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제 허락도 다 받았고 결혼식장도 다 정해졌구요..;;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멍~합니다..ㅎㅎ;;
사내커플로 만나서 저는 다른 직장에 이직을 위해 여자친구만 직장에 남겨둔채 나왔죠 ㅜㅜ
이곳저곳 다녀본 결과 조건 좋고 주 5일에 보너스도 주는 최상에 직장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월급은 그만큼 낮아 졌다는 ;;)
하여튼..출근한지 3일이 지나서 여자친구가 생리를 안한다고 걱정을 합니다.
저는 설마 했죠..요즘 임신하기가 힘들다는 사람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몰라도
내가 그렇게 건강한 사람일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하도 이녀석이 불안해 해서 그날 저녁 퇴근하자마자 병원에 데리구 갔죠..
그때까지도 저는 아닐꺼라고 확신하고 핸드폰을 만지작 만지작 거리고 있었죠..
소변검사하고 여친이 간호사가 불러서 가니까 이제 끝났다~집에가야지~하고 있었죠..
근데..
카운터에서 돌아서 저에게로 오는 그녀석 표정이..헉...!!
어라?뭐지?아닐텐데??아닌데??
역시나...임신이라더군요..
시야가 빤짝빤짝해지는게 주위가 점점 어두워지고 입이 자동적으로 떠억~~벌어지는데..
입에서는 괜찮아~괜찮아~오빠가 알아서 해결해 줄께~라고...나와야 되는데..
남자들이 하지 말아야 할말이 나와버렸습니다 ㅜㅜ
어쩌지?...
이녀석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훌쩍 훌쩍 거리니까 사람들이 쳐다 보더군요..
솔직히 챙피했습니다..
확실한 검사를 위해 초음파 검사를 했지만..역시 ㅋ
계산하려고 제가 카운터에 가보니 거기 일하시는 간호사가 수술날짜는 언제로 잡아드릴까요?
라고 하더군요..
열 받더군요..이녀석이나 저나 아이 죽인다고한적이 없는데 자기들이 다안다는 식으로
무슨 지들이 "프로"도 아니고 표정하나 안변하고 볼펜으로 슥슥~써내려 가면서 눈도 안마주치고
결정을 짓더군요..
제가 "뭔 수술이요? 너 애 지운다고 했냐?" 이녀석도 그런말 한적 없는데..라고 하더군요..
그때서야 당황 했는지 아~그럼 조금더 생각해보시구요 다음주에 한번 들러 주세요..이러더군요.
엎고 싶었지만..그건 지금 할짓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이녀석을 달래줘야 하고 당장의 계획을 세워야 했습니다.
그래도 저보단 이녀석이 훨씬 놀랬을 텐데..일단 밥을 먹이면서 대화를 했습니다.
낳자..오빠가 다 뒤집어 쓸께..넌 잘못한거 없으니까..말없이 울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라구요..
그렇게 평소 안부리던 애교며 개그며 다떨고 겨우 웃게한뒤 집으로 보냈습니다.
홀로 집으로 돌아오는데 땅만 보면서 한숨만 계속 쉬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벗고 소파에서 티비보시던 아버지께가서 질렀습니다..
"저..아..버지..할...말이..있는...데..요..."
아버지가 빤히 보시더니 "00임신 했냐?"라고 하시더군요..
또 순간 멍 했습니다..
설겆이 하시던 어머니가 홱~돌아보시더니 입을 떠억~벌리 시더군요..
그러더니 다시 설겆이를 하시더군요..설마~하셨을 거예요 아마..
제가 "아...네.."그랬습니다..
어머니 손이 또 멈추더니 저를 다시 쳐다보시면서 또 입이 떠억 벌어지십니다.
아버지도 순간 패닉상태에 들어가십니다.
퇴근하던 형 이소식 듣고 바로 우리 집으로 옵니다.
뭐라고 합니다. 너 뭐 있다고 그러냐~돈은 있냐~계획있냐~생각이 있냐~개념은 있냐~
열받아서 눈물이 납니다~ㅜㅜ
겨우 가족들을 진정시키고 앞으로의 계획을 조목조목 말씀드렸습니다.
아버지가"어차피 결혼할거였는데 조금 당겨진걸로 생각하자"라고 하십니다.
다행이 였습니다.ㅜㅜ
이제 문제는 여자친구네 집에 이 사실을 알려야 하는겁니다.
여자친구에게 몇가지 물어봤습니다.
질문: 아버님이 폭력적이시니?
답: 아니..
질문: 아버님이 욱하시니?
답: 조금?
질문: 혹시 집에 낫이나 도끼 그런 농기구들이 잡기 쉬운 위치에 있니?
답: 그치..농사를 하니까..
질문: 그럼 오빠가 이번에 내려간테니까 그거 안보이는곳으로 치워놔..
답: ㅋㅋㅋ
이렇게 농담을 하면서 달래주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여자친구가 집으로 내려가는 날..
오빠가 내일 차타고 집에 갈테니까 일단 말씀 드려..
갑자기 나타나서 처음보는 사람이 임신시켰다고 하면 오히려 대화가 안될꺼야..
여자친구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알았다고 합니다.
집에 내일 찾아간다고 하니까 가지 말랍니다.
반감이 들더군요..이러면 안되지만..
저희 집 입장은 제가 무슨 변을 당할까봐라는것도 있지만 여자쪽 집안에서 생각할 시간을주고
한번 보자고 그러면 가는게 순서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여자친구에게 하자니 제가 비겁해 보였습니다..
어쨋든 겨우 돌려서 얘기했지만 여자친구는 그래도 옆에 있어달라고 하더군요..
그때서야 확신이 들더군요..사람일에 정답은 없는데 평생 지켜줄꺼면 계산하지말고 감정대로 행동하자라고..
그날 저녁에 여자친구가 전화해서 말씀 드렸냐고 물어보니 아직 못했다면서 울더군요..
갑자기 전화 통화중 여자친구 방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전화가 끊어졌습니다.
다시 전화 해봤지만 역시 받지 않더군요..짐작했습니다..
지금 대화중이라는 것을..ㅜㅜ
계속 조마조마하게 기다리고 기다리고 있는데 2시간이 지나서야 전화가 오더군요.
어머님께 말씀드렸다고 합니다.
어머님 반응이 궁금하더군요. 여자친구가 어머님께 임신사실을 고백하자
어머님은 조심하지 그랬어..라고 하시더니 달래 주셨답니다.ㅜㅜ
일단 어머님은 진정이 되신걸 확인..
다음은 아버님이 난관이 었습니다.
오지말았으면 하는 아침이 찾아오고 씻고나서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한마디 외치고 집을 나왔습니다.
술을 좋아하신다기에 가자세계주류인가하는 가게를 찾아가 형이 일러준 로얄샬루트 12년산인가..
하여간 18만원주고 생전 먹어보지도 들어보지도 못한 술한병을 거금들여 사가며 차는 어느덧 남쪽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습니다.
가면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다른 계산적인 생각을 못하게 운전에만 집중하고 노래 가사에만 집중했습니다.
가면서 휴게소 6번인가 들렀습니다..중간 중간 아버님 상태 점검..분노 게이지 점검..집안 흉기구 점검..
드디어 집에 도착했습니다. 아버님이 누워 일어나시더니 "밥은?" 저: 아직 식 전입니다.
아버님: 밥부터 먹고 얘기하자 밥먹고 와..
저: 일단 하실 말씀부터..
아버님: 뭐해 얘 밥차려줘~
저:아...
제가 간다고 어머님은 고기며 제가좋아하는 더덕을 해 놓고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남들이 처가집에서 먹는다는 밥공기 높이보다 더 높은 밥으로 만든 탑..
다 먹었습니다..헐..배불러 죽는다는게 가능하구나 라고 그때 믿기 시작했습니다.
침묵이 흐른후에..
아버님: 계획은..
저: 예..앞으로 열심히 벌어서 오늘 같은 불상사가 이루어져도 계획적으로 차근차근 앞날을 밟아 나아겠습니다.
아버님: 잘살수 있어?
저: 예..
아버님: 그럼 살아야지..
저: 아...
뺨 정도는 기본 예상했고 문제는 몇대냐가 관건이었죠..
하지만 너무 쉽게 허락해주셔서 꿇었던 무릎이 갑자기 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감각이 없었던 무릎에 긴장이 풀려서 갑자기 감각이 돌아 온것이 었습니다..ㅜㅜ
그렇게 그렇게 상견례도 무사히 끝내고 결혼식장까지 무사히 잡아놓고 지금은 결혼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그둘을 행복해게 살았다능~헉..
암튼..결혼합니다^^
다들 힘든일있으셔도 분명히 돌파구가 생깁니다.
상대방에게 한걸음정도만 물러서 줘도 자존심싸움은 안합니다
라고 얘기하지만 저도 그렇지만은 않다는 ;;
우린 왜 다 아는데 싸우게 되는것일까요 ;;
암튼 긴글 잃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밤도..내일 아침도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희망을 꿈꾸며 살아 갑시다..^^
첫댓글 님 유머감각있으세요~님 그런모습에 예비장인,장모님께서 허락하셨나봐요~행복하세요^^
축하드려요^^ 세식구가 이제 알콩달콩 사실일만 남았네요~~
정말 이때 기분 잊지 마시구 아내되실분 께 잘해드리세요~ 그리고 혼전임신이라 아내분 시댁식구들한테 눈치 볼지도 모르니까.. 남편분이 중간역할 잘하셔서 건강한 아기 낳으세요~^^
재밌게읽었네요~ 축하드려요~~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행복하게 사세요~~아내에 대한 지금같은 마음 편치 말아주시구요...배가 불러오면 여자는 여러가지로 신경질나고 그렇거든요...두분 예쁜사랑 하시는 모습 정말 보기 좋아요~~
병원 정말 황당하네요...-_-;; 생명 지킨 건 정말 멋지세요!! 행복하게 잘 사세요!!
저도 같은 케이스인데, 그러더라구요.. 낳으실꺼죠? 라구..ㅠㅠ
재밌으시네요~ㅎㅎ 결혼준비 잘하시고 행복한 결혼생활 되시길 바래요~^^
좋으시겠어요. 저도 애가져야 하는데 이런 글 보면 부러워요. 혼전임신이든 뭐든...
ㅎㅎㅎ다행이시네요^^ 지금 마음 결혼하셔서도 오래오래 지속하셔서 행복한 결혼생활 하세요^^
글 잘 쓰시는데 혹시 소설가 지망생인지... 글쓰는 법 좀 알려주삼...
그냥 생각나는데로 끄적거리는거라 알려드릴께 없다능 ㅜㅜ -글쓴이-
아~~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저도 속도위반인데 병원에 갔더니 당연히 결혼한 부부로 보던데... 오빠가 너무 입찢어져라하는 얼굴로 있었거든요..ㅎㅎㅎㅎㅎ 남자들의 그런 반응에 여자들이 기운을 더 차리는거 같아요~~~ 아내분께 잘해주세요^^
무거운 내용을 이렇게 웃기게 승화시키다니!! ㅋㅋㅋㅋ 재밌게 읽고갑니다~~ 결혼 축하해요~~~~ 혼수장만 확실하게 하셨네요~
임신 소식 듣고 여자는 눈물 뚝뚝, 남자는 "어쩌지...?" 병원에서는 당연히 낙태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 생각해보니 그렇네요..병원에선 오히려 저희를 배려해서 그런건데..-글쓴이-
정말 무거운 이야기인데 유머러스하게 잘 풀어내셨네요. 행복한 결혼하세요~!
표현력도 좋으시고, 어휘력도 풍부하시고 유머감각도 있으시고 글 참 잘 쓰시네요. 혹시 국문과 나오셨나?
감사합니다..ㅜㅜ 글제주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나에게 이런 재능이~오오~ 직장 때려치고 소설가 ㄱㄱ싱~~하지만 애가 있으니 참아야죠..ㅜㅜ -글쓴이-
ㅋㅋ 무슨 단편소설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잼나게 잘 읽었습니다~ ㅋ 글구 집에 낫이나 농기구 있냐? .. 이거 남친이 잘 쓰는 농담이라 여기서 보니 완젼 웃겼습니다~~ 저도 몇개월전에 혼전임신인가 해서 난리 난적 있었습니다. 미친듯이 결혼준비 하려 하다가 검사해보니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는... 그 후론 몇개월간 절대 안하고 있다는.... ㅋ
글이 재밌네요.ㅋ 결혼 축하드리고 예쁜아이 낳으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