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해결
임병식 rbs1144@daum,net
연말이 되면 걱정 되는 것이 우선 두 가지이다. 하나는 다음해에 내걸 달력을 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김장걱정이다. 살아가면서 가장 시급한 문제로 인식한 때문인지 모른다. 하지만 걱정은 늘 하지만 문제해결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달력은 대형 약국 말고도 금융기관에 가면 어디서나 구할 수 있다. 거기다 내가 사는 곳은 농협을 비롯한 신협과 새마을금고가 여러 곳 있어서 달력을 구하는데 그 닥 어려움은 없다. 그런데도 연말이 다가오면 하릴없는 늙은이의 노파심처럼 공연히 조바심이 인다.
그렇지만 김장문제는 여간 난제가 아니다. 내가 몸으로 어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구입하는 데도 마뜩찮기 때문이다. 하기는 반찬가게가 있으니 돈만 주면 해결되는 문제지만 미리서 밀려오는 걱정은 어쩔 수가 없다.
예전 연탄을 때던 일이 대세일 때는 월동준비로 연탄확보가 가장 첫 번째였다. 연탄만 창고에 가득히 확보하면 정승판서가 부럽지 않았다. 그런데 그 문제가 기름보일러에서 가스보일러로 대체된 오늘날은 뒷전으로 물리고, 겨우내 먹을 김장이 현안문제이다.
그런데 이 근심걱정이 요 며칠 사이에 모두 해결이 되었다. 먼저 달력은 11월이 마감되기 무섭게 거래하는 은행과 새마을금고를 들렸더니 창구 직원이 알아보고서 용건을 묻지도 않고 새 달력을 내주었다.
아마도 며칠 전에 들려 언제쯤 배부하느냐고 묻었던 것을 기억한 것 같았다. 그래서 그것은 문제없이 순탄하게 해결이 되고 김장문제가 남았는데, 이 근심도 술술 풀리게 된 것이다. 해마다 김장을 담가 보내주는 동생이 이번에는 좀 일찍 보내왔다. 보성에서 여수까지 그 먼 길을 매제가 직접 차를 몰고 와 내려주고 갔다. 다섯 포기를 용기에 나눠 담으니 두통이 가득했다.
그리고 나서다. 어제는 뜻밖에도 고향에 사는 죽마고우가 또 그만큼의 김치를 보내왔다. 나는 전날 전화를 받았다.
“어이 동생, 얼마나 고생이 많은가. 집사람이 자네한테 김장배추를 보내라고 해서 조금 보내니 잘 드시게.”
그 말에 나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고향친구가 이토록 나를 생각해 주다니. 선뜻 대답을 못했다.
“아이쿠, 형님네나 자시지. 멀 내게까지...”
고맙다는 말은 그 즉시는 못하고 택배가 도착했다는 말을 전할 때 쑥스러운 마음을 더듬거리며 전했다. 이런 김치를 받아 놓으니 냉장고가 가득하고,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아내가 아픈 후, 남의 신세를 진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지만, 그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만하면 잘 살고 있는 인생이 아닐까. 남들이 보기에는 한없이 따분하고 가엾게 보일지 모르지만 마음은 한없이 부자가 된 기분이다.
돌아오는 겨울은 유난히 추을 것이라는데, 고마운 손길을 생각하며 보낸다면 참 따뜻한 겨울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음써준 정성을, 그 손길을-.(2021)
첫댓글 두 가지 걱정이 말끔히 해소되었군요
멀리 고향 친구 분도 김장을 보내주셨다니 제가 다 흐뭇합니다 저희 집은 겨우 동치미를 담가놓았네요 배추 스무 포기가 밭에서 떨고 있어요 한국수필 12월호에서 선생님 작품을 감상했습니다
금년 월동준비는 마친것 같습니다. 생각치도 않는 김치가 들어와 부자가 된 기분입니다.
서둘러 써 보냈더니 오자가 두군데다 나와버렸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