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라면을 먹으러 나갔고 기상을 해서 또 라면을 먹었으니 두
끼를 라면으로 먹었네요. 제가 '삼양 라면'이 처음 나왔을 당시 문화
충격을 받았어요. 나름 신 여성이셨던 어머니 덕분에 70년대 초에
라면을 접했는데 제 나이가 7살이라서 자주 먹진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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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보다는 칼국수가 더 흔했던 70년대를 지나 80년대 꿈의 직장
당구장에 입성을 했어요. 올림픽 당구장 주인이었던 장 석환 형님이
돈 안 되는 사업장을 한영이 형에게 맡겼고 저는 한영 형에게 캐스팅이
된 것입니다. 그 형은 1년 선배였지만 당시 범 단 현역이어서 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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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제사정도의 간격으로 지냈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나의10代 일도와 한영 형에게 생활을 배웠습니다. 광주
항쟁을 겪고 全통 집권 2년 차이었으니 제 나이18살 8월이었을 것입니다.
일도가 삼청교육대에서 나와 2년 만에 재 입소(송정리)하면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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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은 각개전투로 숨고르기를 하는 상황이 됐어요. 엎치고 덮치는
격으로 어머니가 정읍 교도소에 입소되었고, 저는 진호, 명희, 막내와
4명이서 질풍노도를 힘들게 지나야했어요. 나이 20살에 온 몸에 전신
문신을 했던 한영은 새벽에 라면을 자주 끓여줬는데 작은 양은 냄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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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8개를 끓인 적도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끓는 물에 면을
넣고 뒤집고를 반복 한 후, 마지막에 계란과 스프를 넣으면 면발이 불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후 2년 만에 입대(1984)를 했고 수도방위사령부
필동 시절에 불침번을 서면서 사령부 본관에 들어선 도시락 컵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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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를 통해 문화 충격을 받았어요. 라면 먹 방을 하다 보니 어느 새
1980년 대로 타임 슬립 되었고 푸르지만 아프고 시렸던 청춘의 상흔이
되살아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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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헌트'는 1980년대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과 이를 짓누르려던 독재
정권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안기부 해외 팀 차장 '박 평호'(이 정재)와
국내 팀 '김 정도'(정 우성) 차장은 미주 한인들의 시위와 대학생들의
시위로 신경이 날카롭습니다. 저는 경호실이나 안기부 근처에서 놀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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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이 병사라서 대북 관련 첩보나 대모 진압 작전을 잘 알지 못합니다.
다만 제가 그 시대를 고스란히 살았고 그 시절 피해자이었으며 전통을
경호경비(1984-1986)을 하던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단과 3군단 비서실
근무자로, 사건 사고의 현장에서 3인칭 관찰자시점의 목격이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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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을 밝혀둡니다. 망명을 신청한 북한 고위 관리로부터 안기부 내에 숨어
있는 스파이 '동 림'의 존재를 알게 된 두 팀은 서로를 용의선상에 놓고
감시합니다. 사냥이 시작된 것이지요. 서로의 비밀을 파헤칠수록 예상치
못한 실체에 다가가는 두 사람, 이 가운데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이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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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고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과 직면하게 됩니다. 제가 스방사시절엔
몰랐는데 3군단에 오면서 전통이 움직일 때마다(1994) 'UH1H' 헬기7대가
떴어요. 아웅산 사건에서 하들짝 놀란 전통이 경호에 엄청 신경을 썻다는
뜻입니다.
지난 달 매스컴이 대서특필 한 대로 '헌트'는 제75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작이자, 월드스타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으로 일찍이
화제를 모았지요. 영화의 배경은 ‘5. 18’ 광주민주화운동, 소령 ‘이 웅평’
비행기 월남 사건, ‘아웅 산 테러’ 사건, ‘친인척 비리’ ‘장 영자 ’사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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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다룹니다. 영화를 보면서 이 정재가
언제 월드스타가 됐지? 그래 ‘모래시계’-‘관상’-‘도둑들’-‘오징어게임’까지
그의 빛나는 작품들을 보니 인정이 되었어요. 멜로가 어울릴 것 같아도
이 정재는 액션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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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이나 ‘도둑들’에서 그의 연기에 ‘좋아요’를 누르고 싶었어요.
이 정재는 확 띄진 안 지만 그렇다고 ‘도둑들‘에서처럼 그 빛나는 연기자들
가운데도 전혀 존재감이 밀리질 않아요. 러닝타임 내내 액션으로 메웠는데
퍼펙트까진 아닙니다. car chasing, 228세트장, 10,000발 총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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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한 미장센이 괜찮았는데도 원가 2%가 부족한 것이
뭘까 생각해보았는데 뮤직입니다. 유행가야말로 시대를 소환하는 마력이
있다는 것을 이 감독이 미처 몰랐을까요? ‘택시 운전사‘인트로에서처럼
’단발머리‘만 나왔어도 50점은 먹고 들어가는데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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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헌트’가 어필하려던 스토리에서 사냥의 대상이 달라지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덫을 놓고 비밀을 파헤치며 서로를 사냥하던 이 정재와
정우성은 사냥감이 같다는 것을 알고 의기투합합니다. 이 과정에서 펼쳐
지는 고도의 심리전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몰입 포인트로 작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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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임새가 돋보이는 스토리와 액션의 완급을 조절하는 연출력은 칭찬합니다.
실화를 모티브로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한 ‘헌트‘는 1980년대 폭력과 혼
돈으로 가득한 암흑기이자,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려는 열망과 권력을 유지
하려는 구시대적 욕망이 치열하게 대립하던 과도기적 시기를 대체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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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그렸다고 봅니다. 서로를 의심하고 파헤치려는 박 평호와 김 정도는
불안한 시기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특히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간첩으로 내모는 상황은 독재 유지를 위한 방법과 흡사해 의미심장합니다.
동림 을 찾는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한 이야기구조인데 초짜 감독이 잘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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냈습니다. 영화를 보고난 후의 느낌은 감독 김 윤석이나 구혜선보다 낫다고
평가합니다. 우리 에예공도 꾸준히 공부하고 준비해서 50대에 걸출한 작품을
하나 하시라. 영화를 보고나니 작가주의라거나 화려한 미장센 스타일리쉬한
느낌 이런 건 없고 무엇보다 뮤직이 아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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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후기가 하나 있어서 올립니다. “난 언제까지 잘생긴 미남들이 칼
같은 슈트 입고 신사적인 척하면서 온갖 권모술수와 폭력을 휘두르는 영화를
보면서 좋아할까… 그만 좋아하고 싶다… 아니 근데 저 사람이 먼저 정장
아래 홀스터 차고 나왔다고 이게 어떻게 안 재미있냐고 심지어 넥타이도
거칠게 풀어재낀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