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강의는 김리나 홍익대 명예교수의 강좌로 전부터 기다려지던 순서였다. 일찍 박물관에 가서
제10회 힘있는 강원전의 그림들을 둘러보고 내려오니 마침 김홍영 위원장이 와서 함께 강당으로
들어갔다. 수강인원이 전보다는 약간 덜해 보였다.
김리나 교수는 불교미술사를 공부한 미술사학자로, 바로 재작년 김영나 교수가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취임하면서 아버지 김재원 박사에 이어 대를 이어 중박 관장이 되었다고 언론의 화제가 되었던 분의
언니다. 나한테는 이 자매분들의 미술학보다도 애초 그 선친이신 여당 김재원(1909-1990년) 선생이
익숙하고 관심이 많았다. 여당 선생은 해방 뒤 우리나라 고고학의 첫 세대로서 일제로부터 총독부박물관을 이어받아 국립박물관을 정초하여 무려 25년이라는 장기집권을 하며 토대를 다진 분이다. 학자
로서는 독일에 유학하여 처음으로 고고학을 전공하고 일찍부터 고조선 관련 저술도 있었으나 당시
일제의 조선사편수회에 있던 이병도 박사가 서울대에 있으면서 식민사관이 불식되지 않은 까닭으로
그리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박물관 이야기는 여러 수필집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서도
초창기 독일 유학의 이야기를 많이 담은 <여당수필집>(1973년,탐구당)을 읽은 기억이 생생하다.

왼편은 1975년 김영나 김재원이 그리스 미케네 유적지를 찾았을 때 찍었다는 사진이 인터넷에서 보여
올린 것이다. 여당선생의 독일유학기는 3.1운동 뒤 우리나라 최초의 독일유학생으로 독일에서 생을
마친 이미륵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한글운동의 이극로의 자서전(<고투 40년>)과 비교해서도 흥미로운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또한 자신의 학문적 모국인 독일로 딸들을 유학시키지 않고 왜 미국으로 가서
공부하게 했는지의 사정도 이런 이야기를 통해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여당선생이 박물관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미국에 가서 박물관사업과 관련하여 만난 인사들은 바로 2차세계대전을 전후로 하여
나찌 독일의 광풍을 피해서 미국으로 망명해온 예전 독일유학 때의 지인들이었던 것이다. <여당
수필집>에는 이러한 지난 국난의 시기에 세계적인 학문의 동향에 대해서도 유익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제는 그 딸들도 정년을 맞은 학자들이 되었다.
김리나 교수는 <한국고대불교조각사연구>(1997년) 등의 대표적인 저술이 말하듯 불교미술을 중심으로
홍익대에 자리잡은 이후 안휘준 교수처럼 미국에서 공부한 방법론을 한국미술사학계에 들여와 틀을
다지게 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하였다고 보인다. 최선주 국립춘천박물관장은 특히 자신의 스승이라며
사회도 학예사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보며 첫머리에 강사 소개를 하였다.
사실 미술의 동서교류사를 알려면 동서문명의 교류 역사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번 강의는 자세히
살펴보는 재미보다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류의 역사를 훑어내리며 동서간 미술의 교류 역사를
개괄적으로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두툼한 요약문 뒤에는 2009년에 발표한 글(<미술사연구>
제23호)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밝혀 놓았다. 정년을 지난 노학자의 통찰과 견문이 녹아든 강의로
주요내용을 잘 요약해서 들려주며 세계지도와 유물사진을 적절히 섞어 보여주었다. 하지만 대학원
강의처럼 빡빡한 내용에 흥미보다는 지식의 전달과 소개 위주로 진행된 느낌이 들었다.
강의의 개요는 요약문 서문에 잘 적혀 있다. 고대의 유목민족 동물의장 미술부터 알렉산더 동방원정과
간다라미술, 불교미술의 동전과 실크로드, 이슬람의 확장과 칭기즈칸의 제국을 거치며 '서방'이라는
개념내용도 기존의 서아시아 지역에서 로마에 이르기까지로 확장되었다. 게다가 신대륙의 발견과
대항해시대를 거치며 기독교 문명은 중국이나 한반도를 넘어 일본에까지 전파되었다. 도자기의 수출로
유럽에서도 마이쎈자기 등 쉬누아저리(Chinoiserie,중국풍모방도자기)가 만들어지고, 인상파 화가들의
쟈포니즘도 자세히 소개되었다. 너무 방대한 내용인 만큼, 강의하는 분이 좀 더 강약을 두면서 진행
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에서는 특히 신라의 황금문명과 관련하여 그것이 북방루트를 통하여 스키타이 계통과 연관됨을
말하였고, 이는 2011년 스키타이 황금문명전 같은 전시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것이다. 김리나 교수는
그런 가운데 두 번째 단원에서는 아프가니스탄 틸리야테페 무덤에서 나온 금관을 신라금관과 비교하며
'出'자형 디자인과 사슴뿔 모형이 같음을 보여주었고, 이란의 뿔잔이 신라토기 등의 각배와 연관된다고
지적해 보여주었다.
2009년 국립중앙박물관의 '동서문명의십자로-우즈베키스탄의고대문화'전에서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의 아프라시압 궁전벽화에 등장한 고구려 사신의 조우관 모사도가 소개된 적이 있었다.


아래는 위에 말한 틸리야테페의 금관 모습이다.

그밖에도 신라유물에서 보이는 감입구슬이나 유리병, 금장식 칼에서도 이러한 교류의 역사를 고스란히
남아 있다. 검색에서 찾아진 사진을 올린다.

특히 기와문양에서 흔히 보이는 쌍조문 문양이 소그드 연주문양 안의 쌍조문에서 그 연관을 찾는 것도
흥미로와 보였다. 팔메트나 포도문양들의 연관성도 마찬가지였다.
반면에 서양에도 동양의 그림자가 역력히 나나타 있다. 16세기 초 조반니 벨리니의 <신들의 향연>에서
그림 중앙에 보이는 청화백자를 보라.

마지막에 흥미로왔던 점은 청나라 때 이탈리아 예수회신부 낭세녕이 서양식으로 설계하여 베이징의
원명원 안에 건축한 분수대 동판화 그림이었다. 아편전쟁으로 파괴되어 지금 그 흔적은 없어졌지만,
그 12지신 머리상들 중에 토끼상과 쥐상이 2009년 파리의 크리스티 경매에 나왔었는데, 중국 측에서
낙찰받았으나 대금을 의도적으로 지불하지 않아 약탈문화재임을 국제적으로 널리 알렸단다. 지금은
중국으로 돌아가 있단다. 아래는 그 '서양루 유구지' 동판화 모습인데 계단 아래 좌우로 6구씩 12
지신상이 보인다. 지금 중국은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잔해만 남은 원명원을 복원중이라고 한다.

이번 강의로 박물관 문화강좌도 9월초까지 여름방학이다. 노학자가 모처럼 춘천까지 와서 대학원강의
같은 대중강좌를 하고 만 데 대해 다소 아쉬움도 남았다. 세계 여러 나라의 불교유적을 공부한 학자로서
평생 제일 감명 깊었던 유적 유물이라든지, 가장 감동이 컸던 미술사 연구의 경험 등등 좀 더 자신의
느낌을 담은 이야기는 들려줄 수 없었을까 하는 느낌 말이다. 학문적 보편성, 세계적 진리의 기준에
목말라 하며 그것을 찾아 유럽으로 미국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며 공부한 이들 앞세대들만의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미술사 분야만큼은 이제 그런 수준을 넘어 한국미술사가
지니는 구체적 보편성(특수성)까지 충분히 담아낼 만큼 많은 성장을 보이고 있으니 앞날은 밝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아래는 이른 시간 먼저 둘러본 강원 미술가들의 연례행사인 '제10회 강원의 힘'전을 둘러보며
스케치한 몇몇 작가들의 근황을 알려주는 작품들 사진이다.
먼저 속초에 사는 김종학 화백의 설악산 설경.

아래는 우안 최영식 화백.

강원대 신철균 선생.

춘천의 이광택 화백.

오랜만에 보는 춘천의 김아영 화백 채색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