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남부의 최대 도시 티르(Tyre)에서 동쪽으로 3㎞ 떨어진 타이르 디바. 오렌지 밭 사이로 동명부대 주둔지가 나타났다. 언덕 위에, 흰색의 유엔색깔 담장 안으로 자리잡은 부대는 중세 유럽의 요새와 같이 견고하게 보인다.
“주민 마음을 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전 지역 내 5개 부락의 숙원 사업을 지원하고, 의료 활동에도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9일 본대 280명을 이끌고 레바논에 도착했던 김웅건 동명부대장(대령)은 부대원의 안전을 위해서도 주민 협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레바논 남부지역에서 평화유지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동명부대 입구 모습. 동명부대는 티르에서 동쪽으로 3㎞ 떨어진 타이르 디바의 낮은 언덕에 요새처럼 자리잡고 있다. /부르즈 쉬말리(레바논)=최준석 특파원
남부 레바논에는 이탈리아, 스페인, 인도 등 30개국이 유엔평화유지군(UNIFIL) 1만3286명을 파견하고 있다. 이 지역을 지난해 침공했던 이스라엘의 철군을 확인하고, 레바논 중앙정부의 통치력이 이 지역에 미치도록 하는 게 주 임무다. 동명부대 주둔지는 남부 레바논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서부 지역이며, 이스라엘과의 국경선을 끼고 있지도 않다. 이진현 부단장(중령)은 지난 6월 테러 공격을 받아 UNIFIL소속 스페인 군 6명이 숨진 곳은 동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테러 조직은 UNIFIL에 협조적인 입장을 지키는 헤즈볼라는 아니며, 국제테러조직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남부 레바논은 유엔평화유지군의 무덤이라고 할 만하다. 국경지대 키얌 등 곳곳에 지난 1978년 UNIFIL이 창설돼 29년간의 임무 수행 중 이스라엘 등의 공격으로 희생된 유엔평화유지군의 추모비가 서있다.
▲ 11일 레바논 남부지역에서 동명부대원들이 부대와 가까운 부르즈 라할 마을을 찾아 주민들을 위해 공연을 하고 있다. /부르즈 라할(레바논)=최준석 특파원
동명부대가 지난 11일 민사작전을 벌인 부르즈 라할 지역. 오전 일찍인데도 마을 사람 수백 명이 광장에 모여, 동명부대의 방문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아이들은 종이로 만든 소형 레바논국기와 태극기를 들고 나와 흔들었다. 한국 소개 비디오 상영, 장병들의 농악 공연, 태권도 시범, 주민 숙원 사업인 오수(汚水)관로 공사 기공식이 열렸다. 하산 함무드 시장은 “최대 숙원 사업을 한국군이 해결해줬다”며 기뻐했다. 민사작전을 책임지는 김용 중령은 “처음에는 차갑던 주민들에게서 이제는 온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남부 레바논에는 이스라엘이 철군한 뒤 각국이 서로 파병을 희망, 우리 군은 주둔지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박찬진 주 레바논 대사는 “국군 파병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과거 주요 관심사였던 점을 강조한 끝에 UNIFIL 현지 지휘관의 협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