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코리아] AI 3대 강국의 열쇠는 세계적 핵심인재 유치 / 11/24(월) / 중앙일보 일본어판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의 발걸음은 무겁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는 원화 통화량과 국가부채 증가로 원-달러 환율 급락과 금융불안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한국 경제에 희망을 준다. 젠슨 후안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의 기술력과 정책 의지를 높이 평가하고 주요 대기업과 정부에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은 미중에 이어 세계 3위의 첨단 GPU 보유국이 됐고,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은 AI 자율 생산체계를 꾀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 원인 중 하나인 생산성 저하 문제를 반전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AI는 한국의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노동자가 생산 현장에서 휴대전화에 탑재된 AI로 모의학습을 하고, 현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영상으로 AI와 질문·답변 형태로 AI 코칭을 받을 수 있다. 추론형 AI가 근로자 특성에 맞춰 컨설팅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직업훈련은 AI 현장형 시스템으로 개편돼야 한다.
인공지능 전환(AX) 속도가 빠를수록 노동시장의 충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 AI는 생산성을 끌어올리지만 고용을 줄이기 쉽다. 아마존은 1만4000명 감원을 단행했고 월마트와 네슬레 등 세계적 기업들도 AI 도입을 이유로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AX는 한국에서도 고용 없는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대미 투자는 한국의 산업 공동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한국만의 첨단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국내 투자를 전략적으로 관리해 산업 공동화의 위험을 줄이는 데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
지금 우리의 선택지는 세 가지다. 우선 성장은 있지만 고용이 없는 'AI 유연성' 경제(아마존형), 두 번째 성장도 고용도 없는 'AI 경직성' 경제(한국형)는 피해야 한다. 세 번째는 성장과 고용이 함께 있는 'AI 유연안정성' 경제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두 번째 길에 들어서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주 4.5일제 등 노동 관련 입법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넘어 노동시장을 화석화시키고 AI 주도 성장에 급제동을 걸 수 있다. AI와 구식 규제, 관행은 상극이다.
AX 시대에 한국도 국가생존특구를 지정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뛰어넘는 글로벌 에지(압도적 기술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대내외 핵심인력이 자유롭게 협업할 수 있는 기술개발 베이스캠프, 핵심특허 집중단지, 비자 예외 적용, 교육·노동·산업의 융합구조 개혁 등 혁신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미국의 제조업 부활 프로젝트 'MAGA'가 제조와 인력의 폐쇄형 전략이라면 한국은 개방형 혁신 플랫폼으로 나아가야 한다. 세계적 인력 유입 체계를 가동하고 해외와 국내 기술자가 공존하는 '한국형 기술동맹', AI 특화연구소와 국가연구개발펀드 정렬, 산학연 클러스터 정주 지원을 결합해야 한다. 이 특구에서는 기존 규제의 전면 예외가 인정돼 글로벌 엣지를 확보한 제도만 존재한다.
최근 정부가 과학자들이 여러 기관에서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5년간 국가과학자 100명을 선발해 매년 1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핵심 인재에 대한 보상 수준도 개선해야 한다. 노조와의 집단교섭에 따라 영업이윤의 10%를 모든 직원에게 분배하는 방식의 대기업 성과공유 인센티브도 연구개발과 기술혁신을 위한 핵심인재보상에 집중하도록 재구조화해야 한다. 그래야 수재들의 의대 진학을 공학계로 돌릴 수 있다. 정부는 기업의 핵심인력 지원을 위한 비용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대응한다.
관세로 닫힌 세계에서 국경을 넘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사람이다. 그 사람을 거느린 제도가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 노동이 이념의 언어에서 AI 기술의 언어로 전환될 때 한국 경제는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다. 핵심 인재 유치, 디지털 전환, 구조개혁의 세 축이 유기적으로 얽힌 나라에서만 미래 세대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