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웬만하면 잊고 사는 날이 있다.
바로 24절기 중의 하나.
그런 날들을 예전에는 웬만해선
건너 뛰면 죽음 인 것 처럼 여기던 때도 있었다만서도
이즈음엔 그런 날들로 부터 해방이다.
그 옛날부터 작년까지...누가 현모양처 순위에서 뺄세라
그저 뭔 날인가...만을 염두에 둔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에서 부턴가는 그런 일들이
시덥지 않은, 별 것 아닌 것 처럼 여겨졌다.
물론 한때
몸의 과부하로 말미암은
육신의 반란 사건이 빌미가 되기는 한다.
그렇지만 더더욱 그런 일들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는 기억의 반항이
더욱 심각하다.
편히 살고 싶다는 일련의 저항감.
영혼이 자유로운 여자로서는
당연히 그래야 함이 마땅하다.
그래서 그렇게 살기로 한다.
그리고 진행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처럼 누군가 일러주는 사람이 있고
절기를 빙자해 찾아드는 발걸음이 있을 시에는
그저 모른 척 따라 주는 것이 도리 이다.
그래서 길을 나섰다...
비오는 날이다.

딱히 어느 곳으로 가자는 말은 없었다.
그저 옛날의 기억에 의지하여 좋았었다는 집을 찾는다.
안성, 금광저수지를 진천 쪽으로 지나는 길목,
일월 저수지 못 미처 욕쟁이 할머니 집이 언뜻 떠오른다.
무작정 나서는 길이다.
여전히 있을런지....
당연히 있.다.

날이 궂은 탓에
예전의 입맛을 사로잡던 오리 주물럭이나 오리 숯불구이에서
오골계탕으로 입맛을 바꾸기로 한다.
그 오골계, 속살은 이루 말할 것도 없고
뼈까지 새까맣다는 것...잊고 있었다.
하지만
궂은 날씨와 고픈 배를 달래기 위해서는
그저 묵묵히 먹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어도 못 먹겠다 는 오골계 목뼈였다 ㅎㅎㅎㅎ

탁월한 선택이었노라 자부심을 팍팍 불러 일으킨 오골계 죽.
그 좁쌀과 함께 각종 약재가 조합을 이룬 죽을 먹으며
세 사람이 왔으면 큰 일 날 뻔 했다 만을 연발 했다...맛 있 다.

그 맛에 홀린 나머지 안경도 핸폰도 안중에 없고
그저 미친듯이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원,
환장할 그녀들이다.



워낙 유명한 집인지라
온통 벽면에 다녀간 흔적들이다.
이름만 들여다 보아도
절로 알고도 남을 인간 군상들...
그들도 입맛이 같다.

한 때의 기억으론 이렇게 럭셔리한 욕쟁이 할머니가 아니었다.
허름한 옷 차림새와 너절한 옷 매무새
그리고 툭툭 내뱉는 그 잘나가는 욕...그것이 그 할머니의 매력이었다만
그녀의 그 옛날 흔적은 사라지고 없고
이 얼굴로 사진 찍을 수 없다는 할머니의 거부 의사 만 있다.
그래도 기어이 등짝이라도 찍어야 직성이 풀리는 찍사
거부한다고 아니 찍을 소냐?

그녀의 잘나가던 시절도
한낱 과거일 뿐...

그녀의 놀라운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역시 가는 세월은 붙잡을 수 없는 법.
할머니는 그저 욕쟁이 할머니다.

포만감과 뿌듯함으로 돌아오는 길...
요동치던 하늘의 다양함을 못 본 척 하기엔
너무나 매력적...그래서 또 한 컷씩 날려 본다.



그리고
늦은 밤,
길고도 오래도록 차를 마시고
나머지 이야기 수순을 밟는다.
신선,
돌아와 빵 한 조각으로 허기를 달래다
반가운 눈치....그러나 역시
이야기가 끝나야 저녁을 얻어 먹을 수 있었다.
그 즈음에는 신선도 마당쇠도 존재감이 없다.
그저
신선놀음하는
두 여자만이 있을 뿐이다.
첫댓글 반성 또 반성해야겠는걸요.. 감히 신선님을 배골케 하다니~~~~ ㅎㅎ
반성문 써야 할까요? 그래도 멀리서 찾아온 발걸음이 우선인 거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