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구 예찬
ㅇ 당구대는 소우주다. 당구대 위에서는 우리는 설계사가 되고 그림 잘 그리는 화백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공의 회전과 속도에 따른 반발력과 마찰력을 파악하는) 물리학자가 되어야 하고,
(입사각과 반사각, 분리각을 가늠하는) 기하학자가 되어야 하며,
(여행하는 공이 목표에 이를 확률을 감지하는) 통계학자가 되어야 한다.
ㅇ 우리는 무엇보다 당구대 위와 둘레에서 인생을 즐기고 관조하는 철학자가 되어야 하고,
늙어가며 동무들과 옛정을 나누고 사랑과 배려를 확인하는 어린애가 되고 때로는 노신사가 되어야 한다.
ㅇ 아, 우리는 그러한 소우주는 당구대 위에서만 끝나는 게 아님을 잘 안다.
우리는 절묘한 뒷풀이가 있음을 알고 있다.
그곳에는 지리산 아래에서 무르익은 고품격 소주가 있고, 그 소주에 베푼 맥주가 있고,
시골정취 풍기는 막걸리가 있음을 잘 안다.
무엇보다 그 자리엔 옛 추억들과 함께,
외설 섞인 유머와 세상에 대한 풍자와 해학, 합하여 풍류가 있음을 너무도 잘 안다.
ㅇ 이리하여 당구는 그냥 단순한 공놀이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당구는 한판의 예술이 되고 과학이 되고 철학이 되고 풍류가 되는 것이다.
늙어가는 자들의, 조금은 피곤하지만 신나는, 인생 열락이 되는 것이다!!
(JJ당사모 성채기 찬함)
당구 예찬
당구대 위 수구와 두 적구를 두고,
어떻게 맞힐건지,
치밀하게 설계하고,
당점을 향해 예리한 눈빛으로 조준하고,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큐대를 찌르네.
수구가 쓰리쿠션으로 두 적구를 맞히는 순간,
그 짜릿함, 희열은 뭐라 말할 수가 없네.
치밀함, 정교함으로 경쟁하나,
게임이 끝나면,
천진난만, 순진무구 童心으로 돌아가 웃고 즐기는 어울림의 場.
경기 장면 장면마다 설계자가 되었다가,
물리학자가 되었다가, 기하학자, 통계학자, 어린아이, 노신사, 철학자가 되기도 하는 당구의 세계,
머리는 맑아지고,
몸은 유연해지고,
우정은 돈독해지는 놀이.
노년의 樂치고 이만한 樂이 어디에 또 있으리.
(당구 입문도 못한 관찰자 입장에서 성회장의 당구예찬을 보고 시로 번역해보았습니다.)
- 정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