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 양수리 성당에서 ‘4대강 사업 중단과 팔당유기농지보존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를 마치고 두물머리 기도처까지 한 시간여를 걸어온 신자들은 연방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신자들은 더위 속에서도 ‘강은 흘러야 한다’라는 노래를 부르며 걸어오면서 봤던 아름다운 광경이 그대로 지켜지기를 염원했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의 고문을 맡은 전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는 미산 골프장을 막으려고 7년간 싸웠던 경험을 들어 용기를 북돋웠다. 최 주교가 “이곳에 오신 모든 분이 같이 기도한다면 4대강 사업 분명히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며 “반대의 목소리가 비록 작지만 모든 이들의 소망이 하늘에 닿을 것”이라고 말하자, 많은 신자가 “아멘”이라고 화답했다.
생명•평화미사를 마친 신도들은 주교•사제를 선두로 두물머리 기도처를 향해 순례를 시작했다. 성당 골목을 빠져나와 양수역 철로 밑을 지나는 신도들은 ‘김문수(모세) 도지사는 팔당 농민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팔당 상수원 더럽히지 마라’ 등의 현수막을 들고 걸었다.
양수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던 행인은 “4대강 사업이 잘못된 건 모두가 안다. 천주교에서 이렇게 움직이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순례하는 신자들을 바라봤다.
10분 정도를 걸으니 (구)양수대교가 나온다. 양수대교를 건너며 바라본 강의 모습에 감동했다는 기안 성당의 이수경 소화 데레사 씨는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파헤쳐진다는 게 안타깝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게 없을 것 같다. 우리가 기도하는 만큼 도와주실 것”이라고 말한다.
양수대교의 끝, 두물머리 산책로의 입구에는 이번 6.2 지방선거의 당선자들의 “성원을 잊지 않겠다”는 당선사례 현수막이 많이 걸려 있다. 이들의 보답과 4대강 사업의 중단을 염원하는 신도들의 마음이 일치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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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고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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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산책로를 들어선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양수대교를 건너지 못한 신도들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잠시 멈춰선 선두의 사제들은 강물에 비친 신자들의 행렬을 지켜보며 손을 흔들었다.
행렬의 최선두에는 2004년에 귀농을 한 최요왕(세례명 요왕) 씨가 버드나무를 꺾어 만든 십자가를 들고 걸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온 데로 계속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며 묵묵히 길을 걸었다.
두물머리 기도처에 도착하고 팔당 유기농 단지 대책위원회 유영훈 대표는 제주에서 찾아온 강우일 주교와 수원교구의 최덕기 주교에게 감사를 표하며 신자들에게 팔당 유기농 단지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여기서 우리와 상추 뜯고 비료 나르고 점심 먹으면서 친환경 유기농업이 우리 농업의 미래라며 어깨 뚜드리고 갔었다”는 말에 신도들의 허탈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유 대표는 두물머리가 상징적인 가치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많은 신부님과 미사를 드리며 하느님께서 반드시 도와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인도에서는 두 물이 만나는 곳은 어디든지 성지가 된다. 두 물이 만나는 곳 중에 한국에서 가장 큰 곳이 바로 이곳”이라고 말한다.
작년 11월에 최덕기 주교가 처음 미사를 집전할 때 버드나무를 꺾어 세운 십자가에는 현재 싹이 난다. 유 대표는 그것이 4대강 공사를 막아내고 부활의 역사가 시작될 징조라고 믿고 있다.
조해붕 신부는 기도순례를 마무리하며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두물머리에 비해 낙동강 지역은 이미 참담한 모습”이라며 7월부터 다시 낙동강을 시작으로 전국미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김용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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