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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또’ 경찰 조사를 거부했습니다. 이번에는 서울 용산구에 있는 용산경찰서입니다. 장애인을 위한 대표적 편의시설인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똑같은 이유에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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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10시, 자진 출석을 앞두고 용산경찰서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했습니다. ‘새로운 용산시대, 시민과 함께 더 안전한 용산을 만들겠습니다.’ 란 현수막이 반겼지만, 초입 경사부터 매우 가팔랐습니다.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들이 뒤로 넘어갈까 두려워 활동가의 도움을 받아 조심해야 했는데요.
▲ (위)용산경찰서 건물 전경(아래)건물 앞 도움호출벨.ⓒ에이블뉴스
옅은 베이지색 건물의 용산경찰서는 한눈에 봐도 연식이 돼 보입니다. 용산경찰서의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1979년 5월 11일 건립된 건물입니다. 건물 현관앞 역시 경사로가 가팔랐습니다. 휠체어가 그려진 ‘도움호출벨’이 자리 잡고 있지만, 막상 그 건물에 들어가면 엘리베이터가 없습니다.
▲ 19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용산경찰서에 자진 출석했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했다. 편의시설을 설치하라는 요구안이 담긴 종이가 경찰서 건물에 붙어있다.ⓒ에이블뉴스
이날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던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회장은 건물 내부에 엘리베이터가 없다며 조사를 거부했습니다. 지난 14일 혜화경찰서에 이어 두 번째 ‘거부’입니다.
“엘리베이터는 정당한 편의 제공을 위한 필수적인 편의 제공 대상물인데, 왜 아직 설치되지 않았습니까?”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게 편의시설을 설치하라는 내용의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이 1998년 4월 시행됐지만, 용산경찰서는 이에 앞선 1979년 건립됐기 때문에 해당 법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전장연은 그렇다 하더라도 법이 시행된 지 24년이나 흘렀는데, 장애인 접근을 보장하지 않은 ‘방치’라면서 “경찰부터 법과 원칙을 지켜라”고 주장했습니다.
▲ 장애인 편의가 엉망인 지구대?파출소 편의 모습.ⓒ에이블뉴스DB
경찰서는 우리 지역사회에서 가장 가까운 공공기관이지만, 장애인 편의에 대한 지적은 이미 여러 번 있었습니다.
2년 전인 2020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전국 지구대‧파출소 1176곳 및 치안센터 439곳 등 총 1615곳을 대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6.2%가 아예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했습니다. 사용이 가능한 화장실도 32.7%밖에 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2019년 에이블뉴스 편의시설 담당 기자인 박종태 기자가 취재한 한 지방경찰서는 새로 건립된 경찰서임에도 ‘예산이 없어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지 못했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편의시설이 부족한 부분을 질의하면 경찰서 측의 답변은 언제나 같습니다. “오래된 건물이라서 어렵다”. “24년 동안 뭐했냐! 비겁한 변명입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들은 언제나 예산의 문제로 차별받고, 격리돼왔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런 장애인들 앞에서 ‘오래된 건물이다’라는 말은 무조건 용서되는 마법이 아닙니다.
▲ 2022년 5월 18일 오전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 횡단보도를 점거해 “추가경정예산에 장애인권리예산을 반영해달라”고 외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긴급행동.ⓒ에이블뉴스DB
이날 경찰 조사는 올해 5월 16일·17일·18일·20일 신용산역에서 삼각지역까지의 집회 과정에서의 행위, 그리고 6월 20일 삼각지역에서의 행위 등에 대한 고발 등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기차․선박 등의 교통방해죄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5월 18일 당시, 기자도 현장에 있었습니다. 이날 전장연은 오전 7시 30분경 “추가경정예산에 장애인권리예산을 반영해달라”면서 신용산역 인근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 횡단보도를 약 15분간 점거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있는 집무실 인근 삼각지역까지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이어 삼각지역에서 혜화역까지 오체투지 투쟁까지 펼쳤습니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기 위한 권리 투쟁에 화가 난 시민들의 삿대질과 차의 경적을 울리는 항의까지. 너무도 외로운 싸움이었습니다. 그렇게 투쟁했지만, 장애인권리예산은 최종 추경에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내년도 본예산에 장애인권리예산을 담아달라며 이날 19일까지 73일차 삭발, 그리고 혜화역까지의 선전전도 150일이 넘도록 이어가고 있습니다.
▲ 19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용산경찰서에 자진 출석했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했다. 편의시설을 설치하라는 요구안이 담긴 종이가 경찰서 건물에 붙어있다.ⓒ에이블뉴스
전장연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장애인정책국 부처안은 4조 5382억원으로 올해 예산 증가율(11.9%)보다 낮은 11.1%(4530억원)에 그쳤습니다. 전장연은 ‘장애인권리예산’ 이름 아래 생존권을 위한 활동지원 24시간 보장 등이 담긴 활동지원 1조 2000억원 증액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선전전은 34번째에서 멈춰있지만,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8월 1일부터 재개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또다시 법을 위반한 전장연에 출석요구서가 쏟아질 것 같습니다.
이미 전장연은 서울지역 6개 경찰서(혜화, 종로, 용산, 남대문, 영등포, 수서)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이중 절반인 3개 경찰서(혜화, 종로, 용산)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19일 용산경찰서의 출석을 거부했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면 다시 오겠다는 뜻을 전달하고 있다.ⓒ에이블뉴스
박경석: “엘리베이터 설치돼 있습니까?”
용산서 측: “안 돼 있습니다.”
박경석: “편의증진법에 의해 법을 위반하는 거죠.”
용산서 측: “청사 신축을 앞두고 있는데…”
박경석: “지금은 위반상태. 저희를 차별하는 차별행위자죠. 설치하면 다시 오겠습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지구 끝까지 찾아가 사법처리하겠다’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장애인의 정당한 편의 제공 특히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지 않았으므로 조사를 거부하고, 설치하면 다시 오겠다’, ‘서울 시내 산하 경찰서와 파출소에 대해 장애인편의시설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발표해달라’는 공문만 전달한 채,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가파른 경사 앞에서 활동지원사의 도움으로 몸을 거꾸로 돌려 조심히 내려와야 했습니다.
▲ 서울용산경찰서 건물의 가파른 경사로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거꾸로 내려오고 있다.ⓒ에이블뉴스
가파른 경사만큼 장애인들에게 문턱 높은 경찰서, 장애인 활동가들은 1층에 따로 마련한 임시조사실이 아닌, 엘리베이터를 타고 비장애인과 같이 3층에서 조사를 받고 싶습니다.
전장연은 다음주 월요일(25일)에는 역시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은 종로경찰서로 자진 출석할 예정입니다. 경찰서가 장애인등편의법을 준수한 편의시설을 갖출 때까지 전장연의 ‘도장 깨기’는 이어집니다. To be continued(투비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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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