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보상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부보상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부보상에게 배울 기술은 총 여섯 가지로 그 각각은 화술, 입지, 상인, 상택, 상객, 솔재이다.
첫째 '화술'이란 설득하고 유혹하는 기술로서 부보상들은 '입을 열기 전에 귀를 먼저 열라'는 말로 화술을 실행에 옮겼다. 귀를 먼저 열라는 건 무슨 뜻일까? 부보상들은 주막이든 장터든 간에 장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동네 소식을 듣는다. 그리곤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것은 일종의 게으름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실제로 부보상들은 게으르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동네 사람들의 말상대가 돼줬다. 그런 뒤에 앞마을에서 들은 소식을 뒷마을에서 털어놓기도 했는데 사실 이것은 기술의 하나였던 것이다. 당시 사회가 꽤나 고립되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러한 부보상들이 마을에서 대단한 환영을 받았다는 걸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 부보상들은 작은 마을에 살던 사람들이 원하는 걸 알았고 그것을 실행해 사람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었던 것이다.
두번째 기술인 '입지'는 무엇인가? 목표를 세우고 유지해나간다는 것인데 부보상들은 철저한 준비정신을 지닌 상인이었다. 절대 남의 돈을 빌려 쓰지 않았으며 손익계산이 철두철미했다는 걸 알면 무슨 뜻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세번째 기술은 '상인'. 부보상들은 사람을 볼 줄 아는 걸 중히 여겼다. '사람을 알지 못하면 세상을 읽지 못한다'고 여겼을 정도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친인척으로 자리 메우는 큰 장사꾼들이 되새겨야 할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네번째 기술은 재산을 보는 '상택'이다. 요즘 경제가 어려워도 명품 판매가 호황을 누린다고 호들갑을 떠는 데 이미 부보상들은 그 원리를 꿰뚫고 있었다. 그들은 귀한 물건 찾는 양반들을 찾아내는 데 노련했고 또한 레드오션 사이에서 블루오션을 찾아내는 이른바 '틈새시장' 개척에도 탁월한 실력을 보였는데 이 모두가 상택 덕분이다.
다섯번째 기술은 고객을 만족시키는 '상객'이다. 부보상은 물건이 아닌 인정을 판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손님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 투철했다. 장사가 잘 된다고 하여 사기치는 일이 없었고 손님을 막 대하는 일도 없었다. 현재의 고객에서 미래의 고객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 가르침 또한 새삼 깊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마지막은 재산을 일구고 가꾸는 '솔재'다. '언제 어디서나 통하는 업무 표준'을 만들라는 것이었는데 이것을 위해 부보상들은 정확하고 효율적인 장부를 기록했으며 창고 정리를 장사의 기초공사로 삼고 나아가 그것들을 토대로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곤 했다. 이 같은 사실은 부보상들이 구시대적인 장사를 한다고 생각했던 이들의 오해를 풀기에 충분하다.
풍부한 일화와 함께 소개되는 이러한 부보상들의 정신을 알게 되면 한낱 엑스트라에 불과했던 부보상들이 새롭게 보인다. 책의 앞을 장식했던 유명한 거상들이 부보상이었던 것 또한 납득할 수 있으며 부보상을 '혼의 상인'이라며 한국의 상신(商神)이라 부르는 것도 지나친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더불어 부보상의 장사 기술이 오늘날에도 유효하다는 것 또한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