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아침에 대박을 쳤던 소류지를 떠나
인근에 머룸고 있던 초암 홍창환 선생을 만나러 갑니다.
그는 벌써 한달째 그 저수지에 머물고 있으며
이틀전 43cm의 사짜 붕어를 잡았다며
마릿수 붕어가 나오는곳이니 꼭 하루고 이틀이고 머물다 가라고 합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해남의 옥연 1저수지입니다.
네이버지도에는 옥연 1저수지라고 나오고 구글 지도에는 옥동 저수지
그리고 다음 지도에는 농장제라고 나옵니다.
동네 지명이 바뀌면서 저수지 이름도 변경 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1945년에 준공된 수면적 약 3만평의 평지형 저수지로
남쪽으로 약 350m의 제방이 있고
제방 우측과 상류로는 민가가 있어 포인트가 한정적입니다.
밀집되어 있는 민가들이 있어
앉을만한 자리가 별로 없는 상류권입니다.
초암 홍창환 선생이 한달째 머물고 있는 포인트입니다.
장박을 하다 보니 주민들과 친해져서
먹거리도 가져다 주고 늘 안부를 묻는 이웃으로 발전해 있었습니다.
제방 우측의 민가들.
오른쪽의 저 집은 발코니에서 바로 대를 드리울 수 있을듯...
바로 이집...
앞에 수초도 있고...
초암샘이 안내를 하며 몇몇곳을 보여 주었지만
그저 차대고 3보인 이곳을 포인트로 정했습니다.
제방에서 바라본 모습으로 바람이 타지 않는 포인트입니다.
앞쪽에는 주민이 심어 놓았다는 연줄기도 조금 있고
물속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뭔가 수초가 있는듯 했습니다.
3.0칸부터 3.8칸까지 모두 11대를 편성했습니다.
수심은 2m를 조금 넘기고 있었습니다.
대편성을 마치고 나니 어느새 서산으로 해가 이동했습니다.
연앞으로는 3.0칸과 3.2칸 2대를 편성했습니다.
떡밥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며 승부를 보기 위해서 였습니다.
저녁먹으러 오라고 해서 찾아온 초암샘의 포인트입니다.
언제나 떡밥 낚시만을 고집하며 낚시대도 3대까지만 펴는 옹고집 꾼입니다.
떡밥낚시의 지존이라고 해도 틀린말이 아닐것입니다.
벌써 수십년이 지난듯 하지만 F-TV 초창기에 초암샘이 진행했던
"정도낚시로의 초대"는 그야말로 대박을 쳤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어느새 해가 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1월 1일 오후 4시가 지난 시간 일본에서 7.6의 지진이 났습니다.
그래서 인지 전혀 찌의 움직임이 없었다는것.
이후 여진이 300여 차례나 났다고 합니다.
하루 20마리는 기본으로 잡힌다던 초암샘.
입질조차 없자 지진때문이라고...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움직이지도 않는 찌를 열심히 보고 있던 초저녁.
초암샘이 뜰채 가지고 빨리 와달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달려가 보니 대물을 걸고 씨름하고 있는데...
랜턴을 비춰 보니 붕어가 아니라 잉어 였습니다.
에라이!
다시 자리로 돌아 왔습니다.
그리고 집중을 했습니다.
밤사이 아주 조용했습니다.
어쩌면 생명체가 없는듯 찌 움직임이 전혀 없네요.
그렇게 아무일 없이 날이 밝았습니다.
현지인의 릴대입니다.
그냥 던져 놓고 가끔 한번씩 와서 둘러봅니다.
바로 뒤의 집에 사시거든요.
저기 배추밭에 앉을걸 그랬나 봅니다.
농사가 끝난 밭이라 낚시해도 좋다고 허락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북서풍이 불면 맞바람인 곳이라 ...
해남에는 이런 야생 갓이 널렸습니다.
지난 가을 이 갓을 뜯어다 갓김치 담그니 너무 맛있더라구요.
초암샘!
잡았어요?
역시 입질조차 없었다고 합니다.
햐!
이게 아닌데...
오후 2시에 붕애한수 후배가 들어 왔습니다.
제가 앉을까 말까 하던 자리에 앉았습니다.
초암샘이 잡았다는 43cm대물붕어.
그리고 미터급 잉어까지...
이렇게 고기는 나온다며 증거 사진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그러니 희망을 가지고 두 번째 밤낚시를 시작합니다.
바람도 없고 날씨도 포근하고 최적의 조건입니다.
나오면 월척 이라는 초암샘의 말을 믿고
다시 한 번 집중을 해 봅니다.
하지만 역시나 입질은 없었습니다.
새벽으로 넘어가니 겨울비까지 내리며 가슴을 적셔 옵니다.
새벽 6시가 지날 즈음 맨 오른쪽 3.0칸대의 찌가 살며시 올라 옵니다.
그야말로 이틀만에 만나는 입질이었습니다.
챔질하니 강하게 저항을 하며 짜릿한 손맛을 안겨 줍니다.
나올때는 월척 붕어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30cm의 준척 붕어...
그리고 동이 트기 직전인 7시 20분쯤.
첫수가 나왔던 낚시대의 찌가 다시금 솟아 오릅니다.
힘을 쓰기에 이번에는 월척으로 알았지만
체구만 높을뿐 이번 역시 준척붕어였습니다.
그렇게 2마리의 붕어라도 만났으니 다행이었습니다.
이날 새벽에는 몇번의 입질이 더 있었습니다.
입질이 살아 나는듯 보였습니다.
배추밭에 앉았던 붕애한수 후배는 34cm 한 수를 잡았지만
살림망에 넣다 떨구어서 붕어가 없다네요.
동이 트며 비는 그쳤지만 아침 풍경은 촉촉 하기만 합니다.
달랑 두마리의 준척 붕어.
지진때문일 것이라는 초암샘의 변명을 들으며 철수를 했습니다.
이렇게 남도 출정 6일째를 별 조과 없이 보냈습니다.
아직 이틀이 더 남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