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8
"무, 무슨 말을 그렇게 섬뜩하게 하냐...무섭게..."
"그냥 해본 말이거든? 열 받으니까 그렇지. 씨발년.아- 짜증나."
"근데- 그 때라니? 언제 정하은 만난 적 있어?"
"어?어, 너 구하러 갔을 때."
아...그 때 서율이만 온게 아니였었나봐요.
하긴- 다리도 다쳤었는 데 혼자서 날 구했으면 그게 더 웃긴거겠죠, 풋.
"넌 어쩔꺼야."
"뭘?"
"정하은이랑 이복인 거 알았잖아. 아빠한테...전화는 해봤어?"
"...아니...아빠한텐 말하지 않을래..."
"에휴-...뭐, 어차피 이제 3달쯤 있으면 돌아오실테니까."
"...응..."
왠지 아빠에게 말했다가, 정말로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되면...
정말로 정말 사실일까봐...아직까진 믿고 싶지 않으니까...
말 안 해요...못 해요, 무서워서.
"그나저나 권지한도 참 끈질기다."
"..."
"그렇게 맞아놓고도 정하은이 뭐가 좋다고 또 쫄래쫄래 튀어나갈까..."
"뭐?! 맞다니??? 정하은이 그런거야?!! 지한이 얼굴!!"
"어? 응. 너 있던 지하창고 구석에 있던 캐비넷에 저 새끼 갇혀있었어."
"하...뭐라구...?"
"왜 갇혀있었냐고 해도 절대로 말을 안 해, 저 놈. 그냥 무조건 정하은 싸고 돌더라."
권지한...
너 정말...그 정도로...그렇게 정하은이 좋아?
단비는 집에 가고, 나림오빠는 자고-
벌써 시각은 밤 열두시를 넘기고 새벽 한시에 다다르고 있는데...
도대체 권지한 이 자식은 왜 아직까지도 집에 안 들어오는 거야, 뭘 하길래 정말! 으휴.
나는 핸드폰 플립을 열고 지한이 번호를 꾹꾹 누르기 시작했어요.
마지막으로 통화버튼을 누르자 흐르는 지한이의 컬러링.
그리고-...내가 제일 싫어하는 목소리.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사오니-..."
"이 자식...들어오기만 해봐."
이젠 한시마저 넘겨버린 시각에 애꿎은 핸드폰만 뚫어져라 보고 있는데
쾅.
현관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
"지한이?"
"아직 안 잤어?"
이 자식 다행히 외박은 안 했어요.
흑, 이 누나는 니가 집에 들어올 줄 알았어-임마.
"왠일이야-내가 들어오던 말던 신경도 안 쓰더니, 나 기다린거야?"
"내가 언제! 그리고 너 기다린 거 아니거든?!"
"아- 그러셔."
"별 일...없었지??"
"무슨 일."
"아니...맞았다거나...뭐, 그런..."
"없어. 단비누나한테 들은 모양인데- 얼굴에 상처, 하은이누나가 그런 거 아니야."
"..."
매정하게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녀석.
쳇...니가 걱정되니까 그러는 거잖아, 권지한.
아무리 니가 정하은 좋아한다고 해도 난 정하은 싫단말이야...너랑 잘 되는 거 싫다구...
그렇게 지한이때문에 애만 태우다 방학이 다 끝나버렸어요.
물론 서율이와의 러브러브한 시간도 있긴 했지만, 흐흐-
지한이 그 녀석 때문에 정말!...
어쨋든 나림오빠와 완도오빠는 대학에 다 떨어져서 취업을 한다고 하고,
도경언니는 이류대학에 합격했지만 나림오빠가 대학을 안 가는 덕에 CC가 못 되서 짜증난다며 울상이예요.
하지만 더 울상인 건-...
바로 살이 쭉쭉 빠지며 지옥을 맛보게 된다는 고3 수험생이 되어버린 우리들.
삼총사와 권리커플.
"으아아아아- 정말 짜증나!!!"
"야, 조단비! 이것 봐, 내 그림솜씨 죽이지!킥킥"
쉬는 시간 종이 치자마자 단비가 기지개를 펴며 교과서를 덮어버려요.
그런단비에게 교과서 구석에 조그맣게 그린 고양이 한 마리를 보여주는 성희.
참...못났다...
"잘 그렸네. 풉- 너하고 똑같애."
"아~내가 쫌 귀여워? 고양이처럼 도도하구~섹시하구~공부만 잘하면 정말 난 퍼펙트한 여잔데...쳇."
"으이구~뭘 전화하고 그래, 너가 못 오니까 내가 갈까?응? 현준아아~"
현준이와 러브라인을 열심히 달리고 있는 혜정이는 지금 죽을 맛이예요.
그도 그럴것이 우리 학교는 3학년들 교실에 후배들이 드나드는 걸 금지하고 있거든요.
게다가 3학년들 교실이 맨 꼭대기 층에 위치하고 있어서 지나가는 척 할 수도 없어요.
그러니 혜정이는 학교에서 절대 현준이를 만날 수가 없다는 거죠.
"좀만 참아~이제 2교시만 더 하면 점심시간이야, 히히!"
"으이구-꼴깝들은 한다, 쳇."
참, 점심시간은 제외하구요.
교내식당에서 보면 되거든요, 히히.
"마누라-"
"남편!"
"힝...부러운 것들. 나두 현준이 보고 싶어어어어....어엉"
서율이와 난 비록 다른 반이지만 같은 학년이기에 자아~주 볼 수 있어요! 으흐흐.
내가 좋아하는 케로로빵과 딸기우유를 사온 서율이는 내 책상 위에 그것들을 펼쳐놓더니 손수 빵과 우유를 뜯어주기까지 해요.
아~우리 남편 너무 이쁘다. 으히히히-
"얼른 먹어, 마누라."
"응! 히히~, 어? 남편 어깨에 비듬있다아~~"
"비듬 아니라 밀가루거든?"
"푸히히- 털어줄께, 이리와봐."
툭툭.
어제 졸업식을 한지라, 서율이 교복에 밀가루가 뭍어있어요.
정말 어제 재미있었는 데~히히! 어떤 선배들은 막 교복이 다 찢어진 거 있죠?
그거 보고 얼마나 식겁했는 지...그 와중에도 속옷이 아래 위로 짝이 맞더라니까요? 풉-.
다행히 우리는 계란도 없이 밀가루로만 해서~그나마 꽤 건전했어요, 히히.
"절세미남? 이게 누구냐, 마누라."
"응? 아아- 아저...아니, 아는 오빠."
서율이가 내 핸드폰을 만지더니 문자를 봤나봐요.
요즘 온 설이 계속 문자를 하거든요, 나한테.
뭐, 친한 오빠 동생으로 지내자고 했으니 당연한 거겠지만...
나도 온 설이 좋은 사람이라 친하게 지내도 나쁘지 않구요.
"남자랑 문자질이냐."
"에이~바람 아니니까 걱정 마, 풋- 그냥 아는 오빠야~"
"아는 오빠? 오빠...쳇, 설마 전에 나랑 헤어졌을 때 만나던 놈은 아니지?"
"어?...맞는데..."
서율이는 맞다는 내 말을 듣자마자 표정이 화악 구겨져버려요.
안 그래도 오빠라는 말 듣고 눈썹이 꿈틀거리더만...으허허...아니라고 할 껄 그랬나...?
뭘 하는 지 계속 문자판을 두드리던 녀석은 쉬는 시간이 끝나는 종이 치자 핸드폰을 돌려주더니
주머니에 삐딱하게 손을 꽂고는 반으로 돌아가요.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잉? 풉-...푸하하하하"
"뭐야, 권제이. 서방이 뭐 웃기는 짓이라도 했냐?"
"아, 진짜 이서율, 풉."
뭘 했나 봤더니 온 설의 번호가 절세미남에서 똥추남으로 바뀌어 저장되어 있어요.
혹시나 해서 문자발신함을 봤더니
[나보다못생긴 똥추나마
우리괴물 건드리지마라
못생겨따고 깔보지마라
이래뵈도 남편놔뚜고 갈
만큼 헤픈여자아니다 사
길려면 이런 괴물말고
딴 여자 알아바라]
정말...비록 나한테 괴물이라고 한 게 좀 걸리긴 하지만,
못 생겼다고 한 게 좀 많이 걸리긴 하지만...으흐흐...그래도 왜 이렇게 웃음이 나오는 지-,
푸풉...게다가 온 설에게 똥추남이래요, 똥추남.
그래도 꽤 잘 생긴 얼굴인데, 킥킥-
아, 근데 이서율 이 자식은 어쩌자고 내 번호로 보낸거야?
온 설한테 답장오면 어떡하라구...아, 씨...나도 몰라. 풉.
-049
이제 20분만 더 기다리면 점심시간이예요, 으흐흐-
아, 진짜 배고프다...아까 서율이가 준 빵을 먹긴 했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구요, 훌쩍.
지이이잉-.
지루한 수업을 대충 흘려듣고 있는 데 문자가 왔어요.
헉...설마 온 설?
아까 그 문자보고 엄청 상처받았겠지...아, 어떡해...미안해서...
물론 날 포기했다곤 했지만 그래도 미안하잖아!!에잇, 이서율 이 나쁜 놈!
[내일 시간있어?
똥추남]
얼레? 전혀 다른 소리를 하네요.
나한테는 너무 다행인 일이지만...장난인 줄 알고 씹었나...히히~
근데 내일이라...우리 개교기념일인데 무슨 일이지?
서율이하고 데이트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뭐, 아직 약속한 것도 아니니까~
[남아도는 게 시간인 데 왜요?]
[내일 개교기념일이지?]
[네, 어디 가게요? 아저씬 학교 안 가요?]
[나 내일 졸업식이야]
[진짜? 풋- 그래서 나한테 오라구?]
[어 올꺼지? 친한 동생인데 안오면 섭하다]
[생각해보구요ㅋㅋㅋ]
[죽을래? 올꺼야 말꺼야]
[아- 알았어 알았어ㅋㅋㅋ갈께요]
[ㅋㅋㅋ꽃 완전 큰 걸로 OK?]
[ㅇㅋ*^^*]
"마누라, 뭐해?"
"응? 벌써 끝났네, 히히"
온 설이랑 문자하는 사이 수업이 끝나버리고 점심시간이 됬어요~
텅빈 교실. 이 년들은 나 놔두고 벌써 급식실로 뛰어갔구만...쳇.
"뭐야, 똥추남이랑 문자했냐?"
"어? 뭐야~자꾸 멋대로 남의 문자 볼래."
"어. 내 마누라 문자도 못 보냐."
"비번 걸어놀꺼야!"
"죽고 싶어서 환장했지."
"아...아니야...히히~장난이지~~~~"
내 비번 걸어논다는 말에 표정이 확 굳어지며 말하는 서율이예요.
짜식이 요즘 왜 이렇게 표정을 굳혀...누구한테 그런 걸 배운거냐요...
이 누나는 참 니 얼굴이 무서워...훌쩍.
"졸업식? 뭐야, 모처럼 개교기념일인데 이 놈 졸업식이나 갈 생각이란말야?"
"응, 히히~졸업식이래잖아~~친해서 뺄 수가 없어~"
"씨발, 너랑 데이트할 생각하고 있던 내가 한심하다."
"어?...히히, 그랬어???"
"됐어. 이 새끼 졸업식이나 잘 갔다와라, 괴물아."
"컥- 괴물! 너 진짜 아까 문자부터 계속- 죽을래?!!"
"몰라, 갈꺼야."
저 자식이 진짜.
밥 같이 먹을려고 왔으면서 왜 혼자 삐져서 가구 난리야~하여간,
나는 얼른 서율이를 따라가 팔에 팔짱을 꼈어요.
그러자 내 팔을 훽- 뿌리치는 녀석.
"이서율!!너 진짜 그러기야?!"
"친.한.오빠랑 문자나 하시지."
"씨, 내일 졸업식 갔다가 영화도 보고, 그 오빠랑 데이트하고 올꺼야!!!"
서율이의 비꼬는 말투에 되려 화가 난 나는 서율이를 지나쳐 먼저 급식실로 와버렸어요.
나쁜 놈.
삐졌으면 삐졌다구 말을 하던가,
내가 온 설 만나는 게 싫으면 싫다고 하면 되잖아!
결국 다음 날.
나는 온 설의 졸업식에 와버렸어요.
정말...권제이 바보.
"3년 개근상 대표 온 설, 위 학생은-..."
이열- 생긴 것 날라리 같아서는 개근상도 받네? 그것도 대표로-...
복학생도 대표로 써주는 구나, 우와.
"피식- 왔어?"
"네. 위에서 상 같은 거 받을 줄 몰랐는데, 의외예요."
"나 이래뵈도 꽤 공부하거든?"
"하하. 그러시구나..."
"19살 때 그렇게 깝치다 복학했으니, 이번에도 공부 못 했으면 아버지한테 맞아 죽었을껄"
"풋, 어어- 아저씨!"
퍽.
으아...나까지 맞아버렸다, 젠장.
"푸하하하하하- 온 설 존나 웃겨, 씨발-!킥킥킥, 저 새끼 할아버지 같애!"
"사민지!! 죽고 싶냐!!!!"
"푸하하하- 왜, 계란도 던져주랴?"
풉.
근데 진짜 온 설이 할아버지같기는 해요.
밀가루때문에 머리가 하얘가지구는, 푸히히-
으- 그나저나 안 그래도 그저께 우리학교 졸업식이라 밀가루 많이 맞았는데, 또 맞게 생겼어요.
게다가 여긴 계란까지...억...
"씹, 김달지- 뒤에 숨긴 거 계란이지? 던지면 죽는다."
"에이~재미없기는. 근데 누구?"
"어? 아, 권제이라고 아는 동생. 너랑 갑이니까 친하게 지내라."
"픽- 반갑다, 권제이? 난 김달지~설이형하고 좀 많이 친하지, 내가."
"으응, 반가워."
김달지라는 남자애와 악수를 하고 나니, 또 그 뒤로 사민지라던 아까 온 설에게 밀가루를 던졌던 사람이 다가와요.
아니...그다지 일일이 온 설의 친구와 인사하고 싶진 않은데...훌쩍.
다들 빼어나긴 하네, 흐흐. 끼리끼리 논다더니~
"난 사민-"
"어머, 제이 아니야?"
"어, 아람언니!"
"반갑다~히히! 설이 졸업 축하해주러 온 거야?"
"네! 너무 오랜만이예요, 히히"
사민지라는 사람이 나에게 인사를 건네려는 찰나, 아람언니가 나를 발견하곤 다가왔어요.
전에 온 설이 단비때문에 맥주에 젖은 내 옷을 새로 사왔을 때 입혀줬던 언니예요. 히히~
그 때 나한테 스타일리스트라고 했었나? 그랬던 거 같은 데 역시나 스타일이 너무너무 좋아요!
아람언니는 정말 얼굴도 이쁘고, 옷도 잘 입구- 멋있다니까요~
"얜 누구야?"
"어? 아- 권제이라고 설이가 좋다고 따라다녔던 애가 바로 얘야, 풋."
"뭐? 권제이?! 얘가 걔야?!!"
"엄마야, 조수빈 잠깐만!!"
"시끄러워, 권제이 너!! 잘 만났다!!"
"악- 왜, 왜 이러세요..."
으어억...정말 이 사람 뭐야...
아람언니 옆에 있길래 친구구나 생각하고 있었는 데 갑자기 내 머리채를 잡고 마구 흔들어요.
"수빈아, 잠깐만 진정해봐, 응? 여기 사람들 많은 거 안 보여?!"
"권제이 니가 감히 우리 설이를!!!"
으허엉- 아람언니는 옆에서 이 언니를 말리긴 하는 데 영 쪽을 못 쓰고,
온 설은 그 새 어디 갔는 지 보이질 않아요!
내가 온 설한테 뭘 어쨋다고 이러는 거예요!!
진짜 힘이 여간 센 게 아니예요, 아악- 내 머리이!!
-050
"아악- 왜 이러세요!!"
"씹, 니가 뭔데 우리 설이를 차?!! 엉?!!"
헉...온 설 너는 나한테 차인 걸 이딴 사람한테 말하고 다니는 거냐아아아?!!!!!
완전 이게 뭐야, 아- 진짜 사람들 다 보는 데...머리는 아프고, 씨- 그렇다고 똑같이 머리채 잡을 수도 없고,
미치겠네, 정말!!! 이것 좀 놓고 말하자구요!!!
"엄마야! 넌 뭐야?!!"
어휴-
누군가에 의해 내 머리를 잡고 흔들던 언니가 바닥으로 넘어졌어요.
하하, 아무리 그래도 여잔데 좀 심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날 구해준(??) 사람의 얼굴을 보려는 데-...얼레?
"남의 마누라 머리 쥐어뜯는 게 취미라면 당장 바꾸는 게 좋을 껄."
아...서율이다.
내 남편이다.
근데 서율이가 왜 여기 있지?
"뭐라구?!!너-"
"조수빈!! 허억...헉, 너 제이 머리 잡았다는 게 사실이야?!"
서율이 뒤를 이어 온 설까지 나타났어요.
내 얘기를 듣고 뛰어온 듯 거친 숨을 몰아셔요.
밀가루에 계란에 우와- 무섭다. 마이도 살짝 찢긴 거 같고...
"그, 그래!! 내가 그랬어!!!그게 뭐?! 너 맨날 저 기집애때문에 우-"
철썩.
"멋대로 지껄이지 마. 짜증날려고 하니까."
온 설은 자신의 손에 의해 다시 한번 바닥으로 쓰러져버린 수빈이라는 언니를 보며 차갑게 굳어진 표정으로 말해요.
너, 너무 심하잖아, 아저씨...물론 서율이도 저 언니를 내팽게치긴 했다만, 그래도 싸대기까진 안 때렸다구...
수빈언니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게 보여요.
온 설이 화난 모습...처음 본 거 같은데...저렇게 무서운 사람인 줄 몰랐는데...
한없이 장난스럽게 웃어보이던 사람이 화를 내니까 정말 너무 무서워요.
여자도 때리는구나...
나는 조심스럽게 온 설의 팔을 잡고는 말했어요. 떨리는 목소리로 아주 조심스럽게-.
"나, 나는 괜찮아요...아저씨...그만해요...무서워..."
"후우...머리, 괜찮아?"
내 말에 겨우 언니의 손목을 놓고 내 머리를 어루만지며 정리해주는 온 설.
내가 고개를 끄덕이려는 데 나 머리를 정리해주던 온 설의 손목을 잡은 누군가. 아, 서율이다.
"남의 마누라한테 손 떼시지."
"아-, 서율아."
서율이가 있었다는 걸 깜박했어요.
이 자식 어제는 그렇게 삐진 척하며 말도 안 하더니 왜 여기 있는거야? 풋.
"나 때문에 여기 온 거야?"
"미, 미쳤냐! 아는 형 졸업한데서 왔는데 니가 있었던 거야, 바보야!"
"아~그러셔? 그럼 난 아저씨랑 갈테니, 넌 아는 형이랑 가."
"맘대로 해라. 갔다가 또 머리나 쥐어뜯기지 말고."
"신경 끄셔!"
쳇...진짜로 가냐, 나쁜 놈아.
말은 이렇게 했지만....진짜로 온 설이랑 갔다가 또 머리뜯기면 어떡하지?!!
수빈이라는 언니...완전 무서워...게다가 나 때문에 온 설에게 맞기까지 했으니...
아...왠지 온 설을 좋아하는 사람인 거 같은데...
응? 그러고보니 혹시 전에 온 설의 전화로 나한테 소리치던 사람이 저 언니...맞나?
"저...언니가 전에 나한테 아저씨 전화로 소리친 사람, 맞죠?"
"아저씨가 온 설이라면...아마 맞을 껄?"
수빈언니는 눈안 가득 차오른 눈물을 거칠게 훔쳐내곤 탈탈 엉덩이를 털며 일어났어요.
자세히보니 오목조목 꽤 이쁜 얼굴.
키도 크고, 우와...
"뭘 봐? 내가 우습니?"
"아, 그게 아니라..."
"조수빈. 계속 틱틱댈래."
"설아, 이 꼬맹이가 그렇게 좋아?"
"어. 그러니까 잘 해줘. 머리뜯지말고."
"...그래, 알았어...야, 꼬맹이. 조수빈이다. 온 설하고 갑이니까 언니라 불러라."
"네??아, 네..."
이봐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내 머리 쥐어뜯더니 이건 너무 쿨하잖아!!!
뭐...구지 또 전쟁을 하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말이죠.
이렇게 이쁜 언니랑 친해지고 싶기도 하고...
그나저나 이서율 이 자식...아는 형 있다더니 누굴까?
내가 아는 사람일까...휴...진짜 나 보러 온 거 아니었나? 치...
괜시리 서율이 때문에 시무룩해있는 데 아람언니가 가까이 오더니 속삭여요.
"하하, 좀 어이없지? 수빈이 쟤가 다혈질이 좀 심해서 그래, 니가 이해해. 설이를 좋아하는 데 니가 찼다는 얘기듣고 화나서 그래."
"괜찮아요, 히히"
"그럼 다행이구~우리 설이네 집에 가서 전골해 먹을껀데! 제이도 갈꺼지?"
음...어떡하지...
서율이 두고 그냥 이대로 가도 될려나...
쳇, 뭐 자기도 아는 형 만나러 왔다고 했으니까~되겠지.
아까 그 사민지라는 오빠와 달지라는 남자애. 그리고 수빈언니와 아람언니 나, 온 설.
이렇게 여섯이서 온 설의 집에 도착했어요.
으와아...여긴 부자들만 산다고 소문이 자자한 오피스텔이잖아??
아버지가 회사를 하고 있다더니 꽤 부자였구나.
"여기 혼자 살아요??"
"어. 들어와-"
내가 현관에서 우물쭈물 하면서 있자,
아람언니가 내 팔을 쑤욱 잡아당기며 집안으로 쏙 들어와버렸어요.
"제이 얘는, 설이네 집에 이 정도도 검소한 거지, 뭘~얘네 집 엄청 부자야."
"그, 그 정도예요??"
"그럼- JJ그룹이 이 정도야 껌값이지. 설이 쟤도 참 웃기다니깐. 좋은 집 놔두고 말이야~"
"김아람, 말이 좀 많다."
"쳇, 씻고 옷이나 갈아입어. 밀가루에, 계란에 난리났네, 난리났어~"
J...JJ그룹이라면 우리나라에서 다섯손가락에 꼽히는 대기업이잖아요.
으아아아...이렇게나 대단한 사람이었단 말이야???말도 안돼.
내가 너무 놀라서 눈만 껌뻑이자, 수빈언니가 말을 걸어와요.
"흥, JJ그룹이란 얘길 처음 들었나보지? 돈 보고 다시 설이랑 사귈려고 한다면 널 죽여버릴꺼야."
"절대 아니예요! 오히려 겁나는 걸요. 이렇게 같이 있어도 괜찮은 건지..."
"너무 부담갖지마. 설이 그런 거 싫어하거든."
아...
"뭐야, 김달지! 넌 안 씻어??"
"악-누나!!설이형 씻고 있잖아~"
"남자끼리 뭐가 어때서, 얼른 들어가서 다 같이 씻어! 욕실이 좁은 것도 아니고, 얼른 들어가!!사민지 너도!"
"아오, 진짜- 난 밀가루 조금밖에 안 묻었거든!"
"시끄럽다, 얼른 들어가라!!"
아람언니의 말에 민지오빠와 달지까지 욕실로 들어가버렸어요.
우와- 아람언니가 무슨 삼형제 키우는 아줌마 같다. 풉.
"조수빈~이리와서 야채 좀 씻고 다듬어."
"앙? 내가 왜??"
"넌 안 먹을꺼냐."
"먹긴 할껀데- 내가 왜 이딴 잡일을 해야되는 건데?"
"시끄러워, 얼른 못해?!"
"쳇, 꼬맹이! 너도 이리와!"
어억.
부엌으로 들어가는 아람언니를 보며 나는 은근슬쩍 빠질라고 했었는데...
제기랄, 수빈언니는 왜 날 부르는거야.
아, 가기 싫은데...
"왜 어린애는 불러?! 얼른 너 혼자 다 해!!"
"너 내가 H그룹 손녀란 걸 잊었나본데- 우리 할아버지한테 말해서,"
쾅.
"죽고 싶지? 할꺼야, 안 할꺼야."
"하...하면 되잖아! 쳇, 이래서 여기 오기 싫었다니까. 그냥 밖에서 사먹지 뭐하러 전골을 끓여먹는데."
"어디서 개가 짓네?"
우와, 아람언니 나이스다. 히히
식탁을 쾅 내리치는 아람언니의 카리스마에 수빈언니는 꼼짝없이 부엌에 잡혀버렸어요.
으히히- 나는 방이나 구경해야지~
"우와-"
는 개뿔, 이게 다 뭐야?! 완전 더럽잖아.
흠...아무래도 온 설의 방인가 본데...가 아니라 여긴 온 설이 혼자사니까 다 온 설 방이나 마찬가지겠죠-_-.
그래도 우리 지한이 방보단 깨끗하네요, 뭐...
어? 앨범이다. 히히~
나는 책장에서 온 설의 어린시절인 듯한 앨범을 발견했어요.
한 장, 한 장 앨범을 넘길때마다 온 설의 어린시절이 포근하게 눈에 담겨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얼굴인데...어쨋든 어릴 때라서 그런지 볼이 포동포동 진짜 귀엽네. 히히.
벌써 한 권을 다 보고 다른 앨범을 보려고 꺼내는 데-
"권제이!!!!"
-051
"권제이!!!!"
"아, 깜짝야...왜 소리 지르고 그래요, 아저씨."
쿵.
언제 다 씻었는 지 온 설이 방에 들어오자마자 소리를 질러요.
그 덕에 꺼내려던 앨범이 바닥으로 떨어져버렸어요.
사진 몇장이 앨범에서 나와 흩어져버리면 나는 그걸 줍기 위해 바닥에 쭈그려앉았어요.
"아저씨 때문에 떨어뜨렸잖아요! 휴...발에 찍힐 뻔했네."
"그거 이리내."
흩어진 온 설의 사진 몇장을 주워 다시 앨범에 넣으려는 데 온 설이 앨범을 낚아채요.
"잠깐 줘봐요, 이건 넣어야죠."
"놓고...나가."
"치, 앨범 좀 본 거 같구 되게 치사하게 구네."
결국 주웠던 사진을 다시 바닥에 내려놓고는 나와버렸어요.
아까 수빈언니를 때릴 때 처럼 무척이나 굳어졌던 온 설의 표정.
내가 뭐 보면 안 될꺼라도 본 걸까...
"제이야, 무슨 일 있었어? 왜 설이가 소리를 질러?"
"네? 아뇨, 앨범 좀 본 거 같구 그러네요..."
"아-...니가 잘못했네."
"네?"
"아니야, 전골 다 됬다. 설이 나오라고 해."
방금 나와버려서 다시 들어가기 좀 뻘쭘한데...
나는 아람언니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다시금 온 설의 방문을 열었어요.
침대에 걸터앉아 내가 보려다 못 봤던 앨범을 보고 있는 온 설.
촉촉히 젖은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도 모르고 열심히 앨범을 보고 있어요.
쳇, 나두 보고 싶었는데...못 보게 하니까 더 보고 싶잖아.
나는 살금살금 다가가 온 설 옆에 섰어요.
텁.
내가 가까이 온 걸 눈치챈 온 설이 앨범을 닫아버렸어요.
"에- 진짜 치사하네."
"시끄러워, 나가랬는 데 왜 다시 들어와?"
"아람언니가 전골 먹으래요."
"나가자."
"수건 들고 가요, 머리에서 물 떨어지잖아."
나는 온 설의 머리에 침대위에 놓여있던 수건을 씌었어요.
그러자 앞이 안 보여 짜증나는 지 수건을 잡아내리는 온 설의 표정이 찌푸려져있어요.
"히히-얼굴 좀 펴요. 오늘따라 왜 이렇게 표정을 구기실까."
내 말에 피식- 한번 웃어보이는 온 설은 내 머리를 부비적 헝크러뜨려요.
"어이, 거기 꼬맹이. 내가 아까 돈 때문에 온 설하고 다시 사귀면 죽여버린다고 안 했냐?"
"그런 거 아니예요~가요, 아저씨."
나는 온 설과 함께 식탁에 앉았어요.
와우.
샤워해서 그런 지 빤짝빤짝 빛나는 머리가 촉촉히 물기에 젖어있는 세 남정네가 앞에 있으니 참...기분이 묘하네, 으히히히히
아람언니가 전골을 식탁 가운데에 올려놓으면 온 설이 제일 먼저 기다렸다는 듯이 그릇으로 퍼가요.
전골을 좋아한다더니 엄청 좋아하나봐요.
온 설이 전골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수빈언니가 뿌듯한 듯 온 설에게 말을 걸어요.
"히히, 설아- 거기 버섯이랑 야채랑 다 내가 씻고 다듬은거다?"
"후루룩-"
"맛있지?"
"응, 맛있어."
온 설에게 맛있다는 말을 들은 수빈언니는 수줍게 미소지어요.
마치 온 설이 제 자식인 양 바라보며 자기는 제대로 전골을 먹지도 못해요.
히히, 수빈언니는 정말로 온 설을 좋아하는 구나...
그런 온 설을 내가 차버렸으니...아까 내 머리채를 잡은 그 심정도 이해가 가요.
"야, 김달지! 죽을래- 그 소고기 내가 찜한거다. 셋셀동안 내 그릇으로 갖다놔라."
"에이-민지형도~ 치사하게 그런 게 어딨냐? 내가 먹으면 그만이지~~"
"악!! 먹었어, 이 빌어먹일 새끼!!"
"켁켁- 잠깐만,!! 켁-"
소, 소고기 좀 먹었다고 목을 조르다니...저 민지오빠도 참 무서워요, 하하
그걸 보고 아무렇지 않게 전골을 먹고 있는 온 설과 언니들도 참...
전골을 먹는 건 오랜만인데, 정말 맛있어요. 히히
따라오길 잘 했다.
"자자, 음식은 우리가 했으니 설거지는 너네가 해라~"
"OK~ 그럼, 짱깨뽕이다!"
아람언니의 말에 민지오빠가 벌떡 일어나 주먹을 내보이며 짱깨뽕을 외쳐요.
짱깨뽕...? 뭐지?
그 말에 달지와 온 설도 벌떡.
뭐야, 도대체 뭘 하길래 저렇게들 긴장하지?
"간다- 짱!깨!뽕!!"
"아싸! 민지형 당첨!"
"아직 아냐, 새꺄! 온 설도 있거든!?"
아...짱깨뽕이 뭔가 했더니 가위바위보였나봐요.-_-
그냥 가위바위보라고 하면 될 걸, 짱깨뽕이 뭐야, 짱깨뽕이.
결국 온 설이 설거지를 하게 된 듯, 민지오빠는 쾌재를 부르며 소파에 앉아 리모콘으로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고-
온 설은 자신이 냈던 주먹을 원망하듯 바라봐요.
"형, 내가 도와줄께~"
달지가 온 설을 도와준다며 나섰어요.
가위바위보도 이겼으면서, 짜식- 착한 놈이네.
"야야야- 우리 고스톱 한판 OK?"
"아싸! 하자,하자"
아람언니의 말에 민지오빠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며 고스톱판이 벌어졌어요.
고스톱이 별로 인 듯 미간을 좁히며 수빈언니가 바닥에 앉으면서 말해요.
"하여간, 우린 왜 모였다하면 고스톱인데? 좀 고급스러운 것 좀 할 수 없어?"
"싫은 사람은 빠지던가~"
"누가 안 한 댔냐~으흐."
아...사실은 좋아하는 거 같아, 수빈언니.
난 돈도 없고 해서 그냥 곁에서 구경하기로 했어요.
이거 무슨 타짜들도 아니고 완전 착하면 척 하고 패가 짝짝 달라붙어요.
우와-, 아까 수빈언니가 모였다하면 고스톱이라더니 진짜구나...
난 고스톱은 별로 흥미가 없는 데...에휴, 티비도 별로 재밌는 건 안 하구-.
"야야, 권제이- 시끄러워, 티비 꺼."
"네네~끄려고 했어요."
민지오빠의 말에 티비마저 꺼버리고 뭘 할까~하며 이리저리 집안을 둘러보던 나의 눈은-,
온 설의 방문에 멈춰섰어요.
온 설도 설거지하고 있는데...다시 한번 도전해봐?
나는 살금살금 걸어서 온 설이 설거지를 하고 있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온 설의 방으로 들어왔어요.
"휴~"
안도의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아까 못 봤던 앨범을 찾아 책장을 봤어요.
찾았다.
도대체 무슨 사진이 있길래 그렇게 못 보게 한 거냐구요.
그러게 그냥 아무렇지 않게 나가라고 했으면 내가 이렇게 궁금해하질 않잖아.
아까 '권제이!!'하고 내 이름을 그렇게 크게 소리쳤단 건 뭔가 있다는 거 아니겠어요?
으히히~
두근두근, 기대하며 앨범을 열었어요.
"애게? 뭐야..."
그냥 온 설의 어린시절이 담겼을 뿐인 사진들.
치...재미없게, 겨우 이걸 못 보게 한거란 말이야?
그래도 어린 온 설이 귀여워서 계속, 계속- 앨범을 넘겼어요.
지금은 키가 엄청 큰 데, 어릴 때는 무진장 작았는 지 사진마다 그게 느껴져요. 풋.
펄럭~.
앨범의 마지막 장을 넘겼어요.
그런데-.
"이게...뭐야...?"
-052
"우와- 상꼬마! 이게 뭐야??"
"히히, 폴라로이드 카메라! 우리 집에 있는 건데 아줌마 몰래 가져왔어~"
"카메라? 그럼 사진 찍는 거야??"
"응! 사진 찍으면 요기, 요기서 막 나온다? 엄청 신기해~"
"꺄르르, 사진 찍어보자!"
찰칵-
찰칵, 찰칵-
찰칵-...
"봐, 이렇게 흔들면-"
"우와~너랑 내가 있네?? 신기하다~~"
"푸힛, 우리 사진 더 많이 찍자~!"
"응!"
*
"...나잖아..."
앨범 맨 끝장에 열장도 더 되보이는 나의 사진들이 무더기로 한 켠에 꽂혀있어요.
그 사진들을 빼서 하나, 하나 보는 데...
어린 온 설과 함께 찍은 사진이 딱 한 개.
설마...그 상꼬마가...온 설이였어...?
텁.
나는 얼른 앨범은 닫고는 방 밖으로 나왔어요.
마침 온 설은 설거지를 끝낸 듯 앞치마와 고무장갑을 벗어던지며 거실로 오고 있었어요.
"너 또 남의 방에 함부로 들어갔냐."
"아...핸드폰! 핸드폰 놓고 와가지구..."
"너 혹시...아니다, 가서 앉아."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거실로 가 앉으려다가 온 설이 옆을 지나가길래 문득 온 설과의 키를 재봤어요.
나보다 한 뼘이나 작았던 상꼬마였는데...지금은 나보다 훨씬 크잖아?
쳇...
후읍...그나저나 이거 어떡해야 하는 거지...
온 설은 내가 그 제이라는 걸 알고 있는 걸까? 아니까...아까 그 앨범 못 보게 한 거겠지?
근데 왜 속였지? 그냥 처음부터 '오랜만이다' 하면서 말을 걸면 될 꺼 아냐.
"으으- 나도 모르겠다!"
"뭐? 뭐야, 뭘 모르겠어? 갑자기 왠 큰소리야?"
헙...수빈언니.
나도 모르게 말을 해버렸어요.
하하, 다들 나를 보고 있네...일단...오늘은 그만 가야겠다.
"오늘은 먼저 가볼께요, 히히- 전골 잘 먹었어요!"
"벌써 가게? 좀 더 놀다 가지..."
"아니야~괜찮아, 히히"
"데려다줄께."
"아직 밤도 아닌데요, 뭘. 혼자가도 되요~"
아람언니의 더 놀다가라는 말과 온 설의 데려다준다는 말을 뒤로 하고, 온 설의 오피스텔을 빠져나왔어요.
이만 집으로 가려는데-
"꺅!"
"뭐야, 괴물답지않게 웬 꺅?"
"깜짝 놀랬잖아!"
"놀라긴 뭘 놀라. 가자, 집에 데려다 줄꼐."
갑자기 나타나니깐 놀라지, 이서율-!
휴- 온 설이 데려다준다고 같이 나왔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거절하길 정말 다행이지.
놀란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고는 녀석을 쳐다봤어요.
어느 새 내 손을 꼬옥 잡고 있는 서율이.
쳇, 여긴 또 어떻게 알구 온거야...설마 아까부터 나 따라온 거 아냐? 풋.
"근데 너어- 요즘 툭 하면 나한테 괴물이라고 한다?"
"괴물주제에 짜증나게 하니까 그렇지."
"내가 뭘! 내가 언제! 자꾸 괴물이라고 하면 나도 너 슈렉이라고 부른다?!"
"풋, 지나가는 뿡뿡이가 비웃겠다."
"뿡뿡이가 여길 어떻게 지나가!"
"괴물도 지나가는 데 뿡뿡이가 못 지나갈 껀 또 뭐야."
"씨이, 이 슈렉아!"
내 말에 화를 내기는 커녕 그냥 피식피식- 재수없게 웃음만 흘리는 서율이.
다시 사귀고 부터 이서율이 이상해졌어요!
전에는 마누라~하면서 맨날 예뻐죽겠다는 소리만 했는데...훌쩍...
요즘엔 뭐만 했다하면 괴물, 괴물, 못생겼네~어쩌네~ 저거저거 다시 정하은이랑 사귀는 거 아냐?!!
멈칫.
갑자기 서율이가 걸음을 멈췄어요.
왜 그러지? 내가 갸우뚱하며 서율이를 쳐다보자 무언가를 뚫어지게 주시하는 녀석.
"저거 권지한 아니냐?"
"어?"
서율이의 말에 시선을 돌리자 바로 지한이가 보여요.
정말이다, 권지한. 내 동생이네.
근데 저긴...병원인데...
"방금 지한이 저기서 나온거야?"
"어."
"생전 어디서 싸우고 들어와도 병원 한번 안 가던 놈인데...왠일이지?"
"저 놈은 멀쩡해보이던데?"
"친구가 다쳤나? 다현이가 어디서 맞을 놈은 아니고...딴 친구 누구 다치기라도 했나보지."
"그런가..."
서율이는 나를 집에 데려다주고는 자기도 자기집으로 향했어요.
햐~ 현관문을 열자마자 따뜻한 공기가 나를 감싸요.
거실에 아무도 없고, 나림오빠도 없고, 권지한은 아까 집에 온 거 아니었나?
지한이 방문을 열자, 침대에서 한 쪽 팔로 눈을 가린 채 자고 있는 녀석.
자는 거...맞나?
"권지하안- 지한아-"
"..."
자나보네. 풋.
지한이 방문을 닫고 거실에서 티비를 켰어요.
하지만 머리는 이미 딴 생각으로 가득해요. 온 설, 그리고 상꼬마의 생각으로.
나 완전 바보잖아. 온 설의 어린 사진을 보고도 상꼬마인 줄 모르다니...
하긴 벌써 10년은 더 된, 아니 겨우 10년 된 걸...얼굴 따위 꿈에서나 희미하게 보인다구...
에휴...아까부터 계속 한 숨이네.
뭐, 온 설이 상꼬마란 걸 알았다고 내가 온 설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잖아!
고민하지마, 권제이. 그냥 평소처럼 해, 평소처럼.
그래!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은 듯...처음부터 몰랐던 것 처럼.
지이이잉-.
[집에 잘 도착했어?
똥추남]
풋...일단 이 똥추남부터 바꾸던지 해야겠다.
벌컥.
"어? 권지한, 일어났냐?"
"어."
똥추남을 아저씨로 바꿔놓고 있는 데 지한이가 방에서 나왔어요.
저 자식 다크써클 내려온 것 좀 봐. 헉...진짜 어디 아픈 거 아냐???
"지한아, 너 어디 아파?"
"아니."
"...그래...근데 나 아까 너 병원에서 나오는 거 봤다? 누구 다쳤어?"
"...하은누나. 입원해있어."
"어?...정하은?"
"어. 학교에서도 안 보였을텐데...몰랐구나. 하긴, 누나는 하은누나 싫어하니까."
"아..."
구지 싫어하는 건 아닌데...아니야, 싫어하지 않아.
처음엔 좀 미웠지만, 아니 솔직히 말하면 정말 많이 미웠어.
그런데...지금은 아냐...지한아, 지금은 미워 안 해.
"어디가...아픈데?"
*
이쁜 코멘 주신
스마일공주 님
현이v 님
ㅠㅠㅅㄹㅎ 님
퍼스투 님
특이씨안녕 님
귀귀 님
백수4 님
유연정 님
초롱별 아씨 님
정말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그 외에도 읽어주신 많은 분들 사랑하구요!!
와 너무 감격스러워요..ㅠㅠ
진짜 강등당해서 소설 계속 못 올려서...ㅠㅠㅠㅠㅠ
혹시라도 기다리신 분 있다면 정말 사랑해요, 히히
못 올린 거 한꺼번에 올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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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로맨스소설
[ 장편 ]
이리와, 남편이 이뻐해줄께*048~052
뱅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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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27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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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기다리구있었답니다~!!!다음편두기대하구있을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58편까지 올라와있어요..ㅠㅠ!!!
아아아 왜 지금 오셨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강등되는 바람에...ㅠㅠ...
악 실수로 !!! 53편부터읽어서 이야기흐름을 못잡겠어 흑흑!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히히, 다시 천천히 읽어보세요..><
재미있어요^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죽을병이나걸려라이뇬이!!!!ㅋ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헉, 저주를..ㅋㅋㅋ