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라는 한 설문조사에
응답자의 70프로가 돈이라고 당당히 말했단다.
그밖에 건강이니 사랑이니 화목이니 등의
고전적 가치는 한자리수에도 들지 못했다.
주위에서 복권으로 대박을 꿈꾸는 이들은 차라리 애교스럽고,
주식투자하는 주부나 부업으로 다른 일을 하는 직장인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들 역시 아등바등하게 살기 싫어 돈을 충분하게 벌고 싶은 것이다.
과연 2002년 한국의 중심에는 질주하는 욕망, 돈이 놓여 있는 것일까?
‘여러분 부자 되세요. 꼭이요’ 라는 카피 하나로
노골적으로 전 국민을 가난뱅이로 만들어 버린
김정은은 이 시에프로 인해 혼자 부자가 되었다.
돈 많이 못 버는게 실패한 것도 죄짓는 것도 아닐진대
왜 이러한 집단적 경쟁구도를 만들어가는 것일까?
물론 IMF를 거쳐 전국민이 절실히 좌절을 겪은탓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수시로 터지는 게이트성 사건들로 인해 심한 박탈감을 느낀탓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진짜 돈이 필요할만큼 가난하게 연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돈에 대한 가치는 잠시 접어 두기로 하자.
차라리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여 부자가 한번 되도록 애써보는게 더 나을지 모른다.
한번 해봐?
그나저나 얼마나 있어야 부자가 되는거지?
이것 또한 타협하기로 한다.
대체로 이 대목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필요하다기보다
뭐가 있으면 충분하다는 식으로 소박해진다.
뭐 집은 적당한 크기의 한 채만 있으면 되구요. 너무 큰거는 바라지도 않아요.
그리고 차도 중형차 국산정도..외제는 비싸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애국해야죠.
그리고 여윳돈으로 약간의 부동산이나 주식을 투자하구요,
자녀들 기죽지 않을 정도로 교육시키고 싶어요,
그리고 가끔씩 여유롭게 남도 도와주고 여행도 가고,
친구들 만나면 술이나 식사하는데 부담 느끼지 않고
노후대책이나 조금 해두며 내 취미생활도 살리는 정도랄까
뭐 그리 큰 욕심은 없어요.....
다들 이 정도이지 않을까?
그런데 이런 쓸데없는거만 연구하는 한 연구기관이
이런 소망들을 평균적으로 계산해 보니
대략 18억 정도가 필요하다고 계산되어졌단다.
아! 그렇구나...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부자는 그리 큰 욕심없는
20억대의 재산만 있는 평범하고도 사회적으로 동의되는 부자였구나...
그러면 20억을 한번 벌어봐?
현재 우리나라 가구당 월평균소득은 262만원이다.
(이 대목에서 아! 하고 탄식하는 분들 너무 서러워마라..)
그러면 그 월급 몽땅 저축한다 해도 연소득으로 3000만원이 겨우 된다.
그걸 한 30년 정도 넣어두면 20억이 된다.(이자, 세금 대충 계산해서)
야~호~ 하기에는 이르다.
그동안 물가가 줄기차게 오를거니깐 그때 20억이란
지금 시세로 7억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물론 소득도 오를것이지만)
게다가 월급을 몽땅 저축에 넣기란 불가능하므로 현실적으로 계산해보자.
온갖 생활비에다가 교육비 등을 다 따지면
통상 저축률은 수입의 25% 정도라니깐 한 해 최대한의 저축금이 한 800만원이고
이를 30년간 넣으면 4억 정도 된다.
게다가 물가 상승률을 따지면 지금 시세로 한 1억 5천이 될라나?
그러면 거꾸로 20억을 모을려면 25%의 저축으로 몇 년이 걸릴까?
계산은 안해봤지만 아마 6-70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물론 그래봤자 물가 상승률 때문에 가치는 많이 떨어지겠지만...
갑자기 씁쓸해진다.
부자 되기란 애시당초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진짜 길 가다가 돈벼락이라도 맞지 않는 이상
아님 날강도짓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부자 되기는 애시당초 틀린 셈이다.
갑자기 ‘부자가 천국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렵다‘
라는 성서귀절이 이렇게 반가울수가 없다...
그래도 서글퍼지는게....비단 나만 .그럴까?
그러면 거의 불가능하게 보이는 부자의 꿈을
사람들은 왜 이토록 추구하는 것일까?
부자가 주는 그 무엇이 사람들을 열광토록 하는가?
물론 돈이야 있을수록 더 좋다고 유치하게 답할수도 있지만,
조금 진지하게 풀어보면,
그건 돈이 주는 능력 탓이라고 할 수 있다.(그래도 유치하군...)
생각해 보라. 돈이 있으면 주위에서 사람 대접이 달라지고,
스스로가 더 여유로워지고,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도 있다.
자질구리한 세금고지서나 노후복지 같은것도 신경 안 써도 되고,
충분히 스스로에게 10점 만점의 가치로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예전의 흥부놀부전에 나오는 ‘떵떵거리는 부자’라기보다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풍기는 현대적 의미의 부자에 더 가까운 셈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이는 많은 부분 국가의 사회복지와 충돌한다.
노후복지, 주택공급, 실업, 의료혜택 등등
사람들 먹고 사는게 다들 비슷하다고 내맘대로 치면
대략 위에 언급된 것들이 걱정거리인 것 또한 사실일 것이고
이는 사회적 위험요소들에 대한 안전막을 국가가
제공해 주지 못한 탓에 발생한 일종의 국가적 재난인 것이다.
건강하고 성실하게 돈을 벌어 부자가 되는거야 무슨 죄가 있겠냐마는
사실 이런 방법으로 부자가 되는 것은 위에서 보았듯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이런 불가능한 꿈을 꾸게 만들고,
온갖 방법을 통해서라도 돈을 벌려고 혈안이 되게 만들고,
모든 대화의 중심에 돈 이야기가 넘치게 만들고,
가정구성원이나 인간관계 또한 값어치로 따지게 만들어
우리들의 아버지를 기죽게 만들고,
우리들의 어머니를 부업현장에 내모는,
이런 부자신화는 근절되어야 마땅하다.
모든 재화에는 성장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 성장한계를 벗어난 상태의 분배는 제로섬 게임일 수밖에 없다.
결국 내가 가지게 되면 누군가는 잃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여러분 부자 되세요’의 여러분은 결코 우리들이 아니다.
오히려 무분별한 카드 남발로 100만명이 넘는 신용불량자를 생산하고도
아무 책임의식도 없이 오직 수수료에 안달이 되어 있는
그러고도 여전히 시장쟁탈을 위해 거리에서 우리 옷깃을 잡아 끄는,
그들인 것이다.
지금은 허황된 부자론에, 그리고
빨간 목도리 빨간 장갑의 김정은에게 넋을 잃을 때가 아니다.
오히려 무한한 부자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우리가 어떻게 서로 있는 것을
잘 나누어 쓸것인가 고민하고,
돈 이외의 건전한 가치들에게 눈을 돌릴 때이다.
추구하는 것이 돈밖에 없는 사회는, 개인은 얼마나 황폐한가....
조금 가난하게 그러면서 건강하게 사는게 뭐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