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사회-2nd
2008년 조희팔 금융 다단계 사건은 유사수신행위 등 범죄로 골반교정기와 찜질기, 공기 청정기 등을 구매하면 모텔이나 찜질방 등에 30%의 임대수익을 보장한다고 광고하여 투자자를 모집하고 초기에는 가입자에 수익금을 지급하면서 회원을 늘린다. 중국으로 밀항할 때까지 피해자는 7만 명에 달했고, 피해액은 5조 715억 원에 이른다. 중국에서 조선족 ‘조영복’으로 위장 도피하고 2011년 심근경색으로 사망한다는 소식이 국내에 전해진다. 그 후 국내의 골프장에 출입한다는 둥, 사망이 가장이란 주장도 사그라지지 않았으나 2016년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 내린다. 수사 결과 조희팔 일당과 수사기관의 유착이 밝혀지기도 하였는데, 서울 고검 부장검사가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 7년, 경찰청 수사과장은 징역 9년이 선고되기도 했다.
금지금(金地金)이란 순도 95% 이상의 금괴나 골드바 등 원재료 상태의 금을 가리키는데 금지금은 부가세를 면제해 주는 ‘영세율’ 제를 도입하여 수출용 금 거래에 특별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거래 마지막 단계의 수출업자가 납부해야 할 부가가치세를 초과하는 부분을 국세청에서 공제 또는 환급을 받는다. 금지금은 수입업체->1차 도매업체->폭탄업체->2차 도매업체->수출업체->외국업체의 복잡한 순환구조를 갖는다. 일명 ‘뺑뺑이 거래’였다. 이때 폭탄업체가 부가세가 매겨지지 않는 채 유통되어 오던 금지금을 국내에서 유통할 것처럼 사용 목적을 변경하여 과세당국에 부가세를 내겠다고 신고한다. 그리고 노마진으로 2차 도매업체에 금을 파는데 폭탄업체는 부가세를 납부할 의사는 전혀 없고 거래가 끝나면 폐업하고 사라져 버릴 예정이다. 2차 도매업체부터는 정상적인 거래를 시작한다. 그리고 수출업체는 전 단계업체들이 냈을 것으로 추산되는 세금을 금지금 수출업체에 주어지는 영세율 제도의 부가가치세 조기 환급금으로 되돌려 받는다. 문제는 폭탄업체의 대표자가 노숙자나 신용불량자들이 등장한다. 여기서 문제는 폭탄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는 처벌 조항이나 과세 조항을 찾기 어렵다. 국세청은 기획 세무조사를 실시하여 2005년 금지금 사업자 177개 업체 1조 6천억의 과세처분을 한다. 실질적인 폭탄 사장이 바지 사장을 청부살인 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한다. 바지 사장이 청부살인 업자를 설득해 살인 교사를 지시받았다는 진술을 녹음해 둠으로 진상이 밝혀진다.
2019년 ‘라임자산운용’이 펀드에 대한 환매가 중단되었고, 투자자들은 1조 6천억 원의 펀드자금을 되돌려 받지 못하게 된다. 2020년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대검과는 협의를 거치지 않고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줄이겠다며, 신라젠과 라임자산운용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남부지점 금융범죄합동수사단을 해체하는 인사를 단행하였다. 수사는 동력을 잃고 제한적 수준에서 서둘러 수사가 마무리되었다. 핵심 인물 라임 이종필 전 부사장은 도주해 5개월 잠적했다 검찰에 검거되었다. 재판에서 거듭 협의를 부인했다. 1심 재판 결과 불복 상고하여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로 원심이 확정되었다. 또 다른 핵심 피고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밀항을 시도하다 5개월 만에 성북구의 빌라에서 체포된다. 구속기소가 되나 보석으로 석방되었다. 이종필이 징역 20년을 선고받는 것을 보고, 전자팔찌를 끊고 도주했으나 48일 만에 화성시의 아파트에서 검거된다. 그는 징역 30년과 추징금 769억이 선고되었다. 이제는 범죄수익금을 숨겨둔 피고인이라면 가급적 형사재판을 끌어서, 구속 만기에 이르러 보석을 받아내고 재판 과정을, 보면서 도망을 준비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 것을 모두가 알게 된 것이다. 이 학습을 교훈으로 곧바로 ‘옵티머스 자산운용’ 사건의 사모펀드 사기 사건이 터진다.
옵티머스 자산운용’은 사모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하여 연 3%의 수익을 보장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소개하면서 여러 증권사를 통하여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한다. 공공기관 투자는 거짓말이고 실상은 옵티머스 이동렬이 대표로 있는 비상장기업 (씨피엔 에스, 아트리파라다이스, 라피크, 대부디케이에이엠씨) 5개소에 투자금을 쓴다. 이들 회사는 투자금으로 부동산 파이낸싱, 비상장 주식, 코스닥 상장사 인수합병 등 위험자산에 투자해 왔고, 펀드 돌려막기에 이용했으며 심지어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는 자신의 증권계좌로 수백억 원을 횡령한 정황이 금감원에 포착되었다. 돌연 옵티머스는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김재현 대표를 구속하고 역대 최고 형량인 징역 40년이 선고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조폭과 관련된 정황과 정관계 로비자금이 사용된 정황이 드러나기도 하였으나, 이에 대해서는 수사가 제대로 진행된 바 없다. 놀라운 점은 과거 사기범죄조직은 다단계회사의 형식으로 다수의 피해자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속여 뺏는 정도에 그쳤다면, 이제는 사기범죄조직이 제도권 금융기관의 허울을 쓰고 본격적으로 펀드를 구성하여,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기관투자가들로부터 투자금을 모집하고, 이를 속여 뺏을 정도의 규모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제 사기범죄조직은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들은 금융감독원이 자신들의 사기 범행을 저지하지 못할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직적 사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출소한 이후에 계속해 유사 범행을 저지르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주당 52시간 근무를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초과 근무하여도 사업주는 처벌받지만, 경찰관은 52시간 초과 근무가 많아도 국가는 아무런 책임을 질 생각이 없고, 이 상황에 관심을 두는 의사결정권자는 아무도 없다. 대책을 세워야 할 국회나 법무부, 금융감독원, 방송통신위원회는 사기범죄조직이 창궐하고 있는 사정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회는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면서 국가의 전체 수사권을 토막 내고, 제대로 된 수사나 재판을 할 수 없도록 수사기관과 법원의 인력과 예산을 삭감하며, 법원으로 하여금 개별 형사사건에 합당한 결론을 내릴 수 없도록 형사법을 좌변화시키고 있다. 이제 국제사기범죄조직을 수사할 권한이나 자원을 자진 국가기관은 사실상 경찰청의 광역수사대, 강력범죄수사대만 남아 있을 뿐이다. 사기범죄조직은 잠재적 피해자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맞춤형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 사기범죄조직이 사기 범행에 사용되는 데이터베이스에 따라 사기 범죄의 성격과 방식이 결정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중 전 국민에 대한 금융정보는 국제적 사기범죄조직의 거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시중은행, 농협, 새마을금고, 신용카드사, 보험사, 통신사, 포스 단말기 등을 해킹해서 빼낸 개인의 금융정보는 지금도 활발하게 사기 조직들 사이에 유통되고 있다. 대량의 개인정보 탈취 사건이 발생하면 국가정보원과 과기부 등은 예외 없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해커집단을 그 용의자로 지목했다.
사기범죄조직의 찬란한 미래는 치밀한 계획을 바탕으로 국제적으로 역할을 분담하여 온라인을 활용하는 것이, 형사처벌을 받을 확률을 낮추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 명백해진 후에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보이스피싱’조직, 불법 ‘스포츠토토’ 조직, ‘코인’ 투자사기 조직 등의 형태로 번성하는 한편, 전통적인 조직폭력 사범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조직범죄의 미래가 어딘가 분명해진 상황에서 수사기관에 노출되는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자신의 미래를 거는 조직폭력배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관리대상 조폭은 2021년 기준 5,197명에서 고령으로 자연 감소하여 줄고 있다. 사기범죄조직은 더 이상 음지에서 활동하는 것도 아니다. 범죄수익이 상당한 정도에 이르면 합법적인 경제영역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일단 조직과 자원이 갖추어진 상태라면 합법적인 경제영역이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대규모 사기범죄조직은 그 활동 범위를 꾸준히 확대하여 주식시장이나 금융시장으로 진출하면서 최근의 환경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더욱 쉽게 돈을 끌어 모아, 단기간에 천문학적 범죄수익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사기범죄조직은, 정상 거래의 외관을 만들어 사람들을 한꺼번에 유혹하는 범행을 시도하려고 할 것은 자명한 상황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범죄 조직에 대한 수사 등을 진행할 실력이나 역량을 갖춘 국가기관이나 수사 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명백해지는 바로 그 순간, 우리나라도 알바니아 금융사기 사건(1997년 알바니아의 피라미드 조직의 사기 범행으로 전 국민의 2/3가 사기 피해를 당하는 사건) 과 같은 규모의 사건이 펼쳐지게 될지도 모른다.
범죄자를 심문하면 횡령한 돈을 모두 도박이나 유흥에 썼다고 진술한다. 수사가 진행되면 흔적을 만들어 두는데 고액권 수표를 카지노에 가, 칩으로 교환한 다음, 칩을 환전하여 현금으로 들고나오고, 수표는 도박으로 날렸다고 한다. 유흥주점에서 눈이 뛰어나올 금액을 신용카드로 계산하고 일부를 카드깡 형식으로 받거나 저축은행이나 신용카드 회사에서 거액을 빌렸다가 이를 사기 범행의 범죄수익으로 갚는 것도, 자금 추적을 피하는 방법이 된다는 것은, 이미 모든 범죄자에게 널리 알려진 자금 추적 회피 수법이다. 일반인의 사기범죄조직과 구성원에 대한 착각은 선배에게 직각 절을 하는 깍두기 머리의 건장한 체력의 사람이나 용 문신을 하여 사람을 겁주는 것을 서슴지 않는 불량배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과거 불량배의 전유물인 문신 야쿠자의 일본식 문신이나, 멕시칸 갱의 치아노와 같은 문신이 빛의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은 조직폭력배 후배들이 개척하고 있는 영역이 확산하고 이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2024.06.08.
빨대사회-2nd
모성준 지음
박영사 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