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도 그리던 배움의 길을 찾아
이 교정에 들어선 지 3년, 이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모두 마치고 정든 교문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존경하옵는 스승님!
지난날 어려운 가정사정으로 인하여 진학하지
못한 아픔을 오늘 이러한 기쁨으로 빛나는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도아주신 그 은공을 무엇
으로 보답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남들이 다 쉬는 일요일에 오직 몽매한 저희들을
위하여 피로도 잊으신채 열과 성을 다해
깨우쳐 주신 그 고마운 마음 정말 감사 합니다.
앞으로 저희들은 어떠한 고난이 닥칠지라도 참고
견디며 성실한 사회의 역군으로 살아감으로써
스승님의 큰 은혜에 보답코자 맹세 합니다.
부모님, 그리고 가족여러분!
만학도의 고뇌를 함께 하면서,애태우며 희생
해 주신 그 노고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충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후배여러분!
목마른 사람은 마실 것을 찾고 배고픈 사람은
먹을 것을 찾는 것입니다. 그래서 배움의 샘터를
찾아 나이도 잊은채 모여든 우리들은 벗이요,
동반자 였고 깊은 정으로 사귀었는데, 오늘
이렇게 헤어져야만 하다니 아쉬운 마음 뿐입니다.
부디, 더욱 정진 하셔서 먼저 졸업하신 훌륭한
선배님들의 뒤를 잇고 전통에 빛나는 모교를
한층 더 가꾸어 주십시오. 아울러 아무리 어렵고
고달프더라도 더욱 인내하셔서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오늘의 저희들보다 더 훌륭하고 값진 영광을
맞이 하시기 바랍니다.
새삼 이 자리에서 돌이켜 생각해 보니 지난날의
갖가지 사연들이 머리를 스쳐 갑니다.
직장과 가정과 학업을 병행해야 했기에
남모르는 고통을 안은채 가슴으로 흘린 눈물을
어찌 다 헤어릴 수 있겠습니까?
야간 격무로 피로한 눈을 비비며 한마디라도 더
들으려 억지로 잠을 쫓던 우리들!
시간에 쫓겨 끼니를 제때 못먹어 위장병을
얻은 학우도 있었지요. 그래도 우린 외롭지
않았습니다.
비록 중도에 탈락한 학우도 있었지만,어려운때
서로 격려하며 따뜻이 감싸안고 3년을 헤쳐
왔습니다.
흉.허물없이 뛰고 구르던 정든 교정에는 저희들의
역경과 보람의 자취가 차곡 차곡 쌓여 있기에 진정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는 정말 떠나야 할 시간 인가 봅니다.
존경하옵는 은사님,동문 선배님,후배 여러분!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고 배워야 할 것이 태산
같은데, 이렇게 마지막 아쉬움의 정을 헤아
려 보니 떠나는 마음은 한없이 무겁고,
기쁨보다는 슬픔이 앞서옴을 주체 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또다시
만나는 것이 이치 이듯이 언젠가는 다시 만나뵈옵고
그 고마움, 그 두터운 정에 보답 할때도 있으리라
믿습니다.
다시 한번 어제의 무지를 이만큼이나마 눈뜨게
해주신 여러 스승님들께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1992년 2월 16일
경남 고등 학교 부설 방송통신 고등 학교
졸업생 대표 김 석 수
첫댓글 와아!! 대단하다. 석수에게 그런 일이 있었구나. 18년 전 석수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려웠던 그 시절 배우고 싶어도 진학의 꿈을 접어야 했고 주경야독으로 이룬 졸업식장이라 저마다 이룬 그 보람인들 오죽 컸으랴!! 송사의 내용에 구구절절 베어나온다. 우수한 성적, 모범생, 미남,최고령자로 석수가 뽑혔고 낭낭한 목소리로 읽어내려갔으니 식장은 숙연해지고 급기야 눈물바다로 파도쳤으리라 짐작이 간다. 그때 7000동심들은 저마다 제 살 길 찾는다고 축하 꽃다발 건내주는 이(아내 말고는) 아무도 없었겠다. 늦었지만 만학의 꿈을 이룬 석수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어찌 석수 네 뿐이랴! 그런 노력으로 자수성가한 7000동심 모두의 사연이 아니더냐. 그런 가슴 아픈 사연들이 이젠 아름다운 추억으로 다가온다. 용기를 내어 글을 올린 총광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선생님 격려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