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 주어진 제품대로 가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가구회사의 필요가 아닌 나의 필요대로 가구를 직접 만들어 쓸 수 있다. 사람이 그 가구에 맞추어서 사는 게 아니라 가구가 사람에게 충분히 맞출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가족 모두가 합의 하여 가족 모두의 힘으로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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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다 목공학교 다다 목공학교이자 다다 공방인 작업장의 전경이다. 이종춘 대표는 여기에서 나무로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
ⓒ 송상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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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여기에 가면 그게 가능하다. 바로 안성 ‘다다 목공학교’다. 이종춘 대표(안성시 보개면 복평리)가 만들어 가는 ‘DIY 공예’의 세계엔 그 가능성이 무한대로 열려 있다.
“세상에서 하나 뿐인 가구를 자신과 가족의 힘으로 만들어서 그것을 두고두고 살아가면서 사용해 가는 묘미와 즐거움은 맛 본 사람만이 압니다. 그래서 ‘DIY(Do It Yourself) 공예’라고 하죠.”
대량생산되는 기존 가구의 경우 수지타산과 생산성, 효율성 등을 따질 수밖에 없기에 자연히 틀에 박힌 모양으로 정형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로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가구들은 그 한계가 있을 수 없다. 간단한 의자만 하더라도 수만 가지의 모양을 상상하여 만들 수 있는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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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랍장 세상에서 하나 뿐인 자신만의 서랍장이다. 이 대표의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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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세계를 저 혼자만 누리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목공예 교실’을 계속 열어가고 있습니다. 요즘도 몇 가정을 상대로 목공예 교실을 진행하고 있죠.”
자신이나 가족이 원하는 모양의 가구를 직접 설계한 밑그림을 토대로 약 한 달(주 1회 작업일 경우) 정도면 간단한 가구(식탁, 책장, 서랍장 등)를 만들어 낸다는 이 프로그램에는 자녀들도 동참한다. 그래서 이 교실이 펼쳐지는 날은 온 가족의 단합대회일이다. 가족 모두가 합심하여 공통의 일을 하면서 대화하고 만들고 노는 것이니 두말해서 무엇 하랴.
“그런데 이 교실을 진행하면 늘 아쉬운 점이 발견됩니다. 현대인들은 모든 문제를 돈으로 많이 해결하다보니 직접 손으로 일 처리를 하는 능력이 약해졌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교실을 하게 되면 아이나 어른이나 공히 간단한 공구(망치, 드라이버, 드릴, 펜치, 톱 등)조차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는 공통점이 있어 작업 진행이 수월치 않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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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병들 꽃병을 나무로 만들었다는 신선함과 함께 꽃병 모양은 정해져 있다는 편견도 깨는 작품이다. 그리고 나무의 무늬를 그대로 살려 디자인도 독특해진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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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수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집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직접 고쳐 쓰고 다듬어 쓰고 재생해서 사용했건만, 지금은 그런 자생력을 많이 상실했다. 거의 대부분을 돈으로 처리하는 것이 일상사가 돼버렸다.
“나무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역사를 안고 있어요. 나무가 가지고 있는 나이테가 그것을 말해주죠. 또한 나무만큼 사람과 친숙한 재료가 있을까 싶네요. 뿐만 아니라 비록 같은 나무라도 무늬가 같은 것이 세상엔 하나도 없다는 겁니다. 마치 쌍둥이 형제라도 똑같지 않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역겨운 냄새가 나는, 그러니까 향기가 나지 않는 나무는 하나도 없다는 것 또한 목공예 재료의 커다란 매력이죠.”
목공예 때문에 34년간 나무와 함께 해온 이 대표의 ‘나무 사랑’은 깊다. 그것은 금방 팔팔 끊는 냄비가 아니라 지긋한 가마솥 같다. 두고두고 되씹어 볼 만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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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춘 대표 목공학교와 목공예 공방을 이끌어가는 이종춘 대표는 34년 째 목공예와 인연을 맺고 있다. 그는 DIY 목공예를 통해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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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예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어느 저명한 목공예가의 말처럼 이 대표는 오늘도 안성 보개면 ‘다다공방’ 한 쪽에서 무한한 상상력의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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