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블랙 카드 (Black Card)_02

[먼또]

02

밑 바닥에서

 일산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

출근 시간이 제법 지난 시간인 데도 지하철 2호선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저 마다의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잠실 철교를 지날 무렵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 어, 남영아 "

" 난데, 알바는 계속 뽑긴 하는데, 너 진짜 괜찮겠냐? 

" 뭐가 괜찮냐는 거야? "

" 아니, 여기 오면 스무살 짜리도 있고 많아 봤자 스물 다섯인데, 아가들 사이에서 일 할 수 있겠냐고 "

" 내가 지금 찬밥 더운밥 따질 때가 아니다 뭐라도 해야지 "

" 아... 새끼... 너 들어오면 나도 불편하다고 또 친구다 뭐다 하면 시끄러워 진 단 말이다 "

" 한번만 도와 주라, 내 상황 뻔히 알면서... "

" 어휴... 일단 알았고, 내일 중으로 면접 날짜 문자로 갈꺼야, 그리고, 뭐하나 부탁 좀 하자 "

" 뭔 부탁? 나 같은 새끼 한테도 부탁 할께 있는 니 새끼도 불쌍하다 "

" 아 쫌, 그게 아니라, 만약 입사 하면, 너랑 나 모르는 사이다? 나 다른 알바 애들 대하듯이 한다고 너한테 "

" 아, 맘대로해 그 딴거 신경쓸 정신도 없어 "

" 나 매니저 단지 얼마 안됐어, 윗 선도 눈치보이고 허점 보이면 알바 새끼들이 존나 물어 뜯는다고...

너한테 막 대한다고 생각할 까봐 미리 얘기 하는거야. 알겠지? 부탁좀하자! "

박남영은 도훈의 대학 동기다.

경기 예술 대학교 영화연극과 09 학번인 그는 영화 배우의 꿈을 메가시네마 에서 대신 펼쳤고,

4년간 배운 연기의 기술로 손님들을 상대하며 서비스 계열 쪽으로 발을 돌렸다.

적성에 꽤 맞았는지, 매니저 까지 단 그 의 밑으로 09학번 에이스 였던 이도훈이 들어간다고 하니,

이런 저런 걱정이 생기는 모양이다.

잠실에서 일산까지 1시간 반 정도의 시간동안,

도훈은 새삼 남영이 부러워졌다.

대기업 정직원에,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라니...

일이 힘들다 하지만, 본인의 지금 상황보다는 힘들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듯, 사원증을 걸 고있는 본인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는 고등학교2 학년, 아버지가 자살 하고 생긴 대인 기피증을 치료하려 연기 학원에 등록 했고,

때문에 숨겨진 재능을 발견한 것인지, 연극 영화로 알아주는 탑 5 대학 중 한 곳인 경기예술대 에 수석으로 입학 했다.

수 많은 캐스팅 제의가 있었지만, 아직 준비가 안됐다고 생각한 그는 모든 제안을 거절했고,

졸업 후 그에게 함께 작업하자고 하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경기예술대 스타 였던 그는 화려한 학교 생활의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겨우 들어간 소속사 와도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대학로를 전전하며, 그저 그런 상업극을 연기하는 그저 널리고 널린 이름 바 개 배우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단 한번도 본인 스스로가 배우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단 한번도 화이트 칼라 의 화려한 커리어 맨의 삶을 상상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사원증을 걸고 있는 본인의 모습을 상상 한 것이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문득 자각 했을때. 

스스로가 내려갈때 까지 내려갔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이젠 내 세울 자존심도, 배짱도 모두 없다.

모든 것을 내려 놓자 도훈은 이 세상 모든것이 다 우습고 만만하게 보였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쯤, 어느덧 정발산 역에 도착했고,

매서운 바람에 옷깃을 여민채 엄마의 식당 에 도착해 문을 열자 따뜻한 공기가 그의 온몸을 감쌌다.

하지만, 그 안에서 그가 목격한 것은 결코 따뜻하지 않았다.

엄마가 무릎을 꿇고있었다. 

" 하이고, 사모님... 십수년간 여기서 장사했는데 나가라 하시면 어디로 갑니까... "

" 오 여사, 그 간 정을 봐서라도 봐 주려고 했는데, 우리도 사정이 어려워서 그래 "

" 아니, 그래도 그렇지요... 아직 계약도 안 끝났는데 담 달에 바로 나가라 하시면.. "

" 우리 건물 이제 재건축 들어가, 내가 지금 계속 있으라고 해도, 담달엔 어쩔 수 없이 나가야 될꺼야

그리고, 계약? 오여사 뭔가 착각 하고 있는데, 그 계약이란거, 자기 사정이 딱해서 구두로 그냥 있으라고 한거지,

법적으로 들어가면 자기 한테 득 될꺼 하나도 없다니까? "

" 지금 뭐하는거야 !!!! "

그는 그간 참아온 분노를 한껏 모아 소리쳤다.

손님없는 빈 가게에 도훈의 소리가 가득 매워졌다.

" 아이고, 아들왔네.. "

건물 주인은 도훈의 얼굴을 보곤 허겁지겁 문 밖으로 내달렸다.

" 엄마..지..지금....뭐하는거야? "

" 왔니... 밥먹어 "

엄마는 울먹이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하려 애썻다.

"왜.....왜!! 엄마가 왜 무릎을 꿇어!!!!!"

도훈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가게안 빈 의자들을 여기저기 발로 차기 시작했다.

" 얘가 왜이래 진짜?... 밥 먹으라고 .. "

" 지금......지금 밥이 문제야? 뭐가 아쉬워서?... 돈 없는게 죄야? 자존심도 없냐? 왜 그러고 살아 왜 !!!!! "

엄마는 아무말없이, 아무런 표정도 없이 도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그의 뺨에 흐르는 눈 물을 말없이 닦아 주었다.

" 엄마 괜찮아, 돈 없는거? 죄아니지... 근데, 아들, 넌 그러지 말구 살어, 넌, 꼭 성공해서 떵떵 거리면서 살어 아들 부탁이야... "

도훈은 주저 앉아 소리내어 엉엉 울기 시작했다.

모든게 자기 때문 인 것 같았다.

어려운 형편에 예술 하겠다고 한 죄,

좋은 학교 들어가서 비싼 등록금 내달라고 한 죄,

이런 저런 기회를 자존심 내세우느라 다 거절한 죄,

여자 잘못 만나 돈 뜯긴 죄,

그리고 자신이 태어난 죄 ...

바닥에 앉아 엉엉 울고있는 도훈을 엄마는 말없이 안아 주었다.

" 바닥 차가워, 빨리 일어나, 그리고 사모님 말도 맞아... 그래도 그동안 여기서 장사 하게 해줬잖아 우리 불쌍하다고... "

도훈은 자리를 박차고 있어나 문밖으로 나갔다.

" 얘! 어디가!! 얘, 도훈아!! "

그는 달렸다. 달리고 또 달렸다.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지만 계속 달렸다.

심장이 더 이상은 위험하다며 가쁜 신호를 주고 있지만 상관 없었다.

온 몸에 땀이 흐르고 있는것이 느껴졌다.

그는 정신이 혼미 할때쯤 멈춰섰다.

그리고 다짜고짜 하늘을 바라보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 왜.....왜!!!!!!!! 내가 그렇게 잘 못 살았나? 그럼 태어나게 하지 말았어야지, 막았어야지 !!! "

몇 몇 사람들이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도훈은 상관하지 않았다.

" 신?... 신 이란거...있어요? 거기 앉아서! 편안하게 내려다 보면서 !!! 세상 고통 다 받고있는 인간들 보고 있으니까 재밌나?!!!""

그는 몇 무리의 고등학생 들이 연씬 자신에게 스마트 폰을 들이 대는 것이 느껴 졌지만, 지금은 정말 아무 상관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무릎을 꿇었다.

" 예.... 제가 졌어요... 당신이 이겼어요... 이렇게 해야되는거예요? 내가 종교가 없어서, 너는 거기있는데, 내가 안믿어 줘서 화나서 그런건가?

그래요...미안...미안해요..미안한데, 그래도 X발 이건 아니지!!!"

그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대낮에 멀쩡한 남자가 갑자기, 길 한가운데에 서서 하늘과 대화를 하고있다

이 신기한 광경을 소위말하는 관종 들은 심지어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생중계 하고 있었다.

" ... 나도...나도 좀 잘 살아보자고 !!! 아픈거, 배신당하는거, 가난한거.... 그만하고싶다고...."

그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몇몇 용감한 시민들이 그의 곁에 다가가 119 를 부르고 있었다. 

생중계는 성공적이였다. 순식간에 동시 접속자가 2 만명이나 불어나고, 도훈의 영상은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 까지에도 오르 내리며

변형된 여러가지 컨텐츠로 만들어 지기 까지 했다. 

그리고,

그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한 주상복합주택에서 이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한 여자가 생중계 영상을 계속해서 돌려 보고 있었다.

" 찾았다... "

[태화]

도훈이 돈 뜯어먹는 전 여친?

[먼또]

예상치 못할 전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wowoys]

누구냐....

[WAKUI]

헣ㅎ 뒷얘기가 궁금해지는 적절한 끊기네요..

[이성과감성]

앞의 상황이 참. . .너무 생생하게 가난한 자의 현실을 반영하는거 같아서. .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