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씨가 직장 내 따돌림과 폭언 등으로 사망했죠. 전형적인 '직장 내 악질적인 괴롭힘' 사건으로, 사실 정치적인 문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문제입니다(사건이 발생한 시기적으로나 문제의 성격으로보나)
하지만 이 문제가 MBC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이라서 그런지 본질은 가려지고 엉뚱하게 정치 쟁점화 되는 양상이었습니다
일단,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보도가 나간 뒤 MBC에서 입장문을 내놨는데 그 입장문이 되게 별로였죠. 담백하게 고인과 유족, 시청자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으면 될 일이었는데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의 준동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했었습니다
물론 실제로 이 때다 싶어서 MBC 흔들기를 하려는 세력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MBC가 입장문을 내놓은 시기만 해도 지금처럼 사태가 일파만파 되기 이전이었죠. 설령 흔드는 세력이 있다고 해도 그 세력에 대해서 대응을 하면 될 것을, 고인과 유족에 대한 사과는 없이 'MBC 흔들기'에 초점이 맞춰진 입장문이었습니다. 오히려 입장문이 일을 더 키웠죠
어찌됐건, MBC가 현 정권 출범 이후 거의 사실상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언론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현 정권 내내 늘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해오며 정권과 타협하지 않았고, 특히 지난 연말부터 계엄+탄핵 정국에서도 어둠 속의 등불같은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렇기에 기득권 세력에게 MBC는 눈에 가시같은 존재였을거고, 오요안나씨 사건이 터지자 이 때다 싶어 MBC를 공격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치 보도(계엄+탄핵)에 있어서의 MBC와 오요안나 사건에서의 MBC는 별개의 문제고 두 사건 간의 연결고리도 없죠. 이를 무리하게 엮어서 MBC를 욕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정치 보도에 있어서 잘한 건 잘했다고 해야죠
하지만 정치 보도를 잘하고 있다고 해서 MBC의 오요안나씨 일처리까지 침묵하거나 감싸고 돌거나, 혹은 오요안나씨 사건 대응미비함에 대한 비판을 정치공세로 몰아가서도 안되겠죠.(왜 이 타이밍에 개인사를 끄집어내서 MBC랑 엮냐는 일부 네티즌의 의견엔 소름이 돋더군요. 고인과 유족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입니다)
안귀령 이소영 두 분의 지적처럼 MBC는 오요안나씨 건에 대해 해당 입장문을 낸 이후 추가적으로 구체적인 메시지를 내진 않고 있고, 더 나아가 이 문제에 대해 거의 함구하고 있습니다. 대단히 미온적인 태도죠. 기상캐스터들이 계약직 프리랜서라고는 하지만 이들에게 업무를 배당하고 관리하는 건 MBC니까 오요안나씨 건에 대해서도 책임이 없다고 말 못하는데 말이죠
제가 국힘 의원이라면 이 문제 딱 물었을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에만 관심 있을 뿐..
그런 와중에 민주당 안귀령 대변인과 이소영 의원의 SNS 메시지는 참으로 반갑습니다. 이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도 오요안나씨건을 넘어 정치 보도에 있어서까지 문제가 미칠까봐 조심스러워 눈치를 보는 경우들도 있는 것 같고, 괜히 MBC에 역풍이 불면 정치적으로 불리해질까봐 입꾹닫 하는 의원들도 많은 데 말이죠
하지만 오요안나씨 건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MBC 보도를 둘러싸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행위야 말로 정치적인 행위죠
그런 와중에 안귀령 이소영 두 분이 물꼬를 터줘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안귀령 대변인은 계엄 당일 군인들과 맞선 것도 그렇고, 이번 사건에 대해 당리당략이나 눈치 안보고 소신있게 발언해서 참 좋습니다. 이소영 의원도 마찬가지고요
자세한 건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오요안나씨를 괴롭힌 MBC 기상캐스터는 적게는 2명 많게는 4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마녀사냥은 금물이겠지만, 어찌됐건 4명 중에 가해자가 있다는 건 상당히 높은 확률인데요. 문제는 현재 MBC 뉴스에서 일기예보 할 때 이 4명의 기상캐스터가 번갈아 나온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가해자가 버젓이 가식적인 미소를 띄며 시청자들 앞에 선다는거죠
마녀 사냥을 해서도 안되겠고 용의 선상에 있는 사람을 다 잠재적 가해자로 몰아서도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MBC는 사태가 일파만파 된 이후 이들을 방송에 세우면 안되었습니다. 차라리 메인 뉴스 진행하는 앵커가 날씨를 겸해서 진행하거나 자막뉴스(혹은 그래픽 뉴스)로 일기예보를 했어야 된다고 봅니다
안귀령, 이소영 두 분의 지적처럼 MBC는 조속히 고인과 유족에게 사과해서 2차, 3차 가해를 막으면서 그 분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랍니다. 현 정권에 맞서 지금 강추위 속에서도 떨면서 고생하는 선후배 기자와 PD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 바랍니다
특히 이소영 의원의 '남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더 엄격하라'는 지적을 뼈아프게 새기길 바랍니다. 물론 남의 비판(현 정권과 시국)에 대해서는 나무랄 데 없이 너무 잘하고 있습니다만, 자아 비판(오요안나씨 사건)에 대해선 너무 비겁했어요
두 분의 용기있는 SNS 발언에 박수를 보냅니다. 경수형, SNS는 이렇게 사용하는거야!
두 분이 점화했으니 더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동참했으면 합니다(물론 계엄 정국으로 싸질러놓은 똥치우기 바쁘겠지만, 오요안나씨 문제에 관심을 갖는거야 말로 민주당이 가져야 할 지향점이죠)
이번 사건이 비정규직 프리랜서 노동자의 인권과 처우, 노동환경에 대해서도 진일보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시 한 번 오요안나씨의 명복을 빕니다
+) 왜 국힘은 놔두고 민주당에게만 뭐라하고 일하라고 하냐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위의 본문에서 언급했듯 국힘은 노동자나 인권 문제에 관심 없죠. 자기 밥그릇만 챙길 뿐.. 설령 이 문제 해결한다고 나선다고 해도 일만 그르칠 것 같아요(본질은 사라지고 오직 정치쟁점화)
그래서 민주당에게 기대를 거는 겁니다. 이런 의원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고, 그러면 투표효능감도 더 올라가겠죠
첫댓글 저쪽당은 우린더 뭉쳐야할땝니다만 외치고 있는데 ... 안귀령 팬입니다.
저... 내란찬동세력을 절대 옹호하고 싶진 않지만 김장겸, 윤상현을 비롯한 몇몇 국힘의원들도 페이스북에 글을 써서 이번 일에 대한 MBC의 대처에 비난하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게 설령 글만 그렇게 올렸다곤 하더라도 SNS활동만 봤을때 양당 모두 MBC의 대처에 쓴 비난을 하고 있죠
@[NSNL]Quin Snyder 김장겸은 MBC사장출신이니 MBC를 비판하면서도 민주당과 특수관계니 비판할일 없겠지요라고 저격했고
윤상현은 이와중에 부산가서 극우활동 열심히 했죠
진정성이라곤 없는집단입니다.
용기있는 움직임이네요. 저 두 분 잘 모르는 분이지만 응원하게 됩니다.
? 최근에 고인의 핸드폰 비번이 열려지면서 유서 비슷한 자료를 발견하고 쟁점화되었고, MBC는 즉각 관련 조사위원회를 가동하겠다는 것부터 시작된 거 아닌가요?
그 와중에 국힘이 정치 쟁점화하려 한거고, 거기에 대응해서 글쓴 님이 지적한 성명을 발표했다면, 글쓴 님이 원하는 방향대로 진행한 거 아닐까요? 가장 먼저 시작이 제가 알고있는 것과 다른지 여쭙습니다.
게다가 요즘 수구 세력들에게 MBC가 찍혀있는 상황에서 고인과 관련된 사건은 필연적으로 정치 쟁점화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어찌되었든 MBC는 이 사건을 신중하게 대처하고 철저하게 고인과 유족의 입장에 서서, 유족이 MBC를 적대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사고를 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까지 가진 분들이 국회의원이라니 일개 시민으로서 든든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더 살기좋은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