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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도 뛰는데… 유치 가능성 꽉 찬 50%”
‘2022 월드컵 유치’ 동분서주하는 정몽준 FIFA부회장
12월 2일 스위스 취리히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세계인의 관심은 FIFA(국제축구연맹) 집행위원 24명의 투표에 쏠려 있다. 집행위원 24명이 이날 사상 최초로 2018·2022년 월드컵 개최지를 한꺼번에 선정한다. 2022년 월드컵 유치 신청을 한 국가는 한국, 미국, 일본, 호주, 카타르 5개국. 유치 경쟁국들은 2022 월드컵 유치를 위해 막바지 득표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명예유치위원장이 되어 세계를 누비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으로 국제사회에 데뷔한 대한민국은 2002 한·일월드컵 성공 개최로 선진국 문턱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2 월드컵 개최지는 한국·일본·미국이 경합 중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 내의 월드컵 유치 열기는 미온적이다. 2022 월드컵 유치위원회(위원장 한승주)만 뛰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장례식이 있었던 지난 10월 14일 오후 정몽준 FIFA부회장 겸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을 만났다. 정몽준 부회장은 지난 6월 한나라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월드컵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중이다. 인터뷰 장소는 정 부회장이 명예이사장으로 있는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 4층 회의실. 경희궁터의 깊어가는 가을이 유리창문으로 햇살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지난 10월 12일 대표팀 한·일 친선경기에 앞선 인터뷰에서 다른 국가들의 월드컵 유치 노력이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는데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주시지요. “지금 우리는 선진국들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카타르를 제외하고는 그렇죠. “카타르도 선진국이죠. 나라가 작긴 하지만 카타르는 국민소득이 8만달러나 되고, 유엔(UN)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입니다. 알자지라 방송도 있고요. WTO(세계무역기구)회의 중에 도하 디벨로퍼먼트 라운드(Doha Development Round)를 주도하는 나라입니다. 일주일 전에 취리히에서 블라터(FIFA 회장)와 점심을 했습니다. 전날 신임 호주 총리가 취리히에 와서 자기와 점심을 하면서 유치활동을 하고 갔다고 하더군요. 선진국 정상들이 일상적인 국정을 장관들에게 위임한 채 다들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FIFA 집행위원이 뉴욕에 왔을 때 전용기를 보내 백악관에 오게 했습니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백악관을 안내해줬습니다.”
2009년 초 월드컵유치위원회를 발족시켜 활동했을 때와 비교하면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처음에는 ‘왜 또 하려고 하느냐’고 말들이 많았죠. FIFA는 보통 개최지를 6년 전에 결정합니다. 2022 개최지 선정을 6년이나 앞당겨서 하다 보니 이번에 엉켜버린 거죠. 내가 한나라당 대표를 하느라 그동안 FIFA집행위원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유치위원회도 해외만 신경 쓰느라 국내는 많이 신경을 못 썼습니다. 국내에서 뒷받침하는 노력이 부족했지요. 그때에 비하면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지요.”
개최지 결정이 40여일 남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어떤 겁니까. “솔직히 저도 잘못한 게 있습니다. ‘(유치)가능성 없다’고 일부에서 말하고, 또 국내에서 관심이 없으면(유치를 못해도) 부담이 없으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측면이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가능성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가능성을 숫자로 표시할 수 있습니까. 올해 초만 해도 50% 정도 된다고 했는데요. “초기에 50 대 50이라고 한 것은 희망사항이었고요. 현재는 꽉 찬 50%입니다. 5개국이 경쟁하는데 가능성이 50%가 넘는 것은 대단한 겁니다.”
정부가 G-20 개최에 올인하다 보니 월드컵 유치 활동 지원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G-20의 영향이 조금은 있다고 봅니다. G-20정상회담이 중요한 행사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나로서는 월드컵 유치가 청년에게 비전을 주는 이벤트라고 생각합니다. 2022 월드컵을 유치하면 남북관계 진전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최근 런던에서 있은 ‘리더스 인 풋볼’ 회의에서 한국이 2022 월드컵을 유치해야 하는 당위성과 명분을 강조했는데, 그 내용이 인상적이더군요. “한국으로서는 첫 번째 월드컵 유치입니다. 저는 집행위원들을 만날 때마다 ‘퍼스트 풀(First Full)’을 강조합니다. 런던 연설문의 제목을 ‘팬과 유산(Fan and Legacy)’이라고 정했습니다. 월드컵은 축구팬이 주인입니다. 지금은 (한반도가) 불안정하고, 앞으로 10~20년 사이에 남북 관계에 실질적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독일이 통일될 때 고르바초프가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습니다. 2차대전 때 독·소전쟁에서 소련군이 300만명 가까이 죽었습니다. 그런데도 고르바초프는 독일 통일을 도와줬지요. 독일 통일은 고르바초프와 레이건이 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고르바초프도 레이건도 없잖아요. FIFA가 월드컵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수가 있습니다. 그걸 할 사람은 축구팬밖에 없습니다. 축구팬들이 도와달라는 게 우리의 명분입니다.”
미국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명예유치위원장이라고 들었습니다. 유치활동을 하면서 클린턴을 만난 적이 있습니까. “여러 번 만났죠. 남아공월드컵 때 클린턴이 리셉션을 열었습니다. 현직 부통령인 바이든은 개막식 직후 일주일이나 남아공에 있었습니다.”
정몽준 부회장은 미국 월드컵유치위원회 명단을 보여줬다. 위원장은 서닐 구알티. 명예유치위원장은 빌 클린턴. 주요 유치위원은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랜던 도노번 미국 남자축구대표팀 선수, 모건 프리먼 영화배우, 미아 햄 미국여자축구대표팀 선수, 스파이크 리 작가·감독·배우·프로듀서,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브래드 피트 영화배우·프로듀서 등이 보였다.
5개국 중에서는 호주가 가장 일찍부터 열심히 뛰고 있다고 하는데요. “정부에서 유치위원회에 지원금을 500억원이나 주었습니다. 호주 최고 갑부가 유치위원장이어서 전용기를 타고 집행위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최근 도쿄에 출장을 다녀온 대기업 임원 얘기가 일본에는 월드컵 유치 격려 현수막이 여기저기에 붙어있다고 하더군요. “일본은 정말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일본은 유치활동을 하면서 60억달러를 들여 세계에 3D 전광판 설치를 약속했습니다.”
우리 정부에서는 유치위원회에 얼마나 지원했습니까. “30억원을 지원받았습니다. 전경련에서도 보태줬습니다.”
작년 초부터 12월 2일까지 유치위원회의 전체 예산은 얼마나 됩니까. “130억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경쟁국들의 예산은 잘 모르겠고요. 유럽에 9표가 있습니다. 유로 스포츠와 CNN에 광고를 할 생각입니다.”
다른 경쟁국들은 광고를 하고 있습니까. “다른 나라는 이미 유로 스포츠와 CNN에 다 광고하고 있지요.”
정부 차원의 지원에 만족하고 있습니까. “지금 막바지니까, 예산 지원보다는 정부에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정부는 일이 많으니 언론에서 도와주셔야 합니다. 결국 언론이 관심 보이면 정부가 따라가잖아요.”
정치권 일각에서는 2022 월드컵유치가 ‘MJ만 좋은 일’이라고 폄하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2002년에도 있었고 언제나 있는 법이거든요. 지금은 또 동계올림픽 유치활동과 겹쳐지니까. 그렇지만 걱정할 게 없는 게, 브라질이 월드컵을 2014년에 하잖아요. 그 결정이 2008년에 이뤄졌어요. 또 작년에 브라질이 2016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해냈잖아요. 브라질에서는 이런 유치활동에 대해 불평을 한 사람이 없어요.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경직된 사고방식이라고 봅니다. 영국은 2012년 런던올림픽을 여는 데 2018년 월드컵유치도 가장 유력하다고 그러잖습니까? 월드컵 개최지를 선정하는 사람과 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브라질은 두 메가 이벤트를 유치해냈습니까. “한 사람이 둘 다 한 거예요. 아벨란제가 FIFA 회장도 역임했고 IOC위원도 가장 오래하고 있잖아요. 아벨란제의 영향력이 큰 거지요. 국제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을 갖고 있으면 이렇게 어마어마한 겁니다.”
룰라 대통령이 등장한 이후 브라질은 엄청난 국운 상승기를 맞고 있는 것 같습니다. “브라질은 사회인프라가 좋아졌고 사회분위기 역시 상승세입니다. 국제사회에서는 나라 안팎에서 인기가 좋은 룰라 대통령이 그만두는 것이 뉴스가 되고 있습니다.”
FIFA 집행위원의 한 사람으로 국력, 축구 인프라, FIFA 영향력, 지리적 이점, 축구 열기, 자국 리그 수준 중에서 어떤 요인이 개최지 선정에서 중요하다고 봅니까. “똑같은 사실이 상황에 따라 강점이 되기도 하고 약점이 되기도 합니다. 2018년 월드컵의 경우 유럽은 신청한 나라가 4개국인데, 2개국은 공동개최입니다. 어느 나라는 축구 인프라가 다 되어 있고, 또 어떤 나라는 하나도 안되어 있습니다. 집행위원의 성향에 따라 평가가 다 달라질 수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할 때 우리는 월드컵 경기장이 하나도 없었고 월드컵 분위기도 약했습니다. 지금은 축구장이 다 준비되어 있습니다. 집행위원에 따라 축구장을 지을 필요도 없는데 왜 하려고 하느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집행위원들과의 인간관계가 중요합니다.”
FIFA 집행위원으로 16년째인데, 모르는 집행위원이 없겠죠. “내가 집행위원 경력으로 위에서 네 번째입니다. 23명과 다 알고 있지만 모든 사람과 친한 것은 아닙니다. 모든 집행위원들과 식사하고 술 마시고 했지요. 외국에서나 한국에 올 때마다 생갈비와 불고기를 대접하고 있는데 다 잘 먹습니다. (집행위원들과 인간관계를 쌓는 데) 우리나라 음식의 공이 큽니다.”
이번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벌어진 U-17여자월드컵 우승이 유치활동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까. “당연히 도움이 됩니다. 집행위원들은 한국 축구의 저변이 취약하다는 것을 다 알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한국사람에게는 특별한 축구 재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U-20여자월드컵에서도 3위를 했잖아요. 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동계올림픽, 여자골프, 야구 등에서 잘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네티즌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선 결국 미국과 한국이 최종 경합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을 합니다. “미국은 1994년 월드컵을 열었고, 1999년과 2003년 여자월드컵을 개최했습니다. 미국은 월드컵을 세 번이나 열었고, 한국은 반쪽 월드컵을 한 번 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자월드컵 결승전에 미국이 나갔을 때 클린턴이 봤지만, 미국에서 월드컵이 열렸을 때는 결승전을 고어 부통령이 봤다는 얘기를 합니다.”(웃음)
FIFA월드컵이 갖는 사회문화적 메시지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대표팀 경기는 어느 경기나 긴장하면서 보게 됩니다. 축구는 어떤 스포츠보다 내셔널리즘이 극대화된 종목입니다. 대륙별 예선에서 대부분의 국가가 본선 진출을 못하고 탈락합니다. 그런 대륙별 예선도 시청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올림픽에서 수영, 체조, 육상 등을 보면 축구처럼 긴장감이 높진 않습니다. 축구는 긴장감이 높다 보니 시청자가 훨씬 많고 그러니까 영향이 훨씬 크죠. 그래서 월드컵 축구를 ‘the biggest event on the planet’라고 하는 것이죠.”
88서울올림픽이 동구권 붕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2022 월드컵 개최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합니까. “10~20년 사이에 동북아시아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대륙국가지만 대륙 방향이 막혀 있어 사실은 섬나라와 같습니다. 지금 일·중(日中)관계가 안 좋습니다. 월드컵을 개최하면 현재 구상 중인 한·일 해저터널과 대륙횡단철도 역시 분위기를 탈 것으로 기대합니다. 분단상태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불안정하기 때문에 더더욱 월드컵 유치에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직 국회의원 신분으로서 월드컵유치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지난 월드컵 직후 여의도 설렁탕집에 갔는데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분들이 ‘지난 6월이 가장 행복했다’고 말하더군요. 어느 대법관이 통일 전까지는 이런 감격을 느낄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말하시대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행복을 잘 못 느끼며 사는데, 월드컵이 이런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로마 정치가 시저는 정치인의 역할을 국민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시저는 경기장 짓고 도서관 짓고 목욕탕 짓고, 돈 떨어지면 부자들한테 돈 꿔서 짓고 했습니다. 정치인들도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 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화제를 돌려보겠습니다. 지난 10월 11일 세계적인 행복전도사 닉 부이치치가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강연을 했습니다. 닉 부이치치와 포옹도 하셨는데, 느낀 게 많을 것 같습니다. “닉 부이치치가 몇 살인 줄 아세요? 스물일곱 살입니다. 닉은 고통을 겪은 사람입니다. 실제로 엄청난 고통을 이겨낸 사람이라 그런지 나이가 들어보입니다. 근데 유머감각이 엄청나더군요. 한국말 흉내도 뛰어나고요. 성우나 배우보다 말을 더 잘합니다. 성인 남자에게 참을 수 없는 모욕이 고생을 모른다는 것과 유머감각이 없다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닉 부이치치는 무대 위에서 하는 것이지만 정말 대단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그 분위기가 얼마나 무겁겠어요. 우리 같은 사람이 에이즈에 걸려 죽어가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긍정적 사고를 가지라고 해봤자 별 도움이 안되지만 자기가 가서 똑같은 이야기를 하면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홈페이지에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대담한 게 떠 있어 읽어봤습니다. 왜 ‘정의란 무엇인가’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사회가 정의가 없기 때문에 많이 팔리는 것은 아니고요.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좋은 것이지요. 중동 친구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여러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정의에 대한 의협심이 강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정치체제가 다른 가운데 ‘정의’를 놓고 토론했습니다. 정치체제, 인종, 종교와 상관 없이 ‘정의’는 모두 다 관심이 많습니다. 모든 사람은 나름대로의 ‘정의감’을 갖고 사회생활을 하잖아요. 보통 ‘자기는 옳고 남은 틀리다’고 말하는데, 샌델 교수는 이것의 오류를 잘 짚어내고 있습니다.”
마이클 샌델과의 대담 중에서 정치인들이 도덕적 문제에 대해 회피하고 있다는 주제로 얘기를 주고받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세계가 전보다 불안정해졌다고 하잖습니까. 왜 펀더멘털리스트(원리주의자)가 나온다고 보세요? 정치가 공허하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피상적인 문제에만 매달리니까 중요한 문제를 그 사람들이 차지한다는 것이죠. 미국 정치인들이 동성애 문제를 못 건드립니다. 건드리면 손해를 보니까. 정치가 겉돌고 있으니까 그런 걸 다른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통제불능이 되어가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가 민주화되고, 언론의 자유가 양적으로 팽창했는데, 아직도 성역이 많이 있잖아요.”
기소르망과의 대담에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기존의 이론과는 다른 시각에서 말하고 있던데. “신문에는 다른 의견이 많다고 하니까 웹사이트에는 자기 견해와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인쇄매체 중에서는 이코노미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이 자기 견해와 비슷하다고 말하더군요. 지구온난화는 부적절한 표현이고 기후변화는 맞다고 하대요. 기후변화는 몇 세기 단위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는 것이죠. 전에는 잉글랜드 북부에서도 포도를 재배했다는 거지요. 누구 말이 맞다 틀리다를 떠나 우리의 시각이 편협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장엽 선생을 조문하고 또 오늘 영결식에도 다녀오셨는데, 민주당이 황장엽 조문을 놓고 이해할 수 없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같은 정치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가 큰 혼란에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라시아대륙의 동쪽 끝에 있는 작은 나라가 한국 아닙니까? 수천 년 동안 왕정(王政)을 거쳐 36년간 식민지배를 겪고 6·25전쟁을 당했잖아요. 그런 뒤에 자유민주주의를 하고 있잖아요. 이건 기적입니다. 1945년 독립한 직후 문맹률이 90%가 넘던 나라가 전쟁을 겪고도 민주주의를 하고 경제발전을 이뤄냈는데…. 우리나라가 어떤 희생 위에 세워졌는지, 그런 현실 인식이 약한 것 같습니다.”
2010.10.27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