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핵무장론 말폭탄, 말조심 합시다.>
240626_제268차 최고위원회 회의
정청래 최고위원: 자체 핵무장론, 말폭탄. 말조심합시다.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 자체 핵무기 개발론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슈의 핵이 될 것 같습니다.
‘체력은 국력이다’라는 구호처럼 ‘핵무장이 국력이다’라는 부질없는 논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일견 대한민국의 자긍심에 불을 붙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참으로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주장입니다.
자체 핵무장론은 주장은 할 수 있으나 실현 불가능한 ‘뻥카’입니다.
왜 그런가? 한국은 좋든 싫든 한미동맹의 틀 안에서 제한적인 군사 주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은 여전히 사실상 미국에 있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부터 환수하자고 주장하고 자체 핵무장론을 말하던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반대하면서 핵무장론을 말하는 것부터 논리 모순입니다. ‘자체 핵무장론’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합니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한국이 핵물질을 개발하거나, 핵 사용 후 재처리를 미국에서 일일이 감시하고 있습니다.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핵물질을 농축하거나 사용 후 재처리 과정에서 의심 사항이 발생하면 미국으로부터 즉각 제재를 받습니다.
핵무기를 만들려는 시도부터 발각되고, 또 발각되면 바로바로 경제 제재에 들어가게 되는데 뒷감당이 가능하겠습니까?
우리는 핵확산금지조약, NPT 가입 국가입니다.
핵무기를 만들려면 NPT를 탈퇴하거나 몰래 만들어야 할 텐데, 이게 가능한 일입니까?
NPT를 탈퇴하고 핵무기 개발을 강행한다면 미국의 경제보복이 이어질 텐데 그러면 대외 의존성이 높은 한국경제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미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핵무기 개발을 강행한다면 한미동맹은 또 어떻게 되겠습니까? 온전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핵무기, 핵무기 하지만 핵무기는 핵물질, 핵기술, 핵탄두, 핵운반체, 핵과학자 모두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미국 동의 없이 미국 몰래 한미 원자력 협정을 파기하면서 NPT를 탈퇴하면서 가능한 일입니까? 지금 ‘반미’를 주장합니까? 반미투쟁을 선언하는 것입니까?
물론 NPT는 불평등 조약입니다. ‘핵무기는 유엔 안보리 이사국 정도만 보유하고, 인정하고 나머지 국가는 안 된다’라는 논리입니다.
예를 들면 ‘마포구에서 100평 이상 아파트는 힘 있고, 돈 있는 다섯 가구 정도만 허용하고 나머지는 다 30평 이하 아파트에서만 살아라’ 하는 논리와 비슷합니다.
‘우리도 100평 이상 아파트에서 살겠다’는 주장이 틀린 주장은 아닐 수 있습니다. 우리도 핵무기를 갖겠다는 논리와 비슷합니다.
그러나 국제관계는 철저히 힘의 관계입니다.
어느 학자는 그래서 국제관계의 기저는 조폭 논리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국제관계는 힘의 관계에 따른 지혜가 필요합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명나라와 청나라가 각축할 때 정세 판단 미숙으로 삼전도의 치욕을 겪어야 하지 않았습니까?
외교의 최종 목표는 ‘국익 추구’입니다.
‘국익을 위해서는 악마와도 손잡아야 한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국제 감각을 배워야 합니다.
한국은 대외 의존성이 높고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입니다. 전쟁이 일어나서도 안 되지만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조차 줄여야 합니다. 전쟁은 재앙이고 평화가 곧 경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무 말 대잔치, 말 폭탄 하나가 대한민국 경제를 폭망시키는 핵폭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표 몇 개 얻자고 대한민국 경제를 폭망시킬 위험천만한 주장을 하는 무책임한 말 폭탄을 경계해야 합니다.
가뜩이나 오물 풍선이 남파되고, 대북, 대남 비방전이 고조되어 한반도 정세가 불안한 이때 정치인들의 말은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평화가 곧 경제입니다. 평화를 위한 길은 따로 없습니다. 평화가 곧 길입니다. 평화를 위협하는 언행은 곧 경제를 위협하는 망언이 될 수 있습니다.
자체 핵무장론, 이 말폭탄. 우리 말조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