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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에게 선물을 받기란 이 시대의 사람들에겐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울어서도 안되고, 심지어 나쁜 사람들이 성공하는 이 세상에 그런 마음까지도 가지면 안됀단다...
그런 사람들은 산타의 따뜻한 선물대신 권력과 돈을 손에 넣으니 별 상관은 없을 듯하다.
잠 잘때나 일어날때 짜증날때 장난할 때 까지도 모두 지켜본다는 이 관음증 산타 처럼
도훈이 일하는 곳곳엔 CCTV 가 설치되어 있다.
방범용 이라고 하긴 하지만, 실상은 알바생 관찰용 으로 만들어 놓은게 아닌가 싶다.
높으신 자리에 앉은 그들은 마치 트루먼 쇼라도 찍는듯, 매번 심각한 얼굴로 무전기로 이것 저것 요구하기 십상이었다.
남영 도 산타의 선물 보단, 더 높은 의자에 앉고 싶어 하는 야망을 매번 지지직 거리는 무전기에 풀어냈다.
" 도훈님 송신 부탁드립니다. "
" 예, 말씀하세요 "
" 지금 밖에 손님들이 많이 몰려있어서, 조금 빨리 입장시킬테니까 상영관 정리 빠르게 부탁드립니다 "
" 아..예, 확인했습니다 박남영 매 니 저 님 ! "
도훈은 매니저 란 말에 힘을 주어 대답했다.
" 이런 X발, 싸가지없는 새끼 "
도훈은 남영이 얼굴 한번 내보이지 않고 사무실에 따스히 앉아 무전기로 까딱거리며 자신을 조종하고 있다는 생각에
괘씸하다고 생각해, 몇 마디 욕설을 내 뱉었고, 함께 청소하던 은수와 잠깐 눈이 마주쳤지만,
이내 은수는 고개를 돌리고 더욱 열심히 바닥을 쓸고있는 듯 했다.
남영은 분명 도훈에게 다른 알바생 들과 똑같이 대할 것이라고 경고 했지만,
도훈은 대학 시절 본인의 소위 말하는 딱까리 짓을 한 울분을 이 곳에서 모두 분풀이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크리스마스는 전국의 알바생들에겐 결코 따스하거나 행복한 날이 아니였다.
오히려 무섭고, 차가운 현실적 노동의 대가를 치루는 날 이기때문이다.
메가 시네마도 평소의 2배 가까운 사람들이 몰리며 오픈부터 마감까지 모든 영화가 매진되는 끔찍한 사태가 벌어졌다.
도훈은 모든 관절이 부서질것 같았으며,
3번의 컴플레인을 들어야했고,
200번 넘게 화를 참아야만 했다.
이 끔찍한 하루가 거의 마무리될 무렵, 기분나쁜 지지직 소리와 함께 더 기분나쁜 남영의 목소리가 무전기 너머 들려왔다.
" 도훈님, 사무실로 올라오세요 "
" 예 예... "
건성으로 대답한 도훈 은 터덜터덜 사무실로 올라갔고,
알바생 사무실 출입시 주의사항 정도는 말끔히 무시한채 남영의 옆 자리에 말없이 턱 앉았다.
" 이도훈 님, 사무실 출입시 레드 라인 앞에 서서 인사 후 출입하시는거 모르시나요? 아직 신입이셔서 잘 모르시나보...."
도훈은 남영의 넥타이를 잡아끌고 그의 귀에 조용히 부드럽게 속삭였다.
" X발 년아, 나 기분 X같으니까 적당히 해라, 그래, 니 필드고 니가 존나 사랑하는 회산거 알겠다고, 근데, 오늘은 아닌것 같아
남영아 나 몸 힘들면 스트레스 받는거 알잖아? 용건만 빨리말해..."
잠깐 당황한듯한 남영은 공기 반 소리 반 의 의미없는 너털 웃음을 짓곤 남영의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 야...회사에서는 제발, 좀...암튼, 아니 그래도 크리스마슨 데 술 한잔..."
" 이도훈 퇴근하겠습니다. "
도훈은 빠르게 일어나 공수자세로 남영에게 인사 한 후 빠르게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던 그의 핸드폰에 남영의 메세지 진동이 울렸다.
- 아...내가 산다고 !!!!! 가자...술..먹고싶다...친구야
도훈은 피식 웃고선, 바지를 갈아입다 뒷 주머니에 있는 카드의 감촉이 느껴졌다.
분실 신고를 하러 다시 사무실에 가기 귀찮았던 그는 내일 하지 뭐, 라는 생각 과 함께
그의 점퍼 주머니에 카드를 넣었다.
거리엔 이 세상의 모든 젊은이 들이 쏟아 나온듯 했다.
그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돈을 벌었으며 또 누구보다 열심히 놀기도 하는,
축복과 저주의 한 가운데에 서서 이 곳도 저 곳도 갈수 없어, 모두가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 같았다.
주변의 가게 들이 손님들로 가득 차 도훈과 남영은 안주가 하나당 3000원 이라는 양 적고 맛 없는 곳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도훈은 남영에게 맛있는거가 이런거냐며 투덜 댔지만, 곧, 그들은 성탄절 저녁에 주님을 영접하여 알콜로 인도하사
2족보행의 불편함을 하소연하여 네발로 기어다니는 지경에 이르렀다.
" 야....사랑하는 내친구야... 도훈아! "
" 니미, 징그럽게 왜이래!! "
" X발, 넌...내가 얼마나 너..사랑하는지 모르지?!! "
" X 까고 앉아있네... 크리스마스 전에 여자친구한테 차여서 게이로 전향 했냐?.. 미친새끼... "
" 어휴, 일자리 구해줘도 이 새낀 진전이 없어요..."
" 그깟 일자리 하나 줬다고 존나 생색낸다...? 짜증나게? "
" 그깟 일자리?! X발, 야. 거지새끼 구해줬더니 감사할줄 몰라 이새끼는 "
" 거지새끼?...X발 나한테 짖은거냐? "
" 그래, X발놈아... 인생에 감사가 없는 놈아..."
" 하...나 X같네 진짜 "
" X발 거지 아니면... 계산을 하시옵소서 "
" 그래, 니미 이깟꺼 얼마 한다고 민짜도 안오는 싸구려 술집 데려와 놓고선...아, 잠깐만... 니가 산다며 !!븅신아!!!! "
도훈이 뒤를 돌아 소리 쳤을때, 남영은 이미 이승과 로그아웃한 상태였다.
도훈은 몇마디 욕설을 중얼거리며, 계산대 앞에 섰다.
"얼마예요?"
" 47000원 입니다. "
" 뭘,...별 먹지도 않았구만... "
남영은 지갑을 열었고, 그 속에 잠들어 계셨던 퇴계 이황 두분 과 눈이 마주친 순간,
그 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갑자기 몸에서 땀이 나는듯 했다.
"어휴..이게 잠깐만... 돈을 어디다 뒀었는데 ..."
도훈은 괜히 몸 여기저기를 더듬으며 있지도 않은 돈을 찾기 시작했고,
그의 손이 점퍼 안으로 들어갔을때, 딱딱한 직 사각형 플라스틱의 감촉이 느껴졌다.
순간 여러 생각이 그의 머리속에 스쳐 지나갔다.
한번의 즐거움으로 평생의 고통을 지고 살아갈 지도 모르는 운명이 눈앞에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미 뇌까지 점령한 알콜은 그의 기억을 조작하기에 이르렀고,
그는 그 카드가 남영이 자신 몰래 넣어 두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 새끼..또 친구 기 살려 주겠다고..."
"결제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의심의 눈초리로 도훈을 응대하는 알바를 보니 그는 자존심이 상했다.
" 이걸로 해주세요 "
도훈은 검은색 카드를 알바의 손에 넘겨주었다.
첫댓글 오 드디어 블랙카드가 나왔네요
경찰서 가는거 아냐? 곧 만나겠네...
어억! 으아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