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나 뮤 같은 온라인 게임 나부랭이를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온라인 게임은 21세기의 후반을 오뎅꼬챙이에 꿰듯 관통할 하나의 대지진코드이며 귀납적 복제사회다.
그것은 10만원대 레이저 프린터출시, 같은 발견임과 동시에, 조류 인플루엔자 같은 새로운 재앙일 수 있다.
(오뎅이 꿰어진 오뎅꼬치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듯이.)
나는 지난 1년 간 미국의 블리자드사가 만든 월드옵워크래프트, 라는 온라인 게임에 충실했다.
덕분에 현실속의 내 돈벌이인 삼겹살집은 누워잤고
가상 현실속의 캐릭터는 필드에서 에이전트 스미스가 두렵지 않을만큼 강해졌었다.
그런 온라인게임 안에 현실이 복제되어 있고, 수 많은 사람들이 같은 꿈을 꾼듯, 거부할 수 없는 환타지가 창궐해있기 때문이었다. 그 세계 속은 내 꿈은,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의 세계이자, 내가 다시 내 꿈을 중심으로 무언가를 재구성 할 수 있는 세계이다.
그런데 결국 온라인 게임은 완전한 가상도, 완전한 현실도 아닌,
단지 매트릭스다.
스타크래프트, 같은 줄기세포게임이 이루어 낸 성과는 매트릭스의 시발점이 되었다. 현실속에서 붙지 못하는 싸움과 전투를 온라인 상에서 해낸다. 아무도 포토캐넌 러쉬로 상대 기지를 초토화 시켰다고 해서 업무방해 및 기물손괴 죄로 고소하지 못한다.
(당한 사람은 강간당한 기분이 들지만.)
로스트 템플이나 헌터 같은 맵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에도 우리는 그 공간에서 음침한 뒷골목에서처럼 두들겨 맞는다.
결국 필요에 의해서 현실과 연관되는 <매트릭스>가 탄생되고만 것이다. 갈수록 폭력적이 되어가는 현실은, 마음껏 폭력을 휘둘러도 되는 전쟁터를 자생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만이 이런 논지의 예가 되지 않는다.
어쨌든 온라인 상의 맵에서 피 터지게 싸워서, 진 사람은 현실에서도 진, 사람이다. 술 내기를 했다면 술을 사야한다. 술을 사면서도 그 때 그 깜짝 레이스 두 마리를 못 막는게 무슨 컨트롤이냐, 발로 컨트롤했냐,하면서 뒷 술자리역시 장소만 현실의 호프집이지, 게임속의 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현실은, 게임을 만들었고, 게임은 현실이 되어간다.
온라인 게임과 21세기는, 그 장치들에 진화의 가능성과 에너지원을 붙여 주었으며 결국, 월드옵워크래프트 같은 대작이 수많은 드리머들을 사이버 세계의 시민이나 포로가 되게 했다.
- 사실, 게임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라면 위의 이야기가 도무지 무슨 개 풀뜯는 소리로 들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해서 굳이 다른 차원이지만 어거지로 보기를 보충하자면,
<사랑>이라는 감정을 말할 수 있겠다.
<사랑> 역시, 감정의 매카니즘이 만들어 내는 온라인 게임이자, 매트릭스인 것이다.
그것은 현실과 직계되어있고, 그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과 시간을 바쳐야만 한다. 공들이지 않으면 자라지 않는다. 힘을 발휘할 수도 없다.
(단 일방적 실연을 당하지 않는 한, 거기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기 때문에
사랑이란, 겨우 흉내내고 있는 온라인 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고차원적인
역사적 완성도와 무한변이가능성을 가진다.)
자, 이런 라면 끓이다가 부탄가스 떨어지는 얘기를 왜 봉창 두들기냐면,
(실제로 부탄가스가 떨어져서 먹을 수도, 안 먹을 수도 없는 라면이 눈 앞에 있기도 해서지만, ㅠㅠ)
나는 런던이라는 현실공간을 마치 가상 공간인 것 처럼 접속하다가 문득,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이다.
런던에서 토니 블레어가 죽더라도 나와 관련된 주위의 누군가가 죽은 것은 아니다.
굳이 BBC를 매일 보지 않더라도 KBS 9시 뉴스를 보면, 내가 살고있는 사회의, 나와 관련된 정보들만 받아들이며 해당되지 않는 상황에 무신경하면서 잘 살 수있다.
다만, 나는 거기 있었고, 거기 내 캐릭터를 만들어 두었었기 때문에 육성을 위해 매일 접속하고, 매일 BBC나 VIRGIN 라디오를 듣고, 매일 영국에 관련된 사소한 정보들에 민감하며 영국식 영어를 연마하고, 토니블레어가 죽는다면 오오, 저런! 하고 놀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영국이라는 서버에 있지 않고, 한국 이라는 서버에 현존한다.
온라인 게임의 폐해는 현실이 아니다,라는 점에 있는 것처럼
온라인 상의 내 캐릭터가 초절정 무공들을 구사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에서 조무래기 중학생들에게 두들겨 맞고 십원에 한 대씩 삥 뜯기는 존재일 수 있다는 얘기다.
어제 브릭레인의 유명한 베이글 빵집을 '사진으로보는 영국' 이라는 까페에서 보고 눈물을 흘리며 아 저 빵집! 거의 매일 치즈케익을 사 먹었었는데... 라고 생각하다가
늘 영국이라는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는 내가, 한국에서 도무지 저 빵집의 빵을 손에 들고 먹을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느끼곤, 극도로 허무해졌었다.
(물론 여기엔 우리 입맛에 맞는 더 맛있는 빵도 있다. 다만 추억의 맛이 가미되어있지 않아 허무를 채울 수 없을 뿐.)
반대로 내가 영국에 유학 가겠다는 사람을 상담하게 되면, 같은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려는 유저를 만난듯이 브릭레인 마켓에 가면 꼭 그 빵집에 들러야 해, 라고 빵을 거의 쥐어줄 수 있다. 현실적 영향력이 있는 것이다.
자, 말하고자 하는 게 뭐냐면,
공간의 벽을 개무시하는 <인터넷>이란 테크놀러지를 통해 영국에 늘 접속해 있는 나 역시 시중에 창궐한 온라인게임에 몰두하듯, 공간만 사이버상의 거기고, 현실적으로는 막상 허무한 여기 아니냐, 라는 것이다.
이 허무를 어쩔 것인가? 시종일관 영국일기에 글만 쓰면 영국에 돌아가고 싶다, 는 얘기만 중 염불하듯 늘어놓는 나를 한국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저 친구, 게임에 너무 빠져있어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유랑하는 것 아닌가, 라고 우려 하듯이, 내가 쓰는 글이며 내가 사고하는 영국이 과연 내겐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 사회에도 영국만한 시스템을 자랑하는 선진 시스템이 구현되고 있고, 영국이란 시스템역시 우리사회가 가진 문제보다도 더 복잡한 문제들을 안고 있음에도, 마치 파라다이스를 갈망하듯, 영국에 미친듯이 접속해 대는 나는 무엇이란 말인가?
결국 내 아이디는 한국에서 만들어 졌고 나는 이 아이디를 버릴 수 없고, 버려서도 안된다는 명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가상활동이 대체 어떤 식의 해답을 바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아, 모르겠다.
(실컷 써놓고 모르겠다니 무책임하다.)
하지만 알면 행동하면 되니까 글 같은 건 쓰지 않을 것이다.
모르니까, 하소연 하는 것 같다.
요즘 내가 쓰고 있는 소설은 이유만 타당하다면,살인도 무죄인 가상 세계에 대한 이야기다. (이런 소설이 신춘문예에 당선될 수 있을까..)
첫댓글 ㅋㅋ 글 잘읽었습니다. 그심정 이해합니다.
저두 WOW가 첨 나왔을때....미친듯이 했었는데...기억 나네요!! ㅋㅋ
모든 사유가 니 밥벌이에 무해하다면 허락되는 세상이니. 밥만 벌어 먹으면 무슨 짓이든 하셔도 문제 없음.영국대 캐릭터 적극 육성 하시길. 중요한건 발런스지만 이것도 결국 밥벌이는 해야 한다는 이야기 인지도?
님의 글을 보며 영국에 로그인합니다. 그리고 저 또한 언젠가는 그곳에 가상이 아닌 현실속에서 다시 갈거라 믿습니다.(요즘 15번님의 글이 자주올라오는 만큼 저의 접속도 늘어가는것 같습니다.)
항상 보면서 부러움을 느낍니다. 저도 글을. 제가 지배하고 싶습니다; 찰흙 조소하듯이. 조각하듯이. 요리하듯이.;
저도 동감합니다 -_- 정말 주위사람들에게 영국에 미친놈이란 소리 들으며 살아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