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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계획에 따라 '널미재 → 627봉(삼각점) → 장락산(정상석) → 미사리 갈림길 → 산신각 → 안부 하산길 → 왕터산 왕복 → 안부 하산길(우측) → 미사2리 버스 종점'의 11km, 장락산맥 구간을 5시간 30분 내에 종주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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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락산[張洛山]
높이: 627m
위치: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경기도 가평군과 강원도 홍천군을 가르는 분기점이 바로 이산의 주 능선이다. 녹미재에서 주봉을 거쳐 북쪽 끝부분의 왕터산(400m)을 잇는 약 12km의 주 능선이 남북으로 일직선을 그으면서 이른바 장락산맥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만큼 제법 산세가 만만치 않은 산이다. 돌이 많은 급경사가 있고 주 능선에는 억새가 많다. - 한국의 산하
왕터산
높이: 411m
위치: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과 강원도 홍천군 서면을 남북으로 길게 가로지르는 제법 큰 산맥인 장락산맥은 널미재에서부터 장락산을 거쳐 북쪽 끝의 왕터산까지 10km가 넘는 긴 능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도심에서는 제법 긴 능선 종주를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청평호와 주변 경치를 시원스럽게 내려다보며 산행할 수도 있다.
산행코스로는 널미재에서 능선을 타고 장락산을 오른 후 위곡리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약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왕터산 산행은 불편한 교통편 때문에 찾는 이가 거의 없는 실정이고, 장락산과 왕터산을 연결하는 코스는 10km가 넘는 긴 구간을 걸어야 하므로 일찍 서둘러야 수월한 귀가를 할 수 있다. 이 산을 제대로 타려면 종주를 선택하는 편이 좋다.
나지막한 산임에도 10km 이상을 길게 뻗은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어 종주의 맛과 암릉을 타는 맛이 골고루 느껴지는 곳이며, 중간중간 있는 바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청평호와 주변 경치는 매우 아름답고 시원스럽다.
종주를 하는 데 있어 주의할 점은 장락산을 지나면서부터는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고 인적이 드물어서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는 점과 왕터산까지 가는 중간에 하산로가 전혀 없으므로 충분한 체력 없이 섣불리 덤볐다가는 낭패를 당할 우려가 있으므로 충분한 시간과 체력을 다지고 종주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삼각점이 박혀있는 559봉을 지나고 왕터산에 도착한 다음에는 다시 안부까지 되돌아와 동쪽으로 하산하면 되며,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2km 정도를 걸어 고개를 넘다 보면 임도를 만나게 되고, 임도를 따라 8.7km를 걸으면 널미재에 도착하게 된다. 이 산행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10시간 정도를 잡는 것이 좋다. - 한국의 산하
2024년 3월 두 번째 목요일인 3월 14일은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이 계획한 가평과 홍천의 경계인 대략 11km, 5시간 30분 코스의 장락산, 왕터산 연계 산행에 동참한다. 이번 산행의 주요 봉우리인 장락산과 왕터산은 이름 자체를 이 산행 공지를 보고야 안 완전 초면의 산이다. 그런데, 그동안 안내산악회 산행 기록을 확인한바, 가평과 홍천의 경계인 오지고, 서울과 가까워서 그런지 안내산악회도 이번이 초행이다. 이전에는 알음알음 산꾼들만 자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즐겼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산행 계획을 보고, 미지의 산 또는 익히 아는 산이라 생각했는데, 미처 몰랐던 코스에 관해 알게 되는 것도 안내산악회의 장점 중 하나다. 요즘은 그런 산만 쫓아다니고 있지만.
처음 산행 계획을 발견하고, 내가 원하는 게 이런 산행이라 외쳤다. 서울에서 멀지 않아, 대중교통으로 당일 산행이 가능한지 찾아봤다. 버스 시간만 잘 맞추면 가능한 산행지라는 걸 확인했다. 대중교통으로 당일 산행이 가능하면, 정히 갈만한 산이 없을 때를 위해 뒤로 미뤄놓고 다른 산행을 알아본다. 하지만, 한국의 산하 장락산, 왕터산 소개에 있는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고 인적이 드물어서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라는 구절을 보자, 산에 관해 궁금증이 폭증해 도저히 다음으로 미룰 수 없었다. 와중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약간은 까다로워 바로 신청했다. 물론, 이번 산행에서 초보 산행으로도 괜찮은 산이라는 게 인정되면, 등산방 정기 산행 목록에 넣을 예정이다. 아니며, 가끔 소수만 즐기던가!
목요 오지팀 산행이 늘 그렇듯, 이 산행도 공지가 되자마자, 바로 만석을 채우고, 많을 때는 12여 명의 대기자가, 그리고 출발 하루 전에는 2명의 대기자가 있었다. 다른 인솔 대장은 어느 수준 이상의 대기면 증차하지만, 목요 오지팀 대장은 증차에 부정적이라 취소자가 나오지 않는 한, 대기자가 좌석을 확보할 방법은 없다. 기상청 산악날씨에 의하면, 목요일은 종일 맑고, 기온은 1℃~15℃, 바람은 1m/s~2m/s로 기온 차가 큰 전형적인 환절기 날씨다. 해서 쉽게 벗어 배낭에 넣을 수 있는 바람막이와 조끼, 안에 가벼운 복장을 갖춘다. 산악회 시간 계획에 의하면, 8시 40분부터 산행을 시작해 14시 10분 산행을 종료하고, 식당으로 이동한다. 해서 가벼운 김밥으로 체력 저하에 대비하고, 식당에서 하산주를 곁들여 제대로 된 늦은 점심을 먹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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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50분경 기상해, 밤새 변한 게 있는지 확인했다. 산행은 변한 게 없는데, 날씨는 초미세먼지가 나쁨이다. 고로 조망이 꽝일 거라는 예보라, 약간 실망했다. 이후 끓인 누룽지로 아침을 먹고, 5시 45분경 집을 나서 구산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열차로 사당으로 향해, 6시 43분경 도착해, 승차장 종합판매대에서 김밥을 샀다. 아무 생각 없이 천오백 원을 주자, 이천 원이란다. 2주 사이에 가격이 30%나 올랐다. 하긴, 오를 때가 되기도 했다.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 김밥 공장에서 떼오는 건데, 도대체 얼마에 받길래 1,500원이라는 가격이 나오는지 늘 궁금했었다. 급하지는 않으나, 화장실에 들른 후 1번 출구로 나가, 안내산악회 버스가 기다리는 공영주차장으로 갔다.
막 공영주차장으로 들어가는데, 앞 유리 LED에 '내포문화숲길'이 반짝이는 버스가 주차장을 떠나고 있다. 혹시 시간을 착각했나, 깜짝 놀라, 핸드폰을 보니, 6시 47분이다. 시간은 문제가 없어, 산악회 게시판에서 그 버스의 출발 시간을 확인했다. 6시 50분이나, 승객이 일찍 도착해 조금 일찍 출발한 거였다. 그리고 코너를 돌자, 버스 두 대가 주차해 있다. 앞에 있는 건 백두대간 '큰재'행으로 역시 6시 50분 차인데, 도착하지 않은 승객이 있는지 아직 출발 전이다. 그리고 뒤차가 내가 타야 할 장락산, 왕터산행이다. 짐칸에 배낭에 넣고, 버스에 타 익숙한 일행에게 인사 후 자리에 앉아, 오른쪽 눈이 아파서 그런지 눈이 저절로 감겨, 바로 잠을 청했다.
이 차 역시 승객이 다 도착했는지, 예정인 7시보다 조금 일찍 출발해, 영재와 복정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웠다. 양재에서 승객을 태우는 기척은 느꼈으나, 복정에서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으니,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리고 고속도로를 벗어나, 화장실 사용을 위해 주유소에 정차했을 때, 뒷자리의 산꾼으로 참여한 친한 인솔 대장이 깨워서 눈을 떴다. 그리고, 10분의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높은 산은 아니나, 기복이 심해 쉽지 않은 산행이라고 운을 뗀 뒤, 특히 하산 때 과수원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리고 산행 대장과 행동 대장이 이번 산행에 불참하는 바람에, 졸지에 산행 대장과 행동 대장이 된 두 주당에게 따로 지도를 주며, 과수원을 피하는 코스를 알려줬다.
이후 이 팀의 특징인 식당에 관해 얘기하는데, 대장이 원하는 건 청와대 주방장 출신의 요리사가 운영한다는 '천상'이라는 중국집이다. 그런데, 3시부터 휴식 시간이라, 천상이 여의찮으면, 3시 30분부터 휴식이라는 고래옥이라는 숯불닭갈비 집으로 갈 계획이라고 했다. 고로 1순위가 원하는 식당이 아니라, 여차하면 내가 시간을 끌어, 고래옥으로 향하게 할지 잠깐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눈이 아파 술을 못 마시는데, 안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청와대 출신의 짬뽕 맛을 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잠이 들어, 버스가 급경사를 오르는 느낌에 눈을 떠 보니, 차가 들머리를 지나쳐, 유턴해 들머리로 돌아왔다. 그 시각이 8시 33분으로 공식 산행 마감은 2시 1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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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등산 앱을 기동하고,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둘러멨다. 그리고 들머리를 찾아 둘러보니, 고개 정상 방향 옹벽에 등산 안내도가 서 있고, 그 아래 철 사다리가 옹벽에 걸쳐 있다. 장락산 들머리다. 그걸 확인하고, 앱으로 현 위치 고도를 확인했다. 355m! 강 옆이라, 100m 내외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높다. 장락산의 높이가 627m니, 고도 차는 272m에 불과하다. 인솔 대장이 버스에서 코스 설명 때 높지는 않지만, 쉽지 않은 산행이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어쨌든 높이가 높지 않으니, 정상까지 쉽게 오를 수 있을 거로 생각하며, 등산로를 보니, 시작부터 급경사라 빠른 일행은 이미 네발로 기어오르고 있다. 그 뒤를 따라, 거의 기다시피 들머리에서 50여 미터를 가자, 그나마 완만한 경사의 낙엽지대가 나타났다.
8시 40분 낙엽지대를 지나, 다시 급경사를 올라, 능선에 올라서자, 갈림길이다. 그런데, 직전의 이정표에는 능선으로 이어지는 반대편에 관한 정보가 없다. 산세로 봐서는 널미재 정상에서 이어지는 길이다. 86번 지방도가 능선을 자르면서, 거의 수직인 널미재 정상이 아니라, 그 아래 그나마 인간이 오를 만한 경사지에 들머리를 만들었을 거다. 그럼 반대편 길은 86번 지방도 이전에 사용하던 등산로여야 맞다. 그런데, 등산로 상태가 의외로 좋은 게 등산객은 몰라도, 맥꾼 또는 산꾼이 다닌 흔적이 있다. 와중에, 볼일을 보려고 반대편으로 가자, '산사랑 산악회'에서 최근에 깐 방향 지시 종이가 보인다. 이 산악회는 보리산에서 시작했나? 아니, 아예 한강기맥 폭산에서 분기하는 장락산맥 종주? 널미재 정상에서 능선으로 올라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정상에서 시작했을까? 결과적인 얘기로, 이 산악회가 깔아둔 방향 지시가 왕터산까지 이어진다.
어쨌든 능선 직전 이정표에 의하면, 장락산은 2.1km, 왕터산까지는 7.2km 거리다. 볼일을 보고, 다시 급경사 능선 길을 따라 장락산으로 향해, 작은 언덕에 올라서자, 앞에 높은 봉우리다. 장락산은 아니고, 정체가 궁금해 앱의 지도를 봤다. 해발 627.2m의 '구 장락산'이다. 그런데, 깔딱이 장난이 아니다. 와중에 낙엽까지 쌓여 있어, 나무 기둥을 연결한 밧줄을 잡지 않고는 도저히 올라갈 수 없을 정도다. 앞서가던 일행도 지쳐서, 길을 양보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를 추월해 위로 가자, 저 앞에 산행 대장이 불참해 졸지에 대장을 하는 선수가 가고 있다. 인솔 대장의 부탁대로 그를 따라잡아, 바위가 즐비한 능선은 내가, 우회로는 그가 길을 찾으며, 하산까지 같이했다. 그렇게 오르다가, 쏟아지는 땀에, 잠깐 멈춰 바람막이를 벗어, 배낭에 넣고, 수건을 꺼내 머리에 둘렀다.
9시 11분 정상에 도착해 보니, 최소한 명패 정도는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어떠한 표지도 없고 단지 삼각점 안내문과 등산로 이정표만 있어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재촉해 정상에서 내려가며 보니, 저 앞으로 묘하게 생긴 봉우리가 앙상하나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시간으로 보나, 거리로 보나 장락산이다. 그런데,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정상이 햇볕을 막아, 눈이 녹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산꾼이 다녔는지, 잘 다져져 빙판이라, 아이젠 없이 내려가는 게 힘들다. 그렇다고, 아이젠을 꺼내는 건 귀찮아, 주변에서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 지겟작대기를 만들어 그걸 의지하고 내려갔다. 마른 나무라 잘 부러져 이번 산행에서는 대략 다섯 개 정도의 지겟작대기를 만들었다. 그나마 다행은 고개에서 다시 봉우리를 향해 올라갈 때는 눈이 없어, 낙엽 때문에 미끄러지지, 눈 때문에 위험에 처하는 일은 없었다.
묘하게 생긴 장락산 봉우리를 감상하며, 그걸 향해 가자, 왼쪽 아래로 하얀 건물이 보이나, 울창한 숲에 가려 제대로 기록으로 남길 수 없어 아쉬워하며 가는데, 왼쪽으로 전망대로 보이는 바위가 있어, 당연히 등산로에서 벗어나, 전망대로 올라갔다. 하지만, 전망대가 아니었다. 울창한 숲에 가려 아무것도 안 보인다. 그런데, 등산로에서 지켜보고 있던, 산행 대장이, 정상에서 찍으면 되지, 여기서 찍으려고 애쓸 필요가 있냐고 하는 말에 생각해 보니, 정답이라, 바로 그를 따라 정상으로 향했다. 물론, 우회로는 그가, 바위가 즐비한 능선은 내가 그 바위들을 타고 넘으며 갔다. 비록 힘은 들지만, 바위 타는 재미를 만끽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위로 가자,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그걸 확인하고 바로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 9시 41분경 아무도 없는 장락산 정상에 도착했다.
우리 앞에는 버스가 정차하자마자 바로 산으로 올라간 예닐곱의 일행 대부분을 추월해, 한두 명 정도가 있을 뿐이고, 그들은 장락산 정상도 벌써 통과했다. 먼저 정상석을 기록으로 남기고 서로 상부상조해 인증을 찍고 있는데, 노년의 산꾼이 도착해 역시 인증을 찍어줬다. 그런데, 막상 정상에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다. 하다못해 아래 전망대라 생각했던 바위에서는 그나마 조금 보이던 하얀 건물도 안 보인다. 그런데, 우리가 가야 할 능선 위의 바위에 정신이 팔려 그런 사실을 깨닫지도 못했다. 능선의 바위 타는 재미에 푹 빠져,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가며 보니, 우리가 가야 할 능선이 한눈에 보인다. 그런데, 그 끝에 높은 봉우리가 있다. 왕터산이라 하기에는 너무 가까워 지도를 확인했다. ‘깃대봉’이다. 그리고 왼쪽 아래로는 그동안 궁금했던 하얀 건물의 전모가 한눈에 들어온다. 인솔 대장이 버스에서 얘기한 대로 대단한 궁전이다. 2023년 3월 호명산행 때[산행기] 보고 놀란 '꿈의 궁전'은 비교조차 안 되는 궁전이다. 백악관을 베낀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그 뒤로는 미세먼지 속 한강과 다리가 희미하게 보인다.
다시 본격적인 하산이 시작되자, 직전의 구 장락산과 같은 빙판이다. 그런데, 그때는 흙길이라 크게 위험한 건 없었는데, 여기는 왼쪽은 절벽인 암릉이라 꽤 위험했다. 해서 뒤에서 따라오던 일행 중 여성이 오도 가도 못하고 있어, 가던 길을 멈추고, 손잡을 곳, 발 디딜 곳을 하나하나 알려줘 내려오는 걸 도와주고서야, 맡겨진 임무에 충실하게 산행 대장과 다시 앞장서 길을 확인하며 갔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깃대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를 바라보며 능선 위의 바위를 타고 가다가, 앞을 가로막는 바위를 네발로 기어 올라가서 보니, 반대편이 절벽이라, 다시 내려와 우회로로 가기도 했다. 그러다 뒤로 돌아 지난 온 길을 바라보다가 쌍봉이 보여 깜짝 놀랐다. 뒤가 구 장락산, 앞이 장락산이다. 노닥거리며 나는 빠르다고 생각하며 가는데, 500m 단위로 속도를 알려주는 앱에 따르면 시속 2km에 불과해, 바위를 넘는 게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는 걸 확인했다. 와중에 주요 길목에는 산악회 리본을 나뭇가지에 달고, 길이 헷갈리는 곳에는 방향 지시 종이를 깔았다. 내가 과히 좋아하지도 않는 산악회 리본을 달게 될 거라곤 지금까지 상상도 못 했다. 뒤에 오는 등산객이 길 찾는 걸 도와주기 위한 거니, 마음에 들지 않아도 임무에 충실했다.
능선 위의 바위고, 그게 왼쪽 절벽 밖으로 조금 나가 있으면, 볼 것도 없이 전망대다. 물론 전망대라고 하기에는 나뭇가지에 방해받는 바위가 더 많다. 그런데, 얼핏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로 왼쪽 아래에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게 보여, 지도 앱으로 현 위치 좌측에 뭐가 있는지 확인했다. 예상대로 서울양양고속도로 가평 휴게소다. 그걸 확인하고 나니 그럼 장락산맥이 고속도로와 나란히 달리는 건지 새로운 궁금증이 생겼다. 맞다. 등산 지도에 산맥과 나란히 그려진 도로가 서울양양고속도로다. 울창한 숲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그 휴게소의 모습을 그나마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바위에 올라가 기록으로 남겼다. 평소 가평 휴게소에 들렀을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위에서 휴게소의 모습을 바라보니, 가평이 깊은 산의 도시라 널찍한 공터가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상·하행 휴게소가 마주 보고 있는 것에 놀랐다. 대한민국에 서로 마주 보고 있는 휴게소는 가평이 유일하지 않을까?
거기서 암릉을 따라 100여 미터를 더 가자, 방해할 나무도 없는 절벽에서 튀어 나간 전망대라, 거기 서서 휴게소의 모습을 파노라마로 남겼다. 휴게소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건 한강이고, 오른쪽 위에 합류하는 두 강 중 위는 북한강, 아래가 홍천강이다. 이후 암릉으로 50여 미터를 더 가자, 갈림길이다. 죄회전은 인솔 대장이 늦었다고 생각되면 탈출하라고 했던 탈출로다. 그런데, 그 탈출지가 미사리다! 미사리? 미사리가 가평에 있었나? 아니, 미사리가 이렇게 멀었나? 그런데, 내가 아는 하남의 미사리가 아닌 가평의 미사리다. 즉 동명의 동네다. 하지만, 그걸 깨달은 건, 이 글을 쓰면서다. 그리고 거기 있는 이정표에 의하면 왕터산까지 남은 거리는 4.35km, 현재 시각 10시 46분. 인솔 대장이 버스에서 몇 번이나, 강조한 게 12시 이후 왕터산 갈림길에 도착하면 절대 올라가지 말라는 거다. 갈림길에서 200여 미터에 불과하나 급경사라 산행이 쉽지 않다는 이유였다. 현 시각과 남은 거리로 계산해 보면, 아슬아슬하다. 그렇다고 바위 타는 재미를 포기할 수는 없어, 여차하면 왕터산은 다음을 기약하고 버릴 생각이다.
앞을 가로막는 거대 바위를 피해 낙엽 쌓여 미끄러운 우회로로 가기도 하며, 정면으로 깃대봉을 바라보면 전진하자, 11시 24분 등산 앱이 깃대봉 정상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11시 24분이라, 남은 등산로가 지금까지와 같다면 12시 전 왕터산 갈림길 도착은 거의 불가능이다. 어쨌든 해야 할 건 해야 해, 동영상을 촬영하며, 깃대봉으로 가며 보니, 산행 대장은 정상을 우회하는 길로 가고 있어, 그 뒤를 따라가려다가, 그래도 정상은 찍는 게 산에 대한 예의라 생각해 정상으로 직진했다. 그런데, 정상을 오르며 보니, 전형 예상하지 못한 게 산꾼을 맞는다. 어느 산꾼이 만들어 세운 정상석이다. 정상을 우회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정상에 올라봐야, 정상임을 알려주는 어떠한 표지도 없기 때문인데, 기대하지 않았던 정상석이라, 우회하고 있던 산행 대장을 불렀다.
그가 정상으로 올라오는 동안, 정상석을 기록으로 남기고, 지금까지 북동 방향만 조망이 트여 미세먼지 속에도 기록으로 남겼으나, 남서 방향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깃대봉 정상석 오른쪽으로 보여 당연히 그리고 갔다. 사실 울창한 숲 사이로 간혹 그 방향이 보이기도 했으나, 골프장이라 굳이 기록으로 남기지는 않았다. 일단 전망대에서 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지나온 장락산맥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시속 2km/h 내외의 속도가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짧은 거리에 기복이 너무 심하다. 그리고 보이는 전경을 파노라마 등으로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막 도착한 산행 대장과 서로의 인증을 찍었다. 그리고 장락산 때와 같이 타이밍에 맞게 도착한 노년의 산꾼 인증을 찍어 주고,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바깥쪽으로 튀어 나간 바위 전망대가 있어 그리고 가서 보니, 조망이 변했다. 파노라마의 왼쪽으로 보이는 파란 뱀은 홍천강이다. 사진을 확대해 보면, 중앙에서 약간 왼쪽으로 한강과 홍천강이 합류하는 지점이 보인다.
다시 길을 재촉하자, 거대한 바위가 길을 막고 있어, 당연히 네발로 기어 올라갔다. 그리고 정상에 도착해 보니, 이번 산행 최고의 전망대다. 그 조망을 동영상과 파노라마 등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왼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그쪽을 보니, 당연히 산행 대장을 따라 우회로로 갔을 거로 생각한 노년의 산꾼이라 놀라,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건 그렇고, 기록으로 남기고 보니, 직전의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과 대동소이하다. 하긴 짧은 거리의 두 전망대에서 보는 조망이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는가? 전망대에서 내려가는 것도 만만치 않지만, 사고 없이 무사히 내려가, 다시 암릉으로 앞에 보이는 봉우리에 올라섰으나, 어떠한 표지도 없어 무명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상 부근에 쓰러진 이정표가 있어 혹시나 해서 가서 보니, 봉우리에 대한 정보는 없고, 왕터산까지 남은 거리가 2.0km라고 알려준다. 현재 시각 11시 58분, 왕터산은 포기해야 한다.
밖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속으로 그렇게 결정하고 길을 재촉하는데, 저 앞에 왕터산이라 생각되는 봉우리가 보인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1km도 채 안 되어 보이는데, 2km는 무언가 이상하다. 저 봉우리가 왕터산이면, 갈림길이 멀지 않다는 얘기라, 핸드폰을 꺼내 등산 앱의 지도를 봤다. 절묘한 타이밍에 확인했다는 게, 좀 전의 봉우리는 '화채'라는 이름을 가지 유명 봉이다. 그리고 바로 아래로 서울양양고속도로가 지나고 있다. 홍천강을 건너지 않고, 산을 뚫었다. 지도상으로는 왕터산 갈림길도 멀지 않다. 해서 길을 재촉하는데, 능선 바로 아래에 움막 두 채다. 응? 여기에 움막이? 심마니? 그런데, 뒤의 건물에 현판이 보여, 매의 눈으로 초집중해서 보니, 한자로 '山神閣'이라 적혀 있어, 대장에게 가보자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늦었다는 말에 아쉽지만 사진으로만 남기고 갔다. 그런데, 산행 후 산악회 코스 소개를 보니, 산신각이 있는데, 무심히 보는 바람에 놓쳤다.
아래로 산신각을 보며, 능선으로 낮은 언덕은 넘자, 정면에 작은 봉우리로, 왕터산이다. 그런데, 대단히 가까울 뿐만 아니라, 그렇게 높지도 않다. 해서 산행 대장에게 현재 12시 10분으로 인솔 대장이 말란 12시 마지노선을 넘었지만, 10분이면 오를 수 있는 봉우리니 올라가자고 했다. 당연히 아래 고개로 내려갈수록 왕터산은 가까워지고, 가까워질수록 별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면서, 왜 인솔 대장이 12시가 넘으면 올라가지 말라고 했는지 이해가 안 갔다. 어쨌든, 산세 상 갈림길이 멀지 않아 보여, 앱의 지도로 확인했다. 예상대로 멀지 않고 곳이 왕터산 갈림길로, 12시 13분경 ‘산사랑산악회’가 방향 지시를 깔아둔 갈림길에 도착했다. 사실 여기까지 오면서, 우리가 준비한 방향 지시가 다 떨어져, ‘산사랑산악회’가 깔아둔 걸 많이 재활용했다. 여기서부터 왕터산을 왕복하면 된다. 인솔 대장 얘기로는 왕터산까지 200m라고 했으니, 왕복 400m에 불과하지만, 늘 그렇듯이 왕복은 가볍게 라는 신념에 맞게 배낭을 갈림길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핸드폰만 들고 왕터산을 향해 급경사를 올랐다.
바짝 마른 흙길에 낙엽까지 쌓여 미끄러운 급경사를 5분가량 올라가자,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아니 이 정도로 가까웠나, 놀라며 당연히 동영상을 찍으려고, 보니, 왕터산 또한 능선을 따라 바위 군락이라, 물론 우회하지 않고, 바위를 넘었다. 갈림길을 떠난 지, 7분 만에 정상에 도착해 보니, 따로 정상석이 있는 건 아니고, 이정표 기둥에 '왕터산' 명패가 붙어 있다. 그 명패도 지자체가 아니라, '홍성묵'이라는 산꾼의 작품이다. 역시 산행 대장과 서로의 인증을 찍은 후 바로 따라 올라온 노년의 산꾼도 찍어줬다. 그리고, 홍천강과 지나온 봉우리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갈림길로 돌아가, 12시 28분경 갈림길에 도착했다. 12시 13분에 떠났으나. 왕복에 15분밖에 안 걸리는데, 비록 2시 10분 산행 마감이기는 하나, 12시가 넘으면 왕터산을 포기하라고 한 이유가 뭘까?
왕터산에서 내려올 때 위로 올라가는 일행을 만났는데, 그중에는 배낭이 없는 산꾼도 있었다. 내려와서 보니, 내 배낭 옆 나뭇가지에 매달아 두고 간 거다. 역시 누군가 모범을 보이면 다들 따라 한다. 나뭇가지에서 배낭을 내려, 둘러메고 하산하려는 데, 막 갈림길에 도착한 일행 몇이 왕복에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 15분이라고 알려주자, 대장이 마지노선으로 정한 12시가 훨씬 지났으나, 다들 배낭을 벗어 두고 왕터산으로 출발했다. 그걸 지켜보다가, 갈림길에서 우회전해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이제부터가 중요한 게 산꾼 사이에 악명? 높은 과수원으로 들어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해서 인솔 대장이 따로 만들어 산행 대장과 나에게 준 지도를 꺼내 머릿속에 집어넣고, 수시로 등산 앱의 지도와 비교하며 갔다. 중간에 인솔 대장의 지시대로, 왕터산으로 가지 않고, 하산 길 중간에서 쉬고 있던 두 명의 일행을 만나, 총 다섯이 같이 움직였다.
이후 우리보다 유일하게 앞서가던 일행도 합류해 총 여섯이 됐다. 깃대봉 정상, 진행 방향으로 조금 벗어난 암릉에서 점심을 먹고 있던 일행에게 앞에 누가 있는지 물었을 때, 거기까지 같이 온 산꾼이 쉬지 않고 앞으로 갔다고 했었다. 고로 우리 앞에 한 명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고, 그가 합류한 거다. 과수원을 피할 자신이 없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렇게 여섯이 뭉쳐서 내려가, 인솔 대장이 얘기한 첫 번째 '길 없슴' 경고문이 매달린 금줄에 도착했다. 여기는 경고를 무시하고 내려가라는 게 인솔 대장의 지시다. 결과적인 얘기나, 나중에 이 경고를 과수원에 매단 거라는 걸 알았다. 그런데, 이 첫 번째 경고는 과수원에서 과도하게 산꾼의 자유를 방해하는 거로 문제가 좀 있다. 그리고 12시 41분 두 번째 '길 없슴' 경고문이 매달린 금줄에 도착했다. 여기는 경고 대로 하라는 게 대장의 지시다. 그런데, 경고문을 '길 없음'이 아니라, '사유지 출입 금지'로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 어쨌든 여기 경고는 과수원 주인이라면 당연히 매달 수 있는 위치라, 불만이 없다.
그런데, '산사랑산악회'의 방향 지시는 '길 없슴'을 가리키고 있어, 내가 그걸 직진 방향으로 바꿔 놓았다. 그리고 30여 미터를 가자, 다시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다. 말인즉 갈림길이다. 좀 전의 길 없음은 계곡이고, 여기는 능선이다. 그리고 아무런 경고나 금줄도 없고, '산사랑산악회' 방향 지시도 있다. 등산로 상태로 봐서는 직진이 맞다. 해서 앱의 지도로 확인하니, 직진은 과하게 돌고 있어, 좌회전해 아래로 내려갔다. 급경사를 200여 미터 내려가자, 능선의 경사가 완만하게 바뀐다. 그리고 100여 미터를 더 내려가니, 울창한 숲 사이로, 대궐이라고 불러도 좋은 정도의 집이 보인다. 다 왔다. 12시 48분 임도가 보이는 곳을 지나며, 보니, 거대한 물통 대여섯이 있고, 굵은 파이프가 임도로 내려간다. 아무리 봐도 농사용이다. 왼쪽에 과수원이 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내려가, 임도에 도착해 보니, 돌로 만든 거대한 식탁과 십여 개의 의자가 있다. 그때 이게 임도가 아니라, 과수원 길이라는 걸 깨달았어야 했다.
사실상 산행 종료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좌회전해 임도로 내려가는데, 왼쪽이 과수원이고, 아래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과수원을 피한 게 아니라, 과수원으로 들어온 거다. 낭패다. 해서 좀 돌더라도 임도에서 좌회전이 아니라 우회전해야 했다고 생각했지만, 우회전해도 과수원이다. 고로 능선 갈림길에서 애초 아래로 내려오지 않고 직진해야 했다. 지금 와서 돌아가기는 늦어, 어떤 종류의 과일나무인지 우리끼리 추측하며 내려가다, 나무 옆 바구니에 적힌 'XX 배'라는 걸 보고 배나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요란하게 짖는 거대한 개 세 마리를 사이를 지나는데, 주인장이 나와 사유지 침범이라며 뭐라고 한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 그저 '미안하다. 길을 몰라서 들어왔다.'라고 사과하며, 계속 내려가 12시 59분 과수원을 빠져나와 진정한 임도에 도착했다. 그리고 뒤로 보이는 왕터산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도로를 따라가, 1시 20분경, 산악회 버스가 주차해 있는 시내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과수원 입구에서 빠른 속도로 왔음에도 20분이 넘게 걸렸으니, 버스 종점까지 꽤 먼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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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 20분 날머리인 미사2리 종점에 도착해, 버스로 바로 가지 않고, 나무 아래 평상으로 가, 거기에 앉아, 산행 뒷정리를 했다. 그리고, 후미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는데, 두 명이 길을 잃는 사태까지 벌어져 언제 올지 알 수가 없어, 먼저 도착한 우리는, 고래옥으로 가기로 하고, 지도 앱으로 여기서 고래옥까지의 거리를 확인했다. 걷기에는 너무 먼 8.5km다. 택시를 부르면, 미터 요금이 13,000원 정도니, 2만 원 이상 달라고 할 거리라, 버스 얘기도 조금 했으나, 언제 올지 몰라, 그것도 포기했다. 여기가 버스 종점이라는 걸 당시에는 자각하지 못해, 간이 정류장에서 시간표 확인하는 걸 깜빡했다. 할 일은 없고, 배는 고파와, 주변을 둘러보니, 일행이 버스 그늘에 앉아 준비한 점심을 먹고 있어, 나도 배낭에서 김밥을 꺼내 먹었다.
그렇게 멍때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일행이 속속 도착하며, 과수원 개 얘기를 한다. 와중에 몇 명은 욕은 좀 먹었지만, 과수원을 통과했으나. 남주인이 아니라, 여주인을 만난 일행은 다시 임도로 돌아가야 했단다. 처음에는 과수원 주인장의 조치에 약간 화가 났으나, 그동안 과수원을 통과하던 등산객이 얼마나 손을 댔으면, 이 정도일지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등산로를 따라가다 보면,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니, 당연히 그리로 내려간다. 와중에 등산 앱에도 그 길이 나오고, 당연히 짧다. 고로 그 위치에 '사유지 출입 금지' 경고문을 설치하는 게 해결책이라 생각되는데, 분위기를 보니, 그럴 생각은 없어 보인다. 어쨌든 지팡이를 나무아래 친구들과 같이 두고, 노닥거리고 있는데, 가평 시내버스가 들어와, 조금의 여유도 없이 바로 떠난다!
응? 먼저 고래옥을 가는 걸 고려했던 모두가 멍청히 서로의 얼굴만 볼 뿐이다. 현재 시각 2시 19분, 두 시 버스가 늦어서 바로 출발한 게 아닐까(확인 결과 2시 30분 종점 발 버스가 승객이 없어 일찍 떠난 거다)? 차가 떠나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으나, 말 그대로 차는 이미 떠났다. 허탈해 버스에 타, 잠을 청하는데, 다행히 그로부터 8분이 지나고 인솔 대장이 인도하는 주류의 모습이 보인다. 길을 잃은 일행이 있음에도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와중에 과수원으로 들어서지 않기 위해 능선을 타고 빙 돌았다는 걸 고려하면, 대단히 빠른 거다. 과수원을 통과했으면, 아슬아슬하게 마감 시간 전에 도착하지 않았을까? 길을 잃은 일행 중 한 명은 바로 아래로 하산해 이동 중 픽업하기로 했다는 게 대장의 말이다. 어쨌든 그 한 명을 뺀 모두가 도착해, 2시 31분경 버스는 식당으로 출발했다.
중국집은 시간이 늦었고, 우리가 원하는 고래옥이 답이라, 혹시나 해서, 인솔 대장이 미리 주문을 받아, 전화로 예약했다. 일행 한 명을 중간에 태우고 고래옥으로 향하는데, 무슨 행사가 있는지 통일교 앞 도로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버스가 주차해 있다. 그런데, 그 끝을 알 수가 없을 정도라, 승객 모두가 그걸 보고 감탄했다. 통일교 건물 사이의 도로를 지나, 2시 49분경 고래옥에 도착해, 바로 화장실로 가 세수를 하고, 자리를 잡고 앉아, 숯불닭갈비, 막국수 등을 안주로 빨갱이를 마셨다. 산행 중 눈이 다 나은 거 같아, 빨갱이를 마시기는 했지만, 다음 날 다시 아픈 게 나은 게 아니었다. 어쨌든 3시 45분까지 술을 마시고, 서울로 향해, 복정에서 1차로 승객을 내려주고, 5시 양재에 도착하자, 대장의 종용으로 주당이 다 같이 내려, 2차로 감자탕을 1시간 50분 동안, 마시고 3차로 치맥까지 갔다. 3차에서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도망 나와, 집에 도착한 시각이 8시 50분경이다. 역시 가까운 동네의 산이라, 3차까지 갔음에도 9시 전에 집에 도착했다.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처음 계획과는 조금 다른 '널미재 → 627봉(삼각점) → 장락산 → 미사리 갈림길 → 깃대봉 → 화채봉 → 산신각 → 안부 하산길 → 왕터산 → 안부 하산길 → 임도 → 과수원 → 미사2리 버스 종점'의 10.8km(트랭글) 장락산맥을 4시간 48분 동안 즐겼다. 이동 4시간 32분, 휴식 16분!
서울 가까이 바위 타는 재미가 좋은 진정한 오지 중 오지로 자주 가고 싶은 산 중 하나다!
미세먼지로 잘 보이지는 않았으나, 그럼에도 조망 또한 탁월한 산행지다. 해서 맑은 날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시 달릴 예정이다.
과수원으로 침입하지 않으려면, 첫 번째 ‘길 없음’은 무시하고, 좀 돌기는 하나, 이후로는 어떤 갈림길에도 현혹되지 말고, 직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