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이루마의 작은 방]은 감성적인 피아노 연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피아니스트 이루마 씨가 자신의 삶의 단면들을 가만히 꺼내놓은 기분좋은 책이다. 사랑으로 가슴 아팠던 이야기, 어린 나이에 유학을 떠났던 이야기, 한국에 돌아와 방황했던 이야기... 그의 음악만큼이나 편안하고 진솔한 이야기 30여 편을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그의 작업공간을 찍은 사진이 함께 구성되어 있어서 이 책이 더욱 기분좋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우리에게 있어 그의 존재는 별안간 스타로 부상한 케이스로 보여질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그의 음악들이 드라마 [겨울연가] [여름향기] 등에 연이어 삽입이 되면서 그는 우리 시대의 또 다른 아이콘으로 급부상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이전 그는 이미 2장의 앨범을 냈었고,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지속적인 음악활동을 해오고 있었다. 내가 이루마 씨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그의 책 속에서도 잠깐 언급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가 앨범을 낸 첫 해 여의도의 한 공연장에서였다. 흰 옷과 새하얀 얼굴이 인상적이었었는데... 그 때는 지금보다는 더 앳되고 여리다는 느낌이 강했었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 그가 급조된 스타가 아니라 누구나가 겪는 전형적인 삶의 고난과 시련을 받아들이며 오늘날 이렇게까지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아티스트로 거듭났다는 이야기로 조용하면서도 편안하게... 마치 곁에서 그의 이야기를 듣는듯하게 풀어냈다. 그의 생각들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책을 통해 내 마음으로 젖어들었다. 책을 다 읽고 집에 있는 그의 음반을 찾아 틀었다. 그리고 책 속에서 그가 설명한 곡들을 들어보며 다시 한번 그의 생각과 내 생각을 겹쳐보았다. 사실, 난 이 책을 통해 그의 감성적인 면보다는 그의 의지를 더욱 높이 산다. 그의 책에서 보여지는 그의 삶의 한 부분에 있는 선택은 지금의 내 눈앞에 놓인 갈림길에서 지금 당장 선택해야만 하는 내 자신의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고 또 용기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게 도와줬다. 그와 내가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무엇보다 내 자신이 진정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이 책을 통해 그의 조언을 딱맞는 시점에 듣게 되었다는데 어떤 운명같은 것이 느껴졌다. 삶의 변화에 있어 지금이 내게 적기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난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누구나 그렇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아무도 내게는 그런 말을 해주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내 주변에는 내 속마음을 진솔하게 터놓을 친구들이 없었다. 그의 책 속에 있는 진정한 친구가 내게도 있었으면 싶다. 그리고 내 마음을 다 받쳐 사랑해 볼 수 있는 상대 또한... 이 책은 내게 많은 조언을 해주지만 한편으로 내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감성적인 글과 그림들이 내 마음을 적시며 이루마의 음악들이 편안하게 더욱 더 다가오는 듯 싶다. 그의 마음 속 작은 방에 들어갔다 나온 후로 내 마음 속에도 나만의 작은 방이 생긴 듯 싶다. 언젠가 나도 내 마음 속 이 작은 방의 열쇠를 누군가에게 선물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