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시인은 신과 가까이 있다]
행복은 매일의 태도 속에 스며드는 작은 습관이 가져다 주는 선물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세계를 여는 방식, 세상의 타인을 바라보는 눈빛, 자신을 다독이는 마음 한마디가 운명을 빚어낸다. 행복은 훈련이며,
마음이 열리면 시가 빚어진다.
남이 무엇을 이루고 어디로 향하는지 마음을 두지 말라. 남의 속도에 흔들리면 내 길을 잃게 된다. 비교는 영혼을 마르게 하고 집중은 존재를 깊게 이끌어준다. 존재의 경계에 시의 꽃이 자라서 열린다.
누군가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이다. 인생의 가치는 오래 사는 데 있지 않고 누군가의 어둠에 작은 등불이 되었는가에 있다. 시가 삶을 인도하고 밝혀주는 빛이 되는 이유는 마음 속에 시가 간직되기 때문이다.
기다림 속에 축복이 있지만 노력해야 축복을 붙들 수 있다. 손을 내미는 수고가 없는 사람에겐 열매가 저절로 떨어지기 않듯이 시인은 시를 쓰지 않거나 노력하지 않으면 시상이 게으르진다. 시인은 항상 창조자가 되어야한다.
유머는 삶을 가볍게 하는 바람이지만 삶의 전부가 될 수 없는 건 웃음이 지혜와 통찰을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유머가 때론 시가 될 수 있지만 삶의 깊이가 없으면 시는 경박과 천박을 반복하게 된다.
상대가 거칠게 말하더라도 시인이라면 존중하게 대응해 주어라. 존중은 상대의 품격보다 시인의 수준을 증명하는 방식이다. 존중은 결국 되돌아온다. 말과 행동의 결이 시인을 시인답게 만들어준다.
위대한 사회는 소유를 자랑하지 않고 문화의 깊이를 물어본다. 시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를 찾는 공동체, 그곳에서 인간은 문화로 성장하고 모두 시인이 되는 세계다.
모든 아이는 예술가다. 세상을 처음 보는 눈으로 하늘을 색칠하고 바람을 만진다. 그렇게 시가 매일 태어난다. 진정한 시인은 글과 말을 잘 짓는 사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듣는 사람이다. 침묵 속에서 우주의 숨결을 읽고 사소함에서 영원을 건져 올린다. 시인은 신과 함께 있어야 한다.
행복을 습관처럼 입고, 존중을 태도처럼 지니며, 노력을 일상처럼 반복하라. 그리하면 삶은 조용히, 그리고 깊이 빛나고 있을 것이다.
삶이 시가 되고, 시가 삶이 되어야 한다.
첫댓글 최영미 시인,교수
소설에서와 달리 시에서는 시인과 화자가 겹치기 일쑤다. 최영미시인의 일상이나 몸과 마음의 형편과 동태가 작품에서 낱낱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최영미는 그걸 꺼리지 않는다. 거침없고 서슴없다. 그 대범함에는 자부심도 한몫했으리라. 자신의 명민함에 대한 자부심, 젊은 날 수많은 독자의 아이돌 시인이었던 데 대한 자부심, 최영미시인은 그런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새로 시작한 연애처럼 설레요]
최영미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을 냈다. ‘이미 뜨거운 것들’(실천문학사 펴냄). 책을 4부로 나눠 꾸렸다. 1부는 풍자시, 2부는 연애시, 3·4부는 이것저것 섞였다. ‘이미 뜨거운 것들’은 신을 비꼬는 풍자시 ‘고해성사’로 시작한다.
죄는 여러 곳에서
따로따로 짓더니,
속죄는 한 곳에서
왜 한꺼번에 용서받으려 그래?
우리를 이렇게
불완전한 존재로 만들어놓고
구름 속에 편안히 앉아서
땅을 내려다보는,
신이야말로 태초에
죄인이 아니던가?
최영미 시인이 쓴 시 제목은 이랬다.
‘386 시인, 김일성·정일·정은을 쏘다’
풍자시 ‘돼지의 죽음’은 통렬하다.
“김정일이 죽은 날 어머니가 병원에서 뇌수술을 앞두고 있었어요. 이튿날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데, 초조하잖아요. 그런데 TV에 ‘돼지’가 나오는 거예요. 어머니가 ‘어쩜 그렇게 살쪘니? 인민은 굶는데…’라고 말씀했어요. 어머니 기분을 풀어드리려 한 농담이 그대로 시가 됐어요.”
[돼지의 죽음]
돼지 3대가 지배하는 이상한 외투의 나라/ 꽃속에 파묻힌 아버지를 보며 꼬마 돼지가 눈물을 흘린다/ 돼지가 울자/ 농장의 모든 동물들이 통곡한다/ 땅을 치고 가슴을 치며/ 더 울고 싶지만 배가 고파서/ 혁명사상으로 불룩한 배를 우러러보며/ 뚱뚱한 수령의 말씀을 받드느라 삐적 마른 염소들,/ 영양실조에 걸린 사슴과 강아지들이 격한 울음을 토하고 때마침 눈이 내려/ 영구차가 미끄러질까 봐/ 위대한(그의 胃는 정말 거대했다)/ 장군님이 가시는 마지막 길에 외투를 벗어 바친다
-시 ‘돼지의 죽음’에서
최영미 시인이 나이가 한참 들어서 남자를, 사랑을 만났다
기자가 물었다
20대의 사랑과 50대의 사랑은 어떻게 달라요? 똑같이 뜨거워요?
똑같아요. 뜨거워요. 유치하고요. 서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보면…. 유치해서 남들에게 보여줄 수가 없어요. 나이 쉰에 이런 사랑이 올 줄 몰랐어요. 시 쓴 그대로예요. 어느 날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났어요. 대학 시절에 나를 알았다고 해요. 나는 몰랐고요. 내가 동아일보에 쓴 칼럼을 읽은 후 용기를 내 전화했다 하더라고요.”
최영미 시인은 오감을 열고 세상의 풍경과 주변의 움직임을 살피면서 문장을 얻었다. 버리기 아까운 문장에는 암호를 넣어 시를 만들었다. 이미 슬픈 사람들, 이미 아픈 사람들과 말을 섞으면서 남자를 만났고 사랑을 나눴다. ‘이미 뜨거운 것들’의 대표 시는 2부의 첫 시 ‘이미’일 것이다.
이미 젖은 신발은
다시 젖지 않는다
이미 슬픈 사람은
울지 않는다
이미 가진 자들은
아프지 않다
이미 아픈 몸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이미 뜨거운 것들은
말이 없다
김수영 시인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