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회 『詩하늘』 詩 낭송회에 귀하를 초대합니다.
이번 86회 『詩하늘』 詩 낭송회는 국제펜클럽 대구지역위원회 회장이시며詩하늘 주간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박곤걸 시인을 모시고 그 분의 시 세계를 함께 음미하고자 합니다. 오셔서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 일시 : 4월 18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부터
* 장소 : 카페 "스타지오" ☎ 053-247-4700
(대구MBC문화방송국 맞은편 삼성화재빌딩 지하 1층 )
『詩하늘』편집장 최동룡, 사무국장 안용태
총운영위원장 박창기, 주간 박곤걸 올림
과수원에서
-박 곤 걸
키 높은 가지에
여름을 애드벌룬으로 띄워놓고
물소리 바람소리에 매미의 풍류를 실어 띄우고
이유가 없이 늙어서
단풍나무에 가을을 붙들어매어 놓고
내가 괜히 허송하고 있다
푸른 이빨의 전지 가위를 들고
이제는 늦출 수 없어
내 인생의 나태한 과수원에
가지치기를 한다
오만으로 부질없이 뻗은 가지들
나의 자존심이 삭둑 잘려나간 자리에
자연의 작은 말씀에도
새순을 틔워 새봄을 부르고
너무 푸른 권위의 하늘을 잡아다 앉히고
울타리에 붙어 웅크리고 사는
새떼들을 하늘의 큰 숨결 속으로
훨훨 풀어 날려야 한다.
9월
-박 곤 걸
수수밭에서 바람의 키가 자라고
푸른 하늘을 지고 가는 가을의 어깨가 가볍다
풀 냄새나는 여름의 여인들은
금방 바다에서 돌아와서
빨간 단풍나무를 저만큼 불태워 놓고
젖은 팬티를 벗어 말린다
생활의 안팎에 황홀하게 얼룩져 있는
추어기의 낙서를 지우개로 지우고 나면
세월의 강물은
파란 음성으로 발굽소리를 높이며 흘러간다
속 살결에 흐르는 전류에 감전하여
노을 녘에 오시는 이, 가슴 두근거리며 맞는다.
하늘 말귀에
-박 곤 걸
푸른 하늘을 우러르고 서서
빈 손 털고
천근 만근 어깨 짐을 벗는다 한들
마음 자락을 얼룩지어 놓은
이 허물을 다시 어쩌랴
무거운 욕망의 부피를 동여매어 놓은
질긴 집착의 밧줄에
꼬리표를 매달았던
이름 하나를 떼어낸다
하늘이 일러주는 말귀에 눈을 열고
느지막에 쓰는 시가 신앙이듯 깊어
너를 벗어나는 삼매경(三昧境)이라 한들
나를 비워내는 무아경(無我境)이라 한들
마음이 거울이라, 다시 닦으려니
검은 얼룩이 번지는
이 세상 젖은 바람이야 씻어낼수록 자국이 남는
이 번민을 또 어쩌랴
다시 하늘을 우러러 마음 하난 씻으려니
문명의 편리에 아주 익숙해져서
사상은 매연에 너무 찌들었고
제 스스로 고운 때깔이 나지 않는
헛된 허울 뿐을 이제 어쩌랴.
별
-박 곤 걸
보현산 천문대에 가서
딸기처럼 빨간 별 한 봉지 싸서 돌아와
아내 하나 나 하나 꿀맛으로 나누어 먹었다
별이 싹트지 않는 불임의 도시는 캄캄한 얼굴을 하고
우리 내외는 조그맣게 웃고
밤새 꿈을 하나 낳고
별밭이 어디 있는지 그 마을 딸기밭을 찾아갔다
아무도 없는 세월 저 켠에 시퍼런 솔잎 사이로
빛깔도 맛깔도 딸기같이 잘 익은 별밭을 찾아가
매운 눈물 너머 목숨 데불고 살아온
누군가의 꿈도 사랑도 그토록 반짝이고 있는 것을
비로소 눈을 뜨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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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회 『詩하늘』 詩 낭송회에 귀하를 초대합니다.
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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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4.09 15:0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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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두달을 못 갔군요 내일은 시간 내 볼 생각으로 있습니다 워낙 신출귀몰한 머구리...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박곤걸 선생님의 낭송회인데다가 보고싶은 분들도 많이들 모이시겠네요. 가지못해서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