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대교 건너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 삼월 셋째 월요일이다. 이른 아침 산책 차림으로 현관을 나서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215번 버스를 타고 창원역으로 향했다. 명서동 주택지와 향토사단이 떠난 부지에 들어선 아파트단지를 관통해 역전에 닿았다. 아침이면 버스가 혼잡해 출발지에서 타려고 역까지 나갔더랬다. 강가로 가는 1번 마을버스 출발 시각이 10여 분 남아 정류소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어디선가 대기하던 1번 마을버스가 출발 직전 다가오니 줄을 서서 기다리던 승객들이 차례로 차에 올랐다. 나는 일찍 와 놓고도 줄을 서야 하는 줄을 미처 몰라 앉을 자리가 없어 서서 가야 했다. 1번 마을버스는 출근 시간대에는 승객이 늘어 기점에서도 줄을 서야 앉아갈 수 있음을 뒤늦게 비로소 알았다. 근래 대산에 일반산업단지가 생겨서 아침이면 출근길 회사원이 타는 듯했다.
도계동 만남의 광장까지 몇 군데 정류소에서 더 타게 된 승객들도 소형 버스에서 입석으로 가야 함은 당연했다. 나는 여가 생활을 누리려 교외로 나가는 처지이고 생업에 종사하느라 고단한 몸을 이끌고 근무지로 향하는 이들은 자리에 앉아감이 마음에 편하였다. 아마 이번 차편보다 앞서 떠난 버스에는 들녘의 비닐하우스에 농사일을 나간 부녀들이나 외국 청년들이 타고 갔지 싶다.
1번 마을버스는 용잠삼거리와 동읍 사무소 앞을 지날 때 몇몇 승객 교체가 있고 거기서부터 주남저수지를 비켜 들녘을 곧장 달려 대산 일반산업단지와 면 소재지 기술에 이르자 고등학생들이 내리니 혼잡하던 버스는 한산해 자리가 생겼다. 더 타고 간 북모산에 이르자 내가 마지막 승객이 되다시피 했다. 북모산은 낙동강과 인접해 25호 국도 수산대교가 강심을 걸쳐 지나는 강가였다.
대형 트럭의 산업 물동량과 출근길 시민들이 타고 가는 차량이 질주하는 수산대교 보도를 따라 걸었다. 자전거를 탄 이들이 간간이 다니겠으나 1킬로미터가 넘는 교량 갓길을 걸어 건너는 이는 아주 드문 경우지 싶다. 나는 가끔 수산대교나 그 위쪽 제 1수산교를 걸어서 수산으로 건너는 경우가 가끔 있는 편이다. 가속을 붙여 달리는 자동차 소음과 매연을 감수하고 보도를 걸었다.
강심을 건너다가 바라보인 강변 풍광은 말로 이루 다 표현하기 어려우리만치 아름다웠다. 차량을 타고 가면서는 감히 볼 수 없는 경관으로 해가 떠오른 아침이나 저녁 무렵이면 풍경이 더 멋졌다. 올해 새해 첫날은 이보다 더 상류 본포교에서 떠오른 해돋이를 봤는데 다가올 새해 아침은 수산교로 나와 일출을 볼까 싶다. 강심을 건너면서 휴대폰을 꺼내 풍경 사진을 몇 장 남겼다.
수산대교를 건너가 명례와 오산으로 내려가는 길고 긴 둑길을 따라 걸었다. 4대강 사업으로 둔치 단감과수원과 채소 경작지는 생태 공원으로 정비하고 자전거 길이 시원스레 뚫렸다. 강물이 흘러가는 먼발치 김해 무척산이 아스라했고 강 건너 대산과 진영 일대 신도시까지 시야에 들어왔다. 백산을 지난 대평마을에 이르러 둔치로 내려가 생태 탐방로를 걸어 수산으로 되돌아왔다.
수산대교가 걸쳐진 교각 근처 파크골프장은 잔디 보호 기간 휴장이고 몇몇 부녀가 잡초를 뽑고 있었다. 국궁장은 아침나절 궁사들이 보이질 않았다. 둔치 체육 시설에는 몸을 단련하는 이들이 몇 보였다. 둑 너머로 수산 시동으로 가니 오일장이 서는 날이라 장터가 형성되어 상인이 좌판을 펼쳤으나 손님은 한산했다. 어미젖을 갓 떼고 나온 강아지와 병아리를 파는 할머니도 만났다.
수산국수 제면소에 들러 국수 다발을 사서 이제는 제1수산교를 걸어 건넜다. 아까 수산대교보다 차량 통행이 적어 소음과 매연에서 벗어나 걷기가 좋았다. 강을 건너간 대산 들판을 걸으니 비닐하우스에는 풋고추를 따 상자에 쌓아 놓았더랬다. 당근 경작지가 넓게 펼쳤는데 어느새 죽동천에 닿으니 노랗게 핀 산수유가 절정을 지나고 있었다. 가술에 이르러 순두부로 점심을 먹었다. 24.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