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다녀온 지 거의 한 달..)
제천에서의 시간을 생각하면 시도 때도 없이 시야가 흐려집니다.
그랬지요. 저의 경우 ``철들지 않은 사람들``의 모임,<철부지 축제>
라는 타이틀이 맘에 들어 그것을 위해 임시 구성된 라인댄스
시범단에 흔쾌히 합류를 희망 했습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그곳을
가게 되었고, 참 희한한 곳엘 다녀온 여운이 이리도 긴 것은..?
그렇습니다. 2박3일 간의 ``철부지 축제``에서의 감동만 생각하면
저는 지금도 심장부터 젖어 듭니다. 대체 그런 모임은 누가 결성을
하게 되었고, 기획은 또 누가 하게 되었는지.
그것이 벌써 6회째라니.
빈틈없이 꽉 짜여진 프로그램에 의해서 굴러가는 축제.
어느 한 프로도 소홀함이 없는 알찬 기획들로 처음 참여한
사람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거의 40년 만에 타본 `경운기 체험`이며 `도미노 게임`
`연 만들기`,`하모니카 배우기`, `판소리 배우기`, `호떡 굽기`,
라인댄스 시범공연 연습으로 제대로 참여는 못했지만 문홍주
상임 위원장님과 김용남 선생님이 이끈 Sing along 시간,
거기에 신바람 나는 `만남과 인사 `레크레이션까지..
``경운기 타고 동네 한바퀴``와 ``연 만들어 날리기``
시간은 우리 모두를 유년의 추억 속으로 성큼 데려다 놓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호떡 굽기`` 참여도 호떡 킬러인 저로선
무지 흥미로운 체험이었죠. 전문가가 반죽을 했는지, 어쩜 발효
상태도 그리 기가 막히던지.
김용남 선생님의 구성진 아코디언 연주, 2년차 경력이란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연주 솜씨가 훌륭해서 문득문득 콧등이
시큰했습니다. 스물다섯 살짜리 앳된 처녀, 박소영 선생님의
판소리 강의는 그녀의 나이가 의심스러울 만큼 노련한 진행
솜씨와 구성진 가락에 흠뻑 빠진 매력의 시간이었고, 김 광
선생님이 이끈 `도미노 게임`도 흔히 접할 수 없는 이채로운
경험의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만남과 인사``레크레이션 때 나의 두 번째 업어주기
파트너였던 정승재 선생님의 우리의 동공을 크게 확장 시켜놓던
환상적인 마술쇼도 기가 막혔죠. 마술 공연이 시작되기 전 진행자
유양희 선생님의 도움 말씀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언제 어디서건 마술 관람을 할 땐 너무 의심하지 말고 순수한
마음으로 봐달라는 뜻으로 하셨던 말씀,
“마술은 관객을 즐겁게 하기 위한 가벼운 눈속임이다”가 그것입니다.
김현주 선생님이 이끈 ``만남과 인사``레크레이션 시간은
참가자 전원을 단숨에 하나로 묶어 놓는 열기 후끈한 친교의
시간이었죠. 경력 20년차의 베테랑 강사는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생각, 모두들 공감하시죠?
게다가 ``나눔 잔치``때는 그 고운 미모에 궂은 일 마다않고
뛰어 들어 삼겹살이며 옥수수, 음료 등등 먹을 것을 열심히
강당 안으로 조달하는 서빙까지.. 처음 갔다고 손님처럼 가만히
앉아서 뜨끔뜨끔 받아먹기만 하던 저는 참 미안했지요.
-그날 맛있는 삼겹살을 드시지도 못하고 뜨거운 불 앞에서
굽느라 애만 쓰신 여러 회원님들, 넘 고생하셨습니다-
무엇보다 60년 경력의 하모니카 최고봉 이혜봉 선생님의
한 시간짜리 특강은 단연 이번 축제의 가장 실질적인 소득이
아니었나 하는 나름의 생각.. 일거수일투족이 천진함으로 똘똘
뭉친 영락없는 철부지인 이혜봉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철부지의 지존``이라고 감히 칭하고 싶습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하모니카 교본만도 40권이나 된다고 하셨나요.
책을 통해서나 만나던 그저 먼 곳에 계신 분으로만 생각했던
분을 교본 밖에서 직접 만나다니. 신기하고도 반가웠습니다.
어느 누가 보나 선뜻 훈남이라고 동의할 수밖에 없는 외모의
소유자 이택규 부위원장님. 부위원장님 역시 이번 행사의 중추
신경으로서 구슬 땀 흘리며 말없이 자기 몫을 십분 감당하시던데..
그 모습 보자니 님의 아름다운 수고가 물컹 만져져 가슴 뭉클
했다는 거.. 게다가 흐트러짐 없이 지극히 반듯하고도 묵직한
성품에 어쩜 그런 감성과 세심함까지 겸비하고 계신건지.
그곳을 떠나오기 전날 밤이었죠. 님의 안내로 별방을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몇몇 야행성 철부지들과 함께 상하 비율이 3 :1 정도
되어 보이는 원통형 목기에 담겨서 바라본 하늘은..?
정말이지, 제가 너무 튼튼걸 이어서 기절을 못했습니다.
천체 망원경을 통해 보는 듯, 간디학교의 기숙사 정수리 위로
쏟아져 내리던 별똥별과 은하수 무리. 그것은 내 유년시절
여름밤이면 마당 끝에 모깃불(생풀을 베어다 불을 지피는..)
피워놓고 가족들과 옹기종기 멍석에 누워서 올려다보던 그때
그 하늘이 아니던지요.
님의 배려로 잊을 수 없는 밤을 선물 받은 그날,
저는 죄 없는 제 눈물샘만 무한 고문하고 말았습니다. - . -^^
철부지 축제의 진정한 분위기 맨이요 감초, 김종규 사무팀장님.
님의 동분서주 전방위 포지션의 서포트 또한 이 4.5차원에게
간과할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 왔음을 아시는지?
더불어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맡은 바 임무에 시종 미소 띤
얼굴로 임하던 정명희 총무님, 사람과 닉네임이 그토록 딱 맞는
경우를 보는 것도 그리 흔한 일은 아니지요. 총무 일 뿐만이
아니라 각종 허드렛일 도맡아 해내시느라 너무 고생 많으셨고,
저는 그런 님을 ``친절한 명희씨`` 로 기억하고 있다는 거..
클래식 기타 연주 솜씨가 일품인 허석영 선생님,
``모닥불 한마당``은 물론 각종 궂은 일 다 소화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지요. 게다가 밤마다 라이브에 굶주린 통기타
마니아들을 위해 유양희 선생님과 함께 하신 음악 봉사,
넘 고마웠습니다. 더 말할 나위 없이 1층의 큰방은 물론 2층의
별방에서 그토록 낭만적이고도 운치 있는 분위기가 연출 되었던
것도 두 분이 호흡을 맞춘 감미로운 기타 선율이 배경음으로
깔렸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는 거, 아시지요?
그에 관한 건 그 환상의 시간을 잠시 공유 했던 부위원장
님이나 성품이 더 없이 과묵한 간디 학교의 선생님(성함을
몰라 죄송..)도 동의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그 외에도 31일(금) 먼저 도착한 손님들을 위한 간식
부침개를 부쳐내느라 고생하신 김삼복 선생님을 비롯,
예쁜 애완견을 데리고 오셔서 묵묵히 수고 하시던
분(성함이? 죄송..)과 멋진 세 명의 청년 봉사자 그리고
이름을 알지 못해 일일이 다 거명 할 수 없는 많은 회원님들,
원만한 행사 진행을 위해 알게 모르게 애쓰신 그 모든
아름다운 노고의 주인공들께 심심한 위로와 진정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2009 철부지 축제``에서 함께한 2박3일이
한 영혼에게 있어 더할 수 없는 감동과 환희로 점철된
시간이었음을..
진정성이 느껴지는 집행부의 가슴 찡한 노고와 아름다운
열정에도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모두모두 고마웠고.. 사랑, ㅅ ㅏ랑합니다~~!!
.
.
.
ps
참 여기에서 글을 맺는다면 대 서운해 하실 분 한 분 있으시지요.
그래요. 바로 ``철부지들의 향연`` 진행 및 음향 담당을 맡은
유양희 선생님..
아시는지요? 이번 철부지 축제에서 제가 그토록 그렁렁한 감동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당연히 선생님의 달인에 가까운 통기타 연주
솜씨와 각종 프로그램의 BGM 선곡도 단단히 한몫을 했다는 거.
7월의 마지막 날과 8월의 첫날 밤 뒤풀이 때 들려 주셨던 팝과
가요를 두루 넘나드는 라이브 음악이며, 축제의 꽃인 캠프파이어 시간
소망의 등을 띄울 때 깔아 주셨던 그 전율하지 않을 수 없는 음악,
저 정말 너무 튼튼 심장 이어서 지금 이 글도 쓰고 있음을...
축제 첫 날 행사에선 온종일 기타를 너무 많이 쳐서 밤엔 오른손
손가락 끝이 모두 발갛게 되어 무척 아파하셨더랬는데..
그럼에도 모른 척 두 눈 질끈 감고 라이브 음악을 열심히 주문한
저는 참 염치도 없는 사람입니다.
죄송하옵고, 농도 짙은 감사가 절로입니다. ~꾸벅!~
***
*후기 속의 후기*
(철부지)축제에 처음 참여한 사람으로서 그곳에 오신 모든 분들에
대해서가 그렇듯, 문홍주 상임위원장님에 대해서도 사전 지식이
전혀 없던 저,‘ 대체 저분의 전공은 뭐 이시길래 기타면 기타,
노래면 노래, 거기에 연 만드는 방법 전수까지.. 포지션이 너무도
다양한 상임위원장님에게서 전 그만 상대적인 왜소함을 느끼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특유의 인자한 표정이 무척 인상적이었던 상임위원장님,
``철부지 축제``의 대들보요 구심점으로서 수고가 넘넘 크시던데..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마음이 한없이 그득해지는
사람을 보는 건 이번 축제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인자하고도 중후한 풍모에서 발산되는 아우라가 처음 대하는
사람으로부터도 그지없는 편안함으로 다가왔다는 거.
하여 그곳을 떠나와서도 며칠은 그 잔영이 눈앞에 선했다는 거,
상임위원장님은 아실는지..ㅋ
참고로 저는 각 프로그램을 참여하는 내내 참 희한한 세상도
다 있다는 생각에 시종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머릿속엔 집에
두고 온 식구들 생각에 이런 독백의 말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나만 행복해서 미안해~, 나만 행복해서 미안해~~...'
8월1일 밤입니다. 축제의 백미인 캠프파이어 시간 소망의 등을
띄울 때의 일이죠. 세상에서 처음 들어보는 장엄한 한 곡의 음악을
BGM으로 하여 가뭇하게 올라가는 세 개의 풍등이 창공 속으로
높이 날아올라 구름 속으로 빨려들 때, 옆에 있던 우리 일행 중
한 분이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귀에 쟁쟁합니다.
“하늘에 가서 별이 되거라~”
그렇습니다. 제천의 간디학교 위 하늘엔 그날 이후 새로운 별
삼형제가 머리를 맞댄 채 또렷이 박혀 있을 겁니다.
녹색 • 상생 • 평화라는 이름의 우리 철부지들의 별이.
제 마음은 벌써 2010년 철부지 축제에 가 있습니다~~
첫댓글 감동! 감동! ...축제가 한달이 지났음에고 그때의 감정을 이렇게 황홀하고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는가 말입니다. 초록아이님은 닉네임도 아름답지만 마음이 참 순수하고 아름다우시군요. 마음이 아름답지않고서는 이렇게 감동을 줄 수가 없기 때문이죠. 참으로 탁월한 능력을 가지셨어요. 이 글을 읽고나서 다음 축제를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들었습니다. 허락하신다면 선생님이 우리 철부지 축제 홍보 기자가 되어주시면 좋겠어요... 우리스스로는 이런 홍보를 하기가 쑥스러워 할 수가 없었어요...
후기를 읽어 가면서 '내가 지금 후기를 읽고 있는 것이 아니라 축제를 보고 아니 축제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습니다. 너무도 생생한 감동을 전해주시고 프로그램 하나하나를 제대로 참여해 주신 점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별이 된 풍등들은 다음 축제까지 하늘에서 반짝반짝 빛날 겁니다.
처음 참여하신분으로 믿기지 않으리 만치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그건 그만큼 모든 기억이 가슴속 깊이 알알이 박혀 있다는 말씀인데..... 님께선 이미 철부지에 중독이 되셨습니다. !!! 헤어나오기 힘드실텐디....ㅎㅎ
매순간 기뻐하며, 감격의 눈물 또한 감추지 않는 초록아이님을 보며 철부지축제의 보람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힘들어도 힘들지 않음은 초록아이님처럼 기꺼이 즐겨주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임을 압니다. 모든 프로그램에 즐겁게 참여하셨음이 생생이 느껴지는 후기입니다. 행복한 철부지축제셨다는 말씀이 참 고맙습니다. 님이 함께하셔서 우리도 참 행복했습니다..^^
이히힛~ 좋다.
마음속에 담아 둔 못 다한 말을 그대가 대신 해 주어 고마워~~~ 역쉬 그대는 감성의 천재~~~!!! 옆에서 감동으로 쿨쩍 대는것 보고 느끼고 나도 눈시울 적시며..........아주 늦은 밤~~ 은하수 무리에 별똥별까지 아름다운 기타 선율에 음악에 묻혀 황홀했던 시간을 영원히 기억 할수 있도록 생생하게 기록 해 주어서 넘 예쁜 초록아이~~ 사랑해~~
섬세하고도 예리한 관찰력과 식견 놀랍습니다. 건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