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겨울 전에 어서 오라
디모데후서 4:9~22
오늘 본문 말씀은 사도 바울이 로마 감옥에 2차로 갇혀 있으면서 순교를 코앞에 둔 상태에서 그의 믿음의 아들이자 동역자인 디모데에게 쓴 편지인 디모데후서 중 그 마지막 부분입니다. 여기는 매우 사적인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 저녁 예배에는 사도의 그 마지막 사적인 부탁 속에 담긴 영적인 교훈들을 묵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로, 사도는 디모데에게 “어서 내게로 오라”고 부탁하고 있습니다.
9절에 보면,
“너는 어서 속히 내게로 오라”
고 부탁합니다. 그리고 편지 마지막인 21절에 다시 한번 이렇게 또 부탁합니다.
“너는 겨울 전에 어서 오라”
무엇인가 쫓기는 듯한 촉박한 마음 때문에 사도 바울은 디모데를 어서 로마로 와서 내 얼굴을 오라고 부탁합니다. 순교의 그 날이 가까움을 직감한 듯한 바울의 영혼은 보고싶은 디모데를 간절히 찾고 있습니다. 육신의 몸을 입고 있는 상태에서 한번만이라도 더 얼굴을 가까이 보고 싶어하는 사도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강철같은 의지를 가진 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한없이 마음이 여리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역시 이렇듯 세상을 떠나기 전에 가슴 깊이 사랑한 아들 같은 디모데를 한번만이라도 더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더욱이 그 때에 그 곁에는 동역자들이 다 멀리 떠나 있었기도 합니다. 데마는 아예 사역을 포기하고 데살로니가 그의 고향으로 더났고 그레스게는 갈라디아로 출발했고 디도는 달마디아로 갔고 오직 의사인 누가만 감옥에 있는 바울 곁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점점 로마의 대화재 사건 이후에 기독교에 대하여 대대적인 적개심을 드러낸 네로 황제의 재판을 앞두고 로마는 점점 기독교 지도자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몹시 고립되고 그 곁의 사역자들도 그의 곁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었고 그의 재판은 가장 최악의 선고를 앞두고 있었기에 그의 마음은 인간적으로 외로울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늘의 사람, 성령의 사람, 환상 중에 셋째 하늘 천국을 보고 왔던 사도 바울조차 이렇게 마음이 시리고 춥고 사람이 그리웠던 것입니다. 지금도 핍박받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힘든 일을 겪는 형제들이 지금 저 휴전선 너머에 북한의 수용소와 관리소 등지에서 한발도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그렇게 살다 죽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합니다. 수용소에 갇혀 있는 기독교인만 7만 명 정도라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고립된 상태에서 자기들의 존재를 하나님께서 안 알아주시고 나라 밖의 믿음의 형제들이 전혀 모르고 있을까 하는 외로움이 가장 큰 고통일 것입니다. 그러한 핍박받는 형제들이 세계 도처에 많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들의 외로운 마음을 알아주고 그들의 갇힌 자들의 두려움과 낙심함을 이해해주고 기억하며 늘 기도로써 하나님께 그들을 속히 구해주시기를 기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너는 속히 내게로 오라, 너는 겨울 전에 어서 오라고 거듭 부탁하였던 바울처럼 지금도 외로운 또 다른 믿음의 형제들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는 사람들이 됩시다.
둘째로, 디모데에게 올 때에 “겉옷을 가져오라”고 부탁하고 있습니다.
13절에 드로아 성의 가보라는 성도의 집에 둔 그의 겉옷을 가져오라고 부탁하고 있습니다. 에베소에서 로마로 가기 위하여 항구로 갈 때 가장 가까운 곳이 드로아입니다. 사도 바울은 1차 투옥 후 석방되어 교회들을 순례할 때에 에베소에 갔다가 디모데를 거기에 머물게 하고 마게도냐로 건널 때에 바로 드로아 항구에서 배를 타고 건넜던 것을 디모데전서 1장 3절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그 때 드로아의 가보라는 성도의 집에서 머물면서 그 때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겉옷을 벗어두고 갔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후에 사도 바울은 다시 체포되어 로마로 끌려갔고 이제 재판을 받고 순교하기 직전은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늦가을이 된 것입니다. 감옥은 춥고 습하고 바울은 입을 옷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디모데가 에베소에서 로마로 오려면 드로아 항구에 들를 터이니 그 때 가보의 집에 들러서 바울의 겉옷을 찾아 가지고 오라고 사도 바울이 부탁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그 겉옷은 엘리야 선지의 털옷이나 세례 요한의 낙타 털옷과 같은 옷입니다. 그 겉옷 하나 걸치고 선지자들은 사계절을 동굴에서 기도하며 지내며 이슬을 피하여 기도하며 지내곤 했던 것입니다. 사도 바울 역시 겉옷 하나 걸치고 그렇게 험한 전도자의 삶을 살곤 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그는 그 겉옷의 따스함이 그리웠습니다. 그래서 겉옷을 찾아 가지고 오라고 부탁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사도가 디모데에게 어서 자기에게 오라고 부탁한 것은 사도 바울의 마음이 추운 까닭이요 또 다시 올 때 겉옷을 찾아 가져오라고 부탁하는 것은 그의 몸이 한기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마음뿐 아니라 몸도 가진 존재이기에 이런 부탁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난을 겪는 사람들의 육신의 형편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동정심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히브리서 13:3 말씀에
“너희도 함께 갇힌 것같이 갇힌 자를 생각하고 너희도 몸을 가졌은즉 학대받는 자를 생각하라”
고 하였습니다. 히브리서 10:34 말씀에서도
“너희가 갇힌 자를 동정하고”
라고 하였습니다. 베드로전서 3:8 이하에서도
“마지막으로 말하노니 너희가 다 마음을 같이하여 동정하며 형제를 사랑하며 불쌍히 여기며 겸손하며 악을 악으로, 욕을 욕으로 갚지 말고 도리어 복을 빌라”(베드로전서 3:8,9)
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저 북한과 세계 도처에서 신앙 때문에 차별받고 신체적, 재산적 박해를 받고 온갖 고문을 당하고 생명의 위협을 당하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또한 겨울이 다가오며 따뜻한 한 벌 겉옷이 필요한 이들이 적지 않습다. 지금도 전쟁 중에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난민들, 외국인 노동자들, 무의탁 노인들, 병자들, 그들을 우리가 기억하면서 동정하는 자가 됩시다. 작지만 따스함을 나누는 자가 됩시다. 그리할 때에 우리는 사도 바울의 마지막 편지에 나온 그 부탁들을 외면하지 않고 응답하는 삶을 살아가는 자가 될 것입니다.
셋째로, 가죽 종이에 쓴 책을 가져오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사도 바울은 디모데에게 13절 후반절에
“또 책은 특별히 가죽 종이에 쓴 것을 가져오라”
고 하였습니다. 이 책은 성경을 말합니다. 가죽 종이니까 양가죽이나 소가죽으로 만든 책입니다. 사도 바울은 그렇게 가죽 종이에다가 쓴 70인역 헬라어 구약 성경이나 히브리어 성경을 가져다 달라고 한 것이 거의 틀림없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사도 바울의 마음 속에 인간적인 외로움과 일말의 불안과 두려움도 있었을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 순간에 곁에 친구인 누가가 있어서 힘이 되어주지만 무엇보다 그가 늘 연구하며 읽고 묵상하며 영혼의 힘을 얻던 하나님의 말씀보다 더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황망한 중에 체포되었기 때문에 성경을 갖고 가지 못한 감옥에서 이제 순교를 직감하면서 하나님의 기록된 말씀을 읽고 묵상하면서 영혼의 평안과 힘을 얻고자 했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영혼의 양식이며 위로며 소망의 빛이 되어주기에 그는 디모데가 오면서 가져온 그 성경 책을 가지고 인생의 겨울의 양식으로 삼고자 했던 것입니다.
마르틴 루터가 독일어로 성경을 번역한 것처럼, 성경을 영어로 번역하기를 힘썼다가 영국 국왕에게 체포되어 감옥에 갇혔다가 순교한 윌리암 틴데일도 감옥에서 다가오는 겨울을 생각하면서 “외투, 털 속옷, 털모자, 그리고 그의 히브리어 성경과 문법과 단어집을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인생의 겨울, 곧 우리 영혼이 이 세상을 떠나 주님 곁에 가게 되는 그 날을 맞이하면서 준비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곁에 두고 묵상하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주님을 앙망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실낙원, 복락원의 저자 밀턴 역시 눈이 보이지 않게 된 노년에 임종을 앞두고 자기 시종에게 부탁하기를
“그 책을 가져와서 읽어달라”
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인생의 겨울을 맞이하게 될 때에 딱 한 가지만 필요하다고 할 때에 사도 바울이 가죽 종이에 쓴 것을 가져오라고 한 것처럼 성경 한 권이면 족할 줄 믿습니다. 이 책 한 권이면 우리 영혼의 겨울을 훈훈하게 나기에 족합니다.
또한 이 추운 겨울 같은 시대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고립화되고 점점 원자화되고 점점 자기만의 감옥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의 깊은 내면에는 차가운 한기만이 가득하고 그 영혼이 가난하고 두렵고 외로운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을 살리는 것은 바로 영원한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이 생명의 말씀을 전하는 일에 우리가 힘을 내고 부지런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첫 눈이 내렸습니다. 오후 내내 하얀 눈이 내리며 쌓이고 있습니다. 머뭇 거리던 겨울이 성큼 우리 곁에 왔습니다. 이렇듯 우리 일생에도 어느 날 성큼 겨울이 찾아올 것입니다. 그 때 겨울 직전 바울이 편지를 써서 믿음의 아들 디모데에게 했던 세 가지 부탁에 담긴 영적 교훈을 생각해볼 일입니다. 이 시대에 마음이 외로운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고 찾아가주고 위로해주고 찾아갈 수 없을진대 기억하며 기도해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집시다. 또한 추운 겨울에 몸이 괴로운 이들이 있습니다. 겉옷이 필요한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위하여 자그마한 것들이라도 나눌 수 있는 자들이 됩시다. 또한 영혼의 생기를 주고 영혼의 소망이 되는 양식은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이 책을 더욱 가까이 하고 늘 사랑하여 읽고 묵상하는 자가 됩시다. 또한 이 말씀이 필요한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이 소망의 양식을 전해 주는 가장 귀중한 말씀의 전달자들이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