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십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주님께서 함께 하시므로 미얀마 난민구호 사역에 놀라운 기적이 잇달았다.
미얀마 내전으로 인도 미조람으로 피난을 가서 난민이 된 친족(Chin tribe)의 구호를 시작한 지 어언 17개월이 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 딱 한번만 하기로 하였는데 집과 일터를 잃어버린 그들의 슬픔과 절망을 느끼며 계속하게 되었다. 그들이 굶주리지 않도록, 어린이들이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도록 한번만 더하자 하면서 하다 보니 1년 5개월 사이에 5천 수백여 가정, 3만여 형제들과 일용할 양식을 나누었다. 평균 잡아 한 달에 350여 가정을 주님의 식탁으로 초청하여 공동식사를 한 것이다. 친족 난민 캠프에서 오병이어의 기적이 날나 일어나고 있다.
할렐루야! 나처럼 아무 것도 아닌 자를 통해서 일 하시는 하나님께 무한 감사를 드린다.
무엇보다 긴 시간 동안 나눔을 계속하게 된 것에 대하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
17개월 동안의 나눔은 내가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다. 나에게는 장기간 나눔을 계속할 수 있는 의지도 열정도 자원도 없다. 고아와 과부를 불쌍히 여기는 하나님께서 당신의 까마귀들을 통해서 끊이지 않고 공급해주셨다.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가 코로나 후유증에 시달리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들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면서 터키와 시리아의 지진 이재민을 보듬는 일로 미얀마의 난민들을 잊어버렸지만 하나님께서는 세계 뉴스 밖에 있는 작은 자들을 결코 잊지 않으셨다. 하나님께서 친히 미조람 산악지대에 바위의 이끼처럼 숨죽이며 사는 난민들을 위한 분깃을 따로 계수하시고 보내주시어 매일 10가정과 한 달 분의 사랑의 쌀을 나누는 일을 하게 하셨다. 하나님의 난민들을 향한 아픔과 자비는 한결 같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아 몇 차례 중단하려고 하였다. 참으로 묘한 것은 그만 두려고 마음먹으면 하나님께서 ‘여호와 이레’의 예물을 보내주셨다. 하나님께서 중고시절 친구들의 갑작스런 헌금,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친구 자녀들의 헌금, 중소기업들의 기부, 가슴 따스한 목회자들의 섬세한 배려로 중단하지 않고 난민들과 일용할 양식을 나누게 하셨다.
미얀마 난민과의 나눔이 나에게는 사명이 아닌 선택이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난민들의 아버지셨다. 미얀마의 난민들의 소식이 세계 뉴스에 오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들의 고통을 모르지만 아버지 하나님은 그들의 신음 소리를 들으시고 그들의 굶주림과 고통을 기억하며 그들에게서 눈길을 돌리지 않으시고 그들을 돌보고 섬기는 일이 계속될 수 있도록 성령을 통해서 사람들을 감동감화 시키셨다. 지금도 성령님의 강권적인 역사가 이루어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계속 써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기적이다.
두 번째로 난민들의 구호를 위한 모금을 혼자 감당하게 해주심에 감사를 드린다.
능력이 뛰어나서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다.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혼자 활동하는 것이 아니다. 긴 시간 동안 해외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국내에 그런 일을 함께 기획하고 실행할 사람들이 주변에 없어서 혼자 일하는 것뿐이다. 사람들이 없는 것이 아니다. 주변에 하나님께서 은혜로 만나게 해주신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성령의 감동도 없고 모금이 스트레스를 동반하기 때문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묶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긴급구호를 위해서 사람들을 묶기 위하여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보다 모금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모든 긴급구호를 하면서 혼자 움직였다. 그리고 그 무거운 스트레스를 감당하며 수재민 구호, 기아 난민 구호, 코로나 구호 등을 감당하였다.
그러나 긴급구호를 시작한 이래로 지금까지 상황을 돌이켜 보면 혼자 일한 것이 아니다. 성령님과 함께 일한 것이다. 의지할 사람이 없고, 의지할 인간관계가 없고, 의지할 조직이 없기 때문에 하나님만 바라보았다. 그랬더니 하나님만 바라보는 자를 하나님께서 책임져주셨다. 하나님께서 상상도 할 수 없는 방법으로 천사들을 동원하여 내가 감당하여야 하는 모든 필요를 공급해주셨다. 하나님께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불러서 참여하게 만들어 주셨다.
금번에도 4월로 난민구호를 끝낼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나님께서 믿음의 친구들과 몇 교회를 통하여 한 달 분의 구호비를 미리 보내주셨다. 이것은 나 개인이나 조직이 움직여서 할 수 있는 금액을 넘어서 있다. 할렐루야! 이는 하나님이 하신 일이다. 내가 어떻게 지속적으로 목회자들을 설득하며, 친구의 마음을 움직이며, 지인들을 감동 감화시킬 수 있겠는가? 내가 어떻게 동시에 많은 사람들을 상대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나로서는 불가능하지만 하나님으로서는 가능한 일이다.
할렐루야! 혼자 일하게 하시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나로 하여금 혼자 일하게 하시는 것은 혼자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누가봐도 혼자 고군분투하는 종을 통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심이 분명하다.
세 번째로 난민구호를 선택이 아닌 사명으로 받아드리게 해주심에 감사드린다.
대부분의 난민구호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하게 된 일이어서 일을 감당하면서도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을 대신한다는 생각과 느낌을 가질 때가 종종 있다. 나만 죽어라고 일하고 나만 스트레스 받고 나만 괴로워한다는 생각으로 억울해 할 때가 있는 것이다. 미얀마 구호만 해도 그렇다. 내전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한국 사람들의 반응도 별로이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세상 천지에 모금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지도 모르고 계속 구호비를 보내라고 압박하고, 나 자신의 메인 사업에 모든 에너지와 열정을 쏟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내 개인 중심으로 생각하며 모금이 어려울 때 마다 그만 둘 생각을 하였다. 그러면서도 그만 두지 못한 것은 굶주림의 고통이 서럽고 무섭고 힘든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요, 성령님의 감동으로 시작한 일은 성령님의 허락을 받고 끝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 동안 난민 구호가 하나님의 일이지만 잠시 맡은 일이지 내가 끝까지 감당해야 하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도중에 힘들면 그만 두려고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금번 사순절을 통과하면서 난민구호가 나의 선택이 아니고 사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 그것처럼 우선적이고 귀한 과제가 어디에 있는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긴급 상황에서 받게 된 일을 빨리 끝내고 그동안 계속해온 메인 사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하나님 앞에 불평하였다. 생명을 살리는 귀한 일을 힘들다고 외면하며 오랫동안 섬겼던 현장의 일들을 완성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새 시대, 새 상황에서 하나님께서 주신 일들을 회피하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은혜는 커서 나는 날마다 10여 가정의 난민들을 주님의 식탁으로 초청하여 함께 먹고 마셨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이제는 과거의 일은 과거에 맡기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새 일들을 다 감사로 받기로 하였다.
하나님께서 주신 것들은 어느 것 하나 그냥이 없다. 시작도 끝도 다 그분의 손에 맡기고 주어진 일을 감사함으로 받는다. 이제야 비로소 저것은 내 일이 아니므로 힘이 들 때 그만 두어도 된다는 생각이 마음속에서 사라졌다.
쓰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니 일을 감당할 능력을 주시는 것 또한 그 분이 아니신가!
그 동안 혼자 일하였지만 어느 조직이나 단체가 움직이는 것 못지않은 많은 나눔, 고통과 절망의 나눔, 희망과 감사의 나눔, 눈물과 기도의 나눔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결코 내가 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다.
2023.4.7.사시에
우담초라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