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창한 오후, 초인종을 눌러도 인기척이 없다. 현관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더이상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단란한 가족이 서둘러 걸어오고 있다. 유치원 소풍을 다녀오는 딸 서윤이를 마중나갔다 오는 길이라는, 농구선수 우지원 가족이다. “농구 시즌이 되면 훈련이다 시합이다 해서 가족들 얼굴 보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가족들과 함께 있으려고 노력합니다.” 지난 5월, 농구 챔피언을 결정하는 최종 결승전. 울산 모비스의 승리를 알리는 축포가 터지자 그는 이내 아내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 모습은 2006~2007 시즌 명장면으로 꼽혔을 정도. ‘코트의 황태자’로 각광받던 대학시절과는 달리 프로선수로서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을 때, 그는 가족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프로농구 데뷔 10년 만의 첫 우승의 영광에는 가족이 있었다.
부모의 운동 감각과 음악적 재능을 닮은 서윤이 “다섯 살인 서윤이가 농구에 재능이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또래보다 키가 크고 악착같은 면은 있어요. 남자아이들과 뛰어 노는 걸 보면 육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할 때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더라구요.” 아빠로부터 이런 운동 감각을 물려받았다면 엄마로부터 받은 음악적인 재능이 내재되어 있을 듯하다. 우지원 씨의 아내 이교영 씨는 서윤이만 할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줄곧 음악과 함께하며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 음악도이기 때문. “피아노를 가르치거나 본격적인 음악 교육은 물론 특별한 사교육도 하지 않고 있어요. 그저 아빠와 공놀이를 하고,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마련하지요.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며 일상을 즐기도록 하는 것도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오감 자극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주변의 모든 사물을 보고 듣고 만지고 경험하며 자연스럽게 자라게 하는 게 최선의 교육 방법이라는 것이 이들 부부의 생각이다. 그래도 유전적인 영향이 있는지 늘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 흥얼거리는가 하면, 스케치북에 그림 대신 아빠처럼 사인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아이는 부모에게 늘 즐거움과 신기함을 선사한다.
부모도 아이와 함께 한 뼘씩 자란다 우지원은 요즘 모델로도 이름을 더하고 있다. 입소문을 타고 승승장구 하고 있는 아내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듬직한 모델로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대신하고 있는 것. 그는 이러한 외조로 아내의 새로운 도전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교육대학원에 진학, 배움의 길에 접어들기도 했다. 운동선수로, 워킹맘으로 바쁜 일상이지만 후배들에게, 또 서윤이에게 늘 노력하고 공부하는 아빠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이다. 서윤이가 꼬마에서 숙녀로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 부부도 아이의 키만큼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여유 있고, 최고의 행복을 느끼고 있는 요즘, 오랜만에 해외 나들이 계획이 잡혀 있다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는 건강한 모습의 세 사람. 모처럼의 가족 나들이에서 서윤이는, 또 엄마 아빠는 어떤 새로운 자극을 선물로 가지고 돌아올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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