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세력이 ‘박근혜 공격수’ 이정희 대표를 중심으로 다시 뭉치고 있다.
지난 17일 헌법재판소가 19일 오전 ‘종북(從北)’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 선고를 하겠다고 밝히자, 통진당은 즉각 24시간 비상운영체제에 돌입했다.
최
고위원회의를 ‘통진당 강제해산 저지 민주수호 투쟁본부’로 바꾸고, 투쟁본부장을 이정희 대표가 맡았다. 내년 초 통진당 새 지도부
출범을 위해 진행되고 있었던 당 지도부 선출 경선은 전면 중단됐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통진당은 삽시간에 이정희 ‘단일대오’
체제를 구축”(야권 관계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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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하는 이정희 대표 /뉴시스
통진당의 공식 당권이 이정희 대표에서 단독 대표 후보인 강병기 후보로 넘어가는 시기에, 통진당 세력은 왜 이정희 깃발 아래로 다시 뭉치는 걸까.
“여론전(戰) 위해선 인지도 있는 이정희밖에…”19일 헌재가 통진당에 대해 해산 결정을 내리든, 법무부의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를 기각하든, 통진당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론전(戰)’이다.
야
권 관계자는 “해산 결정이 내려지면 통진당은 이를 ‘박근혜 정권의 정치적 보복’이라고 여론에 호소해 향후 정치적 재기(再起)를
노릴 수밖에 없다”며 “또 기각 결정이 나면 박근혜 정권의 통진당 탄압이 실패했다는 쪽으로 여론전을 펴 그동안의 종북 이미지를
지우고 지지층을 결집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 여론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과 지지층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주연(主演), 구심점인데 현재 통진당 내에 이런 구심점 역할을 할 사람은 그나마 인지도 있는 이정희 대표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차기 당 대표가 될 강병기 후보는 김두관 전 경남지사 밑에서 부지사를 지내기도 했지만 전국적인 인지도는
거의 없다”며 “반면, 이정희 대표는 그동안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이름을 알려왔기 때문에 ‘이정희 단일대오’를 만든 것
같다”고 했다.
‘박근혜 공격수’ 내세워 지지층 결집 노리나…“독재자 박근혜씨” 통진당
세력이 이정희 대표를 앞세운 것은 ‘인지도’보다는 ‘이미지’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야권 관계자는 “이정희 대표에 대한 인지도가
높다 해서 그에 대한 호감도까지 높은 것은 아니다”라며 “중도층에서도 이정희 대표에 대한 강성·종북 이미지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통진당이 이 시기에 이정희를 택한 건, 그가 지지층에서 박근혜 공격수 이미지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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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대선 TV토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와 이정희 후보가 상호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이정희 후보는 이 자리에서 "박근혜 후보를 떨어트리기 위해 (대선에) 나왔다"고 했다. /SBS
통진당에 대한 해산 결정이 나더라도, ‘박 대통령의 통진당 보복’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이정희 대표를 앞세워 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막고 세(勢)를 모으기 위한 포석이란 관측이다.
이
정희 대표는 지난 17일 열린 긴급 당 회의에서도 발언의 대부분을 박 대통령 공격에 할애했다. 그는 “박근혜 정권은 권력기관을
동원한 부정선거로 만들어진 정권의 탄생이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얼마나 추락시킬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며 “정권 유지를
위해서 민주주의를 희생시킨 대가가 무엇인지 박근혜 대통령은 곧 깨닫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정희 정치 이력은 ‘박근혜 공격史’ 이 대표의 그간 정치 이력은 ‘박근혜 공격사’(史)로 불릴 정도다.
그
는 2012년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대선에) 나왔다”고 했다. 작년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개입 규탄 촛불집회’에선 “친일 매국세력, 다카키 마사오(박정희 전 대통령)가 반공해야 한다며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유신독재 철권을 휘둘렀는데, 그의 딸 박근혜 대통령까지 국정원을 동원해 종북 공세를 만들어 권력을 차지했다”고 했다. 또 작년
법무부가 헌재에 통진당에 대한 해산심판을 청구한 직후 한 행사에 참석해 “박근혜씨가 바로 독재자”라고 했다.
올들어서도 그는 “박 대통령은 민주국가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에 웃돈까지 주면서 전작권을 무기한 상납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