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산 골짝을 찾아드는 초입에서는 아~! 여기도 봄은 왔는가?비록 계곡이 둘로 갈라져서 한켠은 졸졸 물소리 내며 내가 흐르고,한켠엔 지난 겨울 얼어붙은 얼음이 3번 달여낸 사골의 뼈 조직마냥숭숭 볼품없는 모습이지만 겨울의 끝자락을 끝까지 부여 잡고 있는듯 하다. 용문사 뜰앞을 차지하고 우뚝 선 1000년 이상 세월을 품은 은행나무,저 나무의 몸속에도 모세관을 흐르는 생명의 물소리는 소리 없이 우렁차다. 봄은 그렇게 이 용문산 골짝에도 운명 처럼 찾아 들었건만~~~아 ! 그런데 용문봉을 오르는 암릉길은 왜 아직도 한겨울의 눈길로 세월의 무게 만큼이나 고단한 산행을 마련하는지? 토요일 3월10일 용문봉을 찾기로 은하수님과 야생마님이 함께한 이날의 산행은참으로 스릴과 인내를 시험하는 그러면서도 크나큰 환희 같은 성취감을 안겨준 하루였다.용문봉의 처녀 방문 은하수님의 감탄사가 끊이지 않는 용문봉,이제 눈이 다 녹아 내리고 진달래 붉은 꽃잎을 피울때쯤 다시 찾아 보리라 마음먹는다.
용문산에 오를려면 우선 노 거목 은행나무를 알현하는게 순서
경내를 지키는 은행나무와 대운전 용마루 넘어로 멀리 가섭봉과 그 오른켠에 오늘 오르기로한 용문봉이
보인다.
이제 또 새생명 처럼 파릇한 잎을 틔울 물기를 저 두꺼비 등 같은 나무껍질 속으로 물기가 오르고 있겠지
좌청룡 우백호가 아닌 좌 폭포 우빙벽으로 용문산 계곡은 이렇게 겨울과 봄이 곤존하고 있다.
용문봉 방향으로 우 클릭 방향을 틀어 오르려니 떡하니 앞을 가로막고 암봉하니
용문암리라던가? 분명 어제 야생마님이 그 이름을 불러 줬건만 어느새 기억 밖이다 ㅠㅠ
암튼 그 바위를 지키는 수문장 같은 적송의 가지를 타고 오른 덩굴식물의 잎은 아직도 지난 가을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으니 이곳에는 가을,겨울,그리고 오는 봄의 3계절이 동거를 하고 있구나.
야새마와 은하수 저 두사람은 잘도 눈길을 헤쳐 나가건만 뒤따르는 내 발길은 왜 이리 무겁단 말이냐?
지나온 세월이 이제는 아귀처럼 발목에 매달려 오르는 산길을 방해 하는구나.숨결이 가쁘다 헉헉 ㅎㅎ
용문봉 코스는 찾는 사람만 찾는 만만치 않은 코스라, 손때를 타지않은 원시의 모습을 간직해서 좋은데,
한켠 우거진 나무로 가리는 시야가 좀처럼 시원한 조망을 허락치 않는다.
문득 눈 덮히 칼바위 암릉을 겨우 기어올라 트이는 시야에 바로 가섭봉이 눈 덮힌 능선을 거느리고 늠름이~~~. 한켠으로 저멀리 뾰족한 백운봉의 삼각점이 눈에 들어온다.
전전날 시내에 내린 비가 고도 1000m가 넘는 용문산에는 고스란히 눈으로 쌓였나 보다.
그래서 용문산은 한 겨울의 설산이 되어서 어디도 봄의 기운은 찾을길이 없다.
그나마 양지쪽을 향한 암릉은 눈이 녹아서 기어 오르기가 한결 수월했다.
눈 덮힌 암벽을 오금을 저리며 기어 오르려니 힘이 몇배나 더들는지 가끔씩 앞서가는 선행자를
모델로 불러세워서 그 참에 숨을 고르곤 한다.
어느 모둥에서 눈 덮힌 암반에 자리깔고 막걸리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꼬마 김밤 몇개를 먹으니
새벽에 한 술뜬 부실한 아침으로 인한 허기가 채워지고 나니 오르기가 한결 수월해 진다.
그렇게 눈 뎦힌 암릉을 두어시간 이마에 땀 뿌리며 오르니 드디어 저만치 용문봉이 마주선다.
능선에 올라서니 마주 보이는 용문산 주봉 가섭봉이 눈에 들어오는데 완전한 한겨울 설산이다.
진행할 용문봉의 능선 암릉길도 눈이 발목을 덮을 정도다.
용문봉 주봉을 조금 지나면 그나마 조암이 트이는 봉우리 위에 자리잡은 이 노송이 눈속에 애처롭다.
저만치 눈을 뒤집에 쓴 백운봉이 오늘따라 더욱 우뚝하다.
그제 내린 비가 이곳에서는 진눈개비로 내렸나 보다.
솔가지 끝자락에 떨어지다 남은 상고대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이건 나무에 매달린 상고대가 아닌 바위에 핀 상고대다
한겨울 모진 바람을 이겨낸 저 두그루 소나무가 서로를 어루 만지며 대겨나스러워 하는듯 하다
응달진 방향의 가지 한끝에는 아직도 녹다 남은 상고대가 남아 있다
아직도 저 애래 주차장 까지 갈길이 먼 용문봉 능선이 눈속에서 겁을 준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눈이 뎦혀 있어도 오르고 내릴밖에
암릉길이 어느정도 마무리 되니 부드러운 눈길이 반갑다.
오랜 풍상에 암봉 하나가 터지고 갈라지고 금방이라도 무너질듯 버티고 서있다.
야생마님이 나 보고 저 돌이 무너질 때까지만 살란다.
축복인지 저주인지 ㅎㅎ
내려오다 산등성이 꺽이는 지점에서 어느 암봉에 올라서니 동쪽으로 용조봉과 중원산이 다가선다
4시쯤 하산해서 용문 시내로 나오니 이날이 5일장 장날이란다.
혹시나 옛 정취가 그리워 시장판에 들어섰으나 옛날의 엄마 치마폭 잡고 따라 나섰던 그런 정을 느낄 수 없음은 왜 일까?
용문역 앞 비빔국수 집에서 막걸리 한잔을 반주로 얼큰한 국수 한 그릇으로 뒤풀이를 대신하고
이날의 산행을 추억했다.
첫댓글 윗녘에는 아직도 겨울이겠지요?
제가 사는 곳은 봄이 성큼 다가와 꽃송이들이 올라오고 있는데..ㅎㅎ
진짜 겨울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