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다 보고 화가 너무 났었지만,
그래도 뭐 평가전이고... 화 내봤자 화내는 사람만 수명이 줄어드는 법이니까...
나름대로 그냥 즐기기로 했습니다.
그 속에서 몇 가지 발견하면 뭐 더 좋은 거고요...
솔직히 껄끄러우기로 말하자면 일본보다 훨씬 더 껄끄럽다고 말할 수 있는 이란이었습니다.
경기 전 부터 고트비감독이 이끄는 저 이란이 오늘 생각보다 더 강하게 나올 거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막상 경기시작하고 보니 생각보다 훨씬 '제대로' 나오더군요.
마치 오늘 경기를 아시안컵 8강 시합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더군요.
(지겹고 끈적거리는 아시안컵 8강 단골 메이트 이란!)
카리미, 하세미얀 등이 빠져서 세대교체라고 하는 팀이라고는 해도,
그래도 아직 익숙한 이름들이 줄줄이 나오는 이란팀,
(이란팀에 기독교인이 있다는 말도 오늘 처음 들었네요.)
사실 평가전에서 이렇게 죽기살기로 나오는 팀에게는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 되겠죠.
덕분에 우리의 문제점도 잘 보게 되었으니 말이죠.
사실 문제점이라고 하기에도 어감상 문제가 있긴 할텐데...음...어찌 말해야 할 지...
참외를 먹을 때,
참외를 깎을 때는 참외 겉 껍질을 요리조리 돌려가면서 잘 깎은 후,
그 후의 백미는 바로 하얗게 반들반들해진 참외를
위에서부터 쫙 한번 또다시 쫙 한 번 갈라먹는 것이 하이라이트인데,
오늘 우리팀은 겉의 껍질은 잘 깎고 나서도
그 칼날을 세워서 쫙~ 쫙~ 수직으로 깎아내는 것이 안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중원이 이렇게 헐거워보이는 경기도 오랫만에 봤습니다.
내심, 윤 비트가람과 기성용이 어떤 시너지효과를 내면서 활약을 보여줄 지 기대했는데,
전혀! 생각대로 되질 않더군요.
오늘 우리 중원이 이토록 헐거워진 이유를 누가 좀 속시원히 분석 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효진과 이영표를 축으로 한 사이드쪽은 기회는 많았지만 역시 방점이 부족했네요.
뭐 결과적으로 우리가 골을 못 넣었으니 이런 말을 하는 것이지만요...
이영표선수의 그 결정적 실수는 ...
이영표라는 이름값 때문에 사실 사람들이 수면 위로 꺼내지 않는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건 정말 결정적인 실수였습니다, 치명적인 실수였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어떻게 보면 '역으로' 냄비근성이 있기에,
그 실수 하나로 이영표선수를 '까는'... 그러고 싶지는 않네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이고 하필 그게 골로 연결되었던 것이고...
골로 연결 되지 않을 수도 있었고,
그게 이영표선수가 아닐 수도 있었고,
암튼, 남아공에서 김남일 선수가 오버랩되면서...
안타깝고 아쉽기는 하지만 그 비난의 화살이 이영표선수에게 모두 꽂힌다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이 되더군요.
영표형이 그런 실수는 아마 거의 한 적이 없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아마 본인도 밤잠을 설칠 정도로 아쉽고 미안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도 마인드의 급수는 월드급인 이영표선수이기에 빨리 털어내고 힘을 냈으면 합니다.
설마.......
이영표선수 싸이에 테러하는 그런 일부 몰상식한 팬들은 없겠죠?..
.
김정우선수의 교체투입 후 교체아웃은...
잘 모르겠습니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실수는 했었지만...
얼마 되지 않아 바로 교체시킨다.... 대외적으로 무언가 노리는 상징성이 있는 교체였는지..
아니면 정말 전술적 이유로 그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부분은 정말 뭐라 할 말이 없네요...
(군기교육대 가는 것은 아니겠죠? ......으윽...무리수 농담...)
석현준 선수는 사실 투입되지 않을 줄 알았는데 경기에 나왔군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생각도 들고요...
개인적으로는 아예 경기 시작과 함께 전반만 뛴다는 식으로 투입되었더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박지성은 뭐 말로 할 필요가 없지만...
아무래도 시차와 개인 컨디션, 그리고 이란이라는 팀에 대한 없을 수 없는 '생각'이 있었을까...
뭐 늘 평균 이상의 활약을 보였지만 오늘은 그에 비해 성과가 없는 듯 해서 아쉽습니다.
물론 박지성 선수의 실수나 개인적인 잘못은 전혀 없다고 생각됩니다.
박주영선수는 오늘 참... 기회가 없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요즘 계속되는 무득점의 영향이라고 해야 할까...
전술적인 영향이라고 해야 할까... 도통 모르겠네요...
아무튼, 조~~~금 위축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박주영선수의 해답은 다른 것 없습니다.
모나코에서 한 두 골만 터져주면 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청용선수는 열심히 했고 슈팅도 운이 없었을 뿐이지 괜찮았다고 봅니다.
이청용의 최전방 공격수는 이전에도 살짝 개인적으로 생각해봤던 일이었는데...
오늘 그 장/단점이 나온 것 같네요.
최전방으로 가려면 그 '이쁜'축구 스타일은 다소 변해야 하겠지만,
그게 또 이청용의 장점인데...
오늘의 전술적 실험에서 과연 조광래 감독이 어떤 해답을 얻었을 지 궁금합니다.
우아한 플레이로 말하자면 기성용보다 오히려 이청용이
효율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축구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청용은 중원에서 좌우 어디든 살짝 치우친 그 자리가 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섀도우 스트라이커까지요.
하지만 그 우아한 발기술과 영리한 축구두뇌는 아마도 미들 측면이 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이청용을 너무도 잘 안다고 하는 조광래 감독이니만큼,
최적의 해답을 찾겠지만, 투톱에 고정시키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유병수, 이승렬, 정조국, 김영후, 이동국, 정성훈, 김은중, 라돈...아, 라돈은 아니고...ㅎㅎ
우리 리그의 포워드들에 대해서 조광래 감독이 갖고 있는 마인드는 대체 어떤 것인지도 너무 궁금합니다.
쓰리백에서 이정수선수 말고는 참신하긴 하지만 노련미나 경험은 너무 부족했죠.
세대교체를 위해서 그랬을 것이지만...
미들이나 전방보다는 수비라인의 안정화와 정착화가 더 시급하다고 봅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새로이 실험을 했겠지만 이 점도 감독의 의중이라고 보이네요.
한일전은 건너뜁시다...일단....
아시안컵을 위해서 아마 오늘까지 실험을 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늘같은 경기에서 중원이 다소 과장되게 말해서 '탈탈 털리는' 모습이 보인 것도,
아마 전술적 실험때문이겠죠... 아...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이영표, 최효진을 축으로 한 사이드 공격 역시 효과적인 루트이겠지만,
그렇다고 오늘처럼 중원... 중앙이 헐거워진 모습을 보인다면,
아시아 챔프는 물론이고 동아시아대회에서도 걱정이 우선 듭니다.
기성용선수는 기대감과 실망감을 동시에 주네요.
셀틱으로 간 이후 더더욱 그럽니다.(이적해라!.... _._' )
이에 대해 찬반논란도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이제 기성용은 스타일에 변화가 필요치 않을까 하네요.
셀틱에서 벤치에만 있어서 폼이 안 올라와서 그렇지 국대에 오면 다르다...
이 말도 한 두번이지 자꾸 이러면 안 된다고 봅니다.
팀을 떠나든지, 스타일을 바꾸든지 해야 한다고 봅니다.
스타일을 바꾸는 것은 사실 별로라고 생각됩니다.
활동량이 적은 대신 효율적인 패스나 킥이 장점 중의 장점인 선수인데,
갑작스레 그 스타일을 바꾸려고 하면 오히려 죽도밥도 안 될 가능성이 있는데...
그렇다고 소속팀에서 출장도 못 하고 있는데 대표팀에서는 기존의 폼을 고수하려 한다면...
아마 기성용이란 선수가 조광래감독의 가장 큰 딜레마 중의 하나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윤 비트가람 선수는 오늘은 다소 부진(?)했지만 역시 감각은 돋보였습니다.
활동량만 더 키운다면 박지성의 활동량을 지닌 윤정환이 되지 않을까... 기대입니다만...
차두리는 예의 그런 평가를 오늘도 받았지요.
넘치는 피지컬과 함께 활력소이지만 때때로 보이는 소녀패스...
하지만 오늘 나쁘지는 않았다고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보고 싶은 장면은
차두리가 사이드를 돌파한 후 월패스를 주고 받은 후
정면에서 중거리 슛으로 골을 넣는 장면...(그리고 골망이 찢어지는 모습까지도...)
(과연 언제쯤 보게 될까....)
김두현선수는 폼이 안 올라온 것이라고 해야 하겠고...
아, 그 슈팅이 골대 안으로만 갔어도.. 으아......
개인적으로 김보경을 참 좋게 평가하고 있는데,
오늘 이청용 나오면서 대신 들어가지 않을까 했었는데...
뭐 아직 젊고 기회도 있으니 괜찮겠지만, 김보경선수 좋은 선수라고 봅니다, 저는...
이란애들, 아니 무슨 정말 아시안컵 8강 경기하는 것처럼 뛰더군요.
고트비가 지시했는지 아니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때문에 월드컵 못나간 것때문에 그러는지,
잘 하더군요.
공간을 장악하고 지배하는 능력이 돋보였습니다.
역습에서의 효율적인 패스능력도 돋보였습니다.
막판 침대축구를 시전하는 능력도 돋보였습니다.
사실 홈에서 평가전 상대팀으로 이런 이란팀과 붙었다는 것은 솔직히 득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죽기살기로 경기를 해 줘서 고맙고,
그 덕분에, 아 물론 우리도 갖가지 전술실험을 해서 그렇겠지만,
우리의 문제점도 고스란히 알게 되는 것도 소득이라면 소득이고,
그리고 얼마 후 아시안컵 8강에서 아마도 또 맞붙을 상대와의 예비 전쟁이기도 하고,
아시아의 챔프라는 이름을 놓고 겨루는 몇몇 국가들이 있는데,
실질적으로는 한국과 이란이 가장 그 이름에 걸맞지 않나요?
평가전이긴 해도 긴장되고 땀도 나고 화도 나고 ... 이런 상대와의 경기는 환영할 만합니다.
게다가 나름대로 지한파라고 하는 고트비감독과의 만남도 흥미롭고요.
(경기 중 박지성하고 대체 무슨 말을 하면서 미소를 지었는지... 흠~ 궁금궁금~)
근데 거칠었어요, 이란.
거기에 심판의 휘슬도 줏대가 없어보였고요....
나중에는, 그래 이해해줄게, 그럴 만도 하지...라고는 해도 뻔히 보이는
침대축구를 보여주고 말았다는 것이, 물론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맘에 안 드네요.
중동의 침대축구과학은 정말 아시모프가 울고 갈 정도의 SF 걸작이더군요.
물론 그 빌미를 내어 주지 않아야 하겠죠.
일단 중동팀들에게 선취골을 먹으면 너무 힘들다는 것을 오늘 또 보았네요~.
이란과 경기에서 우리가 선제골 넣고 이어서 추가골 넣고
그렇게 아작아작 잘근잘근 밟아주는 경기,
언제쯤 볼 수 있을 지... 보고 싶습니다. 정말 보고 싶습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만나게 된다면 정말 그랬으면 너무 좋겠습니다.
마다비키아, 카리미, 하세미안... 안 나오니까 또 보고싶긴 하더군요.
네쿠남은 이름값을 한 듯 하네요.
눈에 그렇게 띄지는 않았지만 이란의 척추역할은 충분히 한 듯...
아...그 골 넣은 그 놈... 미워 죽겠네...
하프타임에서 그 뭐더라 ... 남자의 자격에서 배다해가 불렀지 않나요? 그 노래...
신선했네요. (배다해나 선우가 불렀으면 더 좋았을 텐데.... 으윽...ㅎㅎ)
아무튼, 이란은 언제 어느 경기에서 만나도 참 껄끄러운 상대팀이란 것을 오늘 또 느꼈습니다.
그리고 신임감독의 A매치 두 경기째인데,
게다가 뭐 그냥 평가전이니만큼,
오늘 경기까지는 조금은 릴랙스 하고 지켜봤다, 그런 심정이면 좋겠습니다.
까고 싶으면 아시안컵 대회에서 못 하면 그 때 제대로 전술로 까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조광래 감독도 오늘경기까지 해서 대강 밑그림은 잡아놨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다음 달의 한일전이 과연 어떤 멤버로 나갈 지 그게 최대의 관심사이긴 한데,
그 경기 후에도 아마 여러가지 말이 나올 텐데...
일단은 아시안컵 전까지 일단 한일전까지는 축구팬들의 '인내' 내지는 '관용'까지...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아시안컵이야말로 본격적으로 대놓고 감독을 평가하고 못하면 깔 수 있는 자리이니까요.
말이 길어졌지만, 일단 오늘 우리 선수들 수고하셨습니다.
아쉬움은 너무너무 많지만요~
전문적이지 못한 이런 감상평 다 읽어주신 분들께도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면서...
마지막으로,
성남! 1~2위 해서 아챔 직행 가자! 라는,
딴 팀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 한 마디 하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솔직히 K리그 순위경쟁이 더 흥미있고 똥줄타고 그렇지 않나요? ....
쌍패의 활약상도 맘에 안 들지만 좋아하는 선수들도 많고,
수원은 정말 그야말로 뜨거운 찜닭처럼 요즘 건드리기가 무섭고...등등....!!!
듀어든, 김현회, 김세훈, 류청, 샤빠 등등... 기대하마.. 아니, 기대합니다.
(축구는 담배보다 못 끊겠네요...어찌해야 할까요... )
첫댓글 사실 월드컵 경기 빼놓고선 A매치 안본지 꽤 되었는데..
역시 안보길 잘했달까 그런 느낌입니다.
자세한 리뷰 고맙습니다. 다운 받아서라도 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샨컵 경기 때엔 아무래도 한국팀 본래의 실력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만..
워낙 컵대회만 되면 유독 움츠려드는 한국이라 역시 기대는 안되네요.
인천도 싫어하는 감독 때문에 방황중인데...
뭐 이래저래 참 우울한 요즘 입니다.
그나저나 어제 결정적인 실점장면을 유발한 수비실수를 나오면 안되는 실수였지만 그 실수를 한 사람이 어린선수나 팬들한테 호불호가 갈리는 선수가 아닌 이영표선수가 실수 했다는게 위안아닌 위안이 되더라고요.....
잘읽었습니다! 맞습니다. 깔려면 아시안컵 가서 깝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