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中道)는 바로 팔정도 / 일중 스님
인간 붓다의 위대한 첫 번째 설법
초기·대승불교 핵심사상·철학, 고통 소멸·지혜 성취 실천수행
바른 길을 가라는 붓다의 마음, 팔정도, 중도·삼학·도성제 핵심
“정각을 얻은 뒤 붓다가 제자들에게 가르친
첫 번째 사자후가 무엇이었는지 아시나요?”
붓다의 첫 번째 사자후라면 분명코 당신이 깨달은 법과 진리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이 등장할 것이고,
그것은 아마 붓다의 교법에서 심장과도 같은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 될 것이다.
과연 붓다의 첫 번째 일성(一聲)이 무엇이었을까?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가르쳐주고 싶었던 깨달음의 내용은 무엇인가?
이 답을 알게 된 것은 스리랑카 유학시절에 초기불교와 불교철학을 공부하면서부터였다.
인간 붓다의 첫 번째 설법인 ‘초전법륜경(S56:11)’을 보면
서두에 등장시킨 중요한 키워드가
바로 중도(中道, majjhimā patipāda)이다.
중도는 초기불교부터 대승불교 전반에 걸쳐
가장 중요한 핵심 사상이자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대승불교 중관철학에서는 중도를 매우 어렵게 설명하는
경향이 있지만, 초기불교의 입장에서 중도는 매우 구체적인
실천수행 방법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 글에서
붓다의 첫 번째 가르침은 중도였고,
그 중도는 고준한 철학이라기보다는
괴로움을 소멸하고 지혜와 깨달음을 성취해가는
구체적인 실천수행이었다는 사실을 논해보고자 한다.
‘초전법륜경’을 보면 붓다는 수행자로서 피해야 할
두 가지 극단을 언급한다. 쾌락에 탐닉하는 쾌락주의와
자기 학대에 몰두하는 고행주의이다.
이 두 가지 극단은 괴로움을 만들어갈 뿐,
깨달음과 열반으로 가는데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정답처럼 제시한 것이 바로 중도라는 키워드였다.
경전은 “여래는 중도를 완전하게 깨달았나니,
중도는 안목과 지혜를 만들고, 고요와 최상의 지혜,
바른 깨달음과 열반으로 인도한다”고 한다.
팔리(Pali)어로 중도(中道)는 ‘맛지마 빠띠빠다(majjhimā-patipāda)’이다.
여기서 ‘도(道)’를 의미하는 ‘빠띠빠다’는
그저 단순하게 ‘길(magga)’을 의미한다기보다
길을 가는 구체적인 방법과 수단, 그 방법을 실천하는 수행,
도를 닦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여래가 깨달았다는 그 중도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일까?
‘초전법륜경’은 여덟 가지 구성요소를 가진 성스러운 길,
팔성도라고 한다. 바른 견해와 바른 사유, 바른 말과 바른 행위,
바른 생계와 바른 정진, 그리고 바른 마음챙김과 바른 삼매이다.
여래가 깨달았다는 중도의 구체적인 내용은
바로 팔성도(팔정도)이고, 바로 실천하고 경험해야 하는 수행의 길이다.
그러니까 초기불교의 입장에서 볼 때,
중도는 거대 담론을 논하는 철학이라기보다는
붓다 자신의 직접적인 수행경험을 통해서 깨달은 법이자 진리이고,
제자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던 중요한 가르침이다.
열반과 깨달음이라는 최종의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쾌락주의나 고행주의 방법들로서는 절대 도달할 수가 없으니,
성스러운 길, 즉 바른 길(正道)을 가야만 한다는 것이 붓다의 마음이었다.
그러면서 왜 어떤 이유로 팔정도 수행을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필연성과 정당성을 알려주기 위해서
붓다는 고집멸도라는 사성제의 원리를 차례대로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렇게 중도와 8정도 그리고 사성제의 가르침은
‘초전법륜경’의 핵심을 이룬다.
‘상윳따 니까야’의 ‘도 상윳따(magga-samyutta, S45)’에는
팔정도가 ‘청정범행’이라고 했고,
‘으뜸가는 마차이자 법의 마차’라고 비유했다.
팔정도라는 법의 마차를 타고 윤회의 세상을 지나
깨달음과 열반의 성으로 갈 수 있는 으뜸가는 마차가
바로 팔정도라는 것이다.
또한 ‘항아리경(S45:27)’에서는
“버팀목이 없는 항아리는 쉽게 엎어지지만,
버팀목을 가진 항아리는 잘 엎어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버팀목이 없는 마음은 잘 엎어지지만,
버팀목을 가진 마음은 잘 엎어지지 않는다”고 하면서
‘마음의 버팀목’이 바로 팔정도라고 했다.
그렇다. 팔정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만큼
초기불교수행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초기불교명상에서 중시되는 중도의 실천수행법으로 제시되었고
계·정·혜 삼학의 내용이자 괴로움의 소멸로 인도하는
도성제의 핵심 내용이기 때문이다.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2022년 8월 3일
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