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균이를 피해 1층 로비에 와서 빈 고객의자에 죽치고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술 전 환자가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 병원 불리한 내용은 강조에 강조를 하면서 수술동의서에 서명을 요구했지만, 환자 불편가능 조항들은 당연시하는 경향은 어쩔 수 없습니다.
지난 밤 12시부터 금식을 하라고 한 상태에서 지금 시각 오후 3시가 다 되어가니... 어제 저녁 7시쯤 저녁먹고 그 뒤로 먹은게 없으니 거의 20시간 가까이 물 한 모금 못 마신 태균이 인내심이 바닥이 나는 것이 당연합니다.
1시 반에 잡혀있던 수술에 대해 도저히 연락이 없어 확인해보니 무려 4~5시간이나 지연상태입니다. 더 급하다는 명목으로 아마 다른 환자수술이 중도에 끼어 들어가는 새치기가 있었을 것이지만 이런 사실에 대한 일언반구 하나없이 그저 굶고 기다려라 하는 것은 우리 모자에게 너무 가혹합니다. 오후 1시 반까지 아무 것도 먹지않고 잘 버텨준 태균이에게 미안하고 더이상 할 말도 없습니다.
태균이가 사실 더 애타게 챙기려는 건 바로 보충제입니다.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른 건 참을 수 있지만 보충제 빼먹는 것은 너무 용납이 안됩니다. 식사를 마쳐야 보충제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계속해서 보충제를 손에 꼭 쥐고는 어딜가도 가지고 다닙니다. 그러곤 식사를 하자고 자꾸 지청구를 해댑니다.
그 어떤 것도 먹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설득하기가 더이상 어려워 태균이를 피해 피신나와 있습니다. 엄마가 눈에 안보이면 어쨌든 짜증은 내도 기다려 줄 것이기에 이 방법 밖에 없습니다. 참으로 병원의 다소 야속하고 무책임해 보이는 처사인데도 어쩔 도리도 없이 그저 묵묵히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피해보려면 건강해지는 수 밖에...
걱정은 되지만 이 정도는 혼자서 버텨보는 것도 필요하다 싶어 마음을 꾹 누루고 있습니다. 때로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일들이 있기에 이럴 때는 그저 시간에 맡기고 관조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어서 빨리 지나가도록 그것만 바라고 있습니다.
분명히 7층 병실 밖 복도 창가에 나와 앉아서 한없이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텐데요... 눈에 선하네요. 얄궂은 짓은 이번에도 예외없이 하네요, 국내 최고의 병원이라는 곳이 말이죠.
첫댓글 두 분의 고생이 큽니다. 대형 병원이 불편한 점이 훨 많네요.
명의가 있는 중형 병원을 갑자기 꿈 꿔 봅니다.
더이상 어려운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