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금요일 마을 방과 후 교실 6학년의 졸업 공연. 오늘은 공연에 쓰일 음악과 음향을 골라야 한다. 집에 있으면 아이들이 들이닥칠 테니 도서관이나 카페라도 가야 하는데 참 일하기 싫다. 나가긴 더욱 싫다.
마음이 어수선할 때는 요리나 바느질이 최고다.
어제 친구를 보내고 집에 들어오면서 큰 마트에서 쇠고기 불고기용을 사 왔다. 친구들과 밀풰유나베를 먹을 때는 차돌박이를 썼는데 고기가 쫄깃하긴 하지만 어르신과 아이들한테는 좀 질길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아침에 쇠고기 불고깃감으로 밀풰유나베를 다시 했다. 부드럽고 맛있었다. 내 입맛에는 차돌박이가 좋지만.
밥 먹고 바느질거리를 꺼내 왔다. 어제 산에 가는데 바지가 헐거워서 자꾸 흘러내렸다. 살이 조금 빠지기도 했지만, 좋아하는 옷은 마르고 닳도록 입는 성격이라 옷이 버티질 못한다. 고무줄 바지라 벨트를 할 수도 없어서 허리 안쪽에 넓은 고무줄을 덧대고 꿰맸다. 오호, 허리가 짱짱하게 딱 고정되어 천년만년 입을 수 있겠다.
점심 때쯤 아이가 왔다. 혼자 눈썰매를 타다가 심심하고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아침에 먹던 밀풰유나베 국물이 남아서 어묵을 넣고 끓이기로 한다. 아이에게 어묵과 파프리카 썰기를 맡겼다. 편식이 심한 아인데 자기가 요리했다며 어묵도 먹고 조금이나마 파프리카도 먹는다. 두세 번 씹다가 꿀꺽 삼켜서 현미밥 주기가 조심스러웠지만 흰쌀밥을 새로 할 수는 없어서 꼭꼭 씹으라고 계속 얘기했다.
밥 먹고 나갔던 아이가 집에서 놀던 친구를 데리고 왔다. 나는 고친 바지를 입고 용기를 얻어서 늘어난 청바지까지 수선할 참이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마을회관에 갔다. 나는 바지를 꿰매고 아이들은 옆 방에 뛰어논다. 형님들이 일요일인데도 아이를 보냐며 놀란다.
“연고도 없는 이곳에 와서 혼자 사는데 아이들이라도 와서 문 두드려 주니 얼마나 좋아요.”
일하는 날, 노는 날 구분 못하는 아이들이 있어 내가 외롭지 않다. 이런 날도 앞으로 몇 날 남지 않았다. 그러면 나는 또 얼마나 외로울지. 그러나 미리 고민할 일은 아니다. 그때가 되면 또 다른 길이 열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