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자욱한 산기슭에서
지난겨울은 유난히 따뜻했고 비가 잦았다. 기상 관계자들은 이처럼 예년과 다른 우리나라 겨울철 날씨는 옐리뇨 현상이 극점에 달해 나타난 결과로 받아들인다. 옐리뇨는 동태평양 페루 연안 해수온이 높아진 주기를 이른다는데 지난겨울이 최고점이라 한다. 해수온 변화는 지구 대기와 기상에 변화를 주어 머나먼 서태평양 연안 우리나라는 작년에 과일은 작황이 아주 좋지 않았다.
근래 창원 근교 대산면 일대로 매일 나가는 동선이다. 넓은 들녘은 일모작 지대도 있지만 비닐하우스 시설채소 농업이 성하였다. 풋고추나 방울토마토는 연중 생산되고 당근이나 수박은 벼농사 뒷그루 작목이었다. 봄 감자가 심어졌고 연근 농사는 묵은 뿌리를 캔 터를 골라 준비하는 중이었다. 농촌에서는 일손 부족이 심각해 근래는 동남아 젊은이나 연로한 부녀들이 더러 보였다.
삼월 중순 주중 수요일이다. 이른 아침 산행과 산책을 겸한 차림으로 현관을 나섰다. 집 앞에서 212번 버스로 동정동으로 나가 7번 마을버스로 갈아탔다. 창원역에서 동읍 자여로 오가는 소형버스는 배차 간격이 짧아 차내는 손님이 붐비지 않아 좌석에 앉아 갈 수 있었다. 같은 마을버스라도 신전으로 가는 1번은 들녘 농촌 인력과 대산 일반산업단지 회사원들로 아침저녁은 혼잡했다.
삼월에 들어 치안 보조로 대산파출소가 관할 구역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다. 오후에 3시간 국도변 초등학교 인근 지역을 순찰하면서 하굣길 학생들의 안전을 살피고 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들녘이나 강가를 먼저 산책하고 오후에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한다. 어제는 남포리 들녘을 걸으면서 농수로 자라는 유채를 찾아냈고 지난주는 옥정 교차로 인근 낙동강 강변에서 냉이를 캤다.
지난주 어느 날은 이른 아침 두 지기와 여항산 미산령에 피는 복수초와 의림사 계곡의 저무는 변산바람꽃을 완상한 오후에 근무지로 달려갔다. 아침나절은 자유롭게 허여된 시간이라 강변 둔치를 산책하다 앙증맞게 핀 꽃다지를 만났고 길고 긴 죽동천 천변에서 피는 산수유 꽃길을 거닐기도 했다. 이번에는 아침나절 구룡산 기슭으로 올라 엉겅퀴와 방가지똥을 먼저 채집할 요량이다.
7번 마을버스가 용강고개를 넘자 시내와 달리 안개가 자욱하게 낀 산천이었다. 남산리를 앞둔 정류소에서 내려 횡단보도 건너 정비창으로 가는 철길에도 안개가 짙어 운치를 더했다. 용전마을 곁 구룡산 기슭으로 향했더니 양봉업자가 둔 벌통이나 단감과수원도 안개가 시야를 가렸다. 감계로 통하는 구룡산에 뚫은 민자 터널 요금소 곁으로 다가가 굴다리를 지난 산기슭으로 올랐다.
구룡산은 숲속에 자생하는 머위나 취나물을 채집하느라 매년 봄 드나들어 지형이나 식생에 훤하다. 산나물이 돋기 전 이른 봄 자손들이 성묘를 다녀가는 무덤가에 엉겅퀴가 자랐다. 겨울에는 햇볕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방석처럼 잎을 펼쳐 자라는 로제타 식물이다. 소나무와 낙엽활엽수가 섞여 자란 숲으로 들어 계곡을 건너간 산자락에서 목표로 삼은 엉겅퀴를 찾아 캐 모았다.
엉겅퀴를 채운 봉지는 배낭을 추슬러 짊어지고 숲을 빠져나와 구룡산터널 요금소 근처로 갔다. 도로 개설로 산자락과 과수원이 잘려 나간 언덕은 생태가 복원 중이었다. 그 언덕에 두해살이 야생초 방가지똥이 싹 터 자랐다. 봄이 오는 길목 두 차례 캐 왔는데 워낙 개체수가 많아 다시 무성히 자랐다. 배낭을 벗어두고 칼을 꺼내 뿌리 근처를 자르니 흙이 달라붙지 않아 깔끔했다.
이른 아침 길을 나서 안개 낀 구룡산 기슭에서 엉겅퀴와 방가지똥을 캐느라 두어 시간 보냈다. 배낭을 추슬러 마을로 내려가니 안개는 걷혀 시야가 트였다. 시내와 역방향이 되는 가술로 나가 점심을 요기하고 시간이 남아 카페에 앉자 전날 봤던 ‘수선화’ 시상을 다듬었다. 정한 시간에 되어 순찰 임무를 마친 귀갓길 마을버스엔 비닐하우스 일손 부녀와 캄보디아 청년을 만났다. 24.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