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한때 10년 정도 산에 빠져 우리나라 높은 산의 순서를 책상에 적어 놓고 체크해가면서 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전국 국립공원과 도립공원까지 모든 산의 정상까지 올라 보았습니다. 한라산, 설악산, 지리산은 수도 없이 오른 산이 되었고 심지어 외국의 높은 안나푸르나, 에베레스트 칼라파타르. 알프스산, 킬리만자로를 다녀왔습니다.
제가 산행을 하게 된 이유는 많지만 그중에 하나는 남편과 산을 많이 다녔기 때문입니다. 남편과 결혼기념일에 지리산을 갔었는데, 그것이 마지막 산행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가 떠난 뒤에는 그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산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리산은 내게 각별한 산이 되었고, 남편과 함께 간식을 먹었던 자리에 혼자 앉아서 이런 저런 상념에 들다 보니 늦게 하산을 하다가 그만 길을 잃게 되었습니다. 한 시월쯤이었을 겁니다. 배낭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도 차에 다 놓고 가볍게 나선 길이라 어두워지자 랜턴도 없어 산 속에서 길을 잃고 죽는 게 아닐까 겁이 덜컥 났습니다. 마음이 불안해 서둘다 넘어져 발목까지 접질려 절뚝거리며 여섯 시간 정도 길을 잃고 헤매다 겨우 불빛을 찾아 들어간 곳이 세석 대피소였습니다. 그때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의 따뜻함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지요.
나희덕(羅喜德, 1966년 ~ )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충청남도 논산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2001년~2018년)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2019~)로 재직 중이다.
이 시가 주는 메시지는 “깊은 산속에서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길을 잃은 사람에게 불빛은 구원이나 생명입니다. 문득, 인생길에서 길을 잃은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해 봅니다. “밤중(인생)에 길을 잃은 사람”을 위한 “먼 곳의 불빛”과 “누군가 맞잡을 손”에 대해서도요. [‘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