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Da의 가네시타 타쓰오 작 기무라 노리코 역 임세륜 각색 연출의 고르곤
공연명 고르곤
공연단체 극단 Da
작가 가네시타 타쓰오
번역 기무라 노리코
각색·연출 임세륜
공연기간 2014년 10월 8일~26일
공연장소 예술공간 서울
관람일시 10월 22일 오후 8시
예술공간 서울에서 극단 Da의 가네시타 타스오(鐘下辰男) 작, 기무라 노리코 (木村典子) 역, 임세륜 각색·연출의 <고르곤(Gorgon)>을 관람했다.
가네시타 타스오(鐘下辰男 1964~)는 일본공학원전문학교 연극과 출신으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곁으로> <카스토리 엘레지> <한 겨울의 동백꽃> <수인과 전쟁> <온실 앞> <가석방> <바다에 가면> <서유기> <루트 64> <어른의 시간> 을 발표 공연하고, 극단 THE GAZIRA를 창단했다. 현재 오비린 대학, 일본공학원전문학교, 기리코시학원, 예술단기대학 등에서 강의를 한다.
기무라 노리코(木村典子 1961~)는 극단 목화에서 기획자로 일하며 <춘풍의 처> <아침 한때 눈이나 비> 등 다수의 작품의 일본 공연을 성사시켰다.기무라 노리코는 프리랜서 기획자로 독립한 후에도 오타 쇼고의 <빈 터>를 소개한 것을 시작으로 연극 최전선에서 번역가로 활동해 왔다. 2004년에는 <바다와 양산>을 제작, 동아연극상도 수상했다. 또 한편으로 한일연극교류협의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 연극을 일본에 소개하는 등 한일 연극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대학로 무대에 일본 작가의 작품이 일상적으로 공연되고, 일본 극장에 한국 배우가 출연할 수 있었던 데에는 기무라 노리코의 노력과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고르곤, 또는 고르고(Γοργών, Γοργώ)는 끔찍한 것들" 또는 "크게 소리치는"으로 번역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로, 포르퀴스와 케토스가 낳은 세 명의 자매로 그라이아이 자매의 동생이다. 이들 세 자매의 이름은 각각 '스텐노'(힘센 여자), '에우뤼알레'(멀리 떠돌아다니는 여자) 그리고 가장 유명한 '메두사'(여왕)이다. 통상 고르곤은 이 메두사를 지칭한다.
고르곤 세 자매는 메두사를 제외한 스텐노와 에우뤼알레는 불사(不死)의 몸이다. 그들은 서쪽의 땅, 오케아노스의 저편에 헤스페리데스들이 있는 곳 땅 끝에 살았으며, 머리털은 살아있는 뱀이며, 몸은 용의 비늘로 덮여 있었다. 황금 날개를 달고 있었다고도 한다. 이들의 모습은 무시무시하여 이들의 모습을 직접 본 사람이나 동물은 모두 돌로 변해 버린다고 한다.
호메로스는 단 한 명의 고르곤만 언급하고 있으며, 그 머리를 방패에 새겨져 적들로 하여금 공포를 일으킨다고 했다. 오딧세이에서도 잠시 고르곤이 언급되었다.
에우리피데스나 아이스킬로스 같은 그리스 비극 작가들의 작품에도 고르곤이 나오는데, 아이스킬로스는 그라이아이와 고르곤을 혼동한 듯하다.
오비디우스는 조금 다른 고르곤의 이야기를 전하는데, 메두사는 원래 아름다운 여인으로 특히 머리카락이 아름다웠다고 한다. 이에 넵투누스가 그녀에게 반해 미네르바 여신의 신전으로 데려가 함께 사랑을 나누었다. 이에 화가 난 미네르바가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뱀으로 바꾸어 놓고 괴물로 만들었다고 한다.
무대는 한 가정의 거실이다. 문틀 같은 열대여섯 개의 칸막이가 배경에 세워지고, 문과 창문구실을 한다. 무대좌우 객석 가까이에도 등퇴장 로가 나있다. 무대 중앙에 크고 긴 등받이 의자가 놓여있고, 그 앞의 긴 탁자도 놓여 있다. 탁자 좌우로 등받이 없는 걸상이 놓여있다. 무대 하수 쪽에는 계단과 난간이 있다. 조명의 강약과 요령 같은 종소리가 울리면 장면전환이 이루어지고, 현재에서 20년 전 과거로, 또는 그 반대로 상황변화가 이루어진다.
연극은 도입에 소복을 한 듯 보이는 젊은 여인의 해설에서 시작된다. 과거 자신이 저지른 살인방화사건에 관해서다. 유부남과 관계를 맺고, 그 부인과 가족의 항의 때문인지, 호텔방에서 유부남을 살해하고 20년을 복역한 이야기다.
무대 하수 쪽 난간에 역시 젊은 두 여인이 등장하고, 고종사촌 자매간인데 동년배이고 여고 동창으로 소개가 된다. 몹시 가까운 사이라, 남들이 동성애자로 볼 정도였다며, 돌연 자매 중 한 여인이 상대와 입맞춤을 하고, 입맞춤이 격렬해 보일 즈음 끝을 낸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평상상태로 돌아간다.
자매의 가족이 등장한다. 자매의 어머니들은 시누이와 올케 사이이고, 시누이의 남편은 딸 같은 연배의 여인과 바람을 피워 현재 그 여인이 임신 중이고, 처와 이혼을 할 의사라는 것이 소개가 된다. 올케는 남편과 이혼을 했고, 아들 벌 되는 연하남과 재혼해 살고 있다. 그 연하 남은 동안인데다가 행동거지 또한 청소년과 방불한데, 올케 여인이 무엇 때문에 그런 연하남과 사는지는 여성관객들은 짐작이 간다는 표정이다.
시누이의 남편이 등장한다. 올케의 남편과는 달리, 나이가 지긋해 보이고, 건실한 가장의 모습인데, 바람을 피워 소실을 둔 것에서, 겉과 속이 다르다기보다는 남성들 대부분의 심성인 듯싶다. 아내 앞에 꿇어앉아 자신의 불륜을 용서해 달라고 빌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상대여인과의 관계를 단절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것이 객석에 전해진다.
시누이의 딸 역시 직장상사인 젊고 잘 생긴 유부남과 관계를 맺어 현재 임신 중이고, 그 유부남 역시 이혼할 의사가 있음을 통정한 상대에게 이야기는 하지만 실천에 옮기지는 못하는 것도, 시누이의 남편인 그녀의 아버지의 모습과 다름이 없다.
크리스마스이브가 다가오고, 시누이 집에, 올케와 젊디젊은 남편, 올케의 딸이 등장한다. 시누이의 딸과 정을 통해 임신까지 시킨 젊고 훤칠한 모습의 유부남 상사가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들고 등장한다. 시누이는 딸의 상대를 냉대하고, 자신이 홀몸으로 딸을 정성스레 키워, 공부를 시켜 명문대학에 들여보내, 자신이 하지 못한 공부를 딸이 대신하고, 자신처럼 언짢은 남편을 만나 불행하게 된 것과는 반대로, 딸이 버젓한 사내와 만나, 남보라는 듯 떵떵거리고 살게 되기를 바랐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음을 비관하고, 딸의 상대에게 당연히 냉대를 하니, 딸은 그런 어머니에게 항의를 한다. 그리고 항의가 격렬해 진다. 그런데 객석에서 보기에도 딸의 항의가 지나친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의 충동적이고 이기적인 생각과 의사가 가감 없이 그대로 반영되는 듯한, 공연이기에, 갈등은 새로운 불씨를 낳고, 모녀의 관계까지 악화일로로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올케와 그녀의 딸, 그리고 젊은 남편이 분위기를 가라앉히려고 애를 쓰고, 딸의 직장상사인 젊은 유부남도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애쓰지만, 분위기를 바꾸지는 못한다. 시누이의 회상 속으로 남편이 등장해, 모든 게 자신의 잘못이고 자신의 탓이라며 꿇어앉아 비는 모습을 연출하지만, 상황이 반전될 기미는 보이지를 않는다. 게다가 시누이의 낙담과 슬픔은 모든 건강하고 건전한 사고를 가진 관객과의 공감대를 형성시키고, 시누이의 처지를 공동운명처럼 받아들이기까지 하기에, 크리스마스 케이크의 점화를 해도, 메리크리스마스의 구호는 나올 명분을 잃고 만다.
대단원에서 층계계단 난간에서 마주한 시누이와 딸이 담배를 피워 연기를 깊이 들어 마시고, 미움과 애정 속에서 서로 끌어안는 모습과, 마지막으로 방화의 의사인 듯 라이터의 불꽃을 피워 올리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아테나 여신 같은 시누이 역으로 김담희, 올케 역으로 홍윤희, 고르곤(메두사) 같은 딸 역으로 서혜림, 아버지 역으로 승의열, 올케의 젊은 남편 역으로 윤상호, 딸의 직장상사 역으로 고훈목, 해설자와 불륜남을 방화한 여인 역으로 김수연, 올케의 딸 역으로 신소현이 출연해, 각자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사진 김명집, 조명 황종량·이승희, 무대 이소영, 의상 정현정, 음악 사운드 펄케이 정세웅, 무대감독 이정숙, 조연출 문정범, 그래픽디자인 김 솔, 홍보마케팅 바나나문프로젝트 등 제작진의 역량이 조화를 이루어, 근단 Da의 가네시타 타스오(鐘下辰男) 작, 기무라 노리코 (木村典子) 역, 임세륜 각색·연출의 <고르곤(Gorgon)>을 기억에 길이 남을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10월 22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