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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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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고 해야할까. 정해진 시간이 되면 잔잔한 바다 위로 거짓말처럼 길이 떠오른다. 진도 고군면 회동리와 의신면 모도리를 잇는 2.8km의 바닷길이다. 조수간만의 차이로 일년에 단 며칠만 모습을 드러내는 신비한 길을 찾아 진도로 향했다.
옛날 옛적, 지금의 회동마을에는 호랑이가 자주 출현했다. 지금이야 우리가 접하는 호랑이는 동물원 호랑이니 두눈을 말똥말똥 뜨고 '아이 컨택'하는 여유를 누리지만 그 시절에는 최고로 무서운 동물이었으리라. 목숨을 부지하고자 회동마을 사람들은 바다 건너 자리한 모도로 피신했는데 '뽕할머니' 한분만 미처 마을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남게 되었다. 혼자 남겨진 뽕할머니는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매일 용왕님께 가족을 만나게 해달라고 기원했다. 그 간절한 바람은 용왕님을 움직여 섬과 육지 사이를 잇는 바닷길로 나타났다.
길이 열리자 모도로 피신했던 마을 사람들은 뽕할머니를 찾아 나선다. 재회의 기쁨도 잠시, 그리운 이들을 만난 뽕할머니는 기력을 다해 세상을 떠난다. 마을 사람들은 뽕할머니의 간절한 바람이 바닷길을 만들었다고 여겨 이때부터 해마다 바닷길이 열리는 이곳에서 풍어와 소원성취를 비는 기원제를 지내기 시작했다. 바닷길이 이어질 때면 회동마을과 모도 사람들은 바다 위에서 만나 바지락과 낙지 등을 잡으며 즐거워했다고. 이런 마을 전통은 현대로 이어지면서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로 태어난다. 우리들이 매년 이맘때 즈음이면'모세의 기적'을 즐길 수 있는 이유다.
2015년, 올해로 37회를 맞이하는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는 지난 3월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간 진행됐다. 축제의 메인 행사인 '신비의 바닷길 체험'말고도 '진도 무형문화재 체험'과 '소원.소원띠 달기', '뽕할머니 소망 돌탑쌓기', '진돗개 체험' 등의 체험행사와 '뽕할머니 가족 거리 퍼포먼스', '진도관광버스투어' 등의 부대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체험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회동면과 바닷길로 이어지는 모도에서도 '섬마을 국악의 밤'과 '섬마을 음악회' 등의 행사가 볼거리를 더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바닷길 체험'.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은 3월20일(금) 오후 5시40분, 이튿날 21일(토)에는 오전 5시50분과 오후 6시10분, 셋째날 22일(일)은 오전 6시30분과 오후 6시50분, 마지막으로 3월23일(월)에는 오후7시30분으로 공지됐다.
날씨에 따라 조금씩 변동은 있을 수 있지만 이번 축제 기간 동안은 기준 시간 30분 전후로 바닷길을 체험할 수 있었다. 바닷길은 편도 2.8km로 길이 열려있는 동안 회동마을과 모도를 왕복하기는 빠듯하다. 모도까지 바닷길을 따라 걷고 싶다면 모도까지는 도보로, 모도에서는 배를 타고 돌아오면 된다. 모도~회동 배시간은 1일4회(10:30, 11:30, 14:00, 15:00), 회동~모도는 1일 5회(10:00, 11:00, 13:30, 14:30, 15:30)이다. 대인 5000원, 소인 2000원.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임에도 사람들은 이미 가득이었다. 축제장에서 바닷길이 열리는 뽕할머니상으로 가려면 자유이용권이 필요하다. 1인당 5000원짜리 자유이용권은 입장권 역할을 하는 동시에 축제장 전역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아직 바닷길이 열리려면 한참 남았건만 사진찍기 좋은 장소와 뽕할머니상 주변 바닷길 초입은 이미 만석. 바닷길을 건너며 해산물을 담기 위해 장화나 등산화 같은 튼튼한 신발과 담을 것을 챙겨든 이들이 가득이다.
거짓말처럼 바다위로 드러난 바닷길은 갯벌 구경이 처음인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호기심과 흥분으로 가득하다. 다만 '국가지정 명승 제9호 신비의 바닷길이 사라지지 않도록 바닷길 체험시 호미, 삽 등 도구 사용금지'라는 안내판이 무색할 정도로 참가자들이 적극적인 해산물 채취도구는 조금 아쉽다. 바닷물이 빠진 뒤 바닷길에 남겨진 해산물 채취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은데 모두들 장갑에 호미까지 갖추고 나섰다.
수줍게 속살을 드러낸 바닷길 위에 올라본다. 바다 한가운데 길이 생겼다. 길 위에 오르니 양쪽으로 바닷물이 찰랑찰랑 들고 난다. 신기한 체험이다. 남도 끝자락이건만 외국인 관광객들도 제법 많이 보인다. 외국인들에게 인기 만점인 보령 머드축제가 떠오른다. 이들은 갯벌이 신기한 것일까. 아니면 머드체험을 유독 좋아하는 것일까. 어째서 충남 서해안도 아니고 한반도 남도 끝자락 진도까지 찾아온 것일까.
올해로 37회를 맞이한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의 주인공 '신비의 바닷길'은 1975년 주한 프랑스 대사 피에르 랑디에 의해 프랑스에 소개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졌단다. 눈앞에서 갈라지는 바닷길을 본 생경한 풍경은 모두에게 신비로웠으리라.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시작된 신비의 바닷길 축제는 '2015 대한민국 최우수축제'로 선정되면서 유명세에 박차를 더하고 있다.
바다 위에 길이 생기는 신비로운 장면을 직접 보고 또 그 길 위를 걸으며 만나는 다양한 해산물을 잡는 재미까지 더했으니 오감 충족에 부족하지 않다. 사람들의 발길이 덜한 바닷길 옆 갯바위에서는 미역을 채취하는 이들이 눈에 띈다. 살아있는 미역귀들이 침샘을 자극한다. 축제장 안에서의 허기는 장터국밥과 벚굴 등 푸짐한 먹거리부터 간단한 음료와 컵라면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메인행사는 바닷길 체험이지만 진도의 명물로 꼽히는 '진돗개 체험'도 인기다. 특히 저렴한 가격으로 새끼 진돗개들을 분양받을 수 있어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자, 마지막으로 매년 진행되는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해보자. 매년 서너번 정도 바닷길이 열리는데 사람들 활동시간대인 주간에 열리는 때에 맞춰 축제가 진행된다. 때문에 날짜는 조금씩 변동이 있다. 3월이나 4월초라고 해도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이 새벽이나 저녁이라면 바닷바람이 차가워지니 방풍복은 필수다. 또 갯벌을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장화나 등산화와 장갑(목장갑이나 고무장갑)도 챙겨야 한다. 다음으로 담을 것. 미역이나 바지락, 전복 등 해산물을 담을 용기까지 준비해가면 남도의 신비로움을 더하는 '신비의 바닷길 축제'를 즐길 준비는 완료!
유의사항
※ 위 정보는 2015년 3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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