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거리의 사람들은 누구나 하나씩 가방은 들고 다닌다. 10대 이하의 청소년들은 제외하더라도 20대부터는 슬슬 명품이라는 것에 눈을 돌리게 되고, 각자의 만족감을 위해, 그리고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비싼 가방 하나씩 어깨에 들쳐매고 뿌듯하게 어깨를 편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그 중에 무엇이 가장 많을까? LV가 교묘하게 겹쳐져 있는 루이뷔통. 광주 시내는 그야말로 번들거리는 갈색 가중의 LV로고가 넘쳐나고 있다. 설령 그것이 진짜던 가짜던 간에 루이뷔통이라는 그 네글자는 여심을 넘어 명품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설레임을 불어넣어주는 일종의 미약이 아닐까?
너무 인기가 있는 나머지 대중화되버린 명품 아닌 명품이 되어버렸다는 루이뷔통. 무엇이 사람들을 그렇게 설레게 하는걸까? 디자인? 상품의 질? 아니면 이미지?
아마 그 모든 것이 다 해당될 것이다. 최고라고 불리는 그냥 명품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끊임 없는 연구와 개발, 노력, 하루가 24시간이어도 짧을 사람들의 땀과 고생이 고객들에게는 만족감을, 기업에게는 이윤과 발전을 남기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하면 루이뷔통의 최전선에서 오늘도 트렌드를 만들고 있는 마크 제이콥스야 말로 최고의 브랜드 마에스트로일 것이다.
그는 아마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10이면 10, 100이면 100 탄사를 자아낼 만큼 멋진 남자이다. 아침부터 저녁, 파리에서 뉴욕까지, 종횡무진 넘나들며 손 아래 수많은 사람들을 지휘하고, 노력하고, 창의력을 발산하고,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휘해서 패션쇼를 낳고, 그리고 그를 둘러싼 많은 찬사와 탄성, 그리고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까지! 그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한순간 한순간 전율을 느끼지 않는 패션업자들이 얼마나 있을까. 나 역시 그렇다. 쏟아지는 빛 줄기 속에서 자신있게 걸어들어오는 그의 발걸음과, 정리된 듯 하면서도 무절제한 그의 작업 공간을 보는 순간, 나 자신이 저기에 없음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당장이라도 가서 그의 곁에서 그가 하는 것을 보고 싶다라는 생각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지켜보다 현실이 아님에 여러번 애석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진가는 그런 화려함만이 아니다. 그래서 난 그가 더 인간적이고, 또 대단해 보인다고 생각한다. 흔히 패션업계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이 일이 한 없이 멋있는줄 안다.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의 여주인공 앤드리아 삭스처럼, 처음에는 고생하고 고달퍼도, 그 단계만 넘어가면 그야말로 100만의 여성이 꿈꾸는 지위, 100만의 여성이 부러워하는 명품의 홍수, 그런 것이 패션업계의 낙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아 담배의 산 속에서 사는 사람들부터, 아름다운 색, 의미있는 컬러의 창조를 위해 화학약품에까지 손을 담가야하고, 바쁜 일이 닥치면 수면을 포기하면서 쾡한 눈으로 밤을 지새야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그리고 화려한 조명 아래 그들이 만든 작품은 반드시 박음질이 꼼꼼하게 되어있고 입으면 날아갈 것 같은 날개 같은 옷만은 아니다. 누덕누덕 기워 입어서 차라리 빛깔만 바래면 넝마라고 불러도 될 그런 천조각을 옷이라고 불러야하고, 마감시간 직전에 쫓기는 심정으로 후들거리는 손을 미싱에서 떼지도 못한다. 그리고 마크는 그런 그들을 전부 끌고 나가는 입장이다.
만약 마크 제이콥스가 그들만큼 일을 하지 않고 미란다 프리슬리처럼 윗사람의 여유를 즐겼다면 그와 루이뷔통은 그저 괜찮은 명품과 그 안의 수석디자이너로 멈췄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항상 고뇌한다. 집보다 영감을 얻을 미술작품을 하나 더 사길 원하는 그는 실상 보면 열정밖에 없는 거지일지도 모른다. 그의 지갑은 항상 그의 지적 만족 때문에 비어있고, 잠자리는 거대한 호텔보다는 차라리 작업할 것이 잔뜩 쌓인 그의 작업실 구석이 더 어울려보인다. 지금 발표하면 멋진 아이디어, 그러나 200년 뒤면 역사에 남을 기획안을 연구하기 위해 고민한 그의 모습은 만들어 파는 자라기 보다는 차라리 만들어 후세에 남기고 싶어하는 모습이 더 강해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한가지만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마크 제이콥스가 더 멋진게 아닐까.
지금의 나는 한없이 그가 부럽다. 그의 열정이 부럽고, 투덜거리기에 바쁜 내 입이 대신 창의력 가득한 기획을 내놓기를 원한다. 그러나 봐서 알듯이 그러한 과정은 쉬면서까지 쉬지 않는 부지런함과 연구가 있어야한다는 것을 또 다시 여실히 느끼게 되었다. 흔적을 남기는 천재치고는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그의 나이 40대 중반, 디자이너 치고는 젊은 나이다. 그러나 그 젊음이 마크 제이콥스를 빛나게 하는 것은 아닐것이다. 젊음을 뛰어넘어 열정이 가득한 디자인으로 패션쇼를 가득 매우는 마크 제이콥스, 오늘도 매출의 새로운 기록을 세우는 마크 제이콥스, 루이뷔통을 부르짖으면서 그를 쫓는 자들의 우상 마크 제이콥스. 그리고 그 모든 기대와 관심을 거뜬히 짊어지고 나아갈 수있는 마크 제이콥스.
그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을 창조하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사람들을 따라오게 하는 마력을 만드는 아티스트에 더 가까워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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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제이콥스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쓴 감상문
200512927 / 우승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