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외질, 크로스, 드락슬러. 누굴 막아야 하나. 한 명만 있어도 무서울 천재적 재능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는 독일대표팀이다
전체 32팀의 본선 대진이 마무리되면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한국은 강력한 우승후보인 독일을 비롯해 스웨덴, 멕시코와 한 조에 편성됐습니다. 잘 싸우기 위해선 준비가 중요합니다. 한국의 조별리그 상대국을 포함해 8개조 팀별 분석과 전망을 연재합니다. 3탄은 한국의 조별리그 최종 상대인 독일입니다.
① 국가 소개 : 경기당 4.3골의 파괴력
지난 9월 노르웨이와의 월드컵 지역예선전 독일 선발 베스트
독일은 브라질과 함께 역대 월드컵 초강대국이다. 독일은 월드컵 본선에만 이번 포함 19차례 진출했다. 독일이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한 건 초대 대회인 1930년 월드컵과 1950년 월드컵 단 두 번뿐이다. 하지만 1930년 월드컵은 대회가 우루과이에서 열리며 여러 유럽 팀들이 대회 불참을 선언, 독일도 보이콧한 대회다. 1950년 월드컵은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으로 독일의 대회 출전 자체가 금지됐었다. 어쩔 수 없었던 경우를 빼면 독일은 모든 월드컵 본선에 다 오른 셈이다.
독일은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 하면 대회를 뒤흔들었다. 역대 월드컵 결승에 가장 많이 진출한 국가가 독일이다. 우승과 준우승을 4번씩 차지했다. 월드컵 역사에서 4강에 가장 많이 오른 국가도 독일이다. 독일은 13번이나 4강에 진출했다. 역대 월드컵 전대회 출전국인 브라질(4강 11회)도 오르지 못한 대기록이다.
월드컵 본선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국가도 독일이다. 독일은 18번의 월드컵 본선에서 모두 106경기를 치렀다. 브라질(104경기)보다도 2경기 많은 숫자다. 독일이 월드컵 본선에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증거기도 하다. 실제 독일은 1938년 딱 한 번만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나머지 모든 출전 대회서는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다. 참고로 한국의 역대 월드컵 출전 경기 수는 31경기다. 한국과 독일의 역대 월드컵 경기 수 차이는 3배 이상이다.
독일은 유로 대회서도 스페인과 함께 최다 우승국이다. 유로 결승에도 모두 6번 올라 최다 기록을 가지고 있다. 축구 강국이자 단기간 토너먼트 최강자다운 기록들이다. 현 흐름도 놀랍다. 독일은 유로2016 4강 프랑스전 패배 이후 1년 반 동안 패하지 않고 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 지역예선서도 10전 전승을 기록했다. 10경기에서 43골과 4실점을 기록했을 만큼 경기 내용적으로도 완벽에 가까웠다. 1경기에 4.3골의 엄청난 파괴력이었다.
② 선수 구성 : 브라질 월드컵 우승+컨페드컵 우승 멤버
독일대표팀의 브라질 월드컵 우승 축하 대국민 행사
독일은 러시아 월드컵 우승 후보로 꼽힌다. 브라질, 프랑스, 스페인 등과 함께다. 독일이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가장 강력한 이유는 선수 구성에 있다. 3년 전 브라질 월드컵 우승 멤버에 새로운 재능들이 성장해 결합하면서 약점을 찾기조차 힘들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현 독일대표팀엔 4강전에서 브라질을 7-1로 무너뜨렸던 브라질 월드컵 우승 멤버가 축을 이루고 있다. 토니 크로스(레알 마드리드)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 메수트 외질(아스널) 사미 케디라(유벤투스) 마츠 후멜스(바이에른 뮌헨) 등이다.
여기에 3년 전 백업 멤버였던 율리안 드락슬러(파리)를 비롯해 티모 베르너(라이프치히) 조슈아 키미히(바이에른 뮌헨) 레온 고레츠카(샬케04) 요나스 헥토어(쾰른) 등 새로운 얼굴들이 성장해 독일대표팀에 가세했다. 요아힘 뢰브 감독은 주전 선수들을 대거 제외하고 새로운 선수들 중심으로 치른 지난여름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독일의 선수층이 얼마만큼 두꺼운지, 또 백업 멤버들마저도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 대회였다.
새로운 재능들의 성장과 결합은 브라질 월드컵 이후 독일대표팀에서 은퇴한 미로슬라프 클로제, 필립 람, 페어 메르테사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의 빈자리를 메우는 대체제가 되기도 했다.
③ 전술 특징 : 무려 21명이 골을 넣은 전술적 배경
다양한 포메이션과 전술 활용의 독일대표팀. 백업도 강력하다
“축구란 간단하다. 22명이 공을 쫓아 90분 동안 달리다가 결국엔 독일이 이기는 게임이다.”
잉글랜드의 축구 스타 게리 리네커의 말이다. 어떠한 경기 내용과 흐름이 전개되더라도 결과는 항상 독일이 가져간다는 뜻에서의 이야기였다. 앞서 소개한 단기간 토너먼트에 강한 독일 축구의 특징을 설명하는 동시에 강력한 조직력으로 승리를 획득하는데 능한 독일대표팀의 강점을 잘 표현한 말이기도 했다.
독일 축구의 전통적 강점인 강력한 조직력에 세밀하면서도 다양한 전술 컬러를 입힌 주인공이 뢰브 감독이다. 뢰브 감독은 클린스만 감독 아래에서 이미 뛰어난 전술 코치로 유명했다. 전술 전문가인 뢰브 감독은 2006년부터 11년 간 독일대표팀을 이끌며 기존의 짜임새 있는 조직력에 전술적 강점과 유연성을 더해 독일을 더 강한 팀으로 조련했다.
감독 재임 초기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뢰브 감독은 유로와 월드컵의 중요 길목마다 강팀에 무너지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이 같은 비판을 딛고 올라선 독일대표팀과 뢰브 감독이다. 가장 큰 변화는 전술 유연성과 다양성이었다.
뢰브 감독은 상대에 따른 전술 변화에 약하다는 지적을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털어냈다. 포백뿐만 아니라 스리백, 또 원톱과 투톱 혹은 제로톱까지 오가며 상대에 맞춘 다양한 전술로 브라질 월드컵 이후 독일대표팀을 웬만해선 지지 않는 팀으로 만들었다.
소속팀에서 주춤하다 가도 독일대표팀에만 가면 귀신처럼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토마스 뮐러. 뮐러는 지역예선서도 5골로 팀 최다 골을 기록했다
뢰브 감독 전술의 기본 특징은 패스, 점유율, 기술의 강조다. 짧은 패스 위주로 만들어가는 축구다. 하지만 뢰브 감독은 11년 간 진화를 멈추지 않았다. 역습과 세트피스 옵션 등을 추가했다. 현 독일대표팀의 특징으로 전술 유연성과 다양성이 꼽히는 배경이다. 포메이션도 다양하게 돌렸다. 기본적으로는 4-2-3-1을 활용하면서도 변형 3-5-2 등 다양한 포메이션을 썼다. 어떨 때는 숫자로 표현하기조차 어려운, 예를 들어 3-3-3-1의 변칙적인 포메이션과 전술로 상대를 흔들고 압도했다.
움직임을 놓고 보자면 독일대표팀의 특징은 공간과 연계에 있다. 측면 공격수나 수비수들을 직선적으로만 달리게 하는 게 아닌 중앙으로 접고 들어와 간격과 숫자 싸움을 펼치게 한다. 안으로 접고 들어와 여러 명의 선수들이 좁은 공간에서 다양한 연계 플레이로 골을 잡아내는 게 독일대표팀의 특징이다. 수비 할 때도 좁은 공간에서의 압박 등 같은 원리다. 이 같은 영향으로 독일은 특정 선수에 득점이 집중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선수들이 골에 관여하는 축구를 한다. 독일이 러시아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21명이나 되는 선수들이 골을 넣고, 15명의 선수들이 어시스트를 기록한 전술적 배경이다.
독일을 상대할 때 누구 하나 막는 것으로 되지 않는다는 말은 이 때문이다.
④ 공략 포인트 : 지난달 잉글랜드의 전략
지난 11월 웸블리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독일전 장면
솔직히 한국이 독일을 공략할 포인트가 뚜렷하게는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일정상 한국이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로 독일을 만나는 것을 두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독일이 조별리그 앞선 2경기를 모두 이기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상태에서 한국을 만나면 일부 주전 선수들을 빼고 경기를 치르지 않겠냐는 전망에서의 기대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독일의 백업 멤버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독일의 백업 선수들은 웬만한 대표팀 주전 선수들보다 강하다.
맨체스터 시티의 무서운 공격 옵션으로 성장하고 있는 르로이 자네를 비롯해 일카이 귄도안(맨시티) 엠레 잔(리버풀) 산드로 바그너(호펜하임) 율리안 브란트(레버쿠젠) 라르스 슈틴들(묀헨글라트바흐) 안토니오 뤼디거(첼시) 슈코드란 무스타피(아스널) 고레츠카 등이 독일대표팀의 백업 선수들이다. 바르셀로나의 주전 골키퍼(마르크안드레 테어슈테겐)가 독일대표팀의 백업이니 말 다한 셈이다.
어려운 상대지만 그래도 공략 포인트를 꼽자면 1년 반 동안 지지 않고 있는 독일대표팀을 근래 가장 괴롭혔던 지난달 A매치 평가전의 잉글랜드 전략을 살필 수 있다. 잉글랜드는 홈경기임에도 스리백(5백까지도 내려서는)의 수비적 형태로 점유율은 독일에 내주었지만 전방의 제이미 바디 등을 활용한 카운터 전술로 독일을 힘들게 했다. 결과는 0-0 무승부. 물론 한국과 잉글랜드는 다르니 더 힘든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⑤ 변수 : 내년 봄 복귀 예정인 노이어의 장기 부상
부상으로 발목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인 노이어
부상 변수가 있다. 주전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발목 수술을 받고 9월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내년 봄에야 돌아올 예정이다. 뢰브 감독의 패스와 점유 축구에 노이어 골키퍼의 역할이 커 독일로선 고민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노이어가 혹 컨디션을 되찾지 못한다 해도 백업에 테어슈테겐이 있다. 패스와 점유 축구는 바르셀로나가 같아 크게 문제될 건 없다. 테어슈테겐은 이미 유럽 지역예선에서 부상당한 노이어(3경기) 대신해 보다 많은 5경기에 출전했다.
부상을 달고 사는 마르코 로이스(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도 내년 봄 이후 필드 복귀가 가능하다. 로이스는 부상으로 올 시즌 1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돌아온다 해도 실전 감각 등이 우려된다. 하지만 로이스는 잦은 부상으로 지난해 3월 이탈리아전 이후 A매치에 나서지 못해 독일대표팀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할 수 없다.
주전 왼쪽 수비수 요나스 헥토어도 부상 중이다. 지난 9월 아스널과의 유로파리그 경기 도중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이번 달 복귀가 점쳐지고 있어 월드컵 출전은 문제없어 보인다. 수비 전 지역 커버가 가능한 베네딕트 회베데스(유벤투스)는 부상으로 반년 넘게 공식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다 지난달 말 복귀했다. 회베데스는 경험 많은 수비수로 대표팀에 다시 합류한다면 수비 자원 확대 등 독일 전력에 도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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