은 모기 사체 흔적이 있었다. 나는 모기가 있으면 반드시 죽여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살펴보다가 천장에 붙은 시커먼 모기 한 마리를 발견하고는 의자 위에 올라서서 그 자리에서 책으로 즉결처분했다. 속이 후련했다. 이제 편안히 잠만 자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