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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화무염(刻畵無鹽)
(추녀) 무염을 부각(浮刻)시키다(정교하고 섬세하게 그리다)는 뜻으로, 비유가 타당하지 않거나, 도저히 비교 대상이 되지 않거나, 너무 차이가 나는 물건을 비교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얼굴이 못생긴 여자가 아무리 화장을 해도 미인과 비교가 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刻 : 새길 각(刂/6)
畵 : 그림 화(田/8)
無 : 없을 무(灬/8)
鹽 : 소금 염(鹵/13)
전국시대 제(齊)나라의 무염읍(無鹽邑)에 종리춘(鐘離春)이란 여자가 살고 있었는데, 너무 박색이라서 나이 40이 되도록 시집도 못 가고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제선왕(齊宣王)을 찾아가 제선왕의 앞에 닥친 네 가지 위태로움을 지적했다. 종리춘에 말에 감복한 제선왕은 그녀의 말을 다 받아들여 개혁을 단행했으며, 재능에 탄복해 그녀를 비(妃)로 삼고 무염군(無鹽君)에 봉했다. 그로부터 사람들은 얼굴이 못생긴 여자를 '무염'이라 일컫게 되었다.(▶ 강안(强顔) 참조)
진(晉)나라 원제(元帝) 때 주의(周顗)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유량(庾亮)이 일찍이 주의에게 말했다. "여러 사람들이 그대를 고결하기로는 악광(樂廣)과 같은 사람이라고 여긴다오(庾亮嘗謂顗曰, 諸人咸以君方樂廣)." 주의는 이 말을 듣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떻게 무염을 부각시켜(정교하고 섬세하게 그려) 서시를 모독할 수 있는가(顗曰, 何奈刻畵無鹽, 唐突西施也)."
이 이야기는 진서(晉書) 주의전(周顗傳)에 나오는데, 주의의 말에서 '각화무염(刻畵無鹽)'이 유래했다. '천하의 추녀인 무염을 천하의 미녀인 서시와 비교하면서 (무염을 천하의 미녀라고 생각하고) 무염을 부각시키면 서시를 모독하는 것이 되지 않겠느냐? 그와 마찬가지로 나같이 불초한 사람을 천하의 현인인 악광과 비교하면서 (나를 천하의 현인이라고 생각하고)칭찬하고 있으니 이는 악광을 모독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뜻이다.
각화무염(刻畵無鹽)은 서시를 모독한다는 뜻의 당돌서시(唐突西施)와 함께 사용되는데, 추한 것을 높여 아름다운 것을 깎아내린다는 속뜻을 가지고 있다. '각화(刻畵)'는 '섬세하고 정밀하게 그리다', '부각시키다'라는 뜻이고, '당돌(唐突)'은 '감정을 상하게 하다' 혹은 '비위를 거스르다', '모독하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서시는 춘추시대 월나라의 미인으로, 월왕 구천(勾踐)이 오왕 부차(夫差)를 멸망시키기 위해 미인계를 쓰면서 부차에게 보낸 월나라의 미인이다.(▶ 동시효빈(東施效顰) 참조)
각화무염(刻畵無鹽)
무염 땅 종리춘이 화장을 하다. 추녀가 아무리 화장을 하여도 미인과 비교할 수 없다. 전혀 비교가 되지 않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무염(無鹽)은 짜지 않다는 뜻이 아니고 중국의 지역 이름이다. 그곳 출신의 한 여인이 무척 박색(薄色)이었다. 아무리 얼굴을 꾸며 보아도 성형을 하지 않는 이상 그 얼굴이 어디 가겠는가?
밑바탕이 천한데 고급스러운 물건을 사용해본들 격에 어울리지 않음을 나타내는 우리 속담 '짚신에 국화 그리기'나 '석새짚신에 구슬감기'와 같은 말이다. 석새는 성글고 굵은 삼베를 뜻한다. 흔히 하는 속된 표현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이 되나'라고 하면 뜻이 더 분명하다. 여기에서 도저히 비유가 되지 않는데 억지로 갖다 붙이거나 너무 차이가 나는 물건을 비교할 때 쓰이게 됐다.
전국시대(戰國時代) 제(齊)나라의 무염(無鹽)이란 읍(邑)에 종리춘(鐘離春)이라는 여자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얼마나 못 생겼던지 나이가 마흔이 되도록 시집도 못가고 늙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혜가 뛰어난 종리춘이 선왕(宣王)을 찾아가 당시 나라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조목조목 제시하며 해결책을 올렸다.
왕이 재능에 감복하여 종리춘을 왕후로 삼고 무염군(無鹽君)에 봉했다. 미녀(美女)의 대표를 서시(西施)라 칭하듯이 아무리 왕후가 되었어도 못생긴 얼굴은 어디 가지 않아 사람들은 무염을 추녀(醜女)의 대명사로 불렀다.
당태종(唐太宗)때 방현령(房玄齡) 등이 편찬한 진서(晉書) 주의(周顗)전에 명확한 쓰임이 보인다. 진나라 원제(元帝)때 주의(周顗)라는 곧은 선비가 있었다. 신하들 중 일부가 주의(周顗)에게 당신을 고결하기가 악광(樂廣)과 같이 여긴다고 말했다. 악광은 그의 말을 들으면 마치 구름과 안개를 헤치고 푸른 하늘을 보는 것과 같다는 칭송을 들을 정도로 사물의 이치를 통달한 진(晉)나라의 현인이었다.
이런 사람과 비교하자 주의(周顗)는 펄쩍 뛰며 말했다. "어찌 무염에게 화장을 한다고 하여 갑자기 서시가 되겠는가(何乃刻畵無鹽 唐突西施也)."라고 말하면서 겸손함을 나타냈다고 전해진다.
얼굴이 못생긴 여자가 아무리 꾸며도 서시와 같은 미인이 될 수 없다는 뜻으로, 서로 비교할 수 없는 것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이 되나
외화내빈(外華內貧)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겉치레에 많이 치중을 한다. 겉은 화려하게 꾸미면서도 실속은 없다. 반대로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인들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그래서 실속이 있는 민족이다. 우리는 예로부터 허례허식이 몸에 배어 있다.
가진 게 없으면서도 뭐든지 거창하게 하려고 한다. 결혼식도, 회갑연도, 또 장례식도 거창하게 해왔다. 그래서 국가적으로 가정의례 준칙이라는 걸 만들어 지키라고 했다. 그럼에도 잘 지켜지지가 않는다. 요즘은 마이카 시대라서 저마다 자가용을 굴린다.
월세를 사는 사람도 고급 외제차를 굴리는 세상이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라고 허세를 부리지만 들여다보면 월세를 사는 어려운 사람이다. 이러다보니 상대적 빈곤감이 더 심화되는 것이다. 호박이면 호박답게 살아야 하는데 거기에 수박무늬 줄을 그으려고 한다. 성형외과가 번성하는 이 시대를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하는 걸까?
강남에 사는 어떤 분의 경험담이다. 어느 날 보니까 자기가 사는 동네에 성형외과가 들어와 있더라는 것이다. 시내 한복판도 아니고 사람이 붐비는 곳도 아닌 동네에 어찌 이런 병원이 들어왔나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동네에서 저 병원 문을 두드릴 사람을 한번 떠올려 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떠오르는 얼굴이 없더라는 것이다. 며칠 후 세상 돌아가는 일에 빠삭한 자기 또래의 이웃집 부인에게 그런 자기의 느낌을 털어놨다.
그랬더니 그 부인이 대뜸 '어디 딴 세상에서 왔느냐'며 웃더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요즈음 웬 만큼 산다는 집치고 딸 얼굴 뜯어 고치지 않는 집 없고 보톡스 주사 안 맞는 사람이 없다'라고 하는 것이다. 이 사람이 '보톡스 주사'라는 말을 처음 들어서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주름살 펴는 주사'라고 하더란다.
원래는 그게 독인데 그걸 이용해서 각진 턱도 갸름하게 하고, 울퉁불퉁한 근육질 다리도 매끈하게 하고 주름살을 펴게 해서 눈가의 세월도 싸악 지워진다는 것이다. 사실 요즈음 텔레비전을 보면 아나운서나 탈렌트들 중에 표정이 어딘지 부자연스럽고 어색한 것을 느끼게 된다.
그게 다 피부를 당기고 턱을 깎고 입술을 도톰하게 만드는 성형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긴 이왕이면 예뻐 보이고, 젊어 보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이 사회가 예쁨과 젊음을 특별히 대접하는 그런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지금 맞고 있는 이 성형 열풍은 일종의 광기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외모가 인생을 결정한다'는 마술에 한꺼번에 걸려있다. 얼굴에 무슨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자기만의 매력을 가진 얼굴들이다. 그런데 그런 얼굴에 칼을 대서는 아무 개성도 없는 이른바 '표준 얼굴'로 바꾸는 이런 바보 같은 짓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이게 올바른 시대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한쪽에서는 이렇게 주장을 한다. '자신감이 없던 사람이 얼굴을 뜯어고침으로써 자신감을 얻는다면 그건 단지 육체적 성형이 아니라 정신적 치유행위가 되는 것이라고.' 그러나 인간의 자신감이란 게 작은 눈을 큰 눈으로 바꾼다고, 콧대가 세워진다고 금방 회복될 만큼 단순한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머지않아 여성의 외모에 대한 생각과 기준이 바뀔 것이라는 말이다. 여성 스스로가 자신감을 회복하게 됨에 따라 스스로 자신들의 아름다움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지 몸을 뜯어고치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외모를 바꾸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고운 것? 다 거짓된 것이다.
얼마나 덧씌우고 두드리고 그려 넣은 것인가? 아름다운 것? 다 헛된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 아름다워지려면 조급한 마음으로 얼굴을 뜯어 고칠 게 아니라 속을 채워가야 한다. 내면은 가꾸지 아니하고 외모만 신경 쓰는 세상은 건강한 세상이 아닌 것이다. 줄을 긋지 않은 호박만의 자연미가 진정으로 아름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호박에 줄만 그어서는 안된다
변해야 산다는 사고방식에 발맞춘 시도는 이제 흔히 볼 수 있게 된 장면이다. 변화지수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다.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 모여 있다는 실리콘밸리는 이미 80% 이상이 유니폼을 벗어 버렸다고 한다. 우리나라 기업 내에 부는 변화의 바람 역시 이에 못지 않게 세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직장인들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권위주의를 깨는 시도에 들어간 것이다. 자신에 맞춰 편하게 입는 자율복장으로 바꿨다. 심지어는 '염색 지원금'까지 주며 직원들의 변화에 선풍기 바람까지 들이대는 적극적인 벤처기업까지 있을 정도다.
물론 변화의 목적은 외모가 아니다. 하지만 실제 의식의 전환을 가장 빨리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은 외모를 바꾸는 일이라 한다. 사람이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을 때, 머리를 자르거나 화장을 하거나 옷을 사거나 하는 것도 이런 맥락인 셈이다. 이미지 손상을 가져올 정도의 지나침만 아니라면 말이다.
자기 변신이 이걸로 끝은 아니다. 외적 변신과 내적 변신은 병행되어야 한다. 외적 모습에 변신을 주는 노력 외에 내적 변신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적 변신은 자신으로 한정되는 '자기 발전'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당신의 내적 변신을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우선, 변화를 즐길 줄 아는 유연한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작고 사소한 변화일지라도, 그것이 외적인 것이든 내적인 것이든 자기 것이 되기까지는 불편한 게 당연하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고 즐길 줄 아는 자세가 중요하다.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변화, 자기에게 일어나고 가해지는 변화들을 빨리 받아들이는 유연함이 있을수록 자신에겐 도움이 됨을 명심해야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척도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그 만큼만 받아들이려 하는 것은 이제 고집에 지나지 않는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서로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나 자기 표현 방식이 변화했다. 작은 그릇으로 모든 걸 받아들이려 했다간 굶어죽기 십상이다.
그런데 변화에는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 저항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필자와 함께 간단 게임을 해보자. 우선 당신의 파트너를 구하라. 쉽게 하려면 당신 옆에 있는 사람을 파트너로 삼으면 된다. 이 파트너와 손 벽 밀기붙이기 게임을 해보아라. 손을 편 상태에서 팔을 어깨 넓이로 벌린 다음 서로 마주보고 파트너에 손벽에 힘을 주어 상대의 손벽을 힘차게 밀어보는 게임이다. 당신이 힘차게 손벽으로 파트너의 손벽을 밀수록 파트너도 힘차게 받아치기 마련이다. 이처럼 변화에 적잖은 저항이 따른다.
왜냐하면 사람이든 조직이든 본질 자체가 변화에 적응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담배나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끊어야지, 끊어야지 하면서도 백해무익하다는 걸 알면서도 맘처럼 안 되지 않던가. 건강상의 이유든 무슨 이유든 도저히 끊지 않고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변화 역시 그렇다.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궁지에 몰려서야 스스로 변신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제 앞서가는 사람 '뒷다리 잡는 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철저한 자기 변신이 없고서는 어디서고 버림받는 세상, 약육강식 무한경쟁의 시대임을 뼈에 새겨야 할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변신의 시점을 적절히 잘 수용한 사람들이다. 과감한 자기 개혁을 행동으로 옮겼기에 그들 몫으로 성공을 얻게 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이것뿐이다.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No pain, No gain)' 라는 평범한 세상살이의 지혜로 자신의 과감한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에 들어가는 일 말이다.
인텔이라는 컴퓨터 회사를 보자. 286, 386, 486, 펜티엄, 펜티엄Ⅱ, 펜티엄Ⅲ, 펜티엄Ⅲ지온 …. 인텔은 기존의 제품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뒤를 잇는 제품들을 내놓았다.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인텔은 변화에 맞춰 업그레이드 된 제품을 내놓은 회사라는 좋은 이미지가 생겼고, 결국 인텔은 마이크로칩 산업을 완전 장악했다. 변화의 파도타기를 잘 함으로써 차별화 전략에 성공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당신은 알을 깨고 새가 나오는 모습을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알은 하나의 세계다. 새에게 있어 알은 태어나기 위해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되는 벽인 셈이다. 이제는 알을 깨는 작업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새가 되자. 자신 앞의 변화를 온전히 받아들여 자기의 것으로 승화시킬 줄 아는 사람 말이다. 이제 자신을 이렇게 설득하라. 일상의 변화를 먹고 살아야 한다고. 인텔이 일상의 변화를 먹고 쑥쑥 자랐듯이 말이다.
하지만 변화도 막 먹어대선 안 된다. 자기만의 목소리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이 좋다고 느끼면 좋은 거고, 싫다고 느끼면 싫은 것일 뿐이다. '왜'라는 부분에 대해 정확한 입장만 표명할 수만 있으면 된다. 그것이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제는 자기 안의 많은 변화들을 일상의 과제로 가져와라. 그리고 그것들을 구체적인 삶의 요소로 발전시켜 나가라. 자연스레 당신의 삶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인텔처럼 '나, 나Ⅰ, 나Ⅱ, 나Ⅲ…'라는 차별화 된 당신을 올 연말쯤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개구리는 변신에 능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이름도 '변온동물'이라 명하지 않던가. 실제 개구리와 같은 양서류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랫동안 살아온 동물 중 하나다. 이유는 바로 지구상의 환경 변화에 스스로 적응하는 체질을 가졌기 때문이다.
당신도 이와 만찬가지다. 변화하는 환경에 오래 살아 남으려면 개구리와 같은 끊임없는 변화에의 적응이 필요하다. 개구리가 기온이 내려가면 자신의 체온을 낮춰 살아남듯, 자신 역시 얼마나 스스로를 시대에 맞춰 재창조하느냐에 달려있다. 당신이 진정 변신을 원한다면 호박에 줄만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아름다운 여자 종리춘(種離春)
춘추전국시대의 중국 역사를 담은 열국지(列國誌)는 여자 이야기로 시작한다. 주(周)나라 유왕(幽王)의 비 포사(褒姒)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시경(詩經)에 빛나는 천자의 나라인 주왕조, 포사가 그것을 멸망시켰다(赫赫宗周 褒姒滅之)고 한 것처럼, 대체로 춘추전국시대에 등장하는 여자들의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요사스러운 것이 여자였다. 게다가 예쁜 여자들일수록 더 위험했다.
제(齊)나라 선왕(宣王) 때의 종리춘(種離春)은 못생겼지만 아름다웠다. 예쁜 여자들이 추한 이름을 남긴 반면, 그녀는 향기로운 이름을 남겼다.
제선왕 때 제나라는 강해졌다. 그것만 믿고 제선왕은 점차 술과 여자에 빠지기 시작했다. 놀기 위한 목적으로 설궁(雪宮)이라는 궁을 새로 짓고, 성밖에 사방이 40리나 되는 원유(苑囿)라는 동산을 지어 그곳에서 사냥을 즐겼다.
또 추연(騶衍), 접여(接輿)같은 학자들을 불러 모았는데, 이들은 말만 앞세우는 사람들이었다. 제선왕은 이런 신하들과 설궁에서 잔치를 하거나 원유에서 사냥하는데 시간을 허비할 뿐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게을리했다.
그 날도 제선왕이 설궁에서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한 여자가 설궁 앞에 나타났다. 그 여자는 몹시 못생긴 얼굴이었다. 이마가 넓고 눈은 깊었으며 코가 높고 남자처럼 울대가 튀어나오고 등은 낙타처럼 굽었으며 목이 굵었다. 또 손가락이 길고 발은 컸으며 머리털은 갈풀처럼 메말랐고 피부는 옻칠처럼 검었다.
그녀는 큰 소리로 말했다. "제나라 임금을 만나려고 왔습니다."
궁문을 지키는 병사들이 그녀를 가로막았다. "누군데 감히 대왕을 만나겠다는 거냐?"
그녀는 "나는 무염(無鹽)이라는 지방에 사는 사람으로, 성은 종리이고 이름은 춘입니다. 나이는 마흔을 넘겼는데 아직 시집을 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후궁에 들어가 대왕의 뒷바라지나 하려고 합니다."
황당하게도 종리춘은 임금의 아내가 되겠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하도 기가 막혔는지 신하들은 그 이야기를 임금에게 전했고, 잔치로 기분이 좋아진 제선왕은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되겠다 싶어서 그녀를 불러오게 했다. 그녀의 못생기고 추한 모습에 그 자리의 모든 사람이 웃었다.
제선왕이 그녀에게 말했다. "부인은 너무 추하게 생겨, 시골 사람이라도 부인에게 장가들고 싶은 사람이 없었던 모양이군요. 그런데 나를 섬기겠다니 무슨 특별한 재주라도 있습니까?"
종리춘이 말했다. "저는 별다른 재주는 없으나, 시늉으로 뜻을 전달하는 방법은 좀 압니다."
제선왕은 터무니없을 경우, 즉시 목을 베겠다고 윽박지르고는 한번 해보라고 했다. 종리춘은 곧바로 눈을 치켜뜨고 입을 벌려 이를 드러낸 다음, 두 손을 두세번 들었다가 내리면서 무릎을 쳤다.
그리고는 두 번 외쳤다. "위태롭구나, 위태롭구나."
제선왕은 물론이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에 아무도 그 뜻을 알지 못했다. 제선왕은 종리춘에게 그 뜻을 설명해 보라고 했다.
그녀는 "눈을 치켜뜬 것은 적이 쳐들어와 봉홧불이 오르는 것을 본다는 뜻입니다. 이를 보인 것은 신하가 올바른 말하는 것을 가로막는 왕의 입을 벌준다는 뜻입니다. 두 손을 들어 올린 것은 입에 발린 아첨이나 하는 간신들을 물리친다는 뜻입니다. 손으로 무릎을 친 것은 매일같이 잔치나 벌이는 이 설궁을 무너뜨린다는 뜻입니다."
제선왕이 화를 내며 종리춘의 목을 베라고 명령했지만, 종리춘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왜 그렇게 말했는가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다른 나라는 임금이 나라 다스리는 일에 힘써 나라가 부강해졌고 제나라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제선왕은 잔치나 즐기고 간신들의 말만 듣는 바람에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제나라는 지금 쌓아놓은 계란처럼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저는 죽음을 무릅쓰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의 말을 듣고 임금께서 나라를 잘 다스리신다면 저는 죽어도 좋습니다."
그러자 제선왕이 깜짝 놀라며 종리춘을 일으켰다. "그대가 아니었다면 나는 내 허물이 무엇인지 영영 모를 뻔 했습니다."
제선왕은 즉시 잔치를 끝내라고 한 다음 종리춘을 수레에 태워 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종리춘을 비로 삼으려고 했다.
그러자 종리춘은 사양했다. "임금께서는 저의 말은 듣지 않으시고 저의 몸만 왕비로 삼으려 하십니까? 먼저 나라 다스리는 일을 잘 하시고 현명한 사람들을 뽑으십시오."
그 후로 제선왕은 종리춘의 말대로 나라 다스리는 일에 힘쓰고, 말만 앞세우는 사람들은 내쫓았다. 그 자리에 현명한 사람을 불러모았다. 그 사람들 중에 맹자(孟子)가 있었다. 그래서 나라는 다시 잘 다스려졌다.
제선왕은 그런 후에 종리춘을 왕비로 삼았으며, 그녀에게 무염군(無鹽君)이라는 칭호를 내렸다. 종리춘의 모습은 본래 추했지만 아무도 그녀가 추하다는 말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의 마음이 의롭고 기개가 있고 지혜롭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마음이 아름답다면, 겉 생김새도 아름답게 평가받는 법이다.
▶️ 刻(새길 각)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선칼도방(刂=刀; 칼, 베다, 자르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亥(해; 분명하게 하다, 각)로 이루어졌다. 칼로 새기다, 표를 하다, 구분짓다의 뜻을 나타낸다. 십오분(十五分)을 일각(一刻)이라 한다. ❷회의문자로 刻자는 '새기다'나 '벗기다', '깎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刻자는 亥(돼지 해)자와 刀(칼 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亥자는 돼지를 그린 것이다. 그런데 亥자는 살아있는 돼지가 아닌 가공한 돼지를 그린 것이다. 돼지를 뜻하는 글자로는 豕(돼지 시)자도 있다. 이 두 글자의 갑골문을 보면 豕자는 돼지를 온전히 그렸지만 亥자는 머리와 다리가 잘린 모습이었다. 이렇게 도살한 돼지를 뜻하는 亥자에 刀자가 결합한 刻자는 잡은 돼지를 자른다는 뜻이다. 刻자에 '벗기다'나 '깎다'라는 뜻이 있는 것도 사실은 돼지를 나눈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刻자는 단순히 무언가를 새기거나 부각한다는 뜻으로만 쓰이고 있다. 그래서 刻(각)은 (1)연장으로 나무나 돌 같은 데에 글이나 그림 따위를 새기는 일 (2)조각(彫刻) (3)누각(漏刻) (4)시간(時間) 단위의 하나. 시헌력(時憲曆)에서 하루의 12분의 1인 1시간(지금의 2시간)을 8로 나눈 것의 하나. 곧 15분 동안을 말함 (5)시헌력 이전에는 하루의 1/100이 되는 시간. 곧 14분 24초 동안을 이름 등의 뜻으로 ①새기다 ②벗기다, 깎다 ③깎아내다 ④조각하다 ⑤시일(時日)을 정하다 ⑥다하다, 있는 힘을 다 들이다 ⑦각박(刻薄)하다 ⑧모질다, 몰인정하다 ⑨꾸짖다, 잘못을 지적하여 말하다 ⑩괴롭게 하다, 해치다, 해롭게 하다 ⑪심하다(정도가 지나치다), 엄하다(매우 철저하고 바르다), 급하다 ⑫시간(時間) ⑬때, 시각(時刻) ⑭새김, 새겨 놓은 솜씨, 그릇의 각명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새길 간(刊)이 있다. 용례로는 모나고 혹독하고 인정이 박함을 각박(刻薄), 도장을 새김 또는 새겨 만든 도장을 각인(刻印), 조각한 판목으로 인쇄한 책을 각본(刻本), 몹시 애씀이나 대단히 힘들임을 각고(刻苦), 고마움 또는 원한이 마음속 깊이 새겨짐을 각골(刻骨), 날짜를 정함을 각일(刻日), 나무를 오리어 새기거나 깎음을 각목(刻木), 시각이 급한 이때를 각하(刻下), 도자기에 꽃무늬를 새김을 각화(刻花), 글씨나 형상을 나무나 돌 따위에 파는 데 쓰는 칼을 각도(刻刀), 글자를 새김을 각자(刻字), 마음에 깊이 새겨 두는 일을 심각(深刻), 곧 그 시각에를 즉각(卽刻), 어떤 사물을 특징지어 두드러지게 함을 부각(浮刻), 시간의 어느 한 시점을 시각(時刻), 정해진 시각에 늦음을 지각(遲刻), 한 시의 첫째 시각 곧 15분을 일각(一刻), 잠깐 동안이나 눈 깜박할 동안을 경각(頃刻), 그림이나 글씨를 나뭇조각에 새김을 판각(板刻), 고니를 새기려다 실패해도 집오리와 비슷하게는 된다는 각곡유목(刻鵠類鶩), 입은 은혜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뼈에까지 사무쳐 잊혀지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각골난망(刻骨難忘), 칼을 강물에 떨어뜨리자 뱃전에 그 자리를 표시했다가 나중에 그 칼을 찾으려 한다는 뜻으로 판단력이 둔하여 융통성이 없고 세상일에 어둡고 어리석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각주구검(刻舟求劍), 고니를 새기려다 실패해도 집오리와 비슷하게는 된다는 뜻으로 성현의 글을 배움에 그것을 완전히 다 익히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선인은 될 수 있다는 말 또는 학업에 정진하여 어느 정도 성과가 있다는 말을 각곡유목(刻鵠類鶩), 마음속 깊이 새겨 둠을 일컫는 말을 각골명심(刻骨銘心), 심신을 괴롭히고 노력함 또는 대단히 고생하여 힘써 정성을 들임을 일컫는 말을 각고면려(刻苦勉勵), 아무리 꾸며도 무염이란 뜻으로 얼굴이 못생긴 여자가 아무리 화장을 해도 미인과 비교할 바가 못됨 즉 비교가 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각화무염(刻畫無鹽), 마음속 깊이 분하고 한스러움을 일컫는 말을 각골분한(刻骨憤恨), 마음속 깊이 새겨 잊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각루심골(刻鏤心骨), 나뭇잎이 저 산 모양이 드러나 맑고 빼어나다는 뜻으로 가을 경치가 맑고 수려함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각로청수(刻露淸秀), 나무를 깎아 관리의 형상을 만든다는 뜻으로 옥리를 심히 미워해 이르는 말을 각목위리(刻木爲吏), 살을 에고 뼈를 깎는다는 뜻으로 고통이 극심함을 이르는 말을 각기삭골(刻肌削骨), 뼈에 사무치도록 마음속 깊이 맺힌 원한을 이르는 말을 각골통한(刻骨痛恨), 촛불이 한 치 타는 동안에 시를 지음이라는 각촉위시(刻燭爲詩), 각박하여 집을 이룬다는 뜻으로 몰인정하도록 인색한 행위로 부자가 됨을 이르는 말을 각박성가(刻薄成家) 등에 쓰인다.
▶️ 畵(그림 화, 그을 획)는 ❶회의문자로 畫(화)의 본자(본자), 划(화), 劃(화), 画(화)의 동자(同字)이다. 田(전)에 一(일)로 테두리를 두름(화; 사방으로 구획한 밭)와 손에 붓을 든 모양의 글자 聿(율)의 합자(合字)로 붓으로 밭의 경계를 그었다. 나중에 그림, 그리다의 뜻으로도 쓰였다. ❷회의문자로 畵자는 '그림'이나 '그리다', '긋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畵자는 聿(붓 율)자와 田(밭 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畵자는 田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밭'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畵자의 갑골문을 보면 붓을 쥐고 있는 모습의 聿자 아래로 꽃무늬와 같은 획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畵자는 '그림'이나 '그리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지만, 후에 '분할하다'나 '계획하다'라는 뜻이 파생되었다. 그래서 畵(화, 획)는 ①그림 ②그리다 ③그림으로 장식된 그리고 그을 획의 경우는 ⓐ긋다(획) ⓑ분할하다(획) ⓒ구분하다(획) ⓓ계획하다(획) ⓔ설계하다(획) ⓕ꾀하다(획) ⓖ계책(計策)(획) ⓗ한자의 획(획) ⓘ꾀(획)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그림 도(圖), 그림 회(繪)이다. 용례로는 사물의 특징을 과장하여 간단하고 익살스럽게 그리어 인생이나 사회를 풍자하는 그림을 만화(漫畵), 이야기를 그림과 글로 엮은 읽을거리 또는 그림 연극을 극화(劇畵), 그림 연극을 화극(畵劇), 사람을 주제로 하여 그린 그림으로 초상화보다 넓은 뜻으로 쓰이는 그림을 일컫는 말을 인물화(人物畵), 그림 속의 떡이란 뜻으로 바라만 보았지 소용이 닿지 않음을 비유한 말 또는 보기만 했지 실제로 얻을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화중지병(畫中之餠), 뱀을 그리고 발을 더한다는 뜻으로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쓸데 없는 일을 하여 도리어 실패함을 이르는 말을 화사첨족(畫蛇添足), 범을 그리려다가 강아지를 그린다는 뜻으로 서투른 솜씨로 남의 언행을 흉내내려 하거나 어려운 특수한 일을 하려다가 도리어 잘못됨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화호불성(畫虎不成), 호랑이를 그리려다 개 비슷하게 된다는 뜻으로 소양이 없는 사람이 호걸의 풍도를 모방하다가 경박한 사람이 됨을 이르는 말을 화호유구(畫虎類狗), 큰 일을 하려다가 그 일을 이루지 못할 때는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가 한 가지의 작은 일도 이룰 수가 없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화룡유구(畫龍類狗), 장승요가 벽에 그린 용에 눈동자를 그려 넣은 즉시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라는 뜻으로 가장 요긴한 부분을 마치어 완성시키다라는 뜻을 이르는 말을 화룡점정(畵龍點睛), 그림의 떡으로 굶주린 배를 채우다는 뜻으로 아무런 실속이 없는 일 또는 허황된 상상이나 공상으로써 스스로 위안을 삼는 것을 비유하는 말을 화병충기(畵餠充飢), 자기가 그린 그림을 스스로 칭찬한다는 뜻으로 자기가 한 일을 자기 스스로 자랑함을 이르는 말을 자화자찬(自畫自讚), 아무리 꾸며도 무염이란 뜻으로 얼굴이 못생긴 여자가 아무리 화장을 해도 미인과 비교할 바가 못됨 즉 비교가 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각화무염(刻畫無鹽), 독장수 셈과 그림의 떡이라는 뜻으로 헛된 생각일 뿐이고 실속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옹산화병(甕算畫餠), 입으로 말하고 손으로 그린다는 뜻으로 열과 정성을 다하여 교육한다는 말을 구강지화(口講指畫) 등에 쓰인다.
▶️ 無(없을 무)는 ❶회의문자로 커다란 수풀(부수를 제외한 글자)에 불(火)이 나서 다 타 없어진 모양을 본뜬 글자로 없다를 뜻한다. 유무(有無)의 無(무)는 없다를 나타내는 옛 글자이다. 먼 옛날엔 有(유)와 無(무)를 又(우)와 亡(망)과 같이 썼다. 음(音)이 같은 舞(무)와 결합하여 복잡한 글자 모양으로 쓰였다가 쓰기 쉽게 한 것이 지금의 無(무)가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無자는 '없다'나 '아니다', '~하지 않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無자는 火(불 화)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불'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갑골문에 나온 無자를 보면 양팔에 깃털을 들고 춤추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무당이나 제사장이 춤추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춤추다'가 본래의 의미였다. 후에 無자가 '없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 되면서 후에 여기에 舛(어그러질 천)자를 더한 舞자가 '춤추다'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無(무)는 일반적으로 존재(存在)하는 것, 곧 유(有)를 부정(否定)하는 말로 (1)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공허(空虛)한 것. 내용이 없는 것 (2)단견(斷見) (3)일정한 것이 없는 것. 곧 특정한 존재의 결여(缺如). 유(有)의 부정. 여하(如何)한 유(有)도 아닌 것. 존재 일반의 결여. 곧 일체 유(有)의 부정. 유(有)와 대립하는 상대적인 뜻에서의 무(無)가 아니고 유무(有無)의 대립을 끊고, 오히려 유(有) 그 자체도 성립시키고 있는 듯한 근원적, 절대적, 창조적인 것 (4)중국 철학 용어 특히 도가(道家)의 근본적 개념. 노자(老子)에 있어서는 도(道)를 뜻하며, 존재론적 시원(始原)인 동시에 규범적 근원임. 인간의 감각을 초월한 실재이므로 무(無)라 이름. 도(道)를 체득한 자로서의 성인(聖人)은 무지(無智)이며 무위(無爲)라고 하는 것임 (5)어떤 명사(名詞) 앞에 붙어서 없음의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없다 ②아니다(=非) ③아니하다(=不) ④말다, 금지하다 ⑤~하지 않다 ⑥따지지 아니하다 ⑦~아니 하겠느냐? ⑧무시하다, 업신여기다 ⑨~에 관계없이 ⑩~를 막론하고 ⑪~하든 간에 ⑫비록, 비록 ~하더라도 ⑬차라리 ⑭발어사(發語辭) ⑮허무(虛無) ⑯주검을 덮는 덮개 ⑰무려(無慮), 대강(大綱)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빌 공(空), 빌 허(虛)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있을 존(存), 있을 유(有)이다. 용례로는 그 위에 더할 수 없이 높고 좋음을 무상(無上), 하는 일에 막힘이 없이 순탄함을 무애(無㝵), 아무 일도 없음을 무사(無事), 다시 없음 또는 둘도 없음을 무이(無二), 사람이 없음을 무인(無人), 임자가 없음을 무주(無主), 일정한 지위나 직위가 없음을 무위(無位), 다른 까닭이 아니거나 없음을 무타(無他), 쉬는 날이 없음을 무휴(無休), 아무런 대가나 보상이 없이 거저임을 무상(無償), 힘이 없음을 무력(無力), 이름이 없음을 무명(無名), 한 빛깔로 무늬가 없는 물건을 무지(無地), 대를 이을 아들이 없음을 무자(無子), 형상이나 형체가 없음을 무형(無形), 아무런 감정이나 생각하는 것이 없음을 무념(無念), 부끄러움이 없음을 무치(無恥), 도리나 이치에 맞지 않음을 무리(無理), 아무도 도와 줄 사람이 없는 외로운 처지를 이르는 말을 무원고립(無援孤立), 끝이 없고 다함이 없음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무궁무진(無窮無盡), 능통하지 않은 것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무소불능(無所不能), 못 할 일이 없음 또는 하지 못하는 일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무소불위(無所不爲), 무엇이든지 환히 통하여 모르는 것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무불통지(無不通知), 인공을 가하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 또는 그런 이상적인 경기를 일컫는 말을 무위자연(無爲自然), 일체의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무아의 경지에 이르러 일체의 상념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무념무상(無念無想), 아버지도 임금도 없다는 뜻으로 어버이도 임금도 모르는 난신적자 곧 행동이 막된 사람을 이르는 말을 무부무군(無父無君), 하는 일 없이 헛되이 먹기만 함 또는 게으르거나 능력이 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무위도식(無爲徒食), 매우 무지하고 우악스러움을 일컫는 말을 무지막지(無知莫知), 자기에게 관계가 있건 없건 무슨 일이고 함부로 나서서 간섭하지 아니함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무불간섭(無不干涉), 성인의 덕이 커서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유능한 인재를 얻어 천하가 저절로 잘 다스려짐을 이르는 말을 무위이치(無爲而治), 몹시 고집을 부려 어찌할 수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무가내하(無可奈何), 아무 소용이 없는 물건이나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무용지물(無用之物) 등에 쓰인다.
▶️ 鹽(소금 염)은 ❶형성문자로 소금을 뜻하는 鹵(로)와 음(音)과 함께 짜다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監(감; 염)으로 이루어졌다. 소금이라는 뜻이다. 암염(巖鹽)과 구별하여 사람이 만든 소금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鹽자는 '소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鹽자는 監(볼 감)자와 鹵(소금 로)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監자는 대야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소금이라는 글자로는 이미 鹵자가 있지만 鹽자는 식용 소금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다. 이미 가공한 상태의 소금이라는 뜻이다. 이전에는 소금을 만드는 방법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염전에서 바닷물을 증발시키는 방법이었고 다른 하나는 가마솥에 끓여서 증발시키는 방법이었다. 鹽자는 대야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을 그린 監자를 응용해 가마솥에서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鹽(염)은 (1)소금 (2)산(酸)의 수소(水素) 원자(原子)를 금속(金屬)이나 양근(陽根)으로 치환(置換)한 화합물(化合物)의 통틀어 일컬음. 산을 염기(鹽基)로 중화할 때 물과 함께 생김. 식염(食鹽), 황산(黃酸)나트륨, 황산아연(黃酸亞鉛), 황산(黃酸)칼슘 따위 등의 뜻으로 ①소금 ②자반 ③노래의 이름 ④후렴 ⑤산(山)의 이름 ⑥못의 이름 ⑦성(姓)의 하나 ⑧절이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소금기를 염분(鹽分), 소금을 만들기 위해 바닷가의 넓고 평평한 곳에 바닷물을 끌어들여 논이나 밭처럼 만들어 놓은 곳을 염전(鹽田), 소금에 절이어 저장한다는 염장(鹽藏), 소금기의 정도로 짠 정도를 염도(鹽度), 짠물이 된 호수를 염호(鹽湖), 염소 밖의 다른 물질이 염소와 화합하는 현상을 염화(鹽化), 소금을 만들어 파는 사람에게 물리는 세금을 염세(鹽稅), 소금을 굽는 사람을 염한(鹽漢), 염분이 섞인 축축한 기운을 염기(鹽氣), 바닷물을 끌어들이기 위하여 염밭에 만들어 놓은 못을 염지(鹽池), 소금기가 스며 있는 땅을 염지(鹽地),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를 염돈(鹽豚), 간수로 습기가 찬 소금에서 저절로 녹아 흐르는 짜고 쓴 물을 고염(苦鹽), 굳어 덩어리진 소금을 견염(堅鹽), 산에서 캐는 소금을 산염(山鹽), 소금기가 없음을 무염(無鹽), 땅 속에서 천연으로 나는 소금을 암염(巖鹽), 소금을 만듦을 제염(製鹽), 바닷물로 만든 소금을 해염(海鹽), 굳어 덩어리진 소금을 고염(固鹽), 곱고 깨끗하게 잘 만든 흰 소금을 백염(白鹽), 아무리 꾸며도 무염이란 뜻으로 얼굴이 못생긴 여자가 아무리 화장을 해도 미인과 비교할 바가 못됨 즉 비교가 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각화무염(刻畫無鹽), 소금을 팔다가 비를 만난다는 뜻으로 일에 마魔가 끼어서 되는 일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매염봉우(賣鹽逢雨), 천리마가 소금 수레를 끈다는 뜻으로 유능한 사람이 천한 일에 종사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기복염거(驥服鹽車), 아침에는 고사리를 먹고 저녁에는 소금을 씹는다는 뜻으로 몹시 곤궁한 생활을 이르는 말을 조제모염(朝薺暮鹽)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