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라는 책에서 ‘자발적’ ‘매춘’ ‘위안부는 군인의 전쟁을 도운 애국적 존재’ 등의 표현을 써 명예훼손으로 고소됐던 박유하 세종대 교수에 대해 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렸다. 일부 표현에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지만 전체 위안부를 향한 것으로 고소인인 피해 할머니만을 특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학문적 표현의 자유와 가치판단문제는 시민과 전문가들이 상호검증하고 논박할 사안이지 법원이 형사처벌 할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에 대한 무죄판결은 우리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준다. 먼저 학문적 저술을 시민과 전문가들의 토론과 논쟁의 장에서 해소하지 못하고 법적 심사 대상으로 삼는 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일부 지식인들이 박 교수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검찰의 형사기소에 반대했던 이유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위안부로 끌려가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던 고령의 피해 할머니들을 ‘매춘’이나 ‘자발적’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상처를 주는 것을 과연 학문의 자유로 볼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특히 일본이 정부책임을 인정하고 있지 않은 시점에서 피해당사국의 학자가 일본의 뻔뻔스런 행동에 이용당할 논거를 부여하고 있다며 분노하는 국민들이 많다.
박 교수는 자신의 책이 오히려 일본에 대한 책임을 더욱 명확히 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에서도 일부 명예훼손적인 표현이 있음을 인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이는 성폭행 범죄자를 비판하면서 한편으로 피해여성의 미니스커트를 사태발단의 한 원인으로 지적하는 것처럼 비정한 일이다.
더구나 피해여성이 우리 가족이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금강경천노주’에 두리생형극(肚裏生荊棘)이라는 말이 있다. “뱃속에 가시가 돋다”라는 뜻인데 얼굴은 꽃처럼 미소 짓지만 내심에는 가시와 같은 악의를 품고 있음을 의미한다. 많은 국민들이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판결에 반발하는 것은 박 교수에게 바로 이 점을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